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월 들어 초기 치매증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휴대폰을 집에 놓고 간 게 3번이나 됐다는 것이다. 4월 1일, 4월 6일, 그리고 4월 8일. (이런건 왜 기억하지? 치매 초기증상이 좀 이상해) 그리고 잘 살다가 4월 16일에는 지갑을 집에 놓고 출근했다. 이런 일들이 자꾸만 겹쳐서 일어나니 스스로가 매우 심히 걱정된다.

그리고 어제는, 회사에 휴대폰을 놓고왔다. 아, 집에서 휴대폰 놓고간 건 한나절이면 되지만, 나는 무려 이틀 이상의 시간을 휴대폰 없이 보내야 한다. 그러므로, 오늘 약속, 내일 약속 모두 심히 걱정된다. 잘 만날 수 있겠지? (과연...) 전화야 공중전화를 쓰면 되지만,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게 문제. (이런 의존적 사고방식) 다행히 몇명은 외우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블로그 안부게시판 같은 데다가 전화번호를 물어보거나, 네이트온 서비스의 힘을 좀 빌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게 있어서 그나마라도 좀 다행스러운)  


2

회사에서 뉴 샐러리스킴이라는 걸 발표했다. 골자는 기본급의 비율을 낮추고, 성과급의 비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향후 직원보상체계를 바꿔나가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우리 회사를 인수한 모기업의 방침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하여 올해 연봉 인상률이 5%다, 예상이야 어느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확인 사살을 당하고 나니 참 씁쓸하다. 성과급까지 다 받고 나면 작년에 성과급까지 받았던 금액보다는 15% 가량 늘어나 예년과 비슷한 인상률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긴 하지만, 그건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성과급이기에 보증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 게다가 나는 돈 벌어오는 팀이 아니니까. (물론 우리 회사는 돈 벌어오지 않는 팀에도 성과급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당장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기여할 수 없을 뿐) 당장의 인상률이 계속 마음에 걸리긴 한다. 나는 우리 회사의 윗분들을 비교적 신뢰하는 편인데 (회사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보상과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애쓰신다는 면에서.) 자꾸만 구조적인 제약들이 생기니, 그리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으니... 일단은 믿고 일하겠지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3

어제는 모 회사의 이사에게 거절을 골자로 하는 전화를 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더라. 거절한다는 것. 심지어 나는 전화공포증 같은 게 좀 있어서 수화기를 들어 말어 덜덜덜 떨고 있다가, 나보다는 그런 경험이 많은 C에게 이야기를 했다. C는 내게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게 너무 어려웠는데, 이것만 확실히 기억하면 된다고 했다. 너가 그 사람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것. 너희 회사가 그 회사를 거절하는 것이라는 것. 그래, 그렇지.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한데, 마음은 자꾸 콩알만해져서 참 어렵다 그런게. 결국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했다. 초비굴하게 '윗선에서 판단하시기에' 라는 말을 다섯번쯤 하면서 말이다. ㅜㅜ 다행히 서로 잘 이해하고 끝났지만. (안그러면 어쩔 거냐 -_-)

 
4

오늘이나 내일 모두 약속이 저녁시간인 관계로 하루는 방을 치우고, 하루는 운동화를 신고 나가 거리를 좀 쏘다닐 생각인데, 흠. 그걸 오늘로 해야하나, 내일로 해야하나... 그런 것들을 고민중이다. 일단 내 주변의 풍경은, 내방은 나에게 자기를 좀 먼저 치워달라고 손짓하고 있고, 햇살은 자신에게 나의 이불을 좀 맡겨달라고 유혹하고 있고, 캐리어속 여름옷들은 이제 더우니 갇혀있는 나를 좀 꺼내달라고 아우성치는 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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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1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충분한 수면을 취해보세요..새벽 2시가 취침시간이면..???
2.현대직장인판 조삼모사군요.
3.상대가 수긍할 위치에서 또박또박 거절하는 스킬은....얻기 어려운 레어아이템이죠.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맘대로 하실 것 다 압니다.ㅋㅋㅋ

웽스북스 2008-04-19 12:36   좋아요 0 | URL
1. 저기저기 우리 메피님보다는 제가 많이 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 요즘 1시만 되면 정신을 못차려서 ㅋㅋ 2시까지 잘 못버텨요 ㅎㅎ
2. 흐흐 그렇죠 조삼모사, 우리도 막 그얘기 했는데, 조삼모사여도 좋으니, 저 인상률이 유지가 되는 거면 좋으련만 말이죠
3. 레어아이템, 그렇군요- 일단 상대가 수긍은 했다만, 진정 마음으로 욕 한번 안하고 수긍하셨는지는 알 수 없는 문제죠
4. 일단 이불은 하도 칭얼대서 좀 널어주고 왔습니다 ㅋㅋ

이매지 2008-04-19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새 독서실에 열쇠만 냅두고 와서
집 앞에 와서야 열쇠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찾으러 가요-_-;;;;
이건 뭐 동네 산보도 아니고 왔다 갔다

웽스북스 2008-04-19 12:37   좋아요 0 | URL
디지털도어록으로 바꾸자고 해보세요
진짜 편리해요 ㅋㅋ

저희집은 훔쳐갈 것도 없으면서 도어록은 열심히 달아놨잖아요
이건 온집안 식구들이 열쇠들고다니기를 싫어해서였어요 ㅋㅋ

이매지 2008-04-19 14:44   좋아요 0 | URL
아파트라면 몰라도 단독주택 철문에 도어록은 좀 ㅎㅎ
독서실 사물함 자물쇠를 번호식으로 바꿔야할까봐요.
그거 사는 것도 귀찮은데 ㅎㅎ

웽스북스 2008-04-20 08: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그런데 단독주택은 달면 안되나? 으흠,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

순오기 2008-04-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으론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아홉수에 이런 증상이 일시적으로 심했어요. 나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도 지나고서 아하~ 그랬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죠. 웬디양이 지금 그 나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쯤 된다면 조금 위로가 될 듯해서...그 나이가 지나니까 다시 회복되더라는 얘깁니다! ^^

웽스북스 2008-04-19 12:38   좋아요 0 | URL
흠, 그러니까 앞으로 8개월은 더 이렇게? ㅋㅋ

그렇군요, 저 그나이 맞아요 순오기님. 이것조차 나이탓이라니, 흑
(어라, 위로해주시는데 막 울고있다 ㅋㅋㅋ 고마워요 순오기님!!)

hnine 2008-04-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하루만 핸드폰이 곁에 없어도 불안한 시대가 되었지요. 불과 몇년 전 까지만 해도 핸드폰이라는 것, 모르고 살았는데 말이지요....라고 하면 또 구세대 티가 팍팍 나겠지요? ^^
오늘 날씨가 운동화 신고 쏘다니기 참 좋은 날씨더군요.
좋은 주말 되고 있으시기를.

웽스북스 2008-04-20 08:35   좋아요 0 | URL
예, 사실은 편하기도 하면서
누군가 나한테 뭔가를 전달하려고 계속 연락하고 있는 중이면 어쩌나
막 이런생각도 들어요

이럴 때는 여지없이 꼭 무슨 일이 있었거든요
크던 작던간에 말이죠 ;;;

개인주의 2008-04-1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갑을 잃어버려서(동네슈퍼에;) 차비를 얻어 정류장으로 나간적이 있는데 버스를 타려고 보니 휴대용 티슈를 꼭 쥐고 있더군요. 잃어버리면 큰일난다는 듯이

웽스북스 2008-04-20 08:36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걸 냈으면 아주 곤란할 뻔했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