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 중에 책을 나만큼 실감 나게 읽어주는 꼬마가 몇 명 있다.
작은 선생님 역할을 시켜보면
6학년 아이들은 동급생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1학년 아이들은 진짜 작은 선생님이 된 것처럼 자랑스러워 한다.
가끔 학습을 못 따라오는 아이가 있을 때 작은 선생님 제도를 해보면 의외로 효과가 높다.
내가 목이 아플 땐 이 아이들더러 읽어주게 하는 것도
아이들의 재능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물어보니
선뜻 하겠다는 아이가 있었다.
이 책을 2일 동안 연습해 오라고 미션을 주었다.

조금 철학적인 내용이다라고 언질을 주었다.
금요일 자투리 시간에 김@@이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니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의 친구가 선생님 마냥 책을 읽어주니 얼마나 신기할까!
아이는 기대 이상으로 책의 느낌을 살려 실감 나게 잘 읽었다.
쉽지 않은 내용인데
여러 동물들의 목소리를 그때 그때마다 변화시켜
아이들의 호기심을 증대시켰다.
다 읽어주고 나서 같이 생각해봤다.
첫째 동물원에 있는 수많은 동물들이 과연 행복할까! 생각해 보자.
그림책에서 보여줬듯이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각자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만약 인간을 그렇게 우리 안에 가두었다면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체성을 잃고 집과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살아갈 것이다.
둘째 동물들의 털로 만든 옷들을 착용하는 것이 옳을까도 생각해 보자.
필요 이상으로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
하여 모피 반대 운동도 끊임 없이 펼쳐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동물들을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인간도 동물인데
인간들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 어떤 일들을 실천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의 재미를 위해 동물원에 가는 것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고
돌고래 쇼나 원숭이 쇼, 코끼리 쇼 등을 보고 마냥 신기하다고 박수치기보다
그들이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가족이 그리울까도 한 번 생각해 봤음 좋겠다.
반려 동물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하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게다.
책에서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을 다스리는 능력도 가지고 있고,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어떤 능력을 행사할 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선택하기 전에
인간이 무한한 자유를 누리듯이
다른 동물 또한 "콘도르"를 누리고 싶다는 것을 생각했음 좋겠다.
(콘도르는 잉카 말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뜻한다.)
책 제목 "서로를 보다"는 역자사지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을 소개해 본다.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이다.
다음에는 자기가 선생님 대신 읽어주겠다는 자원자들이 몇 명 있어서
차례대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 타자는 우리 반 책벌레 서@@ 가 준비해 오기로 했다.
교사로서 뿌듯할 때는 오늘처럼 "청출어람"을 경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