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전학년이 물건을 한꺼번에 수합하여 어머니회에서 쓸만한 물건을 고르고, 가격을 붙이고, 판매를 하였는데

올해부터는 각학년 단위로 알뜰 시장을 하게 되었다.

각학년 별로 특색 있게 알뜰 시장을 하는데

우리 1학년은 마침 통합 교과서에 <가게>단원이 들어 있어서 제대로 체험을 하는 셈이다.

 

몇 주 전부터 가정통신으로 집에서 물건을 골라서 깨끗이 정리해 달라고 학부모님께 안내를 했다.

지난 금요일 견출지를 보내 부모님과 함께 적당한 가격을 붙여 오라고 하였다.

 (1학년이라서 돈 액수가 크면 계산이 어려워서 500원까지만 허락함)

어제는 광고지를 만들었다.

 

오늘 알뜰 시장을 하는 날이다.

1교시에 아이들이 가져 온 물건을 개봉하였다.

붙여 온 가격들을 보니 물건에 비해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들이 보여 가격을 조정하라고 충고를 해 주었다.

부모님이 만드신 쿠키와 꼬치를 가져 온 아이도 있었다. 불티나게 잘 팔렸다.

학급 단위로 하니 물건의 질은 작년보다 많이 떨어졌다.

작년에는 좋은 책도 많이 나오고, 옷도 쓸만한 게 많았는데....

전학년이 하는 것과 학급 단위로 하는 것의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현금을 직접 가져 와서 물건을 사고 파는 체험을 하였다.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장사를 하고, 한 팀은 손님을 하였다.

 

알뜰 시장을 오픈하면서부터는 철저히 경어를 쓰라고 하였다.

" 손님은 왕이다는 것 잊지 말고,  다 끝나고 나서 친절한 가게를 뽑을 거예요"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 보고, 제법 주인과 손님 답게 물건을 사고 팔았다.

여기저기서

"어서 오세요."  " 싸요 싸" 소리가 들렸다.

인기 있는 가게가 몇 군데 있었다.

물건의 질이 좋고, 저렴하며 주인이 친절한 곳이었다.

1차로 물건이 팔리지 않는 곳은 세일을 하게 하였더니 잘 팔려 나갔다.

물건이 잘 팔리자 아이들이 신 났다.

제일 먼저 완판을 한 아이는

엄마와 함께 비즈 팔찌를 만들어 일일이 가격표에 "우정을 지켜줘요" 라는 등의 설명을 붙인 액세서리 가게였다.

쿠키를 만들어 온 아이의 가게도 잘 팔렸다.

나도 돌아다니면서 좀 팔아줬다.

마스크, 연필꽃이통, 액자, 열쇠고리, 블럭장난감, 스케치북을 샀다.

자기 물건은 하나도 안 팔고, 남의 물건만 열심히 산 아이도 물론 있었다.

2차, 3차 세일을 다 하고도 안 팔린 물건은 도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가게 정리를 하고 돈 계산을 해 봤다.

자신이 가져온 돈 보다 많아진 사람?

자신이 가져온 돈 보다 줄어든 사람?

무슨 물건을 구매하였는지 발표해 봤다.

스스로 충동 구매하였다고 반성하는 아이도 나왔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말해 줬다.

오늘 알뜰 시장을 하면서 잘한 점, 아쉬운 점도 발표해 봤다.

친절한 가게도 뽑아 봤다.

아이들이 친절하다고 말한 이유는

" 존댓말을 써요"

" 설명을 잘해 줘요."

" 가격이 싸요" 란다.

알 것은 다 아는 우리 꼬맹이들이다.

 

엄청 소란스럽고 돈 계산 못 해서 난리법석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우리 꼬맹이들이 진지하게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을 보고

나의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1학년 3반 최고!!!

 

가정에서는 아이가 사 온 물건을 보고

" 뭐 이런 것을 샀어?" 라고 구박하지 마시고,

실패 또한 아이의 소중한 경험이니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구매하라고 잘 타일렀으면 한다.

아이들이 산 물건을 쭈욱 들어보니

장난감만 산 아이,

학용품만 산 아이,

아끼고 아껴 1-2개만 산 아이

가족 것을 두루두루 산 아이 등 구매 성격이 가지가지이다.

안 팔린 물건을 도로 집으로 가져갔는데

왜 안 팔리고 남았는지 부모님과 같이 생각해 보면 2학년 알뜰 시장할 때 도움이 될 듯하다.

오늘의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알뜰 시장 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점심 시간에 교실에 남아 자신들이 산 물건 가지고 재미나게 놀았다.

 

-아이들 컴퓨터 공개 수업 간 사이에 후다닥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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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1-2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또하나의 멋진 추억을 선사하셨네요.
비즈팔찌랑 쿠키 인상적입니다.

수퍼남매맘 2013-11-21 07:44   좋아요 0 | URL
역시 직접 만든 물건이 인기 있더라구요.
 

"꼬마 선생님"에 자원하는 아이들한테 내가 선정한 책을 미리 읽고 연습해서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있다.

이번에 자원한 여자 어린이는 평소에도 구연 동화하듯이 책을 실감 나게 읽는 박@@이다.

읽어줄 책은 <긍정적 사고>를 다룬 <고양이 피터>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우리 나라 아이들은 지능 지수가 세계 최고라고 하는데

거기에 반해 자존감은 상당히 낮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낳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성형왕국이 된 것도 긍정적 사고, 자존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 나라 아이들은 일찌감치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여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 버렸다.

이는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서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아울러 타인에 대한 존중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고양이 피터를 보라.

털이 온통 파랑색이다.

우리 주변에 이런 파란 고양이가 있다면 아마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진짜 신기해서 유명세를 타거나 너무다 이질적인 모습 때문에 고양이 세계에서 왕따당할 것이다.(후자일 확률이 크다.)

철저히 외면당한 피터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부정적인 사고만 하게 될 것이다.

밖에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자신의 털을 바꿔 줄 전신 성형 수술을 해 줄 의사를 찾아다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책 속의

피터는 털 색깔이 파랑이어도 씩씩하고 명랑하다.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한다.

피터가 어느 정도로 긍적적인가 하면

하얀 운동화가 빨갛게 변해도, 파랗게 변해도, 진흙탕에 빠져도, 물에 온통 젖어도(시련은 점점 강도가 세진다.)

결코 울지 않는다.

노래 부르며 그것에 만족한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우리 반의 어떤 아이가 떠올라서 이 책을 집에 가서 엄마와 함께 읽어보라고 권해 줬다.

그 아이의 모습에서 난 피터를 봤다.

일 년을 일찍 학교에 들어온 탓에 이 어린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뭐든지 늦었다.

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피터처럼 밝게 웃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를 즐겁게 다녔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로 그 점이 아이의 강점이란 것을 나 또한 알게 되었다.

아울러 그 아이에 대한 걱정을 서서히 놓게 되었다.

긍정적 사고와 높은 자존감을 가졌기에

지금은 다른 친구들보다 늦을지 몰라도

이 아이는 분명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행복해하며 살 거라는 믿음이 왔다.

 

다른 아이들도 피터처럼 긍정적 사고와 자존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피터처럼 남과 다른 외모를 갖고 태어날수도 있고

재능이 별로 없을 수도 있으며

살면서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 그림책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피터는 울지 않았다. 분노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노래를 불렀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긍정적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면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떨쳐 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긍정적 생각은 자존감을 높여 주고

자존감은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이다.

 

이 책을 다 읽어주고 나서 다음 번에 읽어줄 사람 자원자를 받았는데

여자 어린이들은 서로 하겠다고 하는데

남자 어린이들은 겨우 2명 손을 들어 아직 자신감이 부족하다 싶다.

(남자가 여자 보다 늦게 발달하니 그것도 인정해야지.)

한 번 읽어줘 본 세 명은 도파민이 많이 생성되었는지 또 하고 싶다고 난리가 났다.

이런 성취감이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성공의 경험이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계속해서 성공을 야기한다는 말이다.

 

이 책과 같은 맥락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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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 중에 책을 나만큼 실감 나게 읽어주는 꼬마가 몇 명 있다.

작은 선생님 역할을 시켜보면

6학년 아이들은 동급생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1학년 아이들은 진짜 작은 선생님이 된 것처럼 자랑스러워 한다.

가끔 학습을 못 따라오는 아이가 있을 때 작은 선생님 제도를 해보면 의외로 효과가 높다.

 

내가 목이 아플 땐 이 아이들더러 읽어주게 하는 것도

아이들의 재능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물어보니

선뜻 하겠다는 아이가 있었다.

이 책을 2일 동안 연습해 오라고 미션을 주었다.

조금 철학적인 내용이다라고 언질을 주었다.

금요일 자투리 시간에 김@@이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니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의 친구가 선생님 마냥 책을 읽어주니 얼마나 신기할까!

아이는 기대 이상으로 책의 느낌을 살려 실감 나게 잘 읽었다.

쉽지 않은 내용인데

여러 동물들의 목소리를 그때 그때마다 변화시켜

아이들의 호기심을 증대시켰다.

 

다 읽어주고 나서 같이 생각해봤다.

첫째 동물원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이 과연 행복할까! 생각해 보자.

그림책에서 보여줬듯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각자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만약 인간을 그렇게 우리 안에 가두었다면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체성을 잃고 집과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살아갈 것이다.

둘째 동물들의 털로 만든 옷들을 착용하는 것이 옳을까도 생각해 보자.

필요 이상으로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하여 모피 반대 운동도 끊임 없이 펼쳐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동물들을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인간도 동물인데

인간들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 어떤 일들을 실천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의 재미를 위해 동물원에 가는 것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고

돌고래 쇼나 원숭이 쇼, 코끼리 쇼 등을 보고 마냥 신기하다고 박수치기보다

그들이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가족이 그리울까도 한 번 생각해 봤음 좋겠다.

반려 동물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게다.

 

책에서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을 다스리는 능력도 가지고 있고,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어떤 능력을 행사할 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선택하기 전에

인간이 무한한 자유를 누리듯이

다른 동물 또한 "콘도르"를 누리고 싶다는 것을 생각했음 좋겠다.

(콘도르는 잉카 말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뜻한다.)

책 제목 "서로를 보다"는 역자사지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을 소개해 본다.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이다.

 

 

 

 

 

 

 

 

 

 

 

 

다음에는 자기가 선생님 대신 읽어주겠다는 자원자들이 몇 명 있어서

차례대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 타자는 우리 반 책벌레 서@@ 가 준비해 오기로 했다.

교사로서 뿌듯할 때는 오늘처럼  "청출어람"을 경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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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읽어준 책은 <춤추고 싶어요>이다.

독서 동아리 샘께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라고 내려보내 주셔서 수학 시험 보고 난 나머지 시간에 읽어줬다.

어제 <댄디 라이언>을 들은 아이들은 그것과 연장선 상에서

남과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하여 그것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을 것이다.

사자는 항상 사냥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사자처럼 춤 출 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이 그것을 스스로 깨닫기 바란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비룡소> 출판사 서평단을 하면서이다.

춤 추는 사자도 있을 수 있고,

하루 종일 피리 부는 소년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우린 남과 다른 것을 인정하기 참 싫어한다. 나부터도 말이다.

다른 것인데 틀리다고 우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은 남과 다르다고 해서 그게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결한 책과 단순한 그림으로 말해 주고 있다.

 

 

절정의 순간은 이렇다.

 "누"를 사냥하다가 맞닥뜨린 사자 무리들과 사냥꾼 무리들은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 소리로 인해

전쟁터가 되었을 들판이

평화의 장이 되는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참 효과적인데

이 책을 읽었다면

다음과 같은 책을 연속적으로 읽어보면 좋다.

아이들에게도 도서실 가서 찾아보라고 했건만

없는 책이 있었다. 흑흑흑

<서로를 보다>는 내 대신 아이 한 명에게 읽어주라고 할 예정이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몇 명은 나만큼 책을 실감 나게 잘 읽는다.

오늘과 내일 집에서 연습해 오라고 미션을 주었다.

<야쿠바와 사자1-2>도 아주 감동적인 책인데 도서실에 없어서 아쉽다.

나도 2권만 가지고 있는데.....

은근히 도서실에 없는 책들이 있어서

그럴 때마다 다음에 수서해 달라고 쓰고 있다.

 

 

 

 

 

 

 

 

 

 

 

 

 

예전에 쓴 <춤추고 싶어요>리뷰이다.

 

http://blog.aladin.co.kr/772868196/555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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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 두 명 전학을 가자

남은 아이들에게 좀 더 책을 자주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목 상태가 갈수록 안 좋아서 걱정이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1학년을 기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다함께 책을 읽었던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와 친구들의 모습은 잊어버리더라도

1학년 때 들었던 그림책은 기억할지도 모르니까.

전학 간 아이 엄마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다.

" 전학간 곳의 선생님도 좋으시지만 책을 읽어주시지는 않는다"고 아이가 말하더란다.

그렇다.

아직까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기란

모래 속에서 진주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독서 교육의 중요성은 내가 초임시절이던 때부터 한 번도 강조되지 않은 적이 없지만

교사들은 책 읽어주기가 독서 교육의 첫 단추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교사들이 여러 명 계신다.

알라딘 지인인 희망찬 샘도 그 중의 한 분이다.

그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겨난다.

어쩜 저렇게 선견지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난 교육 경력 16년 째가 되어서야 책 읽어주기가 모든 교육의 출발이란 것을 깨달았는데

그분들은 오래 전부터 그걸 알고 실천하고 계셨으니 선각자임에 틀림 없다.

수퍼남매도 부디 학창 시절 동안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꼭 만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이들은 특히 초등학생들은 부모 말보다 선생님 말을 더 잘 듣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독서 교육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여 우리 반 애들에게도 자주 말한다.

"책 읽어주는 선생님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단다."

" 너희들은 선생님을 만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돼. 친구들이 전학간 곳의 선생님은 책을

안 읽어주신다잖아!" 라고 은근 내 자랑을 늘어놨다. 가끔은 이런 자랑질도 필요하다.ㅋㅋㅋ

 

 

0-100세 까지 읽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그림책을 읽어주시는 교사들이 계시다.

이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 책 읽어주지 마시고, 한 문제라도 더 풀죠"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교실 상황인데

책 읽어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감성이 메마르고, 온갖 스트레스에 쌓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낼모레가 수능일인데 한창 긴장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멋진 그림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만 해도 감동이다.

초, 중, 고 교실교실마다 책 읽어주는 소리가 들릴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오늘 이 책을 읽어줬다.

교실에는 이런 댄디 라이언 같은 아이들이 꼭 있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장난 꾸러기 아이.

이런 아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불편한 그림책이다.

다 읽어주고 나서 우리 반 아이들과 독후 활동을 간단히 해 봤다.

" 얘들아, 우리 반에도 댄디 라이언이 몇 명 있잖아!"

" 맞아요 맞아"

" 그런데 그 애들에게도 다 장점이 있단다. 새롭게 짝도 바뀌었는데 우리 짝의 장점을 찾아서 써 볼까?"

인성이 나쁜 아이들 같으면

" 내 짝은 장점이 하나도 없어요" 할 터인데 우리 애들은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그런 말이 안 나왔다. 아쁜 것들~~

(책을 읽어주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들 인성 교육이 책을 통해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점이다.)

" 이번 시간에는 짝의 장점을 많이 찾아서 쓰는 사람이 금메달이에요. 많이 찾으면 찾을수록 창의적인 거야" 라고 말했더니

아이들은 짝의 장점을 정말 많이 적었다. 내가 찾지 못했던 장점을 적은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은 꾀죄죄한 댄디 라이언을 친구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우리 반 꾸러기 아이들의 장점을 하나둘 찾아내기 시작하였다.

17개를 적은 아이가 금메달이었다.

부모님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알림장에 붙여 가라고 하였다.

다른 아이들이 찾은 우리 아이의 장점.

아마 부모님도 놀랄 것이다.

 

교사들끼리 가끔 그런 말을 한다.

" 이 반은 그림 같이 앉아서 공부를 하네"

이 그림책은 그렇게 앉아 있는 아이들이야말로 정체성을 잃은 아이들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교실에는 댄디 라이언 같은 아이들도 존재하고,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있어야 한다고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 준다.

왜 최은희 선생님이 이 그림책이 불편한 책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그림 같이 앉아 있는 교실을 선호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획일화된 교육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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