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꼬라지가 엉망이라 정리와 청소를 맘먹고 하려고... 일단 정리 책을 찾아 읽었다.
정리 정돈 청소 등의 검색어로 찾는데 <아무튼, 정리>가 있더라고요? 전자책으로 다운 받아 읽는데 살림법에 대한 실제 '비법'이 아니라 아무튼 시리즈가 그러하듯 키워드 '정리'에서 시작해서 여러 의미의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경험과 함께 펼쳐지고 어떤 신념으로까지 뻗어간다. 그리고 책 표지에 나온 단어 '정리'가 넓고도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리 이즈 에브리띵.
첫 대목에서 저자가 ADHD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기억력도 나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이라 살림과 청소에 자신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와 정리 여왕으로부터 오늘의 집정리 에너지를 나눠 받으려던 의도는 꺾이지만 왠걸, 저자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데이터 전문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저자는(아, 나랑 다른 사람. 나는 컴퓨터나 기계에 대해선 공포와 비슷한 무지를 갖고 있다) 해외 거주(10살 이후 남아공-영국-미국)에서 겪은 경험을 정리라는 키워드로 분류하며 정리와 분류가 얼마나 인생에 필요하며 효율성을 높이는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효율성에 치중하다보면 나 자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도 잊지 않는다. 정리 작업은 유독성 제초제에서도 보이지만 사회 집단 안에서 '다른 모습의 사람'을 향해 칼을 겨누기도 한다. 또한 과거를 잘 기억해 되살릴 때 정리가 필요하다. (제노바의 뇌과학 책 인용이 반갑다)
정리는 끝이 없고 의미를 잃기 쉽다. 하지만 내 작은 공간을 (조금이라도) 정리하기, 사이버 상의 호더 행위를 줄이기, 유독한 도구의 과한 정리로 일관성에 매몰되지 않기 등으로 우주의 엔트로피 증가라는 큰 흐름에 맞서며 내 주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 멋집니다. 예스, 정리. 아무튼, 정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