5번 레인은 (예선) 점수가 2등인 선수의 레인이다. 바로 옆 4번 레인에는 1등 선수가 있다. 1등의 존재와 움직임과 그 물살을 고스란히 견디면서 자기 레인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누리는 얼마전까지 4번 레인에서 경기를 하다가 이제 5번 레인으로 왔다. 초등 6학년인 누리에게 이 변화와 경쟁은 버겁고 어렵다. 이기는 경기 말고 '지는 것'을 배우라는 어른들과 언니의 말은 위선 같다. 


초등 6학년 수영선수 생활을 해온 누리는 체육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친언니의 진로 변경과 자신의 신체적 한계, 더해서 심해지는 경쟁을 만난다. 1등에서 밀려나기를 거듭하다 '반칙'까지 저지르는 자신에 실망하고 만다. 누리에게 수영은 어떤 의미일까. 오랜 친구와의 우정, 새로 전학온 태양과의 달콤한 관계, 라이벌로 보이는 초희 와의 긴장 속에서 하나씩 깨달으며 스스로 결정해서 성장해 가는 누리.


매일 이른 아침에 훈련하는 수영부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 전 마지막 대회를 위해 여름 방학 동안 200킬로 미터를 수영한다. 아이들은 개인 기록 만큼이나 팀 전체 합동 계주 경기도 열심히 챙긴다. 상대를 경쟁 상대 이상의 동료로 대하기를 배우는 데 수영 선배이며 코치인 어른이 그들의 성장을 돕는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성실함. 그 경험을 그 어린 나이부터 쌓아온 운동 선수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보고 있는 <노는 언니>의 정유미 선수도 생각났고 모든 유소년 운동 선수들에게 맘 속에서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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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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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7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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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부탁 -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9
진형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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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말고, 학원 말고,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말고, 도시 말고, 어른 말고, 어린이도 말고, 그냥 밝고 맑은 청소년 말고, 뻔히 보이는 비극과 쉬운 위로 말고, 핑크 핑크 연애 말고, 흔한 해피 엔딩 말고, 예측 가능한 싸구려 사고나 복수극 말고, 비행 청소년 선도 말고. 


열여섯 열일곱에도 삶이 있다. 경계에서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삶, 인생, 그리고 그 선을 넘어서는 경우에도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내가 몰랐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진형민 작가의 단편집에는 동급생 남학생을 좋아하게 된 남학생, 의 친구 여학생'나'의 이야기, 배달 알바를 하는 아이와 피자집 딸 친구를 중심으로 하는 변하는 동네 상권과 사람 이야기, '콘돔'을 갖고 다니는 남학생 여학생의 사연들, 갑작스러운 폭력의 피해자가 된 언니와 여름을 보내는 아이와 탈출과 독립의 고민, 말레이에 사는 이란 출신 불법 체류자 여자 아이의 이야기, 인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나'의 정체성 이야기와 '떨어진 끈'에 대한 슬픔, 어느 청소년에 대한 '인터뷰'와 작가의 말이 실려있다. 이 모든 이야기. 


말을 아끼고 조심스럽게 써내려간 이야기에 '사람'에 대한 예의가 보인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여기 사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리다고, 몰랐다고 지워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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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31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의 소설이었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예의도 갖추었다니 관심이 가네요

유부만두 2020-11-01 07:56   좋아요 1 | URL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쉬운 길을 접어두고
청소년 (소설)을 만나는 방식을 조심스레 보여주는 소설집이에요.
 

숙취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아침, 속을 달려 주는 음식에 대한 엣세이다. 그 시원함과 얼큰함, 속을 달래주고 뚫어주는 음식과 같이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마다 지방마다 (전국 ~ 해장국 자랑!) 나라마다 다채로운 해장 음식도 소개한다. 


해장(腸)인줄 알았는데 바른 말은 해정(酲) 숙취를 해소한다는 뜻이란다. 내장을 풀어주는 게 아니었음. 


저자의 만화 <술꾼 도시 처녀들>에서 익히 알았지만 저자의 과음과 숙취의 에피소드는 많고 그 레벨도 대단해 보인다. 위험할 정도로. 책 말미에는 건강을 위해서 절제할 것을 다짐하지만 책 전체 내용은 마시자! 먹자! (죽자!)의 응원 구호를 외치는 것 같다. 나도 좋아하는 음식들 이야기가 나오지만 멈칫 거리게 된다. 해장 음식 이야기는 술을 깔고 있기 때문에 책 전체엔 술 냄새가 은근하게 풍긴다. 책의 추천사를 쓴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이 떠오른다. 안주와 해장음식을 오가는 전국 팔도의 맛집 밥상, 아니 술상. 


10월 초 부터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더위가 가시면서 맥주가 맛이 없어졌다. 한 캔을 다 비우지 못했고 소주도 별로 취기를 부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와인을 만나지도 못했다. 자, 이만하면 많이 마셨지. 남편은 술을 못해서 (술 심부름은 잘함) 혼자 집에서 마시는 건 재미가 없었다. 모임도 없는데, 혼자 키친 드링커가 되기는 싫었다. 이렇게 갑자기, 문득, 시월에 술과 안녕을 고하고 (아직 한 달이 안되었는데 그냥 당기질 않는 느낌이 2년 전 고기를 끊고 채식을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 별일 없는 날을 지내고 있다. 






짐 자무시의 영화 <커피와 담배>를 보시라! 과장이 섞여 있긴 하지만 커피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사랑이 얼마나 열광적인지 잘 보여준다. 이탈리아인들의 해장법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에스프레소 두 잔을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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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0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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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0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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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노아의 책 번역본이 드디어 나왔다. 그 쌉쌀한 유머가 어떤식으로 번역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강력추천. 




 















넷플릭스와 유툽에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와 토크쇼 영상들이 많이 올라있다. 


...

예전에 올렸던 리뷰를 붙여놓는다. 


트레버 노아는 출생부터 아파르트헤이트 하에서 범죄행위의 결과였고, 성장하면서 온갖 차별과 폭력, 가정 폭력과 성차별을 목격하며 살았다. 끔찍한 세월을 그려내는 문장이 웃기다니! 상황이 완전 코믹해서 몇 번이나 소리내서 웃었는데 웃다보니 눈물도 나고 분노도 하게된다. 모든 상황에 (인종)차별을 비춰보는 데, 이게 얼마나 쓰레기 같은 장치인지 더 절실하게 이해된다.

 

 

가디언의 강연회 영상이다. 48분 즈음부터 내가 좋아했고, 많은 이들이 좋아했다는 shitting 똥싸는 장면. 이 뭐랄까, 철학적이기까지한 코메디언 트레버의 다른 공연 영상도 찾아보는 요즈음이다.

 

더하기 재미있는 자막영상  

 

그의 어머니가 두번 째 남편의 폭력 (살해 위협 뿐 아니라 진짜 살인 행위)에 당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가정사라며 외면하는 공권력....하아, 이건 너무 낯익은 장면이다. 세상의 온갖 폭력, 차별, 그리고 비관주의. 

 

책 후반부의 트레버의 범죄 고백, 그리고 그 경과가 너무 자세해서 거북하기도 했고 편집이 이리 저리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의 찐한 고민과 폭력에 맞서는 모습이 멋지다. 넷플릭스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공연 DayWalker 준비 다큐에는 그를 '(흑인이라) 우대 받는 건방진' 사람이라고, 자신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광광우는 백인 코메디언들도 나오는데 ... 이것 역시 새롭지 않은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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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27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본이 나왔네요. 근데 제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점수줘야 할까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0-10-27 16:0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쵸! 제목은 관심 끌기!

2020-10-27 1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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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9 0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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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0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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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참신'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표지와 제목에 대놓고 욕을 하는 초등학생 주인공이라 꺼리다가 읽었다. 


평소 조용한 소미가 유나에게 욕을, 그것도 흔한 욕 말고 참신한 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소미의 예의 바르고 기분 좋게하는 말투에 유나는 엉겹결에 그러자고 약속하고 욕, 말, 단어, 의 보고 국어사전을 펼친다. 


“신기하다, 신기해. 정말 많구나. 단어가 정말 많아. 내가 모르는 말이 이렇게나 많다니. 내가 그래도 열 살이나 먹었는데.”


소미가 욕을 필요로 한 이유, 호준이가 욕을 해댔던 이유, 유나가 욕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난 이유나 알아보자.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등자인물들이 너무 공식에 맞게 딱 떨어지는 말과 행동을 해서, 특히 유나가 작가의 아바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과는 달리 이 동화책을 읽고 요즘 너무나 흔한 멸칭에 비속어를 어린이 독자들이 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뭐랄까, 딱히 욕설은 아닌데 그 욕설의 아우라를 담뿍 담은 어휘를 거칠게 내뱉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말 같지도 않은 그건 어쩌면 BTS 뷔의 표현대로 '때'가 아닐까. 아, 뷔가 쏟아낸 그 말들도 결국 ... 그 예쁜 얼굴로 ... 그렇게 ... (아줌마 팬 놀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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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26 1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재밌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궁금해서 집어들 것 같은 책이네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거지만 욕을 다양하게(?) 하는것도 언어능력 같아요 표지에 쓰인 욕은 귀엽네요ㅎㅎㅎ

유부만두 2020-10-26 22:3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언어능력을 고민하고 해법으로 삼는 이야기에요. 더해서 자신의 힘든 상황을 푸는 방식에 대해서도요. 그런만큼 작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강하죠.

2020-10-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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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7 0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은 창의력입니다 ㅋㅋㅋ (전 고향이 전라도.. ㅎㅎ)

유부만두 2020-10-27 09: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느정도 상상이 가는데요?

2020-10-2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