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시작해서 소설가로 더 알려진 애트우드 작가님의 시집이 새로 나왔다. 

제일 앞에 실린 시의 제목은 Late Poems.

너무 늦어 이젠 죽어버린 시들을 노래하는가 싶지만 
아직, 그대가 부를 수 있는 것을 노래하라고 
불을 밝히고 계속 노래하라고 

애트우드 작가님이 노래한다. 

난 시를 잘 못 읽는데도 이번 시집은 dearly 아끼면서 읽게된다. 
조금씩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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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12-07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가 시인으로 시작했는지 몰랐어.
나 시를 잘 모르는데 특히 영어로 시를 읽는다는 건 엄두도 못 내는데 저 부분만으로도 확 끌리네.

유부만두 2020-12-07 06:36   좋아요 1 | URL
시 한 편 한 편, 다 서사를 담은 것처럼 읽혀요. 인생의 황혼의 지혜랄까 너그러움도 느껴지다가 확! 강렬한 이야기도 담겨있고 그래요. 복수! 같은거.

저도 시는 우리 말 시도 잘 모르는데 (어렵자나요) 애트우드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래도 읽을만????? 한건가 싶게 붙잡고 있어요. 재미도 있는건가봐요? 놀라워라. 아니면 단어가 어렵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요.
 

이제 상 권을 완독했다.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밀리고 양키들은 아틀란타에 근접했다. 샬랄랄라 예쁜 옷과 남자들의 찬사만을 바라고 어려운 어휘나 정치, 역사, 또 작금의 남북전쟁은 '귀찮아' 하는 스칼렛은 전형적인 멍청이 공주 같아 보이지만 은근 자기 잇속을 차리면서 나름 강인한 인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롤모델로 따르는 어머니의 강인함과 아일랜드 출신 아버지의 솔직함을 닮은 스칼렛은 절대 울지 않는다. 일이 닥치면 피하지 않고 한다. 이기적인 깍쟁이 같았는데 (영화 이미지의 힘일지도) 애슐리와의 약속에 발이 묶이고 순수한 미소로 자신을 대하는 멜라니을 속으론 욕할 지언정 내치지 않는다. 피 고름 악취에 쩔은 부상군인들을 돌보며 부족한 음식와 물자를 조달하는 전쟁 생활 속 스칼렛은 굳세기까지 하다. 그래도 래트 버틀러 앞에선 영낙없는 로맨스 소설 여주인공이다. 그런데 스칼렛이 어린 아들을 나몰라라 방임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불안한 마음이 든다. (영화에 아들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진행 속도가 빠른 연애소설 처럼 읽다가 남부의 풍경 묘사가 수려하게 펼쳐지면 가본 적 없는 목화밭이나 숲, 강둑을 상상했다. 저자의 인종 차별은 흑인을 물건처럼 배치하고 묘사하는 데서 여지 없이 드러난다. 백인들도 겉과 속이 일치하는, 뻔한 타입들이고 영웅들은 없지만 그들이 전쟁에서 겪는 고통과 죽음은 묵직하게 소설에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생을 살아내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전쟁 상황 묘사를 긴장하며 읽는데 중간에 '새 희망 교회에서 남군이...' 하는 부분에선 흥이 깨지고 말았다. New Hope Church라는 지명을 다 번역을 해놓으니 어쩐지 우리나라 개신교 이야기 같아져서 실소가 났다. 


<중>권은 오디오북으로 읽기/듣기 시작했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올라있는데 3부(2), 4부(1)이 <중>권에 해당한다. 

(90일 대여 할인가격으로 5,500원 + 6,000원) 


서술낭독은 차분한데 대사 부분은 드라마 같이 연기조로 읽는다. 전쟁 통 장면이라 스칼렛의 목소리가 날카롭고 숨가쁘다. 새로운 맛의 독서 경험이다. 래트 버틀러 목소리가 기대된다. (애슐리도 같은 성우가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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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12-0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한국 오디오북도 제법 나오는 거 같아. 아직 한번도 안 들어봤는데 어때?
내용으로 보니 한사람이 쭉 읽는 게 아니고 등장인물이 다른 목소리로 하는 거야?

유부만두 2020-12-07 06:37   좋아요 1 | URL
서사 부분이 많긴 하지만 좀 라디오 드라마 같은 분위기에요. 레트 버틀러 목소리 좀 징그러움요. ‘당신 나와 춤추지 않겠어요?‘ ... 느끼한 외화 성우 더빙 상상하세요. ㅋㅋ

유부만두 2020-12-07 06:40   좋아요 1 | URL
들으면서 집안일 하기는 좋아요. (빨래 개며 들어요. 우리집 노예는 나다, 스칼렛도 일 하느라 허리가 휜다 생각하면 덜 억울하고요)

문장 하나 하나 곱씹을 책 보다는 이렇게 서사 중심으로 막 휘몰아치는 책, 특히 이렇게 두꺼운 대하드라마는 좋아요.

psyche 2020-12-07 06:46   좋아요 0 | URL
바로 상상되었다는. ㅎㅎ

psyche 2020-12-07 06:47   좋아요 1 | URL
나는 집안일 할 때 팟캐스트 주로 듣는데 요즘은 BTS 새 앨범 듣느라고 ㅎㅎ

유부만두 2020-12-07 06:50   좋아요 0 | URL
좋더라고요. 특히 멤버들 목소리 하나 하나 다 살아있고요.
어제 MMA 공연 봤는데 슈가의 빈자리 일부러 놓아두어서 ... 쓸쓸하고 왠지 따뜻하고 그랬어요. 아우, 애들 춤 정말 잘 추죠. 그럼서 노래도 다 해요!!!!
정국이가 준이랑 동갑인데, 아 정국이 엄마 좋겠다, 계속 그러니까 막내가 막 뭐라고 하고요. ㅎㅎㅎㅎ

psyche 2020-12-07 06:56   좋아요 1 | URL
매번 앨범이 나올 때마다 느끼지만 이번에도 역시 너무 좋아!
MMA 진짜 좋았고 지금 막 MAMA 도 봤는데 윤기를 홀로그램으로 넣었더라고. 아 좋아라! 요즘 미국에서도 잘 나가서 (원래 잘 나가지만 더욱) 괜스리 으쓱 으쓱.
나는 알엠 엄마 좋겠다 그러는데 (알엠이랑 우리 제이양이 동갑이라는 ㅎㅎ)
내가 정국이 머리 기른 거 너무 이뻐서 우리 엠군도 머리 기르라고 할까했더니 누나들이 머리 길다고 다 정국이 되는 줄 아냐는 팩폭을,,,,ㅠㅠ

유부만두 2020-12-07 07:00   좋아요 0 | URL
아니 언니도 그러시는구나. ㅋㅋㅋ
우리집 애들은 다 걸그룹을 몇 팀 씩이나 좋아들 하는데 애들이 다 비슷하게 생겨서 걔가 걔 같고 ... 그러던데 방탄 일곱 다 구별하고 있으니까 애들이 뭐라고 흉봐요.
MAMA 챙겨봐야겠다요.

그래도 제 최애곡은 봄날이에요. 봄날 오겠죠. 오겠죠. ㅜ ㅜ
 

일본의 애니매이션, 특촬영화 및 어린이 대상 위인전에 존재하는 여성 인물 활용방식을 분석하(고 분노하)는 책이다. 


원제목에서 언급하는 "홍일점"은 소년 주인공의 (모험) 애니매이션에 주로 한명씩 끼어 있는 여성 인물들을 이른다. 이들 (십대초반) 여성은 남성들에 비해 능력은 열등하며 잔심부름이나 통신 등을 맡은 주변인 역할을 하면서 온갖 성차별과 성추행을 (흔하게는 속옷 노출, 연애의 표적) 당한다. 하지만 박사나 고위능력자의 딸이기에 그 조직에 들어갔으니 공주의 신분이기도 하다. 반면 이들이 대항하는 악의 무리에는 성인 여성이 나오기도 하는데 강렬하고 남자 부하를 거느리기도 하는등 현대사회의 비혼 전문직 여성을 연상시킨다. 동화 속의 익숙한 마녀 코드가 활용된다. 


소년 모험 애니매이션에서 갈라져 나온 소녀들만의 주인공 애니매이션은 1960년대 '요술공주 샐리'가 시초라고 한다. 소년들이 우주와 역사에서 외부 침략자들을 무찌를 때 소녀는 요술봉과 컴팩트로 자신의 몸을 '변신'시켜서 일상생활의 리듬을 조정하는 무해한 활동을 한다. 이 변신의 과정에 속옷과 나신의 전시가 필수적이다. 소녀들도 소년들 처럼 팀을 (주로 5-7인) 이루기도 하고 성공을 이루기도 하지만 (세일러 문) 그들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십대초반이며 그들에게 요술을 제공하는 여성은 멀리 자비로운 어머니처럼 존재한다. 이들이 현실에선 아이돌 여가수들이 된 건 너무 자연스럽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잔 다르크'를 이 여자 주인공들의 선례로 보고있다. 잔 다르크는 요술 소녀처럼 신의 계시를 받고 갑옷을 입는 '변신'을 거쳐 남성들만의 세계인 전쟁터에서 '홍일점'이 되었지만 후에 마녀 취급을 받아 처형당하고 몇백 년이 지나서야 성녀의 자리에 오른다. 여성은 만화 조연이나 주인공, 위인전에서도 쉽게 대상화되고 틀에 갇히게 된다. 여성은 능력보다도 외모나 '덕성'이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 


책은 많은 자료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매 챕터마다 반복해서 정리를 하는데다 여성 캐릭터 분석도 그리 새롭지 않아서 지루한 느낌이 든다. 


체스 세계에서 분투하는 여자 주인공을 보여주는 '퀸스 갬빗'이나 1890년대 뉴욕 경찰청의 첫 여성 직원을 주인공으로 한 '에일리어니스트'를 보면서 계속 이 책의 홍일점 공식이 떠올랐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 공식이 변주되고 반격하는 인물들도 적지 않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니까 이제 공주님 소녀는 더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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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12-07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일리어니스트‘ 재미있어?

유부만두 2020-12-07 06:42   좋아요 1 | URL
쎈 장면이 많고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있어도 ... 흠.... 그냥 그냥이에요.

일단 어린 여주랑 아자씨들의 썸 타는 게 싫고요
아무래도 홈즈 미국판에 CSI 섞은 느낌이 들어요. 시즌 2도 있던데 그건 1화 보다 껐어요. 시즌 1도 몰아서 며칠에 보니까 범인 프로파일이 엉키고 수사도 엉성해요.
 

부커상 수상작이라 성급하게 하드커버로 구입해 두고선 여지껏 완독하지 못한 상태다. 첫 챕터를 끝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책은 날카롭고 기운차다. 


문장들은 의도적으로 소문자로 시작하고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우리말 번역본 역시 마침표가 없는데 소문자/대문자의 차이는 어떤 식으로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게으른 독자라 첫 챕터만 읽은 사람이지만 꽤 멋진 책입니다. 여자들의 이야기, 그런데 그 안에도 여성 마초 지분이 꽤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페이퍼는 나 자신에게 "어이, 읽던 책 좀 끝내는 게 어뗘?!" 라는 말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새 책들 좋은 게 너무 많아서 나는 오늘도 흔들리고 장바구니를 채우고 .... 


오늘 해가 지기 전에 내가 이 책을 주문한다, 안 한다, 한다..... 


일단 알라딘을 나간다, 안 나간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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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1-16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한다에 한 표요!!
마거릿 애트우드라 공동수상이라 상대적으로 빛을 못 봤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적 있는데 괜찮은 책이네요. 저도 일단 킵합니다!

유부만두 2020-11-17 06:29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저는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그 고비를 잘 견디면 다른 책에 관심이 쏠리는 팔랑개비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책은 장바구니에 고이 남아있지요. 다른 책 몇 백 권과 함께요.

라로 2020-11-1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표도 주문한다에 던집니다! 알라딘은 일단 안 나간다에 한 표.
이렇게 책을 많이 읽으시는 유부만두 님도 자책을 하시니,,, 저는...(저도 소문자로 쓰고 싶어요, 이 부분, 아니, 제가 소문자가 되고 싶어요.)

유부만두 2020-11-17 06:30   좋아요 1 | URL
알라딘은 조금 더 있다가 나갔고요. 잘 참아서 어젠 주문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 라로님 포스팅에 불이 당겨져서 (???) 빵집으로 뛰어가 단팥빵을 열 개나 사왔고요. 아 저는 대문자 만두입니다.

라로 2020-11-18 16:34   좋아요 0 | URL
단팥빠앙~~~~~!!ㅠㅠ
저는 소문자 라로,,, 소심한 라로...ㅎㅎㅎㅎㅎㅎㅎㅎㅎ

수이 2020-11-1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다 저도 킵!!

유부만두 2020-11-17 06:31   좋아요 0 | URL
함께 킵! 하고 맘으론 첫 쪽 열고요!
 

Kamala Harris 책을 시작했다. 인도 출신 유학생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유학생 아버지, 그들이 이십대에 만나 인권운동을 하고 딸 아이 둘을 낳아 함께 기르면서 이룬 가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젊은 부부는 헤어질 때 양육권이나 돈 때문이 아니라 ‘책‘을 나누면서 싸웠다고 했다. 외할머니가 인도에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동네 여인들을 보호했다는 이야기, 인권 운동 시위에 아기 시절 Kamala가 유모차에 탄 채 도망치는 시위대의 속도에 못맞추고 떨어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당당하고 다부진 Harris의 선거 승리 연설 만큼이나 인상 깊다. Kamala 보다 그 어머니의 인생에 더 관심이 간다. 그녀가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불평등‘은 인종 차별과 경제 계급 차이에서 나온다. 억울한 기회 박탈과 체념, 그리고 그것들의 오랜 반복. 그녀가 아무리 소수자와 유색인종의 이야기를 대변한다지만 그녀 역시 기득권의 위치에서 (여러 추문과 의혹을 안고) 있다. 미셸 오바마의 Becoming 보다 읽는 재미는 덜하고 공감대도 좁지만 힘찬 문장들은 이미 승리를 외치고 있다. (빌런을 무너뜨리자고 시작하는) 선거용 홍보 서적 느낌이 많이 나고 중반부에서 속도가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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