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에서 누군가 낭독한 문구. 

그 사람은 이 구절을 읽고 두 나라의 두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한다. 



세상에는 남자들도 있다. 우리는 가끔 그걸 잊고 여자들만 있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언덕과 평원처럼 유순한 여자들만 펼쳐져 있다고. 우리는 농담을 거의 하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며, 삶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러나 이따금 우리 사이에 뜻밖의 남자가 소나무처럼 솟아올라 우리를 무자비하게 굽어보면, 우리는 우르르 떼를 지어 동굴과 도랑 속에 숨어들어 남자가 갈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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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싶은 책이 너무 많다

읽지도 못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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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06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지도 못하면서…….

건수하 2024-11-06 08:51   좋아요 0 | URL
확인사살…. 😂

독서괭 2024-11-06 0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눙물이 난다...

건수하 2024-11-06 10:20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은 제 맘 아시는군요! ㅠㅠ

독서괭 2024-11-06 14:46   좋아요 1 | URL
저 요즘 이벤트 적립금에 홀리고 못 읽는 스트레스로 인해 원칙을 깨고 야금야금 사고 있는데 어쩌죠 ㅜㅜ

건수하 2024-11-06 15:39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이제 곧 연말이잖아요 지금껏 많이 참으셨어요!

청아 2024-11-06 1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맘 내 맘ㅠㅠ 책 때문에 고통스러운데 왜 행복할까요?ㅎㅎㅎ

건수하 2024-11-06 14:43   좋아요 1 | URL
서재에 굳이 와서 좋으면서 또 괴로운 ㅎㅎ 그리고 책은 안 읽고 댓글만 다는 저..
 

























소말리아 난민에 관한 그래픽 노블 When Stars Are Scattered 를 읽었고,

파키스탄 무슬림과 결혼한 한국인의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읽고,

성폭력에 관한 책 <교만의 요새>를 읽었더니 궁금해지는 책이 있었다.



2018년 제주도에 500여명의 예멘인이 난민 신청을 한 일이 있었고, 이에 대해 한국 페미니스트의 입장이 갈렸던 일이 있었다. 이 책의 저자 국지혜라는 분은 소위 '랟펨' 래디컬 페미니스트이고, 열다북스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관련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이 출판사를 처음 들어본다고 생각했지만, 찾아보니 이미 <포르노랜드>를 읽었었다. 












페미니즘은 대체로 여성뿐 아니라 대체로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을 걱정한다. 전세계 인구로 따지자면 여성은 소수가 아니고 여성이라는 집단이 균일하지 않으므로 모든 여성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억압받아왔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약자와 소수자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을 반대한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비난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았고, 5년이 지난 지금에도 트랜스 젠더 여성의 모 여대 입학을 반대한 사건과 함께 종종 회자되곤 한다. 나는 주로 난민 신청을 반대한 페미니스트들을 비난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말을 접해왔다. 


저번에 <교만과 요새>를 읽고 너무 관대하고 온건하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접한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난민에 대해 <우리 안의 인종주의> 처럼 인도주의적인 태도로 이야기했기에, 이번에는 한국 랟펨의 입장을 읽어보고 싶었다. 물론 국지혜씨가 한국의 랟펨을 모두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로 쓰는 글인데,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다) 



미주까지 포함해 200쪽이 조금 넘는 책이지만, 독자를 분노하도록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표현들 때문에 읽기가 불편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서 자꾸 책을 덮게 되었다. 내 태도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난민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고 단순히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 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혹하다고 생각한 것이 '난민 대량 수용이 일으킬 사회적 여파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목소리' 라는 언어로 돌아오니 참 마음이... 따가웠다. 



이 책은 일단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의 ‘대책없는 온정주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 을 비판한 다음 당시 예멘에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 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종교 (이슬람교), 난민들의 다수 (90% 이상)가 20-30대 남성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성별과 종교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 (여성에 대한 태도), 그리고 같은 나라의 난민은 아니지만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교를 믿는 난민 신청자들이 2015년말-2016년 초 독일 및 유럽에서 저질렀던 성폭력 및 폭력과 같은 일에 대한 우려 등을 이야기하고 캐나다의 난민에 대한 정책(가족과 함께 오는 신청자에 한해 난민 비자를 주는)을 소개하며 페미니즘적 대안을 제시한다.



다 읽고 보니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크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예멘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근거로 예멘의 상황과 여성 인권에 대해 예멘 여성의 증언이 신뢰할 근거가 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는데,


가부장제의 인질 상태에 놓인 여성들은 남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폭력 가해자를 옹호할 수밖에 없는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야만 할까? 상업화된 성착취에 생계가 달린 여성이 '성매매'를 노동이자 자기계발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이를 곧바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식으로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것은 누구를 유리하게 하는가.

여성의 노예적 위치를 이용하여 '그들이 스스로 말하게 함으로써' 주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보여야 할 반응은 무엇인가.

(126-127쪽)



물론 모든 진술은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가정 폭력에 대해서도 여성들은 대체로 솔직하게 기술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그들의 증언을 판단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까지 주어질 수 있는가, 좀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다만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이런 투는 아니고 주변 상황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도로 받아들이면 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지금껏 책으로 접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는 70년대 미국의 페미니스트가 대부분이었는데, 한국의 상황을 다룬 한국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책을 읽고나니 뭔가 한 걸음 내딛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두려워(?)하지 않고 더 읽어보려고 한다. 뭘 더 읽어야 할 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다락방님이 추천하신 윤김지영 교수의 책을 하나 읽어볼까 한다.



+ 누스바움이 너무 관대하다고 생각했는데, 자극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관대함이 나은 것 같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중도하차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난민을 무작정 수용하기에 앞서 여자들이 여성에 대한 안전 대책을 먼저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며, 이런 논의 과정은 급격한 난민 수용에 따라올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비하도록 하는 민주주의 절차다. - P45

좌파가 주도하는 여성 운동은 여성을 다른 의제 뒤로 밀어버리는 경향이 매우 강하고 스스로 매우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여기며 실제로 수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한다. ... 모든 각성한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문제에만 집중해도 성폭력과 성착취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한다. 그런데도 게이 사기 결혼 논쟁이나 난민 문제 등을 앞에 두고 기존 여성운동권이 여성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 축소하고 여성의 경험과 감정을 지워버릴 때 대중 여성들은 불쾌감과 함께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 P50

좌파의 인도주의라는 환상과 낭만주의는 국내 테러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경제적 갈등을 유발하여 극우주의 선동을 이롭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P55

예멘 난민 사태를 대하면서 한국의 지식인과 엘리트 집단은 독일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문화가 다양성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환상인데도 난민 유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뭉뚱그려 극우 세력의 의견이라 매도하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성폭력에 대한 걱정을 인종혐오로 매도하는 좌파 운동권과 엘리트들의 대책없는 온정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환상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57

이들이 전쟁을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으러 온 가짜 난민인가 하는 문제 역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 여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자기 나라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하다가 왔는가 하는 점이며, 그들 ‘조국‘의 사회 체제와 문화 속에 들어 있는 매우 극심한 여성혐오 사상이 그들 속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 P69

전쟁을 피해 한국까지 넘어온 예멘 난민 중 90%가 남성이라는 사실은 예멘의 처참한 전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보다 처참한 여성 인권을 보여준다. 예멘 여자들은 인권이 낮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이다. 남자들은 아내와 딸, 늙은 어머니를 인질로 넘기고 도망갔다. ... 피란길은 위험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먼저 국경을 넘어와서 난민 지위를 받고 일자리를 얻고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면 가족들도 불러들일 것이라고 순진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멘 내 여성 인권을 보면 이런 말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 중에 다수가 자기의 어린 아내나 딸이 지내야 할 집과 가축을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국경을 넘었으리라고, 심지어 딸을 조금 더 넉넉한 형편의 늙은이에게 팔다시피 시집보낸 돈으로 넘어왔으리라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개연성 있다. - P79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에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독신 남성을 배제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여자와 아이들부터라는 대원칙을 만들었으며 독신 남성은 받지 않기로 한 후, 비용을 들여서 비행기를 띄워 바다 건너 먼 곳에서 난민들을 데려다가 인도적으로 수용하였다. 20-30대 독신 남성이 혼자서 넘어올 경우 장기적으로 사회 불안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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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28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지향하며 그들을 지지하지만, 열다북스에서 지금처럼 좋은 책들을 계속 출판해주길 바라지만, 그러나 개인적으로 국지혜 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그리고 당연히 국지혜가 래디컬을 대표하는 건 전혀 아니고요). 이 책에서도 그렇고 제가 알고 있는 국지혜 개인적인 행보에서도 페미니즘을 어느 지점에서 넘어버려 살짝 어긋났다고 보이는 경향들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건수하 님이 말씀하셨던 ‘대책없는 온정주의‘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받아들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난민 문제에서도 그리고 트랜스젠더 문제에서도 저는 이 대책없는 온정주의, 혹은 피씨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욕망이 현실문제를 들여다보지 못한다-혹은 현실감각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너무나 당연히 윤김지영 도 래디컬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저는 윤김지영 쌤에 대해서라면 래디컬들이 감각하는 페미니즘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그들의 편에 서고자 하면서 자신의 윤리감각도 잃지 않는 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 분도 엄청 욕 많이 먹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에게는 물론이요 래디컬 페미들 사이에서도 그랬습니다.

음 저는 저랑 의견이 다른 여성들-페미니스틀-에게 내가 선택한 이쪽이 맞다, 라고는 딱히 설득하고 싶진 않아요. 개인적으로 어떤 쪽을 지향하거나 지지해도 그들과 백프로 일치하는 의견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고, 그런데 저는 어쨌든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감각하고 현장에 나가 젊은 여성들과 시위를 하다보니, 흘러흘러 여기로 왔더라고요. 개개인의 역사와 감각이 결국 그 사람을 지금 그 자리에 위치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음 저는 교만의 요새에서 마사 누스바움에게 너무 실망을 해가지고.. 사실 저는 ‘온건하다‘ 정도로 생각하기보다는 ‘장난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 꽃밭에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은 진흙탕인데요. 아무튼 건수하 님의 책읽기를 응원합니다. 빠샤!!

건수하 2024-10-28 17: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자주 인용하시는 <여자는 인질이다>도 열다북스 책이더라고요. 좋은 책은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국지혜라는 분에 대해서 아직 자세히 알 기회는 없었는데.. 이 책의 어투가 좀 불편했거든요. 저는 글은 특히 책으로 나올때는 좀 정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더 찾아보지는 않으려고 해요. 책이 아닌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 정제되지 않은 말을 보게될 것 같아서.. 물론 다락방님의 윤김지영에 대해 쓰신 부분을 보면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조심해야 하겠지만요.

윤김지영님 책은 공저 말고는 동생분?과 함께 쓴 <탈코르셋 선언>하고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이 있던데 혹시 더 추천하시는 책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누스바움은... 음 저는 온건하게 쓰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믿고 싶습니다. 교수들이 대체로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윤김지영님 책이 기대가 되네요).

다락방 2024-10-28 17:26   좋아요 3 | URL
[헬페미니스트 선언 그 날 이후의 페미니즘] 이 제일 처음 나온 책인데, 저는 이 책이 참 좋았거든요. 리뷰들 읽어보셔도 좋을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항의로(?) 출판사에서 절판한 걸로 알아요. 그래서 내용 보강해서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왔는데, 그게 [지워지지않는 페미니즘]일겁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물론 동생분과 함께 쓴(언니였나..두 분이 쌍둥이거든요. 누가 언니인지 자꾸 헷갈려요.) [탈코르셋 선언]도 좋은데, 사실 코르세에 관련된 거라면, ‘쉴라 제프리스‘의 [코르셋]쪽이 한 방에 끝나지 않나 싶습니다.

덧. 윤김지영 쌤도 말투는 쎄지 않습니다. ㅋㅋ 심지어 [탈코르셋 선언]은 존댓말로 되어있어요.

건수하 2024-10-28 19:44   좋아요 0 | URL
땡투해서 담아뒀습니다! 무료배송쿠폰이 리필되길 기다리며… (아니면 다른 책을 더 담아서) ❤️

2024-10-29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29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29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29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4-10-29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건수하 님처럼 평상시에는 다분히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난민/트랜스젠더를 지지했는데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상황 아래에서도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반대할 거리가 있다는 걸 알려줬다는 점에서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말씀하진 것처럼 다분히 감정적인 어투가 좀 거슬렸고 ㅋㅋㅋㅋ 저도 누스바움 언니처럼 관대한 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기존의 제 생각의 틀을 깨준 점이 있다는 면에서 5별....(저도 4.5별쯤)을 줬지만 그럼에도 저는 난민/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소위 ˝렏팸˝들의 생각하고는 결을 같이 할 수는 없을 거 같아요(영원히).

얼마전에 곰탱이한테 왜 렏팸들은 트젠을 배제하려고 하느냐 물었더니 MTF(Male to Female) 트젠들이 여성성을 과하게 추구하는 점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페미니스트들은 탈코 운동까지 하면서 그놈의 고정화된 여성성의 이미지를 없애려고 애쓰는데 트젠들은 도리어 그걸 추구한다고. 근데 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갖고 싶은 게 바로 그거라서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갖지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 추구하게 되는?? 예컨대 동성애자들이 이성애 결혼제도가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동성혼을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요. 아무튼 그래서 전 이해가 가는데..... 지나가던 렏팸한테 돌 맞을 소리 같군요.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0-29 09:54   좋아요 1 | URL
저는 반대한다기보다 제도상 약간의 조정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쓰기까지 이 책의 저자도 상당히 자제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약자 집단을 우리의 잣대로 판단하는 게 또 마음에 걸리긴 해요. 하지만 국가든 자선 단체든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으니 어떤 기준은 만들어질 수 밖에 없을 거고, 그 기준에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좀 추가하고 싶다- 그 정도에서 타협하고 싶네요.

난민이나 트랜스젠더나, 온정주의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고민없는‘ 온정주의는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래서 반성했을 뿐이에요.

트젠들이 여성성을 과하게 추구하면... 그게 페미니즘에는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생물학적 공통점을 많이 갖고 있다 해도 여성 안에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 지.. 그게 문제가 된다면 배제할게 아니라 랟펨도 여성에서 따로 떨어져 나가야 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곰탱이 (언급하셔서 똑같이 씁니다 ㅎ) 께서 (...) 전에 남성 여성의 구분을 굳이 하지 않는다면 트랜스는 필요하지 않다고 쓴 걸 본적이 있는데 그게 더 편리해보이긴 하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여성에 포함시킨다는 뜻은 아니지만.

2024-10-30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31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 번 쓴 적이 있는데, 페미니즘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이번에 읽고 이야기를 나눈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오만과 편견>을 앤의 서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는데 번역이 괜찮은 것 같아서, <자기만의 방>도 이 출판사 책으로 읽어보았는데 괜찮았다. 뒤늦게 열린책들 책에 희진샘 해설이 실린 걸 알게 되어서, 요즘 이 책 통필사를 시작했는데 공경희 님 번역 원래 별로 안 좋아하기도 했고, 여전히 별로다.. 희진샘 해설은 좋다. 전에는 이민경 님이 번역한 민음사 쏜살문고 버전으로 읽었는데, 셋 중엔 앤의 서재 번역이 가장 읽기 좋았다. 모임 멤버에 의하면 버지니아 울프 전집을 낸 솔 출판사 버전도 괜찮았다고. 



<오만과 편견>은 얼마전 모임에 합류한 멤버가 이거 '그런 책' 아니냐며 같이 읽어보자고 해서 읽게 됐다. '그런 책'의 의미가 뭐냐 하니까, 페미니즘 관련도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성의 독립성, 당시 여성의 모습과 한계 그런 게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영 틀린 말은 아닌데, 사실 <오만과 편견>을 그냥 몇 커플이 잘 결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것에 대해 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여성들이 결혼에 총력을 다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재산이 남성, 특히 장자에게만 상속되었던 제도), 당시의 결혼이라는 것은 '낭만적 사랑' 의 산물이 아닌 여성의 향후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계기가 되었으므로 결혼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 결혼에 부와 명예, 가족관계 등 많은 것이 걸려있으므로 그에 관한 이야기가 당시의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는 점, 이런 방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썼다는 것, 과하게 재미있게 써서 그냥 재미있게 읽고 끝나버리는 일이 많다는 것 등등.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롯의 선택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봤다. 어릴 때 읽었을 때는 샬롯이 왜 그렇게 이상한 남자를굳이 선택했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들 중년의 나이에 읽어서 그런지 어쩜 그리 현명한 선택인가, 찾아온 기회를 잘 거머쥔 것이다 라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엘리자베스가 지금 봐도 당당하지만, 당시엔 정말 당당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다아시가 문학사에서 '나에게 이런 모욕을 준 건 네가 처음이야' 의 첫 인물이 아니었을까 뭐 이런 이야기도 해 보았고... 


어릴 때 읽었으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의견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었을까_ 라는 나의 질문에는 모두가 절대 겪어보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을 거라고 하여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나는 결혼을 생각하는 미혼 여성에게 꼭 이 책을 권할 예정이다 (...) 


   















이 책을 읽다가는 오만과 편견에 19금 농담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이 사실을 기쁘게 공유했다.  


빙리 양과 다아시의 대화. 



"펜이 말썽인가 봐요. 제가 고쳐 드릴게요. 제가 펜을 아주 잘 고치거든요."


"말씀은 고맙지만, 내 것은 늘 내가 고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펜이 페니스의 은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펜을 잡고 쓸 때 가끔 불쾌한데 ... 

(특히 요즘 만년필로 필사하고 있어서) 

어쨌든 저런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 받다니. 저 둘의 대화도 베넷 부부의 대화만큼이나 의미심장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빙리 양도 빙리 양이지만 다아시의 답이 더욱 ..... 하다. 




<오만과 편견>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하다보니 <자기만의 방>은 좀 후루룩 지나갔는데.. 

일단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 그러니까 정신적인 것 혹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실질적인 것이 있어야 그 다음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여성들이 물질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거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예전보다는 좀 나아진 듯 하나 여전한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는 다른 글도 그렇지만 생각을 잘 정리해서 내놓는 타입은 아니라서.. 다시 읽어보니 <자기만의 방>에도 참 많은 생각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하더라. 다시 읽어보니 그게 잘 느껴져서 오히려 좀 어려웠다.

그래서 천천히 보려고 희진샘 해설이 들어간 열린책들 버전으로 통필사를 시작했다. 해설 포함 200페이지 정도지만 이미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해설까지 다 끝내면 뿌듯할 것 같다. 





얼마 전 2장 시작 (총 6장까지 있음).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져서 














이 책들을 담아뒀다. 

타 색빌 웨스트의 아들이 썼다는 오른쪽 책은 절판.. 우주점에서 주문했는데 상태 안 좋다고 취소됨 ㅠㅠ 




아, 다음 번에는 이 책을 읽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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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7-23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글씨가 참 예뻐요😄 아니 근데 펜이 그런 뜻이라니...저는 다미여를 사놓고 왜 아직 0페이지 읽었을까요ㅠㅠ 언제나 읽으려나...

건수하 2024-07-23 18:58   좋아요 1 | URL
펜이.. 그렇다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철자는 같고... 뭔가 나오는 것도 같... (악!)

이번에 제인 오스틴 책 다시 읽어보니 다미여 읽은 보람이 있더라고요 :)
사두셨으니 언젠가 읽으실겁니다!

라로 2024-07-24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빙리양과 다아시가 저런 대화를 했었나요??? ㅎㅎㅎㅎ 새삼스럽네요. ㅎㅎ 저는 2주 전에 제인오스틴 북클럽이라는 영화를 다시 봤어요. 예전에도 봤는데 다시 보니 정말 새롭더군요. 책을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영활 봐도 본 것 같지 않고,, 나이 때문일까요?? 저는 요즘 무조건 나이 탓을 하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

건수하 2024-07-24 15:16   좋아요 0 | URL
다아시가 편지를 쓰는데 빙리 양이 옆에서 참견(?)하는 장면이에요 ㅎㅎ 사실 전 방에서 한 바퀴 도는 것 (몸매를 자랑하는 것) 에 대한 대화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건 그냥 지나갔었던 장면이었어요. 정말 19금 농담의 의미였을까, 독자가 과하게 의미 부여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요즘 부쩍 이미지와 키워드는 떠오르는데 고유명사가 떠오르지 않아서, 나이를 실감하고 있답니다 ㅠㅠ 앞으론 점점 심해지겠지요? ㅠㅠ
 

가정 내에서 여성이 드디어 남편과 비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는 때가 가정의 사회적 비중이 극히 축소되는 때와 일치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일터’에 일차적 비중이 두어지는 구조적 특징과 여성에게 있어서는 가정만이 그 일차적 충성을 바칠 곳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한 부부 평등적 가치와 규범은 남성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방편에 지나지 않게 됨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란 경제 생산자인 남성이 자신을 편하게 해줄 ‘적합한’ 배우자를 모색하는 과정이며, ‘낭만적 사랑’이란 여성으로 하여금 고립된 가정 안에서 남성을 내조하는 소외된 생활에 만족케 하는 주요 기제가 된다. - P118

가부장제 극복의 주요 관건은 결국 ‘개인’들이 자신의 삶을 강력하고 비대해진 공적 영역 내지 그 공적 영역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사적 영역에 매몰시키지 않고, 그 구조 자체를 변혁시켜가는 데 있다. 즉, 공/사의 구분을 제거하거나, 적어도 공적 영역을 축소시키고 공/가정 영역간에 유기적 연결이 보장되는 새로운 공동체적 생활 양식을 창조하여가는데 있는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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