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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부탁 -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49
진형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대학 말고, 학원 말고,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말고, 도시 말고, 어른 말고, 어린이도 말고, 그냥 밝고 맑은 청소년 말고, 뻔히 보이는 비극과 쉬운 위로 말고, 핑크 핑크 연애 말고, 흔한 해피 엔딩 말고, 예측 가능한 싸구려 사고나 복수극 말고, 비행 청소년 선도 말고.
열여섯 열일곱에도 삶이 있다. 경계에서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삶, 인생, 그리고 그 선을 넘어서는 경우에도 삶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내가 몰랐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진형민 작가의 단편집에는 동급생 남학생을 좋아하게 된 남학생, 의 친구 여학생'나'의 이야기, 배달 알바를 하는 아이와 피자집 딸 친구를 중심으로 하는 변하는 동네 상권과 사람 이야기, '콘돔'을 갖고 다니는 남학생 여학생의 사연들, 갑작스러운 폭력의 피해자가 된 언니와 여름을 보내는 아이와 탈출과 독립의 고민, 말레이에 사는 이란 출신 불법 체류자 여자 아이의 이야기, 인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나'의 정체성 이야기와 '떨어진 끈'에 대한 슬픔, 어느 청소년에 대한 '인터뷰'와 작가의 말이 실려있다. 이 모든 이야기.
말을 아끼고 조심스럽게 써내려간 이야기에 '사람'에 대한 예의가 보인다.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여기 사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리다고, 몰랐다고 지워버리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