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상 권을 완독했다.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밀리고 양키들은 아틀란타에 근접했다. 샬랄랄라 예쁜 옷과 남자들의 찬사만을 바라고 어려운 어휘나 정치, 역사, 또 작금의 남북전쟁은 '귀찮아' 하는 스칼렛은 전형적인 멍청이 공주 같아 보이지만 은근 자기 잇속을 차리면서 나름 강인한 인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롤모델로 따르는 어머니의 강인함과 아일랜드 출신 아버지의 솔직함을 닮은 스칼렛은 절대 울지 않는다. 일이 닥치면 피하지 않고 한다. 이기적인 깍쟁이 같았는데 (영화 이미지의 힘일지도) 애슐리와의 약속에 발이 묶이고 순수한 미소로 자신을 대하는 멜라니을 속으론 욕할 지언정 내치지 않는다. 피 고름 악취에 쩔은 부상군인들을 돌보며 부족한 음식와 물자를 조달하는 전쟁 생활 속 스칼렛은 굳세기까지 하다. 그래도 래트 버틀러 앞에선 영낙없는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이다. 그런데 스칼렛이 어린 아들을 나몰라라 방임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불안한 마음이 든다. (영화에 아들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진행 속도가 빠른 연애소설 처럼 읽다가 남부의 풍경 묘사가 수려하게 펼쳐지면 가본 적 없는 목화밭이나 숲, 강둑을 상상했다. 저자의 인종 차별은 흑인을 물건처럼 배치하고 묘사하는 데서 여지 없이 드러난다. 백인들도 겉과 속이 일치하는, 뻔한 타입들이고 영웅들은 없지만 그들이 전쟁에서 겪는 고통과 죽음은 묵직하게 소설에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생을 살아내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전쟁 상황 묘사를 긴장하며 읽는데 중간에 '새 희망 교회에서 남군이...' 하는 부분에선 흥이 깨지고 말았다. New Hope Church라는 지명을 다 번역을 해놓으니 어쩐지 우리나라 개신교 이야기 같아져서 실소가 났다.
<중>권은 오디오북으로 읽기/듣기 시작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올라있는데 3부(2), 4부(1)이 <중>권에 해당한다.
(90일 대여 할인가격으로 5,500원 + 6,000원)
서술낭독은 차분한데 대사 부분은 드라마 같이 연기조로 읽는다. 전쟁 통 장면이라 스칼렛의 목소리가 날카롭고 숨가쁘다. 새로운 맛의 독서 경험이다. 래트 버틀러 목소리가 기대된다. (애슐리도 같은 성우가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