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은곰탱이가 서재에 잠시 나타났다. 이 책이 재미있다고 해서 '읽고싶어요'에 추가했더니 선물이 뿅 날아왔다. 빨리 읽고 싶었지만 북클럽 책들을 읽느라 3월초에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제목이 올해 읽으려고 만들어둔 목록 '선물받은 책' 의 가장 끝에서 가장 앞으로 추월했음을 밝혀둔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즐겁게 읽었다. 


이 책에는 많은 문학작품이 인용되고, 많은 작가와 작품의 이름이 나온다. (많다. 좀 과하게 많다.) 문학에 나오는 표현들이 은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는 것은 이해하고 모르는 것은 찾아보기도 하고 넘기기도 했다. 예전에는 책에 나오는 작품이나 작가의 이름을 다 수집했지만 이제 다 찾아읽지 못한다는 걸 안다. 꼭 찾아보고 싶은 것만 몇 개 적어두었다. <갈대 속의 영원>을 읽을 때 처럼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길 바랬다. 



이제부터 쓰려는 것은 좀 다른 내용이다. 


불필요한 여자. 이 제목이 왜 자꾸 '쓸모없는 여자'로 기억되었는지 모르겠다. 친구에게도 그런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고, 다이어리에도 그렇게 적어두었다. '불필요한' 이라는 표현은 한국어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이고 번역체인 것 같은데, 그래도 '쓸모없는' 보다는 좀더 순하고 뭉뚝한 표현인 것 같다. 그렇다, 이 책에는 '불필요한' 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72세의 독신 여성 알리야이다. 알리야는 16살에 결혼을 했다가 20살에 이혼했고, 그때부터 50년간 서점에서 일했다. 22살 1월 1일부터 거의 매해마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쓰이지 않은 책을 하나씩 골라 (영어와 프랑스어 번역본을 참고하여) 아랍어로 옮겼고, 지금까지 총 37권을 번역했다. 번역이 끝난 책들은 상자에 넣어 가정부 방에 쌓았고, 가정부 방이 다 찬 다음에는 가정부 화장실에 넣었다. 


책을, 묶이지 않은 상태의 번역본을, 상자에 넣는 일. 그것이 내 삶이다. 


알리야는 나이가 들었고 허리 통증도 있고 요실금도 있다. 돋보기를 쓰고도 샴푸에 쓰여 있는 깨알같은 글씨를 잘 읽지 못한다. 

(나는 요즘 돋보기를 안 쓰고 샴푸에 쓰여 있는 깨알같은 글씨를 잘 읽지 못한다)


젊은 시절 나는 나의 육체를 개탄했고 이제 나의 육체는 나를 개탄한다. 



알리야는 왜 불필요한 여자일까? 생각해봤다.


1. 알리야는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자녀를 낳지 않았다.

2. 알리야는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3. 알리야는 책을 번역하지만 원어를 직접 번역하지 않고 중역한다 (사람들이 많이들 잡는 트집 아니던가)

4. 알리야는 어머니를 돌보지 않는다.

5. 알리야는 요리를 못한다.

.

.

.

그밖에 알아내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양해해 주기 바란다. 


1,2는 사회에서 한 인간에게 혹은 한 여자에게 기대하는 바이고 3은 개인적인 만족이 아닌 성취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4,5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건 아니지만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기대되는 역할 또는 능력이기도 하고 여성에게 더 기대되는 것 같다. 


그런데 알리야는 사회적 인정과 관계없이, 잠도 잘 못 자고 눈도 잘 안 보이지만, 만성적인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열심히 책을 읽고, 쓰이지 않는 번역을 하면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책을 읽으며 사라 아메드의 <행복의 약속>을 많이 떠올렸다. '행복'에 굳이 매이지 않는, 자기가 할 수 있고 하고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알리야가 좋았다.


내가 내 멋대로 만든 방식에 따라 책을 번역하는 이유는 시간이 더 나긋나긋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몇 년 전에 자주 만났던 한 분이 떠올랐다. 만났다기보다는 마주쳤다고 해야겠다. 코로나가 아직 번성하던 시절 재택근무를 자주 하면서 가던 카페가 있다. 그 곳에 가면 항상 오전 10시쯤 신문을 들고 오는 할머니가 계셨다. 내가 가는 날마다 항상 그분을 만났고, 그분은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넘겼다. 일을 하다가 문득 보면 어느새 그 자리는 비어있었다. 그 분을 보고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저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내 생계를 꾸리고, 읽고싶은 책도 조금 사고, 그리고 매일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내 삶의 방식으로는 생활이 꽤 여유롭지 않으면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집에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갖춰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페에 매일 가서 커피를 마신다..?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일단 금전적으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요즘 4700원이라는데 대충 5천원이라고 치고 30일이라고 치면 15만원. 음 너무 소심한가? 그러면 좀더 좋은 카페 기준으로 한 7천원 정도라고 생각하고 30일이면 21만원이라고 치자. 고정 수입이 없을 때 21만원을 내가 매달 커피 마시고 여유를 즐기는 데에 쓸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 돈이면 책도 몇 권 더 살 수 있을텐데. (내가 원래 간이 작다) 또 매일 같은 시간에 외출한다는 건 건강하기도 하고 부지런하기도 하다는,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다는 뜻 아닐까. 그래서.. 나중에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알리야는 서점의 급여가 매우 적었고 그 중 레코드 구매가 거의 유일한 지출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여러 명이 살만한 집의 월세를 내고 살아왔고 2년 전 서점을 그만둔 후에도 그 집에 살고 있다. 대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거지? 

그런 생각이 중반쯤부터 들기 시작하니까 이 이야기의 재미에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다. 뭔가 개연성이 주어질까? 먼 친척의 유산이라든가, 남편의 위자료라든가, 아니면 사실 다른 재주가 있었다든가...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그런 것은 나오지 않았다. 


출판사의 책 소개 (이 소설이 '쓸모' 라는 기준이 얼마나 쉽게 인간을 배제하는지, 그리고 그 기준 바깥에서 어떻게 한 삶이 완성될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보여준다.) 를 생각하면 그런 현실적인 내용이 나오는 것은 작가의 의도에 어긋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제외하면 여성 노인의 삶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묘사했는데...


그러다보니 이 작가가 여성 노인을 '불필요한' 사람의 전형으로 택하고 이야기를 썼지만, 여러 문학작품들을 엮어가며 나름 잘 썼지만, 여성 노인의 실상 혹은 여성 노인이 아니라도 궁핍한 아니 여유롭지 않은 삶에 대해서, 혹은 '생활을 꾸리는 것' 이 어떤 것인지, 어떤게 필요한지는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작가가 궁금해졌다. 아랍계 이름을 잘 모르기에 작가의 이름을 보고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는데..


마지막 '역자의 글' 에서 작가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됐고, 한 영상을 찾아봤다. 

https://youtu.be/WpBNGDhmaz4?si=xGOz1mhivFnvjs6a

1분쯤 지나면 작가가 '어떻게 파란 머리를 한 할머니의 관점에서 쓸 수 있었는지' 를 보여주는데...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겠지만- 좀 가볍고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레바논계 미국작가이고 미국과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MBA도 땄다. 누구나 그렇듯 그만이 가지고 있는 타자적인 요소가 있겠지만, 작가가 '생활을 꾸리는 것' 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출판사의 거창한 의도로 포장하기에는 생활을 조금 쉽게 생각했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노년의 여성에 대해 내가 많은 것을 기대한 모양이다. 많은 문학적 인용과 차용이 즐거웠지만 별이 4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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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3-20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계산하는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사람이 너무 계산적이네....ㅋㅋㅋㅋㅋㅋㅋ

전 그냥 그 사람이 집이 있으니까 뭐 그럭저럭 먹고사는가 보다 했어요. 먹는 거나 이런 거에 별로 돈 안 쓰는 사람 같기도 했고(비현실적 N의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된;;;).

그것보다는 저는 처음에 작가의 성별이 일리야랑 일치한다고 생각했다가.. 어느 순간부터 엥... 아닌가 보군 일부러 여자인척 빙의해보려고 애쓴 흔적이 드러나서 좀 흥미가 떨어졌어요(예컨대 헤밍웨이 까는 부분 있잖아요? 작가 본인이 싫어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작가 스스로 여자인 척 하려고 일부러 더 까는 느낌이랄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일리야처럼 페미니스트스러운 여성은 당연히! 헤밍웨이 싫어할 거다, 하고 작정하고 쓴 느낌? 전 쌩마초 또라이 빙신 같은 놈 헤밍웨이의 작품은 좋아하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6-03-20 10: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제가 나중에 그렇게 살고 싶어서 계산해본 거예요. 근데 그러고보니 여기 굳이 왜 썼지 ㅋㅋㅋㅋ 그 할머니 너무 인상적이었나봐요.

그 집이, 물론 보증금이 큰 것 같은데 (그러니까 양쪽 가족들이 노렸겠죠?)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인데... 월세가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이 사는데에 꽤 돈이 들지 않나요? 알리야가 그동안 커피에는 돈을 안 쓴 거 같지만...

저도 잠자냥님이 말씀하신 거 (꼭 헤밍웨이가 아니라도) 좀 느꼈어요. ~인척 하려고 하는 느낌. 그러니까 작가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쓰다보니 개연성이 떨어져..... ㅎ

망고 2026-03-20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이 노인이 되었을 땐 커피값이 더 뛰어있지 않을까요? 🤔 저는 이 책 제목이 좀 불쾌해서 안 읽고 싶었는데ㅋㅋㅋㅋㅋㅋ그래도 의문은 남지만 꽤 괜찮은 소설이었나봐요

건수하 2026-03-20 14:21   좋아요 1 | URL
그쵸 더 오르겠죠? 연금도 약간 오르려나요? 😹

맞아요, 저 제목도 좀 그랬어요. 누가 누구한테 불필요하다고 한다는게… 근데 잘 모르고 썼다 생각하니 더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그런 의도를 갖고 기획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6-03-20 14:23   좋아요 1 | URL
건수하 님 노인이 되면 커피값보다 노화로 인한 불면증 때문에 커피 못 마실 듯...🤣

건수하 2026-03-20 14:27   좋아요 0 | URL
디카페인 커피가 있잖아요 ㅋㅋㅋ

망고 2026-03-20 14:28   좋아요 1 | URL
커피는 치매예방에 좋기 때문에 드셔야 합니당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3-20 14:30   좋아요 0 | URL
치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3-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건수하님이 이렇게 귀여운 분인 줄 몰랐어요. 한참 웃다 가요.

건수하 2026-03-21 11:31   좋아요 1 | URL
계산적인 사람 귀여워하시는군요 ㅎㅎ
숲을 봐야하는데 나무를 보는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

독서괭 2026-03-25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수입이 없으면 사람은 더 소심해지니까…
전 미국 와서 물가 환율에 쫄아 여태 외식 한번을 못하고 있습니다.. ㅋㅋ
그래두 책 사고 커피 마시는 건 하고 싶네요!
그리고 작가가 생활을 꾸리는 건 잘 모른다는 의견에 한표(책 안 읽었지만ㅋㅋ)! 미국에서 집 가지고 있으면 보유세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월세도 비싸지만서두..
건수하님 카페에서 커피마시는 노년을 위해 우리 힘내 보아요 😂

잠자냥 2026-03-25 14:10   좋아요 1 | URL
아니 ㅋㅋㅋ 그래도 그렇지 왜 거기까지 가서 파김치 담그고 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6-03-25 14:12   좋아요 0 | URL
밥은 먹어야하니까냥… 여기 외식비 너무 비싸용.. 환율 생각하면 눙물이ㅠㅠ

잠자냥 2026-03-25 14:13   좋아요 1 | URL
그래도 전쟁 터지기 전에 가서 다행인거 아니냥?
요즘 비행기 티켓값 장난 아니고 막 취소되고 있다더라....

독서괭 2026-03-25 14:16   좋아요 0 | URL
그건 그렇네요.. 올 땐 싸게 옴 ㅋㅋㅋ 다락방님은 한동안 국내에 계셔야겠네요.

건수하 2026-03-25 17:38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흑흑
(다른 분들은 공감하시는지 몰라도 티를 안 내셨...)

파김치 ㅠㅠ 집밥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6-03-29 21:36   좋아요 0 | URL
네, 4월에 계획했던 여행도 무작정 미루고 있고 8월에 계획중인 여행도 티켓을 예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불필요한 여자> 페이퍼 길게 썼는데 제목을 안 써서 쓰고 저장을 눌렀더니 날아가버렸다.

허무해...


넣었던 영상 링크라도 남겨둬야지... 

https://youtu.be/WpBNGDhmaz4?si=_2AS-Ap0usYOw0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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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03-19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그래도 페이퍼 다시 써주세요!!

건수하 2026-03-19 22:56   좋아요 0 | URL
네 내일이나 모레 다시 써볼게요 ^^! 기억이 나려나 😹
 
















단발머리님이 워낙 많이 쓰셔서, 추천하셔서 읽어보게 됐다. 원서로 읽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미묘한 뉘앙스가 궁금해서 번역서로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원어를 읽을 때의 감칠맛을 번역서는 잘 살릴 수 있을까? 번역서를 읽어도 이렇게 재밌지는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 했었다. 그런데 막상 번역서를 빌려 읽어보니... 으잉? 당연한 얘기지만 페이지가 더더더 빨리 넘어가고 너무 재밌는 것. 역시 모국어로 읽는 책이 제일이다... 군데군데 내가 이해한 것과 조금 뉘앙스가 다른 게 있기는 했는데, 딱 한 군데 빼고는 맥락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해석이든..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 중 가장 좋았는데, 인생 로맨스 소설이라고 누군가한테 추천하기는 조금... 주저된다. 그 이유는 중간에 섹스신이 꽤 야해서... 그러니까 요즘 한참 로맨스에 관심이 있으신 10대에게는 추천하지 못했다. 엄마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 하는데 안돼 이건 19금이야. 하고 말았다 (...)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이 이야기가 좋았던 이유는 내가 이공계열에서 대학원을 다녔기 때문이라서이다. 



아마 어떤 분이 책 맨 앞 헌사를 언급해주셨고, 이것 때문에 나는 더 읽고 싶어졌었다. 

헌사는 다음과 같다.


스템 STEM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 계열에 종사하는 내 여자들, 

케이트와 케이티, 하툰, 마르에게. 

고난을 이기고 별에 이르기를. Per aspera ad aspera. 


라틴어를 모르므로, 이 문구를 원서를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고 뒤늦게 ChatGPT에게 물어보니 


보통 알려진 문구는 **“Per aspera ad astra” (고난을 거쳐 별로)**인데, 여기서 astra(별) 대신 다시 *aspera(고난)*가 들어간 변형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희망적인 의미(고난을 넘어 별에 닿는다)와는 달리, 끝없는 고난의 연속, 고생에서 또 다른 고생으로라는 다소 풍자적·비관적 의미로 쓰입니다.


라고 알려주었다. 번역된 것만큼 희망적이지는 않은데.. 현실도 그렇다. 

여성이라서만 그런 건 아닐건데, 여성이라서 더 그렇긴 할 것이다. 



이 글을 클릭한 분들은 이미 이 책 내용을 아실 가능성이 높지만 소설이니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췌장암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올리브는 고민이 있다. 절친 안 (Anh)과 자기가 몇 번 데이트 했던 제레미가 서로에게 엄청 끌리는 것이 분명한데, 안이 올리브가 혹시 상처받을까봐 제레미와 데이트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소위 '걸 코드' (한국어로는 '여자친구들간의 도리' 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래서 올리브는 나 데이트 하는 사람이 있고, 이번 금요일 밤에 데이트한다고 (그러니까 너도 제레미랑 데이트하라고) 안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그 금요일 밤에 올리브는 실험을 하다가 저 멀리 복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안을 발견한다. 데이트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에 있었던 올리브는, 다급한 마음에 안보다 가까이에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키스해도 돼요?' 라고 묻고는 답도 듣지 않은 채로 그에게 입술을 갖다대고 만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애덤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애덤이 어떤 사람인가인데... 그 남자는 올리브가 다니는 학부의 매우 유능한 교수이고 대학원생들의 천적(...)이며, 키가 크고, 몸이 좋고, 잘생기고, 그리고 성격이 안 좋은 그런 남자이다.


여기까지는 많이 봤던 웹소설 혹은 다른 로맨스 소설과 비슷한 구성이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남녀가 얽히고, 뭔가를 감추고 계약 연애를 하고, 여자는 예쁘고 순진하고 남자를 만난 적이 별로 없고, 남자는 나이가 많고 잘 나가고 몸이 좋고 성격이 안좋지만 여주에게는 아주 친절하다.


그러면 되게 판타지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은데, 그리고 시작은 되게 진부한데 묘하게 이 소설은 현실적이다.


느닷없이 키스한 올리브에게 애덤은 'Title 9'이라는 법 조항을 말하며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이 법 조항은 미국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교육기관에서 sexual misconduct를 금하는 조항- 인데 성추행, 성폭행 등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 있는 조항이다. 


얼마 전 읽었던 <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에도 이 법이 언급되는데,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2년이었지만 대학내 성범죄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2011년 오바마 정부의 행정명령 이후인 것 같다. 그 책의 저자는 많은 경우 민주적 법치를 구성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부한 채 인민재판에 불과한 대학조사위원회가 설립되었다-고 썼다. 그러나 그런 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러저러한 선동에도 차별금지법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이 Title 9 관련해서 올리브에게 어떤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하는데, 올리브의 분야 생물학보다도 여성이 더 적은 분야에서 공부한 나는 그 부분에서도 매우 공감이 되었었다. 지도교수를 여성으로 택했던 이유를 얘기할 때도. 이와 관련하여 내 경험을 마구 적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고 적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그런 애덤에게 올리브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느냐,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라고 우기다가 왜 자기가 (동의도 없이) 키스를 했는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없던 일로 하면 안되겠냐고 변명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한다.



Actually, you're absolutely right.

And I am so sorry.

If you felt in any way harassed by me, you really should report me,

because it's only fair.

It was a horrible thing to do, though I really didn't want to....

Not that my intentions matter;

it's more like your perception of....


생각해보니 박사님 말이 전적으로 맞네요.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신고하세요.

그러는 게 옳으니까요.

해서는 안 될 짓이었고, 비록 진심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의도로 그랬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대신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이런 대화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게 또 일종의 판타지일 수도 있는데 (특히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중요하다'는 부분이), 어쨌든 이런 우발적인 사고에 이렇게 자세히 지면을 할애하는 로맨스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도 재미가 있었지만, 판타지스러운 내용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미가 있었던 포인트는, 이것도 아마 단발머리님이 얘기하셨던 것 같은데- 


이 둘이 어찌저찌여차저차하여 섹스를 하게 됐는데, 당연히도 애덤이 올리브가 정말 원하는지를 여러 번 묻고, 네 맘은 바뀔 수 있다며 바뀌었다면 얘기해라, 뭐 이런 말도 하고... 그러고나서 정말 하게 되는데 그 때 뭐라고 하냐면.


I don't ... I don't have anything.

지금 나한테.... 아무 것도 없는데.



애덤은 뭐가 없었을까? 미국 소설이나 드라마를 좀 보신 분은 바로 뭐가 없었는지 아실 것 같다. 

섹스하기 전 이런 대화가 로맨스 소설에 나온다는 게 좋았다.



애덤의 입장에서 쓴 보너스 챕터는... 둘이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를 애덤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부분에서는 애덤의 속마음이 궁금하지 않았고 ㅋㅋㅋ 

오히려 올리브가 처음 키스했을 때, 둘이 섹스한 다음날 이별했을 때, 그리고 올리브가 애덤을 찾아갔을 때... 

그 때 애덤의 마음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기대만큼 보너스 챕터가 좋지는 않았다. 


사실 보너스 챕터 때문에, 그리고 올리브 목소리가 좋다고 단발머리님이 그러셔서

(지금 이 글에 단발머리님의 닉네임이 몇 번 언급되었을까) 

오디오북을 샀고, 오디오북을 듣다보니- 나는 리스닝이 약하므로 - 답답해져서 킨들북도 사버렸는데.


그 보너스 챕터가 꼬옥 필요했던 것 같진 않다 ㅋㅋㅋ 그래도 애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한국 웹소설 로맨스에서 보통 외전 형식으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애덤이 워낙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왔던지라.. 그 마음을 내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건 왠지 못할 짓 같다. 애덤은 말로 몸짓으로 그동안 다 보여주었으므로, 꼭 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 소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번역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이것도 살까 말까 고민중이다. 


그래서... (왠지 용두사미격 마무리 같은데) 이 책을 읽도록 만들어주신 단발머리님께 감사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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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09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이 소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모르는 상대에게 키스하는게 영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설정이 있어야 그 다음이 진행되는건 분명하지만, 그런데 굳이 이런 설정이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사실 로맨스의 클리세중 하나가 일단 키스먼저 한 다음에 .. 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 타이틀 나인이 나오긴 하지만, 만약 이 설정에서 성별이 달랐다면 굉장히 분개해서 읽어야하는 그런 설정이잖아요. 물론 성별이 바뀌어서 애덤이 느닷업이 키스했다면 그건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한걸로 보일 수도 있고요. 느닷없이 내가 키스한 상대가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말이 안되는것 같은데, 그런데 살다보면 실제로 사랑은 말도 안되는 상황속에서 벌어지기도 하지요. 와 진짜 그런다고? 막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니까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애덤 친구.. 와의 일을 애덤에게 얘기할 때 있잖아요, 그 때, 말하기 전에 고민하고 막 그럴 때 너무 그 고통과 고민이 생생해서 눈물 나더라고요. 그때 애덤 같은 반응을 보이는 남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싶고요. 일전에 본 영화에서 여주가 애인 친구로부터 성폭행 당했는데, 남자는 그 일을 없던일로 하자고 여자를 협박하다가 절벽에서 밀어버리거든요. 야, 쟤 프랑스 가서 저거 얘기하면 우린 다 좆돼, 이러면서요. 이쪽이 더 다수의 남자들 같은데, 애덤은 오래 사귄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태도 돌변하고, 그에게 소중한 친구에 대해 내가 그래도 될까, 하는 올리브는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말씀하신 섹스신은 저도 미성년자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사람들이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섹스는 책이랑 영화에서 좀 그만 보여줘도 되지 않나 싶어요. 그것까진 안해도 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번역되어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어요.

아니 그런데 건수하 님, 그러니까 이 책을 원서도 사고 번역본도 사고 오디오북도 사고 킨들도.... 사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0:56   좋아요 1 | URL
일단 간단히 달자면…
번역본은 아직 안 샀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1:11   좋아요 1 | URL
애덤이 그 사건(애덤의 대학원 때 친구 톰이 올리브를 성희롱/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그렇게 반응할 수 있었던 건, 애덤이 올리브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올리브를 성추행하고 톰이 말하잖아요. 그래, 애덤한테 가서 말해 봐. 걔가 누구 말을 믿겠니?
저는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제발....) 많은 남자들에게 공통된 인식이라 생각해요. 피해자 보다 가해자에게 이입하는 건, 그들과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요.
이 책에서는...... 올리브가 애덤을 ‘위해서‘ 그 일을 덮으려고 하는데, 애덤의 다른 친구 홀든 때문에 올리브가 마음을 바꾸잖아요. 애덤이 자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줄을 확신하게 되니깐, 말해야겠다. 진실을 밝혀야겠다, 이렇게요.

아.... 너무 재미난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소설이...... 제게 왔을까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2:16   좋아요 0 | URL
저는 애덤이 올리브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녹취가 되었기 때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소설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애덤이 무리하지 않게 되어서..

다만 탐이 그렇게 바로 해고된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건수하 2025-09-09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작 설정은 굳이…?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ㅎㅎ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걸 넘고 나니까 무척 재밌었습니다.

저도 올리브가 고민할 때, 그리고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는데도 조용히 헤어질 때 막 울면서 읽었어요. 친구이기도 하고 자기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고, 또 논문도 도용될 위험이 있었고….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지만요.

특히 탐이 바로 학교에서 해고되는 것… 그건 정말 한국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ㅜㅜ

바람돌이 2025-09-09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책 러브 온더 브레인 재밌게 읽었어요. 인생로맨스까진 아니지만... 단발머리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지금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 그 도서관이 내부공사들어가서 대출기한이 무려 280일... 그니까 공사 끝날때까지 반납 안해도 된다는.... 그래서 지금 이 책도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5-09-09 20:31   좋아요 2 | URL
요즘 엄청 무섭게 읽고 계신거 아시죠? 읽기 로봇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0:45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AI설~~ 읽기 쓰기 겸용, 2025년도 최신 모델!
예약자에 한해 할인 혜택 가능~~~

바람돌이 2025-09-09 21:18   좋아요 1 | URL
여러분도 왼쪽어깨 한번 부러뜨리면 됩니다. 책 읽는거 말고 할일이 없습니다. 3시3끼밥도 남편이 다해줬다는... 손가락은 멀쩡하여 핸드폰으로 글쓰는것도 가능하고...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병가 한달 남았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5-09-09 21:24   좋아요 1 | URL
아직 병가 한달…….
(기립) 브라보!!! 👏🎉🎊🙌🥳

건수하 2025-09-09 22:18   좋아요 1 | URL
러브 온더 브레인도 재밌군요~ 하나 더 읽어볼까나요 ^^

바람돌이님도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에 많이 불편하셨을텐데.. 그런데 이제 깁스 푸셨는데 한 달 병가가 남아있다니 이건 좀 부럽네요 ^^

단발머리 2025-09-09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인은, 주옥 같의 위의 페이퍼에서 5번 등장한 단발머리로서 ㅋㅋㅋㅋㅋ우리 올리브와 애덤의 <The Love Hypothesis>가 건수하님 인생 로맨스 소설로 선정된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원서를 본격적으로(?)으로 읽기 시작한 때로부터 적지 않은 로맨스 소설을 읽어왔습니다. 외적인 이유는 영어 실력 향상이었습니다만, 현재 이 순간에도 확인되는 것은 영어 실력에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고요. 하지만 그 소설 중에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이 책이고요. 오늘 낮에도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표지의 그 장면, 올리브가 애덤에게 첫 키스한 이후에, 애덤이 ‘Title 9‘ 이야기할 때 그게 너무 당연한 거고요. 그래야만 하는 건데. 나중에는 우리가 다 알게 되잖아요. 애덤이 훨씬 예전부터 올리브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요. 그럼에도 ‘상식적‘으로 행동했던 그 지점, 고발하겠다... 이런 말이 전 좋더라구요.

섹스 나누기 전에는, 바로 ‘그‘ 중요한 순간에는 대화가 필요하죠. 제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습니다. 남주는 항상 챙기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죠. 기다리라~~ 하고 남주가 있어야 할 것을 사러 나간 사이, 여주는 쿨쿨~~ 암튼 그랬습니다. 그 소설의 저자는 테사 베일리인 것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대학원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문과여서 사실... 잘 모르겠는 부분들, 올리브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들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환상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작위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런 순간 너머의 알콩달콩 새콤달콤한 사랑을, 사랑의 순간들을 저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제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구요.

제가 건수하님 페이퍼에서 제 닉네임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가열차게 웃었는지.... 보여드릴 수는 없는데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좋은 글 덕분에 오늘밤은 특히나 행복합니다!

건수하 2025-09-09 22:30   좋아요 1 | URL
애덤이 정말 고발하려고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고, 본인이 올리브를 좋아하면서 타이틀 나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이틀 나인 얘기는 올리브랑 얘기를 좀더 하려고 한 얘기 아닐까 했는데 ^^

이공계 대학원생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소설을 좋아해서 전 행복합니다. 그런 얘기가 많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니까요! 그리고 그런 얘길 써준 작가에게 참 감사하네요 :)

구단씨 2025-09-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 책을 안 읽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아요. ^^
언젠가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계속 언급된 것을 보고서,
마치 운명(?)처럼 이 책이 저의 보관함 속으로 들어왔는데,
이 페이퍼 보고 나니 더 갈증이 나고 있어요.
말랑말랑 로맨스로 힐링이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ㅎㅎ
너무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5-09-10 10:14   좋아요 0 | URL
구단씨님 안녕하세요 ^^ 이미 보관함 속에 넣어두셨다니, 이제 읽으실 때이군요!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독서괭 2025-10-12 0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거라고 하시니, 꼭 읽어봐야겠군요. 단발님의 가열찬 홍보는 물론이고ㅋㅋㅋ 이공계 얘기가 많아서 저도 역시 모국어로 읽어야겠지 싶었는데 섹스신이 꽤 야하다니 안전하게(?) 영어로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일단 어페어 먼저 깨부셔야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내 경험을 마구 적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 저는 이 부분이 더 궁금하군요 ㅋㅋ

건수하 2025-10-13 10:59   좋아요 0 | URL
왠지 영어로 읽었을 때 더 야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원서 강추합니다 ㅋㅋ

여기 적으면 뭐 하겠습니까 다 옛날 얘기지... (먼산) 독서괭님을 직접 만난다면 제가 들려드릴 수 있... (그때까지 기억하실 것 같지 않네요 ㅋㅋㅋ)
 

작년부터 만년필로 글씨 쓰기에 맛들여서 올해 <자기만의 방> 필사를 시작했다.
하다가 말다가 오래 끌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마무리해서 뿌듯하다.


방금 희진샘 작품 해설까지 다 썼고,
각주를 추가할까 말까 고민중.


해설 마지막에 샘이 팟캐스트에서 말씀하셨고
내가 전에 궁금했던 백래시 관련 내용이 있어 옮겨본다.

(이미지을 넣은 글에는 밑줄긋기를 넣을 수 없다고 한다, 북플에서)


내가 아는 여성주의는 자기 현장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를 생산하는 것이다. 울프도 이에 동의한다면, 지금 한국은 여성주의를 포함해 미국 이론의 식민지다. 최근 한국의 여성주의를 설명하는 방식조차 미국의 예전 언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아니고 신자유주의의 틈새에서 여성의 성 역할과 여성의 개인화(개체화, 개별화)가 혼돈된 시기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주의는 활성화된 적이 없다. 백래시? 이는 단순한 문화 지체이다. 팔루디의 백래시 분석은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정부와 언론이 대대적인 리버럴, 좌파, 페미니즘에 억압을 가한 데서 나온 것이었다. 지금 우리 언론이 그러한가? 문재인 정권이 그랬는가? 교차성? 교직성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교차성은 물리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언어다. 정확히 말하면, 교차성이 아니라 융합(trans-)이어야 한다.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동력은 방치, 무지, 에고 인플레이다. 문제는 여성주의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해석과 코멘트, 토론을 열망하는 울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자기만의 방』을 여러 번, 더 깊게, 더 맥락적으로 읽어야 한다. 이 작품을 서구의 여성주의 고전으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

(194-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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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13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글씨 진짜 너무 좋아 ㅠㅠ 저 글씨 페티쉬 있나요? ㅠㅠ

건수하 2024-12-13 23:34   좋아요 1 | URL
제 글씨에요…? ㄷㄷ.. 😁

맥락없는데이터 2024-12-14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어떤 만년필을 사용하시며, 촉의 굵기는 어느 정도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선택하신 잉크 컬러들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줄에 닿지 않고 글씨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며, 그 속에서 건수하 님의 신중하고 섬세한 성품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4-12-14 07:32   좋아요 0 | URL
dbTlla님 안녕하세요. 댓글로 뵙는 게 처음인 것 같습니다 ^^

만년필은 이것저것 돌려써서 어느 부분에서 무엇을 썼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플래티넘의 센츄리 m, 파커51 f, 파이롯트 프레라 f, 오로라 입실론 ef 등을 썼습니다. 잉크는 고민을 좀 했고 글씨를 어떻게 쓸지는 고민을 안했는데 이렇게 제 성품까지 예상해볼 수도 있는 것이었군요… 신기합니다 :)

단발머리 2024-12-14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정말, 진심으로.... 저 노트 갖고 싶네요.
만년필로 이런 노트를, 그것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다면, 저도 매일 만년필로 .... (물론 저는 할 수 없음이요)
올 한 해 내내, 아니 최소한 10년은 자랑할 만한 일이에요. 마음껏 뿌듯해 하시길요! 저는 계속 부러워하기로!!!

건수하 2024-12-14 11:43   좋아요 1 | URL
저도 간직하려고 각주까지 완성할까? 하고 있어요 ^^ 단발머리님도 하실
수 있습니다!!

10년씩이나… 일단 올해 내내 뿌듯해하겠습니다 😊

잠자냥 2024-12-16 1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 참.......냐옹ㅇ냐오옹오냐농오옹

건수하 2024-12-16 13:59   좋아요 0 | URL
냐아옹냐옹 냐오옹? 🙄

- 2024-12-16 19:49   좋아요 3 | URL
프랑스 고양이 좋아하는 소리입니다!

독서괭 2024-12-16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머머 건수하님 글씨 완전 멋져요. 어떻게 저렇게 길게 가지런히 단정하게 쓰세요? 우왕..
저 이번에 산 한강작가님 특별판 세트(?)에도 필사노트 들어있던데 한번 해봐야겠어요.

건수하 2024-12-16 20:35   좋아요 1 | URL
평소에는 저렇게 안 쓰죠. 수양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 <자기만의 방> 짧아서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괭님도 해보시고 올려주세요 ^^

- 2024-12-16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 (입이 떡.) 우와.......................
우와....................
으아.............
우어.......
수하님 저는 팔목이 아파요......... ㅜㅅㅜ
(글씨 잘쓰고 싶은 사람)

건수하 2024-12-16 20:38   좋아요 1 | URL
올린지 한참 지나서 다들 관심없구나 했는데 오늘 다시 반응이 ^^

팔목은 직업병? ㅜㅜ 팔목으로 쓰는 건 아니겠지만 팔을 많이 쓰면 아껴야 할 것 같아요. 글씨도 많이 쓰면 어딘가 아파요.. 오래 쓰려면 필압을 빼야한다고 하네요.

달자 2024-12-17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앞으로 서재 글은 타이핑 말고 손글씨로 쓰고 찍어 올리는 걸로 대체해 주시길 바랍니다 땅땅👩🏻‍⚖️

잠자냥 2024-12-17 06:55   좋아요 3 | URL
그 후 건수하 서재는 업데이트가 멈췄다….한다.

건수하 2024-12-17 09:20   좋아요 1 | URL
달자님 제 글 보기 싫으셨구나 ㅋㅋㅋ
당분간 업데이트가 잘 없을 예정이긴 합니다.

잠자냥님은 역시 절 파악하셨어...

달자 2024-12-17 16:5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 ㅠㅠ 그럼 예쁜 손글씨는 가끔 보여주시더라도 서재 글 더 많이 써주세요 잉잉

희선 2024-12-17 0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체 멋지네요 만년필로 쓰시다니, 그것도 멋집니다 끝까지 쓰셔서 뿌듯하시겠습니다


희선

건수하 2024-12-17 09:21   좋아요 1 | URL
만년필이 손에 힘을 많이 안 줘도 되어서 볼펜보다 편한 점이 있더라고요. 물론 재미도 있습니다 ^^
<자기만의 방>은 짧은 편인데도 오래 걸려서요.. 성경 필사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시나 놀랬습니다.
 

알라딘이 알아서 정리해줘서 좋네.

http://aladin.kr/ei/gFrmZ

딕테는 언제쯤 읽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고

함께 읽을만한 책은 1권 읽었고 2권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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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0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딕테 한권씩 챙기는 분위기라서 ㅋㅋㅋ 덕분에 알아서 정리해준 곳 들어갔다가. 홀린듯 장바구니 쓸어담던 나를 안정시키고 수하님한테 나는 이성을 지켜냈노라 댓글달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