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 두 명 전학을 가자

남은 아이들에게 좀 더 책을 자주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목 상태가 갈수록 안 좋아서 걱정이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1학년을 기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다함께 책을 읽었던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나와 친구들의 모습은 잊어버리더라도

1학년 때 들었던 그림책은 기억할지도 모르니까.

전학 간 아이 엄마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다.

" 전학간 곳의 선생님도 좋으시지만 책을 읽어주시지는 않는다"고 아이가 말하더란다.

그렇다.

아직까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기란

모래 속에서 진주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독서 교육의 중요성은 내가 초임시절이던 때부터 한 번도 강조되지 않은 적이 없지만

교사들은 책 읽어주기가 독서 교육의 첫 단추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교사들이 여러 명 계신다.

알라딘 지인인 희망찬 샘도 그 중의 한 분이다.

그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겨난다.

어쩜 저렇게 선견지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난 교육 경력 16년 째가 되어서야 책 읽어주기가 모든 교육의 출발이란 것을 깨달았는데

그분들은 오래 전부터 그걸 알고 실천하고 계셨으니 선각자임에 틀림 없다.

수퍼남매도 부디 학창 시절 동안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꼭 만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이들은 특히 초등학생들은 부모 말보다 선생님 말을 더 잘 듣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독서 교육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여 우리 반 애들에게도 자주 말한다.

"책 읽어주는 선생님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단다."

" 너희들은 선생님을 만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돼. 친구들이 전학간 곳의 선생님은 책을

안 읽어주신다잖아!" 라고 은근 내 자랑을 늘어놨다. 가끔은 이런 자랑질도 필요하다.ㅋㅋㅋ

 

 

0-100세 까지 읽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그림책을 읽어주시는 교사들이 계시다.

이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 책 읽어주지 마시고, 한 문제라도 더 풀죠"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교실 상황인데

책 읽어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감성이 메마르고, 온갖 스트레스에 쌓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낼모레가 수능일인데 한창 긴장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멋진 그림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만 해도 감동이다.

초, 중, 고 교실교실마다 책 읽어주는 소리가 들릴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오늘 이 책을 읽어줬다.

교실에는 이런 댄디 라이언 같은 아이들이 꼭 있다.

좋게 말하면 개성이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장난 꾸러기 아이.

이런 아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불편한 그림책이다.

다 읽어주고 나서 우리 반 아이들과 독후 활동을 간단히 해 봤다.

" 얘들아, 우리 반에도 댄디 라이언이 몇 명 있잖아!"

" 맞아요 맞아"

" 그런데 그 애들에게도 다 장점이 있단다. 새롭게 짝도 바뀌었는데 우리 짝의 장점을 찾아서 써 볼까?"

인성이 나쁜 아이들 같으면

" 내 짝은 장점이 하나도 없어요" 할 터인데 우리 애들은 책을 읽는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그런 말이 안 나왔다. 아쁜 것들~~

(책을 읽어주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들 인성 교육이 책을 통해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점이다.)

" 이번 시간에는 짝의 장점을 많이 찾아서 쓰는 사람이 금메달이에요. 많이 찾으면 찾을수록 창의적인 거야" 라고 말했더니

아이들은 짝의 장점을 정말 많이 적었다. 내가 찾지 못했던 장점을 적은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은 꾀죄죄한 댄디 라이언을 친구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우리 반 꾸러기 아이들의 장점을 하나둘 찾아내기 시작하였다.

17개를 적은 아이가 금메달이었다.

부모님도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알림장에 붙여 가라고 하였다.

다른 아이들이 찾은 우리 아이의 장점.

아마 부모님도 놀랄 것이다.

 

교사들끼리 가끔 그런 말을 한다.

" 이 반은 그림 같이 앉아서 공부를 하네"

이 그림책은 그렇게 앉아 있는 아이들이야말로 정체성을 잃은 아이들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교실에는 댄디 라이언 같은 아이들도 존재하고,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있어야 한다고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 준다.

왜 최은희 선생님이 이 그림책이 불편한 책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그림 같이 앉아 있는 교실을 선호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획일화된 교육의 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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