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는 1985년 피나바우쉬의 공연을 보고 반드시 그녀의 모습을 영상에 담겠다 다짐했고, 그로부터 수년이 흘러 3D 기술이 나온 것을 보고 이제야 그녀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겠다 하여 영화 기획에 착수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암 선고를 받았고, 선고 5일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에는 피나 바우쉬의 모습이 거의 담겨 있지 않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이 피나 바우쉬 그 자체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건3D라는 기술 때문도 아니고, 뛰어난 영상미 때문도 아니다. 생전의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그녀에 대한 진심, 그리고 피나바우쉬가 춤을 통해 담고 싶었던 그 무엇, 그것이 결국 나에게도 닿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 중간에 그녀의 단원들은 생전의 그녀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동안 온 몸으로 그녀가 안무한  작품들을 통해 그녀를 보여준다. 그 몸짓은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 세련되고 쭉쭉 뻗은 아름다운 몸이 아니라, 패이고 주름진, 하지만 평생의 삶이 담겨 있는 몸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완벽한 아름다움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말로 할 수 없어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i'd rather dance with you than talk with you 라고 노래하는 킹스오브컨비니언스도 '늦은밤 방한 구석에서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춰'라고 노래하는 브로콜리 너마저도, 그리고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라고 하는 검정치마도 모두 좋아한다. 마더에서 춤을 추던 김혜자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피나바우쉬도 평생 춤에 대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단원들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나타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춤도 못추고, 에랄라. 평생 한번 물맞으면서 저렇게 춤한번 춰봤으면 좋겠네. 영혼도 팔겠네. 에헤라디여.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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