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님이 워낙 많이 쓰셔서, 추천하셔서 읽어보게 됐다. 원서로 읽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미묘한 뉘앙스가 궁금해서 번역서로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원어를 읽을 때의 감칠맛을 번역서는 잘 살릴 수 있을까? 번역서를 읽어도 이렇게 재밌지는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 했었다. 그런데 막상 번역서를 빌려 읽어보니... 으잉? 당연한 얘기지만 페이지가 더더더 빨리 넘어가고 너무 재밌는 것. 역시 모국어로 읽는 책이 제일이다... 군데군데 내가 이해한 것과 조금 뉘앙스가 다른 게 있기는 했는데, 딱 한 군데 빼고는 맥락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해석이든..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 중 가장 좋았는데, 인생 로맨스 소설이라고 누군가한테 추천하기는 조금... 주저된다. 그 이유는 중간에 섹스신이 꽤 야해서... 그러니까 요즘 한참 로맨스에 관심이 있으신 10대에게는 추천하지 못했다. 엄마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 하는데 안돼 이건 19금이야. 하고 말았다 (...)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이 이야기가 좋았던 이유는 내가 이공계열에서 대학원을 다녔기 때문이라서이다. 



아마 어떤 분이 책 맨 앞 헌사를 언급해주셨고, 이것 때문에 나는 더 읽고 싶어졌었다. 

헌사는 다음과 같다.


스템 STEM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 계열에 종사하는 내 여자들, 

케이트와 케이티, 하툰, 마르에게. 

고난을 이기고 별에 이르기를. Per aspera ad aspera. 


라틴어를 모르므로, 이 문구를 원서를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고 뒤늦게 ChatGPT에게 물어보니 


보통 알려진 문구는 **“Per aspera ad astra” (고난을 거쳐 별로)**인데, 여기서 astra(별) 대신 다시 *aspera(고난)*가 들어간 변형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희망적인 의미(고난을 넘어 별에 닿는다)와는 달리, 끝없는 고난의 연속, 고생에서 또 다른 고생으로라는 다소 풍자적·비관적 의미로 쓰입니다.


라고 알려주었다. 번역된 것만큼 희망적이지는 않은데.. 현실도 그렇다. 

여성이라서만 그런 건 아닐건데, 여성이라서 더 그렇긴 할 것이다. 



이 글을 클릭한 분들은 이미 이 책 내용을 아실 가능성이 높지만 소설이니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췌장암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올리브는 고민이 있다. 절친 안 (Anh)과 자기가 몇 번 데이트 했던 제레미가 서로에게 엄청 끌리는 것이 분명한데, 안이 올리브가 혹시 상처받을까봐 제레미와 데이트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소위 '걸 코드' (한국어로는 '여자친구들간의 도리' 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래서 올리브는 나 데이트 하는 사람이 있고, 이번 금요일 밤에 데이트한다고 (그러니까 너도 제레미랑 데이트하라고) 안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그 금요일 밤에 올리브는 실험을 하다가 저 멀리 복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안을 발견한다. 데이트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에 있었던 올리브는, 다급한 마음에 안보다 가까이에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키스해도 돼요?' 라고 묻고는 답도 듣지 않은 채로 그에게 입술을 갖다대고 만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애덤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애덤이 어떤 사람인가인데... 그 남자는 올리브가 다니는 학부의 매우 유능한 교수이고 대학원생들의 천적(...)이며, 키가 크고, 몸이 좋고, 잘생기고, 그리고 성격이 안 좋은 그런 남자이다.


여기까지는 많이 봤던 웹소설 혹은 다른 로맨스 소설과 비슷한 구성이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남녀가 얽히고, 뭔가를 감추고 계약 연애를 하고, 여자는 예쁘고 순진하고 남자를 만난 적이 별로 없고, 남자는 나이가 많고 잘 나가고 몸이 좋고 성격이 안좋지만 여주에게는 아주 친절하다.


그러면 되게 판타지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은데, 그리고 시작은 되게 진부한데 묘하게 이 소설은 현실적이다.


느닷없이 키스한 올리브에게 애덤은 'Title 9'이라는 법 조항을 말하며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이 법 조항은 미국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교육기관에서 sexual misconduct를 금하는 조항- 인데 성추행, 성폭행 등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 있는 조항이다. 


얼마 전 읽었던 <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에도 이 법이 언급되는데,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2년이었지만 대학내 성범죄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2011년 오바마 정부의 행정명령 이후인 것 같다. 그 책의 저자는 많은 경우 민주적 법치를 구성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부한 채 인민재판에 불과한 대학조사위원회가 설립되었다-고 썼다. 그러나 그런 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러저러한 선동에도 차별금지법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이 Title 9 관련해서 올리브에게 어떤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하는데, 올리브의 분야 생물학보다도 여성이 더 적은 분야에서 공부한 나는 그 부분에서도 매우 공감이 되었었다. 지도교수를 여성으로 택했던 이유를 얘기할 때도. 이와 관련하여 내 경험을 마구 적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고 적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그런 애덤에게 올리브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느냐,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라고 우기다가 왜 자기가 (동의도 없이) 키스를 했는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없던 일로 하면 안되겠냐고 변명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한다.



Actually, you're absolutely right.

And I am so sorry.

If you felt in any way harassed by me, you really should report me,

because it's only fair.

It was a horrible thing to do, though I really didn't want to....

Not that my intentions matter;

it's more like your perception of....


생각해보니 박사님 말이 전적으로 맞네요.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신고하세요.

그러는 게 옳으니까요.

해서는 안 될 짓이었고, 비록 진심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의도로 그랬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대신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이런 대화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게 또 일종의 판타지일 수도 있는데 (특히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중요하다'는 부분이), 어쨌든 이런 우발적인 사고에 이렇게 자세히 지면을 할애하는 로맨스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도 재미가 있었지만, 판타지스러운 내용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미가 있었던 포인트는, 이것도 아마 단발머리님이 얘기하셨던 것 같은데- 


이 둘이 어찌저찌여차저차하여 섹스를 하게 됐는데, 당연히도 애덤이 올리브가 정말 원하는지를 여러 번 묻고, 네 맘은 바뀔 수 있다며 바뀌었다면 얘기해라, 뭐 이런 말도 하고... 그러고나서 정말 하게 되는데 그 때 뭐라고 하냐면.


I don't ... I don't have anything.

지금 나한테.... 아무 것도 없는데.



애덤은 뭐가 없었을까? 미국 소설이나 드라마를 좀 보신 분은 바로 뭐가 없었는지 아실 것 같다. 

섹스하기 전 이런 대화가 로맨스 소설에 나온다는 게 좋았다.



애덤의 입장에서 쓴 보너스 챕터는... 둘이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를 애덤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부분에서는 애덤의 속마음이 궁금하지 않았고 ㅋㅋㅋ 

오히려 올리브가 처음 키스했을 때, 둘이 섹스한 다음날 이별했을 때, 그리고 올리브가 애덤을 찾아갔을 때... 

그 때 애덤의 마음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기대만큼 보너스 챕터가 좋지는 않았다. 


사실 보너스 챕터 때문에, 그리고 올리브 목소리가 좋다고 단발머리님이 그러셔서

(지금 이 글에 단발머리님의 닉네임이 몇 번 언급되었을까) 

오디오북을 샀고, 오디오북을 듣다보니- 나는 리스닝이 약하므로 - 답답해져서 킨들북도 사버렸는데.


그 보너스 챕터가 꼬옥 필요했던 것 같진 않다 ㅋㅋㅋ 그래도 애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한국 웹소설 로맨스에서 보통 외전 형식으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애덤이 워낙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왔던지라.. 그 마음을 내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건 왠지 못할 짓 같다. 애덤은 말로 몸짓으로 그동안 다 보여주었으므로, 꼭 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 소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번역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이것도 살까 말까 고민중이다. 


그래서... (왠지 용두사미격 마무리 같은데) 이 책을 읽도록 만들어주신 단발머리님께 감사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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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09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이 소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모르는 상대에게 키스하는게 영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설정이 있어야 그 다음이 진행되는건 분명하지만, 그런데 굳이 이런 설정이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사실 로맨스의 클리세중 하나가 일단 키스먼저 한 다음에 .. 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 타이틀 나인이 나오긴 하지만, 만약 이 설정에서 성별이 달랐다면 굉장히 분개해서 읽어야하는 그런 설정이잖아요. 물론 성별이 바뀌어서 애덤이 느닷업이 키스했다면 그건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한걸로 보일 수도 있고요. 느닷없이 내가 키스한 상대가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말이 안되는것 같은데, 그런데 살다보면 실제로 사랑은 말도 안되는 상황속에서 벌어지기도 하지요. 와 진짜 그런다고? 막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니까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애덤 친구.. 와의 일을 애덤에게 얘기할 때 있잖아요, 그 때, 말하기 전에 고민하고 막 그럴 때 너무 그 고통과 고민이 생생해서 눈물 나더라고요. 그때 애덤 같은 반응을 보이는 남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싶고요. 일전에 본 영화에서 여주가 애인 친구로부터 성폭행 당했는데, 남자는 그 일을 없던일로 하자고 여자를 협박하다가 절벽에서 밀어버리거든요. 야, 쟤 프랑스 가서 저거 얘기하면 우린 다 좆돼, 이러면서요. 이쪽이 더 다수의 남자들 같은데, 애덤은 오래 사귄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태도 돌변하고, 그에게 소중한 친구에 대해 내가 그래도 될까, 하는 올리브는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말씀하신 섹스신은 저도 미성년자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사람들이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섹스는 책이랑 영화에서 좀 그만 보여줘도 되지 않나 싶어요. 그것까진 안해도 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번역되어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어요.

아니 그런데 건수하 님, 그러니까 이 책을 원서도 사고 번역본도 사고 오디오북도 사고 킨들도.... 사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0:56   좋아요 1 | URL
일단 간단히 달자면…
번역본은 아직 안 샀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1:11   좋아요 1 | URL
애덤이 그 사건(애덤의 대학원 때 친구 톰이 올리브를 성희롱/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그렇게 반응할 수 있었던 건, 애덤이 올리브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올리브를 성추행하고 톰이 말하잖아요. 그래, 애덤한테 가서 말해 봐. 걔가 누구 말을 믿겠니?
저는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제발....) 많은 남자들에게 공통된 인식이라 생각해요. 피해자 보다 가해자에게 이입하는 건, 그들과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요.
이 책에서는...... 올리브가 애덤을 ‘위해서‘ 그 일을 덮으려고 하는데, 애덤의 다른 친구 홀든 때문에 올리브가 마음을 바꾸잖아요. 애덤이 자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줄을 확신하게 되니깐, 말해야겠다. 진실을 밝혀야겠다, 이렇게요.

아.... 너무 재미난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소설이...... 제게 왔을까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2:16   좋아요 0 | URL
저는 애덤이 올리브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녹취가 되었기 때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소설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애덤이 무리하지 않게 되어서..

다만 탐이 그렇게 바로 해고된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건수하 2025-09-09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작 설정은 굳이…?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ㅎㅎ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걸 넘고 나니까 무척 재밌었습니다.

저도 올리브가 고민할 때, 그리고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는데도 조용히 헤어질 때 막 울면서 읽었어요. 친구이기도 하고 자기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고, 또 논문도 도용될 위험이 있었고….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지만요.

특히 탐이 바로 학교에서 해고되는 것… 그건 정말 한국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ㅜㅜ

바람돌이 2025-09-09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책 러브 온더 브레인 재밌게 읽었어요. 인생로맨스까진 아니지만... 단발머리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지금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 그 도서관이 내부공사들어가서 대출기한이 무려 280일... 그니까 공사 끝날때까지 반납 안해도 된다는.... 그래서 지금 이 책도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5-09-09 20:31   좋아요 2 | URL
요즘 엄청 무섭게 읽고 계신거 아시죠? 읽기 로봇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0:45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AI설~~ 읽기 쓰기 겸용, 2025년도 최신 모델!
예약자에 한해 할인 혜택 가능~~~

바람돌이 2025-09-09 21:18   좋아요 1 | URL
여러분도 왼쪽어깨 한번 부러뜨리면 됩니다. 책 읽는거 말고 할일이 없습니다. 3시3끼밥도 남편이 다해줬다는... 손가락은 멀쩡하여 핸드폰으로 글쓰는것도 가능하고...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병가 한달 남았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5-09-09 21:24   좋아요 1 | URL
아직 병가 한달…….
(기립) 브라보!!! 👏🎉🎊🙌🥳

건수하 2025-09-09 22:18   좋아요 1 | URL
러브 온더 브레인도 재밌군요~ 하나 더 읽어볼까나요 ^^

바람돌이님도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에 많이 불편하셨을텐데.. 그런데 이제 깁스 푸셨는데 한 달 병가가 남아있다니 이건 좀 부럽네요 ^^

단발머리 2025-09-09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인은, 주옥 같의 위의 페이퍼에서 5번 등장한 단발머리로서 ㅋㅋㅋㅋㅋ우리 올리브와 애덤의 <The Love Hypothesis>가 건수하님 인생 로맨스 소설로 선정된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원서를 본격적으로(?)으로 읽기 시작한 때로부터 적지 않은 로맨스 소설을 읽어왔습니다. 외적인 이유는 영어 실력 향상이었습니다만, 현재 이 순간에도 확인되는 것은 영어 실력에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고요. 하지만 그 소설 중에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이 책이고요. 오늘 낮에도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표지의 그 장면, 올리브가 애덤에게 첫 키스한 이후에, 애덤이 ‘Title 9‘ 이야기할 때 그게 너무 당연한 거고요. 그래야만 하는 건데. 나중에는 우리가 다 알게 되잖아요. 애덤이 훨씬 예전부터 올리브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요. 그럼에도 ‘상식적‘으로 행동했던 그 지점, 고발하겠다... 이런 말이 전 좋더라구요.

섹스 나누기 전에는, 바로 ‘그‘ 중요한 순간에는 대화가 필요하죠. 제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습니다. 남주는 항상 챙기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죠. 기다리라~~ 하고 남주가 있어야 할 것을 사러 나간 사이, 여주는 쿨쿨~~ 암튼 그랬습니다. 그 소설의 저자는 테사 베일리인 것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대학원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문과여서 사실... 잘 모르겠는 부분들, 올리브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들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환상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작위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런 순간 너머의 알콩달콩 새콤달콤한 사랑을, 사랑의 순간들을 저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제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구요.

제가 건수하님 페이퍼에서 제 닉네임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가열차게 웃었는지.... 보여드릴 수는 없는데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좋은 글 덕분에 오늘밤은 특히나 행복합니다!

건수하 2025-09-09 22:30   좋아요 1 | URL
애덤이 정말 고발하려고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고, 본인이 올리브를 좋아하면서 타이틀 나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이틀 나인 얘기는 올리브랑 얘기를 좀더 하려고 한 얘기 아닐까 했는데 ^^

이공계 대학원생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소설을 좋아해서 전 행복합니다. 그런 얘기가 많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니까요! 그리고 그런 얘길 써준 작가에게 참 감사하네요 :)

구단씨 2025-09-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 책을 안 읽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아요. ^^
언젠가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계속 언급된 것을 보고서,
마치 운명(?)처럼 이 책이 저의 보관함 속으로 들어왔는데,
이 페이퍼 보고 나니 더 갈증이 나고 있어요.
말랑말랑 로맨스로 힐링이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ㅎㅎ
너무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5-09-10 10:14   좋아요 0 | URL
구단씨님 안녕하세요 ^^ 이미 보관함 속에 넣어두셨다니, 이제 읽으실 때이군요!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 라고는 해도 공항 서점 혹은 매점에 한정되는 아주 협소한 시장조사인데, 어쨌든 


다락방님을 위해 시장조사 결과를 보여드립니다. 



먼저 오슬로 공항. 




로맨스 소설이란 뜻인가? 했는데 포켓 소설 (novel) 이라네요.

어쩐지 로맨스 아닌 거 같은게 섞여 있었어... 




다락방님이 좋아하시는 조조 모예스가 두 권 있었고요 (다른 데 더 있었어요)

켄 폴릿이 보입니다.





콜린 후버 더미 속 

샐리 루니와 개브리얼 제빈 ( <섬에 있는 서점> 작가), 

테일러 젠킨스 리드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제일 아래 오른쪽 책 <딸기 팬케익 하우스>도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네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그 오른쪽 위 도나 타트의 무언가 (...)


(뭔가 더 있어서 찍은거 같은데 잘 모르겠음)





매들린 밀러 <아킬레우스의 노래> <키르케>

그리고 맨 아래 오른쪽에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여기서부터는 번역된 소설 아니고 영어 소설을 그냥 가져와서 팔고 있었는데요.




역시 콜린 후버!!


그리고.... 두구두구두구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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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단발머리님의 최애 로맨스 소설 <The Love Hypothesis>가 있었습니다!




앨리 헤이즐우드의 소설 하나 더 있었고


(Buy 2 get 50% off 이고 보너스 챕터도 있는 책이라서 잠깐 사고도 싶었지만 짐도 무겁고, 오슬로 물가 너무 비싸요....

공항에서 5명이 일본식 라면 한 그릇씩 먹고 교자 5개 나오는 접시 하나 더 시켰는데 20만원 나왔습니다 ㅠㅠ)


아래쪽에 콜린 후버랑 디자인 비슷한 듯한 Chloe Walsh 라는 작가의 책들이 있었는데요.

이것도 로맨스라고 합니다! 국내에는 아직 번역 안된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암스테르담 매점에서 본 책들. 




크기도 줄였고 좀 흔들려서인지 화질이 안 좋은데,


스티븐 킹 보이고,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 보이고요, 샐리 루니, 

그리고 그 오른쪽에 리 차일드의 잭 리처! 보이십니까? 

다락방님이 기뻐하실 거 같습니다 ㅋㅋ 

그 아래 <버터>도 있고요.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여긴 소설 아니고 전체를 다루다보니 

The Diary of a CEO, Atomic Habits 등 자기계발서 인듯한 책이 많았습니다.



다락방님의 로맨스 소설 집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상 유럽 시장조사 보고를 마칩니다.



+ 더위에 정신 못 차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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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8-19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정신 차려!

건수하 2025-08-19 15:27   좋아요 0 | URL
흐느적흐느적...

다락방 2025-08-19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다 제가 점령하겠습니다!!!!!!!!!!!!!

독서괭 2025-08-19 14:18   좋아요 1 | URL
락방님 저는 샐리 루니 열심히 읽고 있슴다..

건수하 2025-08-19 15:28   좋아요 1 | URL
입고시 연락주세요~ 또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ㅋㅋㅋ

건수하 2025-08-19 15:28   좋아요 1 | URL
오 성실한 독서괭님!!

독서괭 2025-08-19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건수하님ㅋㅋㅋㅋㅋㅋ 멋진 시장조사 보고서예요!!

건수하 2025-08-19 15:28   좋아요 2 | URL
네 마치 일부러 조사하러 간듯한(?) 퀄리티 아닙니까? ㅋㅋㅋ

바람돌이 2025-08-19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점구경은 어떻게 해도 재밌어요

건수하 2025-08-19 15:2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잠깐 매점 매대라도 ㅎㅎ
그리고 아는 책이 보여야 더 재밌더라구요!

페넬로페 2025-08-19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서점도 이국적인 느낌이 납니다. 똑같은 내용인데도 뭔가 다른 것이 담겨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조만간 다락방님께서 영어로
로맨스 소설 쓸 것 같아요.
남주 이름은 앤드류!

건수하 2025-08-19 19:23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이 있어도 한국 서점 분위기는 다를까요? ^^ 일단 같은 책이라도 표지도 나라마다 다른 것 같아요.

남주 이름 앤드류! 엄청 흥할거 같습니다~

다락방 2025-08-19 23:12   좋아요 1 | URL
하아- 내가 진짜 여러분들 때문이라도 꼭 로맨스를 써야겠어요!! 앤드류한테 허락도 받았습니다!!

단발머리 2025-08-1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오슬러 공항 서점을 이렇게 보네요.
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저 읽었는데 반갑고요. <Atomic Habits> 이제 막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보네요. 책 이렇게 많은데 제가 읽는 책은 잘도 보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의 최애 로맨스 소설, 우리 올리브와 우리 애덤 나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 <The Love Hypothesis> 엄청 반갑습니다!

건수하 2025-08-19 21:58   좋아요 1 | URL
저도 atomic habit은 (한글로) 읽었는데 근데 막상 보고는 그 책인 줄 몰랐지 뭐예요 ^^

올리브와 애덤 얼마 전에 만났던지라, 넘 반가웠어요! 알라딘 책 소개 페이지에는 보너스 챕터 이미지가 없어서 (문의하기는 조금 귀찮) 오프라인에서 사야하려나 봅니다 :)

책읽는나무 2025-08-19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도나 다트 책 예전에 두세 권 읽었었는데…로맨스 작가였던가? 아리쏭하네요.
약간 스릴러물처럼(황금 방울새랑 비밀의 계절?)읽었었던 기억이 있는지라…로맨스도 냈었나 봅니다.^^
오랜 서재질로 인해 안 읽었어도 눈에 익은 책과 작가들이 많아 흐뭇합니다.
특히 단발 님의 최애 로맨스ㅋㅋㅋ
외국 서점 로맨스 소설 구경도 이리 재미나다니….앞으로 외국 로맨스 소설 번역서라도 많이 읽어둬야겠단 생각도 불끈 드네요.ㅋㅋㅋ

건수하 2025-08-19 21:59   좋아요 1 | URL
도나 타트는 로맨스 아니죠 ^^ 로맨스 좀 나오긴 나오나…. 저 책 모인 곳이 로맨스 소설인 줄 알고 찍었는데 그냥 포켓 노블이었습니다 :) 그래도 아는 작가 반가워서 적어봤어요.
 

지난번에 글을 한 번 썼다. 그러고서 오늘 서재에 들어온 김에 다시 한 번 클릭해봤는데

그러고보니 읽은 책만 쓰고 산 책은 안 썼었네...?


책을 알라딘에서도 사고 Y모사에서도 가끔 사고 (전자책은 여기서 산다)

직장 독서통신 프로그램에서도 받고 

모 서점 회원도서도 있고 하다보니 

요즘은 무슨 책을 샀었고 선물받았고 선물했고.. 이런게 헷갈린다.

안 쓰고 안 읽으니까 더 기억이 안나는 것 같다.

 

어쨌든 4월의 첫날 이후 산 책 + 선물받은 책은 다음과 같다.

(이밖에 기억하지 못한 책에 대해서는 양해바람) 

















































































































(책 표지 크기를 '중간'으로 하면 정렬이 안 예뻐서 싫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노안이 오고 있으므로 이제 '작음'은 부담스럽다.)


이 책들 중 완독한 책 2권 ... 읽다만 게 2권... 


수전 손택은 책만 할까 하다가 티셔츠도 같이 펀딩했는데 잠자냥님도 수전 손택 좋아하시니 펀딩하셨을 것 같다. 다른 분들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그럼 커플티..? ㅋㅋㅋㅋㅋ 


다음주부터 책 읽을 시간은 좀 많아질 것 같은데 짐 무게 제한 때문에 책을 가져갈 수가 없다. 

전자책으로 많이 읽을 수 있으려나- 

그래도 인터넷은 잘 될 예정이다. 


약이든 밥이든 내가 줘야 잘 먹는데 첫째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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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7-17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마니 샀따…!
티셔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민하다가 티셔츠는 안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너무…. 너무 덕후 같아!🤣🤣 손택 커커커커커플티 ㅋㅋㅋ

건수하 2025-07-17 17:25   좋아요 1 | URL
아아 잠자냥님이랑 커플티 할 수 있었는데 아쉽!
색도 집사2님이 좋아하시는 검은색이던데 말입니다-

단발머리 2025-07-17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봄> 표지가 바뀌었군요. 여태 안 읽었는데, 책은 개정판이 나왔군요.
김지승씨 책도 눈에 띄구요.
짐 무게 제한이라 하시니 비행기 타시는 걸까요?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건수하님을 특히나 좋아하는 첫째가 잘 지내기를 바라고요~~~

건수하 2025-07-18 06:38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안 읽었는데 표지가 바뀐 김에 독서통신 프로그램에 있길래 신청을 했답니다 ㅋㅋ 이제 한동안은 개정 안되겠죠?
김지승 작가님 책은 조금 읽었는데 항상 그렇듯 읽기가 어려워요.

네 비행기 탑니다 ^^ 잘 다녀올게요 :) 첫째도 잘 지내길 🙏
 


3월에는 책을 많이 못 읽었다.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뉴스에 노출되기 시작하니 심란해져서 책이 손에 잘 안 잡혔다. 생각을 놓을 수 있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렸다.  


딱 이렇게 세 권 완독했다. 
















<혼불>은 모임에서 같이 읽고 있는데, 여러모로 <토지>와 비교가 된다. 좀더 나중에 쓴 책이고 좀더 토속적이고 여성의 이야기를 많이 쓴 것 같다. 근데 답답한 구석도 많아서 페미니즘과 함께 엮어서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작가가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지 전통 혼례나 장례식 등을 엄청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그 부분을 읽을 때는 이게 소설인가 싶다...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고 있다. 


허리가 아파서 책도 못 읽고 누워있으니 되게 울적했는데, 그래도 소설은 좀 읽을 만 하더라.. 그래서 당분간은 소설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3월에는 많이 사지도 않았다. 















그리고 4월의 첫 날 오늘 책을 두 권 샀다. 
















고구마 스틱을 3월에 두 번이나 샀는데 (자목련님께 땡투) 두 번 다 택배를 뜯은 딸이 낼름 먹고는 맛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같은 회사의 고구마 스틱을 찾아 주문해보았다. 촉촉 고구마스틱과 (초코맛이 나는) 촉촉 고구마 코코스틱. 고구마 스틱을 뜯어서 입에 넣었다. 맛있... 맛있나? 딸에게 이 맛이냐 하니 알라딘 고구마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같은 회사 제품인데 왜 다르지... 


결국 오늘 책과 함께 한 개를 더 주문했다. 


이번엔 내가 먹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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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4-01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못 읽는 시간이라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이 <혼불>이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10권까지 멋진 완독 여행에 미리 박수 보내드립니다!

건수하 2025-04-02 11:2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혼불> 좋으셨나요? 올해 다 읽고 혼불문학관에 가 보는 걸 계획하고 있어요 ^^

독서괭 2025-04-03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같은 것도 맛있게 만드는 알라딘 효과?? ㅋㅋㅋ 신기하네요. 먹고 말거야 치토스! ㅋㅋ
산 책 중 제가 네권이나 가지고 있어 흐뭇하군요 >ㅁ<
백년허리 ...읽으시고 꼬옥 허리 건강 회복하세요 수하님 ㅠㅠ

건수하 2025-04-05 18:18   좋아요 1 | URL
제가 드디어 알라딘 고구마 스틱을 먹어봤는데요. 제 입엔 비슷하더라는…. ^^ 고구마가 다 맛이 같을 수는 없으니 아이가 먹었던 고구마가 좀 맛있는 거였나봐요 ^^

자목련 2025-04-04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수하 님, 고구마 스틱 꼭 드시길!

건수하 2025-04-05 18:18   좋아요 0 | URL
이번엔 제가 낼름 먹었습니다 ^^!
 


2월에는 드디어 책을 샀다 (!). 









친구 선물로 <내 이름은 루시 바턴>과 오렌지 선셋 원두를 샀고 (나는 아직 먹어보지 못함)

3월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을 샀는데 아직 안 왔다. 



2월에는 개인 시간이 많아 책을 꽤 읽었다. 





















읽기만 하고 써두지 않은데다 (일기장에만 조금 끄적임) 인터넷이 연결되고 한꺼번에 많은 것들이 머리에 들어오니 

저 책들을 읽었던 때가 까마득하다. 인터넷 그리고 가족 (고양이들 포함)의 존재는 차분하게 혼자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

죄책감과 가끔 느꼈던 외로움은 느끼지 않아도 되지만.



<수치>는 70년대 책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좀더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아서 읽기가 편했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와 <수치> 중 뭘 먼저 읽을까 좀 고민했었고, 뭘 먼저 읽든 나머지도 마저 읽어보려고 했는데 굳이 읽어야 할까.. 굳이 안 읽어도 되지 않을까 (사실은 안 읽고 싶은 것 같다). 두껍지만 잘 읽혔는데 일단 완독한 건 뿌듯. 



전시 성폭력 부분을 읽고 이어서  <피에 젖은 땅> 을 읽었는데, 이 책에는 전시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았으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학살된 민간인의 이야기라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우슈비츠 등 수용소에서 사망한 유대인의 사례만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미 그 전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벨라루스 등지에서 학살된 민간인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 히틀러도 그렇지만 스탈린에 의한 - 체제의 합리화를 위해 만들어내는 논리의 연쇄에 따른 - 민간인의 희생은 사회주의라는 '이념' 이 얼마나 이념적인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좌파의 이념은 현실적인 정책으로 뒷받침 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인류가 한 번 겪었기에 불신하는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극우들이 판치는 상황 그리고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간간히 들려오던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돌아오니 더욱 가관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더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2차대전에 대해서는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종전 80년이 다 되어가도 그 시기의 사건들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의 상황 등) 인류에게 이 전쟁은 참 중대한 사건이었구나 싶다.



<피에 젖은 땅>을 읽고 나니 전에 읽었던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1930-40년대 상황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읽었다. 간략하게 당시의 상황에 대해 언급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고 확실히 전에 읽었던 때와는 이해도가 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좀 지쳐있을 때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을 읽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었는데 전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내면을 날카롭게 잡아낸다는 점만 느꼈었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는 그 표현이 좀더 간결하다고 느꼈다. 대개는 접속사도 없는 두세 개의 문장으로 직접적으로 기술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더라.. <올리브 키터리지>는 화자가 3인칭이었다면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은 1인칭 화자라서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 방식도 인상적이었고 루시의 남편 윌리엄 이야기도 좀 궁금해서 이 시리즈를 더 읽어보려고 한다. 루시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머니와 했던 대화와 어머니의 행동, 루시가 윌리엄을 위해 통마늘을 요리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통마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는 했는데, 요즘엔 오븐에 통째로 굽기도 하지 않나? -.- 



<모리스>는 3년 전에 출장갔을 때 <전망좋은 방>을 읽고 나서 읽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전자책으로 사 두고 이번에야 읽었다. 젠더를 구분하는 타입이 10개도 훨씬 넘는 현재 읽는 나에게야 이 책에 나오는 고대 그리스식의 동성애 추구가 고리타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영국에서 동성애는 처벌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이 쓰여진 후 약 100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성소수자든 다른 소수자든, 소수자는 자신의 상황 때문에 기존의 질서에 쉽게 의문을 가지게 되고 비판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부터 받았던 느낌 - 지식인 중 소수자가 많다는 - 은 눈에 잘 띄어서 혹은 우연이 아닌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이런 내용에 대한 통계는 없을 것 같지만.



펭귄 클래식 시리즈가 절판되는 것 같아서 뭘 사두면 좋을까요 했다가 잠자냥님과 폴스타프님께 추천받았던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시리즈를 이번에 읽었다. 첫 권 <저스틴>은 사랑에 빠져 황홀함과 죄책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화자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백 문체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는데, 두 번째 권 <발타자르>부터는 화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는 사건을 읽는 재미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마운트올리브>가 가장 평범한 소설 (이라서 독자는 사건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이고 <클레어>는 마무리하면서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마저 하는 느낌. 아고타 크리스타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연작 소설이라는 형식을 왜 택했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묻어났고, 퍼스워든과 달리를 통해 '문학'이라는 예술에 대한 생각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은 내가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주제라 처음에는 열심히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그냥 놓아버리고 말았다. 멀미를 하는 시기에는 그런 심오한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핑계로 합리화해본다.. :) 


전에는 펭귄 클래식 시리즈 전체가 절판될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일부만 절판이고 일부는 품절,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사중주>, <고독의 우물> 등 많은 책이 다시 판매중이다. 책값도 예전과 같이 만원 미만이라- 이 시리즈에만 있는 책들을 구하지 못해 아쉬웠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읽었다고 말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300 Words >을 마치고 왔다. 20일치를 마치고 확인해보니 확실히 아는 것은 200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헷갈려서... 한 번 정도 복습이 필요하겠다. 예문에서 저절로 단어를 습득하게 하는 방식이 공부하면서 기분도 좋고 재미있는데, 한글로 번역된 예문으로 자꾸 눈이 가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렇다고 번역이 안 되어 있으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것 같기는 한데), 오역도 꽤 있어서 개정이 필요하기는 한 것 같다. 품절 상태로 전자책만 판매하고 있고 종이책 중고가는 정가보다 훨씬 높게 정책되어 있길래 원서를 사볼까 찾아보니 원서도 품절이라.. 출판사에서 다시 내주지 않는다면 504 words나 601 words를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300이라도 다 익혀보는 걸로.



큰 고양이는 내가 없는 동안 스무 살 생일을 맞았고 전후하여 췌장염 등으로 병원 신세를 졌고... 마침내 아침 저녁으로 피하수액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대한 늦게 이 상황이 오길 바랬는데 (평균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히 늦게 시작된 것이기는 하다) 눈에 띄게 활동범위도 줄고 기운이 없어보여서 미안했다. 나를 가장 많이 따르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ㅠㅠ 열심히 잘 모시려고 노력중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니 이미 마음이 바쁘고 그동안 미뤄뒀던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매일 썼던 일기도 인터넷이 연결된 날부터 쓰지 못함) 내일부터는 출근이고 3월부터는 많이 읽지 못하겠지만 1-2월에 많이 읽었으니 아쉽지 않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생활을 돌보고 열심히 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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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0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웰컴! 이제 좀 더 자주 봅시다!

건수하 2025-03-04 13:08   좋아요 0 | URL
네 이제 매일매일 도장 찍습니다! ㅋㅋ

잠자냥 2025-03-04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과 고양이와 가족이 없으면 책이 참 잘 읽히죠?! ㅋㅋㅋㅋㅋ
아무튼 첫째냥이 회복 기원합니다... 엄마도 없는데 췌장염이라니 무지 아팠겠습니다;;;

건수하 2025-03-04 13:1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맞아요 사실 더 많이 읽을 수도 있었는데...? ㅎㅎ

많이 아팠는지 어리광이 (더) 늘었어요... 곧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기를 ^^

단발머리 2025-03-10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건수하님! 늦었지만 돌아오신것 축하드립니다!
2월에 여러 장르로 많이 읽으셔서 뿌듯하실것 같아요. 저도 2월에 읽다 만 책들 정리해서 6권 정도 읽었는데 스스로를 완전 기특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건수하님 방에서 또 겸손해지네요 ㅋㅋㅋㅋ

건수하 2025-03-10 16:25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 네 1-2월 많이 읽어서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2월 말 이후로 전혀 읽지 못하고 있어 조바심 나네요 ㅎㅎ 조만간 저도 다시 겸손해질 예정입니다 :)

독서괭 2025-03-11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건수하님 저도 늦었지만 귀국 환영합니다!!
역시 인터넷이 문제군요.. 독서 방해꾼.. ㅠㅠ 많이 읽고 돌아오셨으니 3월은 좀 쉬셔도? ㅎㅎ
<모스크바의 신사> 재밌다고 하시니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예전부터 집에는 있었는데.
첫째 고양이 많이 아프지 않기를 빕니다.. 수액까지 고생이 많네요 ㅠㅠ

건수하 2025-03-11 14:15   좋아요 0 | URL
돌아오니 밀린 일이 많네요. 체력도 딸리고... 그래서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독서를 쉬고 있습니다 ㅎㅎ
<모스크바의 신사> 강추합니다. 두꺼운데 즐거워요.

두 주 정도 수액을 맞았더니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더 좋아지면 좋겠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