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탐구 생활
이다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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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권의 책을 냈고 인터넷에도 웹툰을 연재했었던 이다(2da)의 만화책. 


약 한 달 전에 쓰레드에서 이 책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했었다. 앞 예약자 4명을 거쳐 얼마 전 내 차례가 와서 읽어보았다. 한 달이 지났으니 더이상 화제 거리는 아니지만, 대체 뭐가 문제였나 싶어서 굳이 잘 안 들어가는 쓰레드에 들어가서 찾아보았다.


문제제기를 한 사람이 올린 사진은 이거였다. 





9살인데, 가슴에 그리고 오줌 누는 곳에 뽀뽀를 하는 '꿈을 꿨다' 는게 누군가를 충격받게 한 것 같다. 9살인데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이걸 보는 아이들도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까봐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이 KBBY (Korean Board on Books for Young People - 국제아동청소년 도서협의회 IBBY의 한국 지부 인듯) 주목도서라고 되어 있어 찾아보니 올해 4월에 아동-청소년 책 중 선정이 되어있었다. 올해 1월에 나온 책인데 4월에 선정이 되면서 아무래도 많은 도서관에서 이 책을 구입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나 어조로 미루어보면 작가가 대상독자로 어린이를 상정한 건 아닌 것 같고, 대체로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본인의 어릴 적에 대해 하고싶었던 말이 담겨있다. 그런데 만화책이고 그림체도 귀엽고(?), 또 문제의 사진이 들어있는 장 빼고는 대체로 누가 봐도 어린이들이 읽어도 괜찮을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있다보니 어린이 책으로 분류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알라딘의 주제 분류는 이렇다.





쓰레드에서 문제삼은 사람의 말은 일단 어린이 책에 이런 내용이?! 였고 딱히 어린이 대상 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자 그 다음에 문제삼은 것은 이 책이 어린이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도서관 측에서 분류를 잘못 해서 책을 배치했다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결과, 사람들의 마음에 걸릴만한 내용이 있다면 딱 저 페이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매우 건전한 문제제기라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싶다. 








쓰레드의 어떤 댓글은 '초등학생이 보기는 좀 그렇다' 였는데, 처음 글 작성한 사람은 '고등학생 때나 봤으면 좋겠다' 라고 써 두었더라. 자기 아이가 중학생이어도 이런 건 몰랐으면 한다는 거다. 쓰레드에 워낙 어그로 끄는 사람 (심지어 본인 얼굴이랑 신분도 공개하면서도) 이 많아서 - 그들의 목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홍보를 하겠다인지 아니면 난 내 생각을 자신있게 말한다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 사람이 정말 학부모인지 아닌지, 아이가 있는 성인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요즘 초등학교 5-6학년은 저렇게 순진하게 '내가 왜 이런 꿈을 꾸었지?' 하기는 커녕 얘기하는 애들도 많고 경험하는 애들도 있는데, 인터넷과 미디어에 노출되는 건 괜찮고 이런 책을 도서관에서 읽을까봐 걱정한다니.. 아이들이 저 정도도 안 읽었으면 한다면 인터넷/미디어 노출은 물론 학교도 안 보내고 홈스쿨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굳이 딱 저 이미지 하나만 올리면서 얘기한 건 정말 어그로 끄는 거였다고 생각한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안담의 <소녀는 따로 자란다>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초등학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라고.


어쨌든 그런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리뷰라고 쓰면서 투덜거리기만 해서, 100자 이내 평을 덧붙이자면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의 좀더 친근하고 솔직한 버전이라고 하겠다. 어린이가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내용이 가볍지는 않아서 아마 9-10살 이하 어린이는 앞쪽 조금 보다가 덮을 것이다. 



집사3이 재밌겠다고 하길래 보라고 하고 저 장에 대해 같이 얘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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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8-06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 논리라면 박아박아도 문제 삼아야 할 거 같은데…. ㅋㅋㅋㅋ 미디어가 (폰이) 더 충격적이지 않나요? 저는 이번에 아동 성매매한 청주시 시의원 사건 보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한 세계에서는 아이들에게 폰이 참 독약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에휴

건수하 2026-08-06 14:10   좋아요 0 | URL
남자애들이 그러는 건 충격적이지 않았나봐요. 그런건 인터넷에 널려있기도 하고..
요즘 12세나 15세 영화 수위도 높잖아요. 왜 그런 건 문제 안삼고...?

카카오톡 오픈채팅이 온갖 범죄의 온상이라고 하더라고요. 담배는 물론 마약도 살 수 있고 성매매도 하고. 다 아는데도 그걸 막을 수도 없고 막을 생각도 없는 것 같아요.

그 시의원이란 작자는 성착취물도 만들었다더군요... 그래놓고 공직자 선거를 나갈 생각을 하다니. 이건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하나요...?

망고 2026-08-06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제가 초딩때였을때도 저정도의 언급은 어린이 도서에서 접했던건데...저학년은 아니었고 고학년쯤에 어린이 성교육책 같은게 추천도서 목록에 있었고 저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정도가 난리날 정도인가...

건수하 2026-08-06 17:58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안담 작가 소설도 작가가 성인이니 한참 전 얘기인데… 현실을 잘 모르는 보수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조장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에휴
 
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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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읽기 전부터도, 다 읽고 난 지금도 왜 이 책이 그렇게 화제의 책인지 (정말 화제의 책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다정하고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는 많고 많지 않나. 지금 지구촌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지만 지구 전체가 평화로운 때가 얼마나 있었던가?


어쨌든, 밝고 다정하고 희망찬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 이야기를 지난 몇십 년간 이미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므로 굳이 읽으려 하는 편은 아니다. 이 책은 다른 이유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나는 시가 마냥 어려운 사람이다. 시랑 친해져보겠다고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도 읽어보았고,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시인의 시를 읽어보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가까이하기 힘들다. 작년 언젠가 한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올해 여름 그의 시집을 읽으면서 시라는 것에 조금 마음을 열게 됐다. 그 시인이 시를 평이한 언어로 좀 풀어서 쓰는 편이고, 내가 그 시인이 어떤 걸 말하고 싶어하고 어떤 방식으로 쓴다는 걸 이미 좀 알고 있어서인지 이번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평선 너머>의 로버트와 덜시가 로미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좀더 로미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처럼, 나도 시를 한 편씩 읽을 때마다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저 시 몇 개를 같이 묶어서 내는게 아니라 여러 시들을 관통하는 정서나 키워드가 있기에 시 한 편을 그냥 읽는 것과 시집을 읽는 것은 무척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조금 이해하고 많이 오해한다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내가 그 시인을 직접 만나 시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시에 마음을 조금 열게 된 시기에 읽은 책이라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 (정말 그렇게 아름다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묘사는 아름다웠다) 묘사와, 다정한 이야기들도 충분히 읽을 만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시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이래놓고 또 금방, 아냐 시는 어려워- 하면서 멀리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그렇다. 




"학교에서 배운 부분은 지루했어요. 전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외국어 같았어요."


"그랬다면 학교에서 잘못 읽힌 거야. 잘못된 작품을 고른 거지. 정말이지 비극이 아닐 수 없구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시인데."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아이고, 얘야. 당연히 있어. 당연히 있다고. 네가 지금까지 느낀 모든 감정은 너보다 앞선 다른 누군가가 느꼈던 거란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게 진실이야. 그게 바로 시란다. 바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시의 존재 이유지.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야. 캄캄한 밤을 홀로 항해하는 뱃고동에서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처럼, 시는 시대를 초월해 공명하는 위로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일 오후까지 수 세기를 이어주는 사다리가 바로 시란다. 네 문제는 진정한 시인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거야. ...."


138-139쪽




+ 왜 원제는 The Offing (앞바다 - 소설에 나오는 시집의 제목)인데, 번역된 제목은 수평선 너머인가. 

제목에 어떤 의미를 담거나 암시하고자 하는 듯한 한국 번역서 제목은 나랑 취향이 영 안 맞는다. 

네가 지금까지 느낀 모든 감정은 너보다 앞선 다른 누군가가 느꼈던 거란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게 진실이야. 그게 바로 시란다. 바로 그 사실을 알려주는 게 시의 존재 이유지. 시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는 아니라는 점을 일러주는 인류의 표현 방식이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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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28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를 잊은 그대 시건망증 건수하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감성은 수평선 너머보다 앞바다! ㅋㅋㅋㅋㅋㅋㅋ

4별 주셨기에 좋았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건수하 2026-07-28 17:1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책 제목으로 스포일러 하면 안된다는! ㅋㅋ

그래도 5별은 못 주겠더라고요.. 이거 쓰고 이제 알라딘에 팔 지도 몰라요 ㅋㅋ

잠자냥 2026-07-28 17:19   좋아요 1 | URL
사람 참…. 시건망지네 ㅋㅋㅋ

(전 바로 팔았다능 ㅋㅋㅋ)

건수하 2026-07-28 17:34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거 꼭 써보고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7-28 17:43   좋아요 1 | URL
🙆🏻‍♀️😹😹😹

독서괭 2026-07-28 23:31   좋아요 1 | URL
시건망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7-28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 이야기가 저도 궁금해지네요. 그냥 다정한 이야기는 딱히 땡기진 않지만요!
저도 시가 어려워요. 한때 갬성 풍부할 때는 외우는 시도 좀 있었건만 ㅋㅋ

건수하 2026-07-29 23:18   좋아요 1 | URL
한때 풍부하실 때가 있었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요? 😉
 
Stargirl (Mass Market Paperback)
제리 스피넬리 지음 / Laurel Leaf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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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진 아이에 대한 보통 아이들의 반응. 아이들 이야기라 약간 관대하게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잔인하기도 했다. 이 책이 쓰여질 때와 비교하여 지금 한국 사회는 다양성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매도해버리는 정도는 더 심한 것 같다. 억지로 만든 결말이 아니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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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6-07-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독맨션의 <스타걸 내 사랑을 받아다오>가 여기서 유래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됨.

건수하 2026-07-0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 괴로웠다.

잠자냥 2026-07-22 10:39   좋아요 0 | URL
라고 노안수하가 말합니다…

건수하 2026-07-06 15:04   좋아요 0 | URL
노안을 실감하게 된 첫번째 책입니다..

독서괭 2026-07-06 23:00   좋아요 1 | URL
영어원서 진짜 글씨.. ㅠㅠ 저 어제 도서관에서 레베카 솔닛 신간 빌려왔는데 이것도 글씨 너무 작아요ㅠ

건수하 2026-07-07 14:25   좋아요 1 | URL
원서를 직접 보고 사기도 힘들고... 이제 mass market paperback은 안 사려고요....

독서괭 2026-07-07 14:2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오윌리엄이랑 tell me everything 은 보기 시원해서 좋다 했는데 둘다 하드커버네요. 비싼 하드커버를 사야 하는가!!

건수하 2026-07-07 18:27   좋아요 0 | URL
하드커버는 괜찮은 거군요 ㅜㅜ
 
먼 거울 - 파국의 14세기, 흑사병, 백년전쟁, 그리고 움트는 혁명
바바라 터크먼 지음, 박중서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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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원더박스 출판사로부터 바바라 터크먼의 <먼 거울> 가제본을 받았다. 전체 책의 절반이라고 했는데 (2부 중 1부이다) 676쪽. 6월 첫 2주가 출장이라 고민이 됐다. 이 책을 가져가야 할 것인가, 두고 갔다가 와서 나머지 2주 동안 열심히 읽을 것인가. 컵라면 한 개를 빼고 대신 이 책을 가져갔는데, 결국 내내 펴보지 못하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펴서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 싶은데 어두운 곳에서 독서등을 켜자니 주변에 민폐가 되어 많이 읽지 못하고 돌아왔다. 



저자는 미국의 바바라 터크먼. 래드클리프 대학을 나왔고 아시아와 유럽 여행을 하면서 부친 소유의 잡지에 특파원으로 기고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딸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였지만 스스로 자료를 조사하여 역사 관련 도서를 여러 권 집필했고 그 중 두 권 <8월의 포성>과 <스틸웰과 미국의 중국 경험>(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음)으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전업작가 혹은 역사가가 아니라서인지 그의 저서는 '대중용 역사서'로 분류된다고 한다. 읽어보니 문체가 소설처럼 친근하고 설명이 자세하여 읽기 쉽고, 은근히 서술대상을 돌려까는 (...) 재미도 있었다.  

 


<먼 거울>은 1978년 출판된 책이다. 서문에서 작가는 14세기가 '거칠고, 괴롭고, 당혹스럽고, 고통스럽고, 허물어지는 시대' 라고 하면서 '그와 유사한 무질서의 시기인 지금' 이라고 언급한다. 최근 10-20년이 예측들이 무너진 이례적인 불편의 시기라며, 인간이라는 종이 이전에 더 나쁜 일도 견디고 살아남았음을 아는 것은 안심이 되는 일이라고.


"역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지만, 인간은 항상 반복한다." - 볼테르



터크먼이 언급한 '무질서의 시기' 1970년대는 서구세계에서 2차대전 이후 과학, 경제 성장, 민주주의가 인류를 계속 발전시킬거라는 낙관적 믿음이 무너진 시기였다. 1973년 오일 쇼크, 베트남 전쟁 패배, 워터게이트 사건, 영국의 경제위기 등. 터크먼은 1차대전 이후 시기를 흑사병의 여파와 비교한 역사학자 제임스 웨스트폴 톰슨의 말도 인용한다. 두 시기가 '경제적 혼돈, 생산 부족, 산업의 둔화, 발광적 쾌활, 과도한 지출, 사치, 방탕, 사회적 히스테리, 탐욕, 허욕, 실정, 예절의 타락' 등 공통의 문제가 있었다고. 


위의 표현들 중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꽤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원인을 정확히 뭐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전세계에 전염병이 돈 이후 경제도 어렵고, 극우 세력이 득세하고,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사람들은 불안과 불만에 차 있다. '보증된 미래에 대한 느낌이 전혀 없었던 고통의 시기' 라는 표현이 지금에도 잘 어울린다. 반절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것이 이 책을 지금 번역해 출간한 이유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무겁다. 



터크먼은 프랑스 기사이자 귀족인 앙게랑 드 쿠시 7세와 관련된 기록을 통해 당시 시대를 조망한다. 앙게랑 드 쿠시 7세는 프랑스인이지만 백년 전쟁 중 볼모로 영국에 가서 에드워드 3세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영국과의 전쟁에 참전을 거부하는 등 양국 모두에서 비중이 컸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주요 사건들에 관여하였으며, 당대의 가장 위대한 연대기사가인 장 프루아사르를 후원했기 때문에 자세한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내가 읽은 1부에서는 백년 전쟁의 시작 - 흑사병의 발발 - 휴전과 협상을 반복하며 계속되는 전쟁 - 흑사병과 전쟁, 전쟁에 참여한 용병들의 약탈로 점점 피폐해지는 평민들의 생활 - 교권 분립으로 인한 혼란 (아비뇽과 로마에 두 명의 교황이 존재하게 됨) 을 다루고 있다. 군데군데 부르주아와 농민들의 각성, 종교에 대한 불신 등이 싹트는 것이 중세가 아직 한참 남은 14세기에도 근대화가 싹트고 있음이 엿보인다. 


2부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2부
제17장 쿠시의 대두
제18장 사자에게 맞선 벌레들
제19장 이탈리아의 유혹
제20장 제2의 노르만 정복
제21장 갈라진 허구
제22장 바르바리 공성
제23장 어두운 숲에서
제24장 죽음의 춤
제25장 잃어버린 기회
제26장 니코폴리스
제27장 하늘아 어두워져라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100년 전쟁 전반을 다루는 건가 생각했지만, 목차를 보니 26장에서는 중세의 마지막 대규모 십자군 원정의 니코폴리스 전투를 다루는 것 같고, 27장에서 앙게랑 드 쿠시 7세가 죽는 것으로 마무리되려는 모양이다. 일단 1부만 읽고 쓰는 리뷰이다. 2부도 즐겁게 읽어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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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02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컵라면…. 🤣

건수하 2026-07-02 22:32   좋아요 0 | URL
컵라면이 현명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만 가져갔더니 너무 슬펐다는 😭

독서괭 2026-07-02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먼거울 재밌겠네요! 전업주부인데 혼자 조사해서 책을 내다니 멋있다..

건수하 2026-07-02 23:37   좋아요 1 | URL
진짜 재밌어요 ㅎㅎ 그리고 70년대에 살았던 사람이라서 그런가? 시각도 꽤 진보적이구요 :)

독서괭 2026-07-02 23:52   좋아요 1 | URL
와~ 찾아보니 아마존에서 12불에 팔아요 ㅎㅎ 웬일로 한국보다 더 싼 원서 발견 !!
그러나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역사서를 영어로..? 흠….

건수하 2026-07-02 23:54   좋아요 1 | URL
음음 한글로 번역된 걸 보면 풀어쓰는 스타일이긴 한데… 수많은 고유명사를 영어로 보기가 괴롭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근데 12불이면 시도해볼만 한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6-07-03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 가제본 너무 멋있어요! 내용도 흥미로울 거 같은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
전업주부인데 혼자 공부해서 역사 관련 책을 쓰시다니... 부지런하시기도 하셔라~~

건수하 2026-07-04 01:25   좋아요 1 | URL
자세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퓰리처상도 두 번이나 타셨다고~ 멋지죠? ^^ 내용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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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좋아했던 하루키의 작품들과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읽었다. 내가 좋아했던 소설과 글을 쓴 작가에 대해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좋아했던 문체 - 최대한 자세하고 오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 가 이제는 불필요하게 길다고 느껴져서, 이제 정말 하루키는 나에게 과거의 작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 이야기를 소재로, 삶의 태도에 관해 쓴 책이었다. 달리기에도 딱히 관심이 없고 이제 하루키에도 별로 관심이 없지만 내가 왜 그 시절 그의 글을 좋아했었는지, 왜 이제는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그는 꾸준히 노력하며 성과를 내 왔고 나는 그다지 꾸준하지 않고 성과도 좋지 않지만, 그가 이 글을 쓴 시기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기가 각자의 생애주기 중 비슷한 시기이기 때문인지 그가 언급한 삶의 태도에는 꽤 공감이 되었다.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이 꽤 비슷한 것은 내가 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생각이 비슷한 나머지 이제는 더이상 하루키가 궁금하지 않다. 언젠가부터 하루키를 읽지 않고 그의 책을 정리했던 것도 별로 새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그 생각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그래도 이 사람의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는 (이제와서야) 나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실천해보고 싶다. 



왜 내 직업적 만족도가 높지 않은지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아마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이후로부터) 나는 노력은 그리 많이 하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온' 것 같다.

하루키는 힘들게 노력한 이후 '자신에 대한 자부심' 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가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인생도, 직업도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니까 장거리 러너와 비슷하지 않을까. 힘들게 노력하지 않았고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기에 일에 대해서도 점점 관성적이 되었던 것 같고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다른 하고싶은 일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 일이 그다지 싫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직도 정년퇴직을 하려면 15년 이상 남은 것이다.. (세상에)



내 mbti 타입은 '노력조차 절약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언급 (두 타입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오는데, 이 언급 때문에 이 타입으로 확정했다) 이 있는데,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 이제와서라도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꾸준히 노력해보고, 자부심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내가 인생을 살고있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효율은 좋지 않겠지만. 



책모임에서 읽었고 그 모임에서 하루키의 최근 소설을 뭔가 하나 더 읽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간시 사두었다가 안 읽은 <1Q84>를 읽고 이제 하루키를 다시 보내줄 생각이다. 

거기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타인과 우열을 겨루고 승패를 다투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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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6-06-23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하루키와 생각이 비슷하시군요. 저는 하루키 산문을 하나도 안 읽었고 소설도 얼마 안 읽어서 잘 모르는데, 하도 사람들이 하루키 얘기를 많이 하니 별로 안 궁금한 느낌이 있습니다.. ㅎㅎ 일이 관성이 되고 즐기지 못하는 거 정말 공감해요. 그냥 그럭저럭 해나가면서 크게 발전은 없지만 딱히 문제도 없는.. 애 키우느라 내려놓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죠.
꾸준한 노력을 실천해보시겠다니 응원합니다~!

건수하 2026-06-23 16:02   좋아요 1 | URL
원래도 공감이 잘 되어서 좋아했을 것 같기는 한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가치관이나 생각이 꽤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

애가 이제 좀 크고 저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다보니 좀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싸우긴 하지만요.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 도서관에 예약이 온통 꽉 찼지 뭐예요... 동병상련...

단발머리 2026-06-23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하루키 많이 좋아하셨군요. 이제 덜 궁금하시다 하시니, 저도 한때 사랑했으나 이제는 좀 덜 읽게된 필립 로스가 생각나네요.

저는 이 책이 참 좋았는데, 숱하게 많은 ㅋㅋㅋㅋ 하루키의 소설들 보다 이 책이 더 좋았어요. (하루키 소설은 3-4권 읽었을 뿐이지만요) 저는 유행할 때 안 읽고 비교적 최근에 읽어서 하루키가 ‘젊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하루키의 태도 같은 것은 좀 배우고 싶은 지점이 있었어요. 직업적 만족도에 대한 부분에서는 공감되네요. 물론 관성이 생길만큼 오래 일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건수하 2026-06-23 21:05   좋아요 0 | URL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20대 후반까지 쭉 하루키를 읽다가 어느날 갑자기 최근작을 읽으며 꼰대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루키 소설에서 여성이 항상 도구처럼 나오는 느낌도 있었고요. 그런데 나이가 저희 아버지랑 비슷해서 깜짝 놀랐어요 ㅎㅎ 나이에 비해선 젊은게 맞는 것 같아요.

직업적 만족도 부분은 단발머리님이 오늘 쓰신 글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제가 하던 생각과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놀랐었어요 :)

단발머리 2026-06-23 21:34   좋아요 1 | URL
다른 책, 비슷한 생각이라면..... 그 유명한....

찌찌뽕?!? 😜🤩🤪😍😎

건수하 2026-06-24 00:49   좋아요 0 | URL
찌찌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