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파주 지음, 이상해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가끔 책을 읽기도 전에 첫마디에서 그 책을 대하는 내 마음이 '헤에...^____________^' 하고 무장될 때가 있다. 동동주 한잔을 마신 알딸딸한 지하철에서 K에게 받아온 이 책의 첫머리를 읽는 오늘 내 마음이 딱 그랬던 것 같다.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비가 좋은지, 눈이 좋은지, 뭐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나는 고민 끝에 비를 좋아한다고 답해왔던 것 같다. 눈은 소리없이 내리지만 비는 소리와 함께 내리는, 시각적 예술성과 청각적 예술성을 겸비한 자연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소리없이 내리는 비보다 조금은 굵고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좋아한다. 눈은 통유리 안에서 볼 때 아름답다고 우스개처럼 말하곤 하는데, 비는 방음이 잘되는 통유리 안에서 보는 것은 매력이 없다. 무엇보다 비듣는 소리와 함께 보아야 제격이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나 역시 비로 인해 잠시 정지하는 그 세상의 풍경이 좋았나보다. 그리고 어쩌면 그와 함께 나도 잠시 정지하고 싶었나보다.

저자는 '눈을 내리깔도록 요구하는 일종의 복종의 상징'인 태양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독서를 하고, 영화관에 가고,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또한 예술가는 작업을 하고, 병사들을 막사에 머물도록 하는 비의 힘을 믿는다. 중요한 행사를 망치게도 하고, 우리의 삶의 균형을 잃게도 만드는 비이지만, 그런 '질서정연함'에 대항하는 '시적 무정부상태'에 도래하게 하는 비를 보며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무언가를 해결하려 애쓰는 것은 바로 이렇게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순간(물, 비극, 사랑의 슬픔 등)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비 때문에 수없이 많은 전쟁들이 무위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며, 비는 '노벨 평화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잠시,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 비가 호명되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얼마나 즐겁고 낭만적인 일인가. 이쯤 되면 자격은 정말 그 누구보다 넘치지 않는가.

   
  비는 어린 시절의 유전자들을 품고 있다. 우리는 호스로 물을 뿌리며 장난을 쳤고, 물웅덩이에서 폴짝폴짝 뛰었고, 신이 나 물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물론 이젠 어른이 된 듯하기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가장해 도랑에 발을 빠뜨리고는 짜증이 난 것처럼 연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튀는 물에 젖는 것은 우릴 즐겁게 한다. 바지, 양말이야 젖건 말건, 어린 시절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우리는 남몰래 지저분한 개구쟁이로 되돌아가는 것을 자신에게 허락한다.
 
   



그러고 보니, 비가 오는 날이면 스커트를 입거나, 발목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짧은 바지를 입고, 가급적 젖지 않는 신발을 신고는 길을 걸으며 횡단보도 앞 물웅덩이가 파인 쪽으로 일부러 퐁당 하고 발을 담그곤 했던 것 같다. 바지가 젖는 게 싫다며 온갖 무장은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발등에 찰랑 하고 와닿는 차가운 감촉이 주는 나름의 쾌감이 있었나보다.

우산이 없다는 핑계로 작은 바다의 양과 흡사할 정도로 쏟아진다는 비를 맞으며, 흠뻑 젖어 집까지 뛰어간 그 생생하던 순간도 기억난다. 나는 그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온 몸에서 뚝뚝 물이 떨어지는데, 몸은 덜덜 추운데, 오히려 온몸이 흠뻑 젖으니, 그렇게 몸과 마음이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느낌은 더욱 브라보!) 더 이상 분수대 같은 곳에서 아이처럼 나를 흠뻑 적시며 놀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무의식중에 그런 흠뻑 젖는 시원함에서 오는 즐거움을 허락한 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타인의 눈에 (우산이 없어서) 불쌍해는 보일지언정,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을테니. 어쩌면 내가 굳이 우산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데는 이런 무의식적 이유가 숨어있었던 건 아닐까?

집에 오는 길에 다 읽을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이 책은 아무래도 빗소리를 좀 들으며 한 번 더 봐야겠다. 비오는 날 창문 열어놓고 전기장판 뜨끈하게 데워놓고 뒹구르르 하며 맘껏 무장해제한 마음으로. 그리고 잠시 비를 맞으러 나가도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그 비가 딱딱한 바닥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우리 위에 떨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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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0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쁜 맘으로 추천하는 책이군요. 잠시 어린시절로 돌려놓는 마법의 '비' ^^

웽스북스 2008-04-20 08:36   좋아요 0 | URL
네네
짧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순오기님도 비를 좋아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_^

L.SHIN 2008-04-2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좋군요.^^

웽스북스 2008-04-21 01:27   좋아요 0 | URL
우홋 고마워요 에스님 ^^

해적오리 2008-04-2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 웬디양님~
댓글에 답글이 넘 늦어 님 서재로 왔어요. ^^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비오는 거리를 걷는 건 시러라 하는데, 비오는 날 따뜻한 방에서 약간 찬듯한 바람 맞으며 책 읽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게다가 뜨끈한 고구마나 감자에 커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

웽스북스 2008-04-21 01:27   좋아요 0 | URL
흐흐흐 비오는 거리를 걸을 땐 아무래도 맨발인 편이 좀더 행복하죠
뜨끈한 고구마 감자와 함께 창문 열어놓고 빗소리 들으며 책읽는거 으흣 정말 좋아요 ^_^

니나 2008-04-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록인했다!

웽스북스 2008-04-21 18:01   좋아요 0 | URL
웰컴웰컴!!!!
 


1

4월 들어 초기 치매증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간 게 3번이나 됐다는 것이다. 4월 1일, 4월 6일, 그리고 4월 8일. (이런건 왜 기억하지? 치매 초기증상이 좀 이상해) 그리고 잘 살다가 4월 16일에는 지갑을 집에 놓고 출근했다. 이런 일들이 자꾸만 겹쳐서 일어나니 스스로가 매우 심히 걱정된다.

그리고 어제는, 회사에 휴대폰을 놓고왔다. 아, 집에서 휴대폰 놓고간 건 한나절이면 되지만, 나는 무려 이틀 이상의 시간을 휴대폰 없이 보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 약속, 내일 약속 모두 심히 걱정된다. 잘 만날 수 있겠지? (과연...) 전화야 공중전화를 쓰면 되지만,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게 문제. (이런 의존적 사고방식) 다행히 몇명은 외우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블로그 안부게시판 같은 데다가 전화번호를 물어보거나, 네이트온 서비스의 힘을 좀 빌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게 있어서 그나마라도 좀 다행스러운)  


2

회사에서 뉴 샐러리스킴이라는 걸 발표했다. 골자는 기본급의 비율을 낮추고, 성과급의 비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향후 직원보상체계를 바꿔나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우리 회사를 인수한 모기업의 방침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하여 올해 연봉 인상률이 5%다, 예상이야 어느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확인 사살을 당하고 나니 참 씁쓸하다. 성과급까지 다 받고 나면 작년에 성과급까지 받았던 금액보다는 15% 가량 늘어나 예년과 비슷한 인상률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건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성과급이기에 보증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 게다가 나는 돈 벌어오는 팀이 아니니까. (물론 우리 회사는 돈 벌어오지 않는 팀에도 성과급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기여할 수 없을 뿐) 당장의 인상률이 계속 마음에 걸리긴 한다. 나는 우리 회사의 윗분들을 비교적 신뢰하는 편인데 (회사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보상과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애쓰신다는 면에서.) 자꾸만 구조적인 제약들이 생기니, 그리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으니... 일단은 믿고 일하겠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3

어제는 모 회사의 이사에게 거절을 골자로 하는 전화를 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더라. 거절한다는 것. 심지어 나는 전화공포증 같은 게 좀 있어서 수화기를 들어 말어 덜덜덜 떨고 있다가, 나보다는 그런 경험이 많은 C에게 이야기를 했다. C는 내게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게 너무 어려웠는데, 이것만 확실히 기억하면 된다고 했다. 너가 그 사람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것. 너희 회사가 그 회사를 거절하는 것이라는 것. 그래, 그렇지.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한데, 마음은 자꾸 콩알만해져서 참 어렵다 그런게. 결국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했다. 초비굴하게 '윗선에서 판단하시기에' 라는 말을 다섯번쯤 하면서 말이다. ㅜㅜ 다행히 서로 잘 이해하고 끝났지만. (안그러면 어쩔 거냐 -_-)

 
4

오늘이나 내일 모두 약속이 저녁시간인 관계로 하루는 방을 치우고, 하루는 운동화를 신고 나가 거리를 좀 쏘다닐 생각인데, 흠. 그걸 오늘로 해야하나, 내일로 해야하나... 그런 것들을 고민중이다. 일단 내 주변의 풍경은, 내방은 나에게 자기를 좀 먼저 치워달라고 손짓하고 있고, 햇살은 자신에게 나의 이불을 좀 맡겨달라고 유혹하고 있고, 캐리어속 여름옷들은 이제 더우니 갇혀있는 나를 좀 꺼내달라고 아우성치는 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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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1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충분한 수면을 취해보세요..새벽 2시가 취침시간이면..???
2.현대직장인판 조삼모사군요.
3.상대가 수긍할 위치에서 또박또박 거절하는 스킬은....얻기 어려운 레어아이템이죠.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맘대로 하실 것 다 압니다.ㅋㅋㅋ

웽스북스 2008-04-19 12:36   좋아요 0 | URL
1. 저기저기 우리 메피님보다는 제가 많이 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 요즘 1시만 되면 정신을 못차려서 ㅋㅋ 2시까지 잘 못버텨요 ㅎㅎ
2. 흐흐 그렇죠 조삼모사, 우리도 막 그얘기 했는데, 조삼모사여도 좋으니, 저 인상률이 유지가 되는 거면 좋으련만 말이죠
3. 레어아이템, 그렇군요- 일단 상대가 수긍은 했다만, 진정 마음으로 욕 한번 안하고 수긍하셨는지는 알 수 없는 문제죠
4. 일단 이불은 하도 칭얼대서 좀 널어주고 왔습니다 ㅋㅋ

이매지 2008-04-1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새 독서실에 열쇠만 냅두고 와서
집 앞에 와서야 열쇠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찾으러 가요-_-;;;;
이건 뭐 동네 산보도 아니고 왔다 갔다

웽스북스 2008-04-19 12:37   좋아요 0 | URL
디지털도어록으로 바꾸자고 해보세요
진짜 편리해요 ㅋㅋ

저희집은 훔쳐갈 것도 없으면서 도어록은 열심히 달아놨잖아요
이건 온집안 식구들이 열쇠들고다니기를 싫어해서였어요 ㅋㅋ

이매지 2008-04-19 14:44   좋아요 0 | URL
아파트라면 몰라도 단독주택 철문에 도어록은 좀 ㅎㅎ
독서실 사물함 자물쇠를 번호식으로 바꿔야할까봐요.
그거 사는 것도 귀찮은데 ㅎㅎ

웽스북스 2008-04-20 08: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그런데 단독주택은 달면 안되나? 으흠,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

순오기 2008-04-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으론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아홉수에 이런 증상이 일시적으로 심했어요. 나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지나고서 아하~ 그랬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죠. 웬디양이 지금 그 나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쯤 된다면 조금 위로가 될 듯해서...그 나이가 지나니까 다시 회복되더라는 얘깁니다! ^^

웽스북스 2008-04-19 12:38   좋아요 0 | URL
흠, 그러니까 앞으로 8개월은 더 이렇게? ㅋㅋ

그렇군요, 저 그나이 맞아요 순오기님. 이것조차 나이탓이라니, 흑
(어라, 위로해주시는데 막 울고있다 ㅋㅋㅋ 고마워요 순오기님!!)

hnine 2008-04-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하루만 핸드폰이 곁에 없어도 불안한 시대가 되었지요.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핸드폰이라는 것, 모르고 살았는데 말이지요....라고 하면 또 구세대 티가 팍팍 나겠지요? ^^
오늘 날씨가 운동화 신고 쏘다니기 참 좋은 날씨더군요.
좋은 주말 되고 있으시기를.

웽스북스 2008-04-20 08:35   좋아요 0 | URL
예, 사실은 편하기도 하면서
누군가 나한테 뭔가를 전달하려고 계속 연락하고 있는 중이면 어쩌나
막 이런생각도 들어요

이럴 때는 여지없이 꼭 무슨 일이 있었거든요
크던 작던간에 말이죠 ;;;

개인주의 2008-04-1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갑을 잃어버려서(동네슈퍼에;) 차비를 얻어 정류장으로 나간적이 있는데 버스를 타려고 보니 휴대용 티슈를 꼭 쥐고 있더군요. 잃어버리면 큰일난다는 듯이

웽스북스 2008-04-20 08:36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걸 냈으면 아주 곤란할 뻔했겠는데요~
 




히터를 끈지 얼마나 됐을까? 채 한달 됐을까? 우리집은 오늘 아침까지도 보일러를 틀었는데 출근하고보니 날이 완전 여름이다. 그리고 오늘 회사에서는 에어컨을 켰다. 좀 오버스럽다 싶긴 하더라. 못참을 정도는 아닌데. 선풍기가 없으니 에어컨으로 모든 온도를 컨트롤해야 하는 상황.

아침 저녁으로 실외 일교차도 일교차지만, 나는 뜨끈뜨끈한 방에 있다가 나가서 추운사무실에 앉아있으려니, 또 이것은 무슨 일교차의 역설적 상황인지 참.....나는 담요를 몸에 두르고 뜨거운 차를 마시며 여름을 나게 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래도 여름이 되니 지금 옷걸이에 있는 옷들이 덥게만 느껴지고, 그렇게 좋아하던 검은옷, 남색옷들도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이제 여름옷도 좀 꺼내고 (그래봐야 얼마 안되지만) 이것저것 사고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카드값 고지서가 날아왔다. 난 그만 깨갱. 도대체 나의 앵겔지수는 얼마나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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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18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피러 주차장에 나서면 왔다갔다 하면서 재잘거리는 여고생들을 보면 여름이 오고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일교차...넘 심하다는...

웽스북스 2008-04-18 14:12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정말 심한 것 같아요 ㅜㅜ
반팔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고 말이죵~

순오기 2008-04-1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너무 인내심이 없어서리~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견뎌주는 맛이 있어야 인간이 되는건데......

웽스북스 2008-04-18 14:15   좋아요 0 | URL
그죠
그런데 그런 맛이 없는 분이 바로 우리 아부지셔서 ㅜㅜ
겨울엔 기름값, 여름엔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요 ㅜㅜ

이런 고유가시대에 흑흑
(짜증내면서 끄고다니는 딸내미)

다락방 2008-04-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여름이예욧 >.<

전 여름이 너무 좋아욧!!

웽스북스 2008-04-18 14:15   좋아요 0 | URL
어랏 정말요?
전 여름이 너무 싫어욧!!!

왜좋아요 근데?

다락방 2008-04-18 15:04   좋아요 0 | URL
그냥 막 좋아요. 저랑 어울리는 계절 같아요. 모든것들이 활기차고 열정적이고 깨어있는듯한 기분이 막 들어요, 막. 하핫.

웽스북스 2008-04-19 10: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다락방님 여름이랑 어울려요
제가 다락방님은 9월초의 여인 같다고 했던 말 생각나시나요?

그건 다락방님이 7,8월의 열기를 머금은 채 성숙해,
열기를 따스함으로 변화시킨 느낌을 준다는 이야기였어요 ^^

다락방 2008-04-20 21:08   좋아요 0 | URL
어므낫, 웬디양님!

해석이 너무 근사한거 아녜요? :)

웽스북스 2008-04-21 01:28   좋아요 0 | URL
근사한건 다락방님이라고요!

L.SHIN 2008-04-1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이...여름이 오는구나...덜덜덜

웽스북스 2008-04-18 14:15   좋아요 0 | URL
덜덜덜
더울생각하니 덜덜덜
추울생각하니 덜덜덜

Jade 2008-04-19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예쁜 검은옷도 많아요 ㅋㅋ 전 여름옷도 절반은 검은옷 ㅋㅋ

웽스북스 2008-04-19 10:29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나도 그렇긴 한데,
일단 보기가 좀 더워요 ㅋㅋ

제이드님의 검은 여름 패션도 기대해야지~!

Jade 2008-04-19 11:05   좋아요 0 | URL
ㅋㅋ 웬디양님 만날땐 필히 검은옷만 입고 나가야겠군요

웽스북스 2008-04-19 12:4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아니에요
난 다양한 패션이 궁금하다고요

우리 스타일리쉬한 제이드님

마노아 2008-04-1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티 미디어실에서 애들이랑 영화를 봤는데 두시간 앉아있는 동안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어요. 어제처럼 반팔입고 출근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웽스북스 2008-04-19 12: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 막 담요 두르고 있고 그래요

그래도 안틀면 이젠 좀 덥기도 하더라고요
사람이 많고, 꼭대기층이라 그런가봐요
집은 창문 열어놓으니까 괜찮은데 말이죠

무스탕 2008-04-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에 얌전히(?) 앉아 있으니 그렇게 더운건 모르겠더라구요.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 보면 반팔입고 가는 애들이 종종 보이던데 아침녁엔 어째 추워보여요..
며칠전 밤에 중심상가에 나갔다가 나시에 짧은 미니스커트 입고 추워서 달달떠는 여인네를 보고 혼자 쯪쯪했어요..
긴 팔 가디건이라도 하나 걸칠것이지..

그리고요 <봄 여어어어르음 갈 겨어어어우울> 도 못되요, 이젠..
<봄> 의 'ㅁ' 받침이 나오기도 전에 <여름>의 'ㅇ' 이 먼저 튀어나와서 <보 여어어어르음 가 겨어어어우울>이 됐어요.
<갈>도 마찬가지로 'ㄹ' 을 빼앗겼죠.. -_-

웽스북스 2008-04-19 12:4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는 봄이면 봄이 제일 좋은 것 같고, 가을이면 가을이 제일 좋은 것 같고
겨울이면 겨울이 제일 싫은 것 같고 여름이면 여름이 제일 싫은 것 같은데

흑, 어쩌면 좋아요 ㅜㅜ
 


오늘도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이제 오늘 발표를 끝으로 당분간은 오전에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일은 없을듯 하다. 이것도 여러 번 연속이 되니 좀 적응이 되서 그런지, 이번에는 별 긴장도 안되고 연습도 소홀히 하고, 스크립트도 안썼는데 끝나고 나니 스트레스가 쌓였었는지 가슴이 답답하고 오장육부가 뻐근하고 심장이 따끔거리는 기분이 든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심지어 엘레베이터 안에서까지 멀미가 나는 것 같은 날이다. 저녁에 민예총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해 (땡땡이치고픈 마음을 극복하고 ;; 오직 자체개근상을 바라보며 -_-) 화장실도 못가고 일을 마무리했는데, 아마 그 일이 하기 싫은 일이어서 스트레스가 더 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가야겠다며 일을 겨우겨우 마무리해놓고는 금방 가기는 싫다며 과장님과 컵라면을 후루룩 먹고 가는 심리는 또 뭔지 ;;;

겨우 몸을 지탱해 강의를 듣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 개찰구를 막 통과하는데 길을 가는 나를 누군가 잡아 세운다. 저, 죄송한데, 제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요, 한 통화 빌릴 수 있을까요?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터라, 예, 잠시만요, 하면서 얼른 분주하게 음악을 끄고 휴대폰을 빌려줬다. 황급하게 전화를 거는 그 아가씨가 통화를 하는 동안 나는 며칠 전 일이 생각났다.

제이드님과 대학로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던 날이었다. 워낙 휴대폰과 안 친해 본의 아니게 잘 놓고 다니곤 하는 나는 (4월에만 벌써 3번) 그날도 휴대폰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영화와 시간만 정해놓고, 정작 어디서 만나야 할지를 정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제이드님을 만나려면 꼭 전화를 걸어야 했던 상황. 다행히 제이드님 전화번호는 지갑 속에 있는데, 휴대폰이 없다. 어떻게 만난담...

고민 끝에 옆에 있던 아주머니에게 통화료를 드릴테니 휴대폰을 좀 쓸 수 없겠냐고 물었다. 흔쾌히 휴대폰을 빌려주신 아주머니는 물론 통화료는 받지 않았다. 사실 통화료를 받는 것도 좀 우습긴 하다. 나는 이 아주머니를 다시 볼 일은 없을테니, 이 아주머니에게 아마 평생 휴대폰 통화요금을 갚을 수는 없겠만 이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오늘의 빚을 갚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이 아주머니도 누군가에게 본의 아니게 휴대폰을 가져오지 못한 날, 누군가에게 휴대폰을 빌리며 오늘의 나를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사람은 그렇게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빚을 지고,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시 누군가에게 그 빚을 갚기도 하고 하며 살아간다는 것. 서로가 연결된 존재이기에, 내가 진 빚을 꼭 내가 갚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갚기도 하고, 당신이 내게 진 빚을 당신이 갚지 않더라도 누군가 갚아주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거니까, 나는 분명 이 빚을 누군가에게 갚게 될 것이고, 그것을 돌고 돌고 돌아, 아주머니에게까지 닿게 될 것이라고. 그래도 당장 오늘의 그 마음은 참 고맙다고. 이 모든 것은 누구나 순간의 작은 손해를 감내하는 마음을 가질 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니까.

예, 예, 휴대폰을 제가 찾아갈 수 있도록 어디에 좀 맡겨 주시겠어요? 제가 저녁에 급한 전화가 올 데가 있어서요, 꼭좀 부탁드릴게요. 예, 정말 감사합니다.

나에게 전화를 빌렸던 그 아가씨는 다행히 휴대폰을 찾았고, 저녁에 오는 급한 전화도 받을 수 있게 됐다. 나도 그날, 그 아주머니 덕분에 무사히 제이드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내게, 당신을 통해 그날의 빚을 갚을 기회가 주어졌듯, 당신도 언젠가 처음보는 누군가 당신에게 되돌려받을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할 때 웃으며 손내밀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그날엔 웃으며 잠시 나를 떠올려주길. 우리는 그렇게 연결돼 있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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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휴대폰은 택시를 타고 내 품에-
    from 오늘도 지구에서 일기를 쓰다 2008-04-17 15:50 
            【 기억 재생기 】 - 다시 보고 싶은 21세기         2007년 4월, 봄, 지금으로부터 딱 1년전       나는 핸드폰을 4번 잃어버렸다. 10년 안에. 4번. 많은건가? 적은건가? 상대적인 것이겠지만.(웃음)     처음에는 공중전화 박스의 전화기
 
 
2008-04-17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7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4-1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은혜 갚기의 사슬... 좋아요!

웽스북스 2008-04-17 01:1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 순오기님
저도 쓰면서 좀 기분 좋았어요
(이제 스스로 감탄하는 경지? ㅋㅋㅋㅋ)

승주나무 2008-04-17 16:41   좋아요 0 | URL
저는 순오기 님의 글을 '은혜 갚기의 사슴'으로 보았어요..
"사슴?" 하코 킄킄 웃었댔지요~
그러고 보니 웬디양 님은 꽃사슴을 닮은 것 같아^^
근데 꽃사슴이 어떻게 생겼죠? 꽃 모양인가~

아~ 그리고 웬디양 님 대문이미지 보고 아차 했는데,
김 양, 박 양 할 때 양이 아니라 '음메~' 할 때 양(웬디羊) 맞죠?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17 20:25   좋아요 0 | URL
역시역시 우리 승주나무님은 작업멘트의 귀재에요 ㅎㅎ
어찌나 이렇게 우러나는지 말이죠

그래도 눈 딱 감고, 고마워할게요~

라주미힌 2008-04-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맨날 발표네요? ㅎㅎㅎ
월요일부터 한솥밥 먹겠네요..

2008-04-17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8-04-17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기교육반이에요? ㅋㅋㅋ 뭘 거쳐요..

웽스북스 2008-04-17 01:24   좋아요 0 | URL
하하 뭐 별건 아니고요 ㅋㅋㅋ
뭐 일종의 성격테스트같은거? ㅋㅋ

2008-04-17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7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7 0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7 0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7 0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04-17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의 보은인건가요???

웽스북스 2008-04-17 10:03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쫌 한보은 합니다
막이러고 ㅋㅋㅋ

Jade 2008-04-17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과 라주미힌님의 한솥밥이라니 ㅋㅋㅋ

웽스북스 2008-04-17 10:04   좋아요 0 | URL
한솥밥은 거의 못먹을듯 하고
한정수기 물정도? ㅋㅋ

개인주의 2008-04-17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8-04-17 13:35   좋아요 0 | URL
앗, 그런 과찬의 말씀을 ㅋ

무스탕 2008-04-17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일이에요 :)

웽스북스 2008-04-17 13:36   좋아요 0 | URL
흐흐 ^_^
그런데 지성이 너무 멋있어요 ㅜㅜ

세실 2008-04-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착한 웬디양님^*^
울 아들 수시로 휴대폰 빌려 쓰는데 제가 갚아야 겠어요. 저두 부지런히 빌려줘야지~~

웽스북스 2008-04-17 13:36   좋아요 0 | URL
오오 세실님 바로 적용 들어가시는 사건~ ㅋㅋ

가시장미 2008-04-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그런 일이 있었군요. ^^ 남을 믿는게 참 힘든 세상인데..
그래도 믿어주고 선행을 베풀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살만한 거겠죠.

아니, 그런데 왜 라지미힌형이랑 웬디님이 한정수기 물정도를 마셔요? 잉~
둘이 어떤 사이예효?! (왠 관심? 왠 질투? ㅋㅋ)

웽스북스 2008-04-17 13:38   좋아요 0 | URL
주민이형이랑 저랑 한솥밥은 못먹고 한정수기 물정도 마시는 사이가 됐어요
그런 사이는 뭘까뭘까 ㅋㅋ

별거 아니면서 꼭 신비주의 놀이 하고마는 이 심뽀는 또 뭘까뭘까 ㅋㅋ

개인주의 2008-04-1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험 땜에 마찰 생기고 무심한 설계사라고 가입보험회사 싸이트에 민원을 넣었더니 소장이 연락오고 뭐 그러는군요. 그러고 생각해보면 저도 주는걸 좋아하는 경향도 있지만 남한테 당한 빚(?)은 꼭 갚아주는 갈데없는 쪼잔한 성격이구나 싶습니다.; 이린 빚은 안갚고 쟁여둬야 통이 큰 사람인거죠?;;

웽스북스 2008-04-17 23:55   좋아요 0 | URL
음 그건 당연한 것 같은데요
조금 다른 문제에요

저도 그런 면에서는 얼마나 까칠한데요 ;;;

Koni 2008-04-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뜻~ 휴대폰 빌리기 어렵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에요.^^

웽스북스 2008-04-18 14:20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그걸 거절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암튼 따뜻했다니다행이에요^_^
 
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매우 오래간만에 예스24 리뷰어 클럽에 들어가서 책을 신청했다. 늘상 올라오는 리뷰책 리스트를 보고 있긴 했지만, 잘 신청하지는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눈에 들어오는 책이 두권이나 있었다. 고종석의 도시의 기억, 그리고 이 책이었다. 고종석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왠지 이 책을 더 읽어 보고 싶었다.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 젊은 남자의 카페 성공기라니, 어쩐지 너무나 나의 로망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고종석 오라버이를 버리고, 카페를 차려서 성공했다는, 이 젊은 오빠를 선택했다. 어쩐지 나의 로망이 나에게 성큼 한발짝 더 다가온게 아닐까 하는 기분으로.

일이 나의 '자아실현'의 수단이 될 거라는 젊은날의 생각을 '밥벌이'의 수단으로 수정해야만 했을 때부터, 나는 먹고살기 위해,가 아닌, 그저 나로 '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하고 살면 행복할까, 라는 고민을 종종 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카페나 하나 차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우 막연하고, 한 번도 구체화된 적은 없는 꿈이지만, 그저 맛있는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는.

그래서 이 책의 첫부분을 읽을 때부터, 나는 그와 나의 상이한 목표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 사람은 '카페'가 아닌 '창업'이 목표였구나. 사실은 창업수기, 정도였는데, 나는 이 사람이 홍대에 카페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커피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 오래도록 꿈꿔온 카페 사장이라는 소망을 이루기까지의 고군분투 과정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커피를 공부해왔을 것이며, 좋은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카페를 차린 사람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커피'의 '커'도 모르는 사람이 카페를 내기까지의 우여곡절 과정을 이 책의 키포인트로 잡고 있었다. 편의점을 내려다가, 아이스크림가게를 내보려다가, 3안으로 생각났던 게 카페여서 얼떨결에 카페를 차렸다는 그를, 나는 벤치마킹할 수가 없었다.  

물론 막연히 그저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만 갖고 있던 내게, 정작 그에게 닥쳐온 여러 상황들은 꽤 신선하고,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고, 나름의 도움도 됐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보고 싶었던 것들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때문데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나는 그의 '파란만장 인테리어기'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다만 이 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창업 전에 미리 생각지 못할 것 같은 부분에 대해 좀 체크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내용의 전부는 아니어서, 이 부분 역시 100% 충족이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런 가이드책은 여기저기 좀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지인 중에 차를 매우 좋아하는 분이 있다. 그 분도 찻집을 내고 싶어 하시는데, 차를 정말 좋아하시기 때문에 찻집을 하면 망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그 이야기에 매우 수긍이 간다. 어쩌면 나처럼 사업가 마인드 없이, 그저 커피를 끓여주고 싶어서 창업을 하겠다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인공이 찾아갔던 춘천 커피의 달인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나보다는 이 책의 주인공의 마인드를 갖는 편이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따지면, 타겟을 제대로 설정하고 나온 책이 맞으며, 누군가에게는 도움도 됐을 것이다. 그냥, 단지 나는 우리는 카페를 하고자 하는 목표가 달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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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왜 하고 싶은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내 주변에도 나보다 서너살 위인 찻집하고 싶어하는 언니가 둘이나 있어요.
"난, 그런거 하면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절대 NO, 언니가 하면 나는 차를 즐기러 갈게." 라고 말하죠.^^

웽스북스 2008-04-16 14:0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은근히 가만히 앉아서 가게 지키면서 책보고 이런거 좋아해요
그런데 언제 차릴 지 기약이 없다는게 문제죠

개인주의 2008-04-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신발끈..자동차보험해지에 일주일을 잡아먹는 몹쓸설계사..때려쳐라 내가 처리하께 하고 전화끊고 나니 몹시 짜증스러워서 웬디님 방에서 휴식을..-_-

웽스북스 2008-04-16 14:00   좋아요 0 | URL
잘 쉬셨어요 누피님?
휴식이 된다니 참 다행스러워요

이런 신발끈,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ㅋㅋ

치니 2008-04-1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엔 항상 웬디양님 같은 로망을 갖고 카페를 차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거 같은데, 저는 아주 어릴 때 빼고는 그런 로망조차도 버렸어요.
카페를 하기 위해 치러야 할 모든 귀찮은 회계적인 일들이 늠 싫어서. ㅋㅋ
웬디양 같은 분이 카페를 차리면, 거기 직원이 되고 싶어요. 혹시나 로망을 이루시면 불러주시길 ~

웽스북스 2008-04-16 23:4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카페를 차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저도 회계적인 일들 늠 싫어요 흐흐

저도 누가 카페차린다고 하면 저 알바생으로 써주세요, 막 이랬었는데
알바생으로서의 로망은 손님없는 카페의 알바생인지라
어쩐지 상대에게 누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