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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매우 오래간만에 예스24 리뷰어 클럽에 들어가서 책을 신청했다. 늘상 올라오는 리뷰책 리스트를 보고 있긴 했지만, 잘 신청하지는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눈에 들어오는 책이 두권이나 있었다. 고종석의 도시의 기억, 그리고 이 책이었다. 고종석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왠지 이 책을 더 읽어 보고 싶었다.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 젊은 남자의 카페 성공기라니, 어쩐지 너무나 나의 로망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고종석 오라버이를 버리고, 카페를 차려서 성공했다는, 이 젊은 오빠를 선택했다. 어쩐지 나의 로망이 나에게 성큼 한발짝 더 다가온게 아닐까 하는 기분으로.
일이 나의 '자아실현'의 수단이 될 거라는 젊은날의 생각을 '밥벌이'의 수단으로 수정해야만 했을 때부터, 나는 먹고살기 위해,가 아닌, 그저 나로 '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하고 살면 행복할까, 라는 고민을 종종 해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도 카페나 하나 차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우 막연하고, 한 번도 구체화된 적은 없는 꿈이지만, 그저 맛있는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는.
그래서 이 책의 첫부분을 읽을 때부터, 나는 그와 나의 상이한 목표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 사람은 '카페'가 아닌 '창업'이 목표였구나. 사실은 창업수기, 정도였는데, 나는 이 사람이 홍대에 카페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커피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 오래도록 꿈꿔온 카페 사장이라는 소망을 이루기까지의 고군분투 과정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커피를 공부해왔을 것이며, 좋은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카페를 차린 사람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커피'의 '커'도 모르는 사람이 카페를 내기까지의 우여곡절 과정을 이 책의 키포인트로 잡고 있었다. 편의점을 내려다가, 아이스크림가게를 내보려다가, 3안으로 생각났던 게 카페여서 얼떨결에 카페를 차렸다는 그를, 나는 벤치마킹할 수가 없었다.
물론 막연히 그저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만 갖고 있던 내게, 정작 그에게 닥쳐온 여러 상황들은 꽤 신선하고, 예상치 못한 것들이었고, 나름의 도움도 됐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보고 싶었던 것들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인테리어 때문데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나는 그의 '파란만장 인테리어기'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다만 이 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창업 전에 미리 생각지 못할 것 같은 부분에 대해 좀 체크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내용의 전부는 아니어서, 이 부분 역시 100% 충족이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런 가이드책은 여기저기 좀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지인 중에 차를 매우 좋아하는 분이 있다. 그 분도 찻집을 내고 싶어 하시는데, 차를 정말 좋아하시기 때문에 찻집을 하면 망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나도 그 이야기에 매우 수긍이 간다. 어쩌면 나처럼 사업가 마인드 없이, 그저 커피를 끓여주고 싶어서 창업을 하겠다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인공이 찾아갔던 춘천 커피의 달인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나보다는 이 책의 주인공의 마인드를 갖는 편이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따지면, 타겟을 제대로 설정하고 나온 책이 맞으며, 누군가에게는 도움도 됐을 것이다. 그냥, 단지 나는 우리는 카페를 하고자 하는 목표가 달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