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떼기 권정생 문학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환영 그림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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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님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어릴 때 <몽실 언니> 를 읽었고 (드라마도 보았고) 그리고  <강아지똥>, <엄마 까투리> <오소리네 집 꽃밭> <황소 아저씨> 등의 그림책도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사실 이 작품들의 정서에 잘 공감이 안 되었다. 가장 좋았던 건 유은실 님이 다시 쓰고 그림도 다른 분이 다시 그린 <그해 가을>이다.  


<빼떼기>도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싶어서 빌려왔는데.. 반납할 때가 되어 읽어보니. 

뭘 느껴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어 심경이 복잡하다. 


빼떼기는 병아리의 이름으로, 

아궁이에 들어가 타 죽을 뻔 했다가 보살핌을 받고 꿋꿋하게 사는 이야기인데..


내가 원래 교훈적인 이야기를 좀 싫어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너무 메마른건가...


마지막 장면에서도 뭐라 해야 할 지 모르겠고 (그게 바람직한 결정일까?)


"야! 빼떼기는 수탉이야."

"정말 수놈이구나."

"그래서 죽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났구나!"


이런 대사만 눈에 뜨인다. 


1930년대에 태어나 고생스럽게 살다 가신 분에게 뭘 더 이상 어쩌겠냐마는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꼭 나까지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이제 그만 읽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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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8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빼떼기라고 해서 저는 고구마 빼떼기인줄.... 추억어린 어릴적 먹거리 생각했네요. ㅎㅎ
권정생선생님 책은 지금 감성과 맞을 수는 없을듯합니다. 그래서 저희집 아이들 어릴 때도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만 읽히고 더 이상 안 권했던거 같아요.

건수하 2023-02-28 20:06   좋아요 0 | URL
고구마 빼떼기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니 말랭이 같은 건가봐요 ^^

제가 못 느끼나 해서 계속 읽어봤는데… 제 취향도 애 취향도 아닌 거 같아서 이제 그만 권하려고요 :)

잠자냥 2023-02-28 17: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수놈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28 20:07   좋아요 2 | URL
‘그래서’ 죽지않고 씩씩하게 살아났구나! 도 싫었구요 ㅋㅋ

꿋꿋한 생명력 좋은데 그게 왜 꼭 수컷이어야 하냐며..

Falstaff 2023-02-28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경실로 갈아타세요. <상계동 아이들> 20세기 말 소년 소설의 고전입니다. 곤달걀...이라고 아시지요?
아이들더러 읽으라고 하실 건 아닐 거 같으니 말입니다. ^^
어떤 작가든지 쓰는 족족 명작만 나오면 그게 인간이겠습니까. ㅎㅎㅎㅎ

건수하 2023-02-28 20:09   좋아요 0 | URL
곤달걀 모르는데… 찾아보겠습니다 ^^ 아이한테도 권해보고 싶었는데 작품이 안 좋은게 아니고 영 시대가 동떨어진 것 같아요 :)

Falstaff 2023-03-01 07:17   좋아요 1 | URL
<상계동 아이들>은 제 집 아이들이 권정생의 <몽실언니>와 함께 제일 좋아하던 동화책입니다.
설마 위에 제가 ‘소년 소설‘이라고 했다고 왜 ‘소녀 소설‘이라 안 했느냐 하시지는 않겠지요? ㅎㅎ 농담입니다.
<상계동 아이들>에는 씩씩하고 용감한 여자 아이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남자 아이들보다 더 많은 거 같습니다. 물론 못된 아이들은 전부 사내 애들이고요.

건수하 2023-03-01 08:45   좋아요 1 | URL
음 저는 빼떼기가 수놈이라, 암놈이 안 등장해서 싫었던 게 아니고… 그 대사를 인용하긴 했는데요. 씩씩하게 살아남은 걸 보면 ‘역시’ 수컷이구나 하는 생각은 좀 고루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의 전쟁을 거치고 몸을 다치거나, 마음을 다친 사람이 많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자.. 하는 건 좋았는데

마지막 결말을 (이건 비밀댓글로 달게요) 보고 나면 작가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뭔가싶고… 그래서 이 분의 정서를 제가 잘 이해못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2023-03-01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1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2-28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엌… 결말 궁금해서 찾아보니 너무 괴롭네요.. ㅜㅜㅠㅠ 뭔가 교훈을 주려는 결말은 아니었을것같아요 ㅠㅠㅠㅠ

건수하 2023-02-28 20:11   좋아요 1 | URL
결말이요 ㅜㅜ 그냥 놔두고 가는 것도 무책임하다 볼 수 있고 또 그 시절은 먹을 게 귀한 시절이겠죠..

교훈은 그 앞부분에서 꿋꿋한 생명력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또 마지막 결말이 그렇게 되니 이뭥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은오 2023-02-28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죽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났구나! 라니 어이없긴 하네요 ㅋㅋㅋㅋ 작가가 역시 수놈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2-28 21:30   좋아요 2 | URL
옛날 사람이라… 근데 이런거 지나치기가 힘들어요.

은오 2023-02-28 21:36   좋아요 2 | URL
맞아요 사실 여자작가 책도 옛날 책은....(절레절레) 작품성이 있다면 감안하고 읽지만 거슬리는건 사실이지요 ㅠㅠ 근데 이건 별로였고 그냥 거슬리기만 했던 걸로 ㅋㅋㅋ

그렇게혜윰 2023-02-28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권정생 선생님은 유언장이 진짜 눈물 나요 ㅠㅠ 전 엄마까투리 읽을 때마다 우는뎅 ㅋ

건수하 2023-02-28 21:32   좋아요 2 | URL
그니까 그 분의 삶은 참 안타깝고 감동적인데…

엄마 까투리는 너무 슬픈데 어릴때 보여줘서 그런가 저만 울고
빼떼기는 감동적이려고 하다가 저런게 걸리고 그러네요.

그분은 순수한데 제가 넘 의심이 많은가봐요 -.-

그렇게혜윰 2023-02-28 22:03   좋아요 2 | URL
시대가 변했으니께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죠... 그래서 만 빼도 조금은 나으련만^^;;;

그렇게혜윰 2023-02-28 22:03   좋아요 1 | URL
참고로 이건 못 읽음 ㅋ

건수하 2023-02-28 22:07   좋아요 1 | URL
읽어보십시다 ㅎㅎ

공쟝쟝 2023-03-01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 수하님 블랙코메디

건수하 2023-03-01 12:42   좋아요 0 | URL
결말도 중요한데 너무 스포일러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읽어볼 사람은 없겠지만) 하나 싶어서….

우끼 2023-03-01 0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글을 읽고서야 깨달았어요. 전쟁소설 중에 어떤 여성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글을 여성주의로 분류하는 걸 봤거든요. 도대체 왜 인간의 생명력을 그린 글이라 하지 않고 여성주의 글이라 하는지 의문을 가졌는데 덕분에 오늘 깨닫고 갑니다… 수놈이구나! 하는 글이 천지인 시대라 여성주의로 분류되었나봐요…..

우끼 2023-03-01 15:41   좋아요 2 | URL
아뇨아뇨 이 분 글 이야기하는 게 아니고 어떤 글이 여성주의적 글이라 지칭되려면 반대편의 글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했어요 사실 제가 볼 때는 여성주의로 평가된 그 글이 그냥 고생한 한 여성이 살아남는 글이었지 여성주의라 할만한 뭔가가 있어보이지 않았어서…
제가 말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했네요

Falstaff 2023-03-01 07:39   좋아요 1 | URL
아, 그렇습니까. 오해로 말미암아 쓴 제 글은 삭제했습니다. 우끼 님과 수하 님께 죄송합니다.

건수하 2023-03-01 08:36   좋아요 1 | URL
우끼님 말씀에 공감해요. 그걸 여성주의라 분류하는 건 한 80년대에나 가능할 것 같은데;;;

건수하 2023-03-01 08:37   좋아요 0 | URL
/골드문트님 지워진 댓글이 궁금하나.. 짐작만 해 보겠습니다 :) 위에 비밀댓글에 제가 하고싶은 말을 썼습니다.

그냥 그 얘기도 글에 쓸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다 읽은지 좀 됐다. 

궁금해하시는 분 들 많아서 마음은 빨리 써야지 했는데, 요즘 기력이 좀 딸려서 - -; 

게다가 이 책이 워낙 많은 내용을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어서 뭘 써야 할지 잘 가닥이 잡히지 않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니 이 책의 다른 디테일보다 내가 관심있는 부분의 가닥이 더 명확해지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떠오르는 게 많다.



사실 내가 흑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조지 엘리엇이 해리엇 비처 스토의 이 작품에서 '여성적 미덕'에 있어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되어 있어 '여성적 미덕' 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기를 시작했었다. 조지 엘리엇의 작품도 제대로 읽은 게 없기에 말하긴 좀 그렇지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미들마치> 축약본에서 좀 맛을 본 결과 조지 엘리엇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지길 바라기보단, 여성만의 방식으로 사회를 바꾸기를 바란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은 어릴 때 축약본으로 읽어 대략의 인상만 남아있었다. 흑인들이 노예제 하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톰 아저씨가 불쌍하다는 생각 등.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이 남북전쟁을 일으켰다고 할 수도 있다는데, 남부와 북부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기 보다는 대중들에게 노예제의 현실이란 것이 무엇인가- 를 알리는 책이었을 것 같다. 이야기는 톰 아저씨가 이동함에 따라 남부의 노예주였던 켄터키, 루이지애나, 텍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 연도가 정확히 나왔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위 지도는 1846년의 상황이고 노예주는 분홍색, 자유주와 자유구역(?)은 하늘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톰 아저씨가 마지막에 살던 리그리의 농장은 레드강 유역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주 경계를 지나간다고 한다) 에 있는데 1837년도 지도에는 텍사스가 텍사스 공화국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위키피디아에서 이 지도를 가져왔다.

(설마 리그리가 텍사스 공화국 사람은 아니었겠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1852년에 출판됐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켄터키는 노예주 중 상당히 북쪽에 위치해있고 (그래서 노예들이 강을 건너 오하이오로 도망가고, 거기서 캐나다로 도망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톰 아저씨가 팔려서 가는 루이지애나는 태평양을 면한 남부에, 생을 마감하는 텍사스는 그 옆에 있다. 해리엇 비처 스토가 살았던 코네티컷은 북동쪽에 있는데 1789년부터 줄곧 자유주였지만 작가의 아버지는 목사이며 노예제 찬성론자였다고 한다. 이웃 (이웃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먼 것 같은데) 켄터키 주를 여행하다가 흑인 노예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훗날 노예제 폐지운동에 열정을 쏟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1850년 도망노예법이 좀더 강화된 것에 자극을 받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아버지와 남편이 목사이고, 이 소설도 꽤나 종교적인 경향이 짙다. 



줄거리를 대략 써보자면 



켄터키의 비교적 온화한 주인 셸비씨 아래에서 살던 흑인 노예 톰은 주인의 사업이 잘 안 되어 팔려가게 된다. 가족같고 충실한, 일도 잘하고 돈을 맡겨도 될 정도로 신뢰를 받는, 그래서 곧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던 톰 아저씨지만 그렇기에 급할 때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어 가장 먼저 팔려가게 되는 것이다. 톰과 함께 팔려갈 위기에 처하는 어린 아이의 엄마 엘리자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고 톰에게 가서 얘기하지만, 톰은 직업윤리상(?) 양심에 충실하고자 그리고 남은 가족을 생각하며 남는다. 아이의 엄마는 노예 사냥꾼에게 쫓기지만 얼음이 얼어 배가 뜨지 못하는 강을 아이를 안고서 맨발로 떠다니는 얼음 조각을 밟고 건너 자유주인 오하이오로 간다. (오하이오는 노예해방 네트워크인 지하철도 Underground Railroad의 루트가 밀집되어 있는 중심지역이었다) 톰 아저씨는 루이지애나로 가서 경매에 부쳐지지만, 운좋게 관대한 주인 (싱클레어)를 만나고 싱클레어의 딸인 에바와 함께 지내며 종교적으로 더 각성한다. 싱클레어도 톰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톰은 다시 악랄한 농장주 리그리에게 팔려간다. 리그리가 톰에게 노예 관리인 일을 맡기려고 하자 톰은 거부하고, 폭행을 당하게 된다. 이후 리그리의 화풀이 대상이 된 톰은 리그리의 여자였던 캐시와 에멀린이 도망가는 것을 알면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심한 폭행을 당하고 숨이 끊어져 갈 때쯤 셸비씨의 아들 조지가 찾아온다. 조지는 톰을 데려가려고 했지만 톰은 곧 숨을 거둔다. 



제목이 일단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고, 줄거리도 '에바' 를 빼고는 사실 여성 인물의 이름을 하나도 넣지 않고 쓸 수 있다. (아쉬워서 굳이 엘리자와 캐시, 에멀린의 이름을 넣었다) 이야기도 톰 아저씨의 이동을 따라 등장인물이 바뀐다. 그렇게 생각하면 톰 아저씨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 같다.


사실 톰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맞다. 그렇지만 내가 페미니즘 물을 먹어서 그런지, 도대체 왜 이 책의 제목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톰은 백인 주인들에게 인정받고 일 잘하고 충성스럽고 신앙심이 깊은 흑인 중년 남성이다. 톰이 두 번이나 자유를 약속받고도 비참하게 죽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톰이란 인물은 나쁘게 말하면 체제순응적이고, 신앙심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리고 후반부의 안타깝게 폭행을 당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는 '좋은 사람' 이었다. 빨리 자유를 달라고 주인을 조르지도 않았으며, 때가 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잘 살기 보다는 내 '오두막'에서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리그리의 농장에 이르러서야 그는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되고, 불의에 항거하다가 죽는다. 그의 죽음은 마치 모든 사람의 죄를 대신하여 죽는 예수의 순교처럼 그려진다.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받은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 하나 더 있는데 톰의 두번째 주인 싱클레어 딸인 에바다. 싱클레어가 관대하긴 하지만 냉담하고 방임하는 면이 있다면 모두에게 친절한 사랑스러운 '천사' 같은 에바는 나약하고 신경질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 그녀의 엄마에게는 물론이고 흑인 유모, 톰을 비롯한 흑인 노예들 그리고 말썽꾸러기 톱시에게까지 친절하며, 사랑의 힘으로 톱시를 변모시킨다. 톰과 함께 성경을 읽고 톰으로 하여금 좀더 종교적으로 각성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병으로 일찍 죽지만 톰처럼 순교하는 느낌은 아니다. 굳이 성경 속의 인물로 비유하자면 세례자 요한 같은 사람일까? 사실 적당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에바의 역할은 종교적으로는 그 정도, 그리고 '여성적 미덕' - 관용, 돌봄, 포용 등? 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톰 아저씨의 주변에 있는 다른 여성 등장인물들, 특히 흑인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성스럽지는 않아도 좀더 극적이다. 어릴 때부터 기독교인으로 교육을 받았고 '주인님과 마님 말에 복종해야 하며, 아니면 기독교 인이라 할 수 없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엘리자. 그녀와 남편 모두 외모로는 백인과 비슷해 구별이 잘 안되는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이 주인의 학대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캐나다로 도망가겠다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순종적인 사람이었지만, 주인이 톰과 함께 아이를 팔거라는 말을 엿듣고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얼음을 밟고 강을 건너가는 장면은 이 긴 이야기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이었다. (내가 어머니라서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지도 모른다.) 



톰의 세번째 주인의 여자이자 노예인 캐시. 캐시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캐시는 뉴올리언스에서 백인 아버지와 노예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지만 '풍족하게 컸다'. 수녀원에 가서 음악과 프랑스어, 자수 같은 걸 배웠고 어머니가 다른 (아마도 백인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자랐다. 아버지는 캐시를 해방시켜주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팔리게 되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 덕에 경매에 부쳐지지 않고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젊고 잘생긴 남자에게 팔렸다. 캐시는 그가 자신을 사랑하니 결혼하고 해방시켜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도 둘 낳고 그와 살았지만 그는 도박에 빠지고 다른 여자가 생겨 캐시와 아이들을 (처음부터 캐시를 탐내던) 사촌에게 팔았다. 사촌은 아이들을 팔아버렸고, 캐시는 다른 남자에게 다시 팔려갔다. 그 남자는 좋은 사람이었고 또 아이를 낳았지만, 캐시는 그 아이가 다시 팔려갈까봐 자라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 좋은 남자는 또 죽었다. 그리고 또 팔려서 여기 저기를 거쳐 리그리에게 다시 팔려와 반은 아내 반은 노예처럼 살고 있다. 그런데 톰과 함께 에멀린이라는 젊고 예쁜 여자를 리그리가 데려왔다. 



캐시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던 것은 캐시와 나 혹은 나보다 좀더 전 세대의 여성들이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경우 딸에게도 충분한 교육을 시키지만 아들에게 가지는 기대는 가지지 않았던 부모들, 딸에게는 직업적 성공보다 성공적인 결혼을 바랬던 부모들. 너만은 다르게 자유롭게 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바라지 않는 건지 바랄 수 없는 건지 인정해주지 않던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 이해하기 힘듬). 사랑한다지만, 그래서 결혼한다지만 여성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남자들. 

 


사람들은 개인을 사랑하지만 제도 밖으로 나가는 건 두려워한다. 딸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어서 그럴까? 자기들은 아쉬운 게 없으니 그럴까? 캐시의 남자들은 해방시키면 캐시가 자신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흑인 노예를 해방시키고 결혼하는 건 그 당시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이라서 (그랬겠지) 그랬을까? 



여성의 상황과 흑인의 상황 사이에는 깊은 유사성이 있다. 오늘날 두 경우 모두 같은 온정주의에서 해방되고 있고, 예전의 주인 카스트 계급은 그들을 '그들의 자리', 다시 말해 그가 그들을 위해 선택한 자리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 두 경우에 주인 계급은 어린애같이 잘 웃고 분별없는 '착한 흑인'과 인종하는 흑인 그리고 '진정한 여자', 다시 말해 경박하고 유치하며 책임감 없는 여자의 미덕에 대해 다소 진심어린 찬사를 늘어놓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제 1권 서론 중












그렇다. 여성과 흑인의 상황 사이에는 깊은 유사성이 있다. 

그럼에도 왜 이 책의 제목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인가. 이것이 해리엇 비처 스토의 한계 혹은 그녀가 살던 시대에 말할 수 있었던 한계일까. 주변 얘기처럼 할 수는 있어도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었고 흑인 여성의 이야기보다는 흑인 전체가 해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흑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오두막', 소박한 자유라는 말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으며 막연히 2월의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여성, 인종, 계급>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언급이 되기는 하는 모양이다. 궁금하다 어떻게 이 책이 언급되는지... 그렇지만 2월에는 <제2의 성>을 읽어야 할 것 같고 (제1권 3부 신화를 읽는 중). 일단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둔다. 





예전부터 보관함에 담겨있었던 소설을 이제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 미국에서 캐나다로 도망가는 것은 이 때부터 유행이었나... 계속 오마주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뭐 멕시코보다야 캐나다가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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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2-20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캐시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네요. 아버지가 백인이고 엄마는 노예이지만 딸처럼 키웠으면서... 왜 해방 안 시켜주고 돌아가시나요, 아버지? 좋아하던 남자라면서요. 결혼했는데 왜 해방 안 시켜주고 팔아버리나요? ㅠㅠㅠ 그 때 백인만큼 하얀 혼혈여성들의 삶이란 정말 비극 그 자체인 거 같아요.

저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안 읽었고요(이 리뷰 읽는것으로 갈음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읽었어요. 추천합니다^^


건수하 2023-02-20 16:24   좋아요 2 | URL
좋아하던 남자지만 결혼을 안하더라고요, 해방도 안 시키고... 아름답다고 칭송은 하면서. 어찌나 화가 나던지...

종교가 흑인을 순응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도 조금 불만이었습니다만... 그게 그들의 삶에 위안이 되었다면 또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 부분은 쓰지 않았어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읽으셨군요. 참고할게요 :)

단발머리 2023-02-20 16:26   좋아요 2 | URL
아…. 결혼도 안 했군요. 하긴 노예라 생각하니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수도… 아이구야…

거리의화가 2023-02-20 1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넘 좋네요! 저도 이 책 읽기 시작했는데요. 앞의 배경 설명해주시는 거 보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나중에 완독하고 페이퍼 다시 재독할게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3-02-20 16:26   좋아요 2 | URL
거리의 화가님도 읽기 시작하시고, 요즘 <여성, 인종, 계급> 읽고 다들 언급하시길래 마음이 좀 급해져서 얼른 횡설수설 썼습니다. 다른 분들은 읽고 어떤 생각하실지 궁금하네요.

햇살과함께 2023-02-20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수하님,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 해소되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읽어보고 싶고요.
<제2의 성>은 이제 1권 2부 읽는 중이고요. 이 책만 보면 왜 이렇게 졸릴까요;;;;

건수하 2023-02-20 18:12   좋아요 2 | URL
햇살과함께 님 궁금증이 해소되셨다니 시간을 절약시켜 드렸을까요 ㅎㅎ
보람이 있네요 :)

<제2의 성> 잘 안 읽히면 2권을 먼저 읽으라는 팁이 있었는데 시도해보시겠어요? ^^

책읽는나무 2023-02-20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수하님^^
저는 이제 <여성, 인종, 계급> 좀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이 책이 언급되어 도서관에서 <톰 아저씨의 오두막>빌려와 딱 책장은 펼쳤는데 뭐부터 읽어야할지 몰라 딱 책장만 펼쳐뒀어요ㅋㅋ
수하님 리뷰 읽으니 가닥이 조금 잡히네요.
저도 이 소설 얼른 읽고, 다시 들어와 꼼꼼히 읽어보겠습니다.
덕분에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건수하 2023-02-20 18:14   좋아요 2 | URL
뭐라고 언급되었을까요... <여성, 인종, 계급> 궁금한데 읽던 거나 잘 읽자 하며 참고 있습니다 ㅎㅎ
읽고 계신 분들 많아서 반갑습니다 :)

은오 2023-02-20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요즘 기력 딸리시는거 약간 눈치채고 있었어요. 며칠 전까지 일주일이나 글이 안올라왔어서ㅋㅋㅋㅋ수하님이 조용하시니 심심하군....했습니다.
톰아저씨는 안궁금하고 안읽어서 건너뛰었지만 수하님한테 굿나잇인사는 하고싶어요! 굿나잇!!!😍

건수하 2023-02-20 22:52   좋아요 1 | URL
요즘 한참 글 안 썼었죠 ㅎㅎ

은오님은 제 글에는 별로 관심없으신 것 같고.. 뭘 보고 절 좋아하시는 걸까요 ㅎㅎ 댓글?

굿나잇~🥰

은오 2023-02-20 22:57   좋아요 1 | URL
이 글이 제가 잘 몰라서 관심없는 글인거지 다른 글은 열심히 읽었는데 아니 수하님!! ㅋㅋㅋㅋㅋㅋ
수하님이 좋은 이유 다 대려면 오늘 잠 못자니까 얘기 안하고 자러갈겁니다!! 😘

건수하 2023-02-21 07:3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우문현답이십니다

굿모닝~

다락방 2023-02-2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잘 읽었습니다, 수하 님. 톰아저씨의 오두막을 이렇게 만나네요. 그런데 저는 수하 님 글 읽고 나니 이제야말로 제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월 도서 다 읽고 나면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둘다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저는 이 페이퍼 읽고 나니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감정이 수시로 찾아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우..

건수하 2023-02-21 10:15   좋아요 0 | URL
<제인 에어>도 그랬고 아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다시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많네요.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책이었어요. 다락방님은 그 안에서 다른 것도 많이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moonnight 2023-02-21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이런 긴긴 이야기였군요@_@;;; 어릴 적 짧은 이야기로 어렴풋이 남아있는데요@_@;;;;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저도 추천합니당^^

건수하 2023-02-21 18:03   좋아요 1 | URL
달밤님 반갑습니다 ^^ 저는 아주 간략하게 요약을 한 것이랍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여러분이 추천하시니 읽어야겠네요 ^^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
비벡 슈라야 지음, 현아율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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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들이 두렵다>를 페미니즘 책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했을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이 페미니즘 관련 책인 줄 알았다. 

폭력과 관련된 책일까? 그런데 남자들이 두렵다니, 그래 두려울 수도 있지. 그렇지만 좀 나약해 보이기도 해서 맘에 들지 않았다. 

남자들이 저 책 제목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오히려 책을 집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책의 색깔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단 책모임에서 같이 읽기로 하고 나서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은, 아예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페미니즘 관련 책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제목을 나약하다고 생각하면 표지에 쓰인 색깔은 너무 강렬했다. 


책을 받아서 읽어보려다가 뒤를 보니.. 뒤표지에는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는 앞표지가 아닌 뒤표지에 적혀 있었다. 

나름 노린 표지 디자인이었던 거다. 앞표지를 보고 응? 하며 이 책을 집어들어 뒤표지를 봤다면 내용이 궁금해질 것이다. 

일반 남성들이 앞표지를 보고 궁금해져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그것은 표지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일러 포함에 체크하려고 했으나, 그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도서라는 팝업이 떴다. 이건 그냥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옵션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알라딘에서 책을 등록할 때 선택해서 설정할 수 있는 값인가보다. 그럼 스포일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냥 쓰는 걸로...




이 책은 mtf (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가 본인의 경험을 쓴 에세이다. 저자는 어릴적 '남성적'이지 않은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는 남자들을 두려워했고, 남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썼다. 남성들은, 그리고 여성들은 저자의 정체성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남성성'에 맞지 않고 모호하며 '정상적'인 행동양식을 따르지 않아서 저자를 두려워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의 '두려워하다' 의 의미는 약간 다른 것 같지만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직접적으로 느끼는 공포와 은근한 공포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며 '남성성' 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성'이 무엇인가는 많이 생각해 보았지만, '남성성' 이라는 것에 대해 사실 관심도 없었다. 막상 남성성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남성을 정의하기 위해 타자인 여성을 필요로했다는 <제2의 성>의 구절이 떠오르면서 사실 '남성성' 이라는 것은 '여성성' 이라는 개념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적이지 않은 것'이 '남성적'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페미니즘이 왜 구체적인 경험의 공유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다. 이 책의 맨 앞에는 어슐러 K. 르귄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여자들이 말을 하면 많은 남자가, 심지어는 여자들도 겁을 먹고 화를 낸다. 

이 야만적인 사회에서 여자들이 진실을 말하려면 전복적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짓눌리고 억눌린 당신은 탈주하고 전복한다. 우리는 화산 같은 존재다. 

우리 여자들이 우리의 경험을 우리의 진실로서, 인간의 진실로서 말하는 순간, 모든 지형도가 뒤바뀔 것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산맥들이 생각날 것이다. 




mtf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조금은 전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책은 머리로 조금 이해하고 있다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다룬 책이 많은가? 나만 안 읽어봤는지도 모르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 모르고 '남성성' 에 대해서도 관심이 별로 없었던 나에겐 새로웠다. 잘 정리된 서문이나 해제가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뭔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서문이나 해제에서 정리해주었다면 이 책만 읽고 끝났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은 책의 내용과 목적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 


내용이 아주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별 다섯 개. 



+ ftm 트랜스젠더의 경험도 궁금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그들이 스스로의 내적 편견을 인식하게끔 하는 (나아가 편견을 버리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누군가의 고통을 선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뿐일까? 나의 인간성은 어째서 내가 어떻게 희생되고 침해당했는지를 고백할 때만 가시화되고 관심을 받는 걸까? - P77

남성성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예외를 갈망할 게 아니라 지금의 기준선 자체에 맞서야 한다. 아무리 어머니를 사랑하고 여자를 위해 출입문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페미니스트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인종주의, 동성애혐오, 트랜스혐오를 비롯한 온갖 억압을 경험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전형적인 남자‘의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해도 ‘좋은 남자‘라는 신화를 영속화하고 예찬하는 한, 결과적으로 지금의 기준선을 눈감아주는 데 공모하게 될 뿐이다. - P86

두려움은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는 당신의 잠재력을 제한한다. 너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너무 남성적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얼마나 자주 외모와 행동, 그리고 감정에 대한 열망을 내팽개쳐왔는지 떠올려보라. 내 경우까지 갈 것도 없이, 무엇이 여성적이고 무엇이 남성적이라는 사고방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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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18 2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을 없애고자 한다면 굳이 트랜스젠더가 될 이유도 없지 않은지. 여성으로 성별을 바꿔봤자 여성성에 갇히는데 왜? 아아아아 저는 이 문제는 어렵네요

건수하 2023-02-18 21:34   좋아요 2 | URL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을 너무 좁은 범위로 한정하고 강제하지 말자는 이야기 아닐까요?
트랜스젠더들이 어떨 때 트랜지션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생물학적 성에 맞는 ‘정상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굳이 트랜지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도...

난티나무 2023-02-19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감아주는데 공모하지 않기!!!!!!!

건수하 2023-02-22 10:08   좋아요 0 | URL
이 문장 옮기는데

얼마전 다락방님이 <여자는 인질이다> 라는 책에서 인용하셨던,

여자에게 성폭력을 가해서 남근이 위고 여근이 아래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남자는 일부지만, 결국 일부 남자의 폭력이 늘수록 모든 남자가 더 큰 이득을 보게 된다.

라는 문장이 생각났어요. 공모란 그런 것..

 
에밀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34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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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첫번째 책. 에밀리 디킨슨을 바버라 쿠니가 그려서 더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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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뜨 2 창비세계문학 82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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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의 성공 이후 대중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라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노력 (설정과 결말 모두) 을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하여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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