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65
샬럿 브론테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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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은 <제인 에어>는 축약본이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로체스터의 꼼꼼한 작업 부분. 이 소설을 왜 연애 소설이라고 하는지 새삼 느꼈다. 어릴 적 감정적이었지만 교육에 의해 이성의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제인 에어. 이성에 집착(?)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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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만이 오스틴의 사회에서 소녀들이 자기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른 모든 문제에 대한 오스틴의 침묵 그 자체는 일종의 진술이다. 오스틴의 소설에 다른 문제들이 부재하는 사실은 소녀나 여자들의 삶이 얼마나 불충분한가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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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식초 아가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3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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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곡 낭독 모임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었다. <오셀로>나 <맥베스> 때도 그랬지만, 희곡을 읽을 때는 왜 갑자기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잘 안될 때가 많다. 공연을 위한 대본이기에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개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그래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시 쓴 소설을 읽는게 좋았다. 소설은 개연성이 촘촘하니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 - 본격 극이 시작되기 전의 서극(?)에서 부랑자(?)를 영주로 만드는 설정, 하인과 주인의 자리 바꿈, 언니가 결혼해야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언니에게 구애하는 인물, 비앙카의 가정교사인 척 하고 들어가는 두 구애자, 현지에서 급조한 가짜 아버지 등 - 이 조금 위안이 되기는 했으나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로 가득차 있는 이 이야기는 풍자라는 암시 아닐까 생각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작품인가, 도대체 카타리나는 저런 남자에게 왜 넘어가는가 (가스라이팅 당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생각만 들고 상당히 불편했다.



<식초 아가씨>의 작가가 앤 타일러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저 뭐라도 개연성을 만들어주었으면 했다. 인물 설정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인물상인 괴짜 과학자(...모든 과학자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지만) 두 명과 약간 괴팍한 아가씨 한 명. 그리고 유산 대신 비자를 얻기 위한 결혼이라는 것도 뭐 괜찮았다. 가족이 없는 외로운 외국인, 그 남자가 영어는 잘 못해도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와 동생 뒤치다꺼리를 하던 아가씨가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까지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가 결혼하자마자 갑자기 좀 다르다. 물론 그가 패닉에 빠질만한 사건이 하나 있긴 했다. 그렇지만 결혼하고 나서부터 고용주이자 장인에게도 막 대하는 것 같고 운전도 막 난폭하게 하고 (그의 국적이 러시아라서 약간의 개연성이 추가되는 것 같다?) 결혼 전 인사왔을 때는 엄청 살갑게 지내는 것 같았던 사람 (그가 사는 집 주인의 고용인)도 알고보니 그와 원수인 것 같다. 문제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폭력도 행사했다.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건가? 그동안 비자를 위해 본모습을 속인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된다. 이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으니까.



그런데 괴팍했던 아가씨는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 - 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 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맨 뒤의 네 문장은 뭐... 괜찮다.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여지를 주는 건 괜찮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동안 속였는지 아닌지는 글로만 본 나는 잘 모르고 경험해본 본인이 더 잘 알겠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들어서일 수도 있는데.


여자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서 레이더가 완벽하다고?

(사실 너는 별로 그렇지 않잖아.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힘들었잖아.) 

그리고 혹시 완벽하다고 해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사람의 감정을 살폈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남자로 사는 것만 자유롭지 않고,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이걸 쓴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도. 남자가 그런 건 원래 그런 거고 자연스러운 거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이해해줘야 한다, 기회를 줘야 한다- 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비하면야 백 배 나아졌지만, 이것이 앤 타일러 소설의 한계인 것 같다. 세상을 아름답게 봐야 하는 것.

(올해 내가 아이한테 어쩔 수 없이 권유했던 일인데) 뭐 다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거 좋지. 그렇지만 왜 한쪽만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냐는 거다. 


앤 타일러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기대한 만큼의 소설이었다. 그래도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만큼씩이나 만들어놓다니 그게 어딘가. 그래서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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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식초 아가씨>
    from 수하의 서재 2022-11-28 17:24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었다. 후기를 쓰려고 다시 한 번 훑었다. 영어로는 제목이 The Taming of Shrew.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보니(네이버 사전 캡처) 이런 아이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왜 저런 뜻과 함께 있는 걸까어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어린이용 소설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희곡으로 읽어보니 '서막' 과 '본극' 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막에서는 어떤 영주가 술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독서괭 2022-11-10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 타일러라서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에 어떤 작가길래 찾아봤는데 모르는 작가네요~
한쪽만 이해심을!! 그게 강요되었다는 걸 간과한 걸까요? 아쉽습니다~

건수하 2022-11-10 18:3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때 <종이 시계>라는 유명한 소설이 라디오 광고에도 막 나오고 그랬었답니다.
(나이 인증...)

결혼 상대자가 결혼 전까지는 꽤 괜찮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런 소설을 누가 읽을까요.. 대부분 여성들이 읽을텐데.

남자들은 원래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 고 공모하는 것 같아서 좀 기분 나빴어요.
저런 얘기할 거면 여성들도 어떻게 힘들게 사는지도 얘기하든가 말이죠.

2022-11-10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11-10 18:2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온라인 공동체 내에서 만든 사적 모임이에요 ^^
희곡을 낭독하고 리메이크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줌으로 만나서 읽는데, 재미있더라고요! ^^

책 읽기 좋아하시는 지인들이 있으면 이런 모임 만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11-10 18:45   좋아요 1 | URL
네~^^ 초고속 답변 고맙습니다.

Falstaff 2022-11-10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레나의 남편이 죽어 문상을 갔는데 세레나는 죽어가는 남편한테 악을, 악을 써댔다고 합니다.
˝멋진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뛰다가 갑자기 죽는 거 하고, 온몸에 주사바늘과 튜브를 꼽은 채 죽는 거 하고 뭐가 좋니?˝
이 문장을 읽은 후 아, 씨.... 두 달 뒤부터 저도 운동복을 입고 걷고 뛰기 시작해 6개월 만에 12kg을 뺐습니다.
앤 타일러의 <종이시계>에 나온 세레나의 악다구니였습니다. 살을 빼니까 옷장에 걸려 있던 옛날 옷이 다 맞지 뭡니까. 돈 번 거 같더라고요.
어쨌거나 앤 타일러는 제 은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10 18:46   좋아요 2 | URL
앤 타일러가 은인이라고 하시지만, 골드문트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6개월만에 12kg이라니... @_@
옷도 옷이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셨을 것 같네요 :)
 
[eBook] 교수 열린책들 세계문학 96
샬럿 브론테 지음, 배미영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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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거나 결혼을 통해 획득하는 재산 혹은 소득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수성가하는 인물을 그려냈다는 점 (물론 그전에 훌륭한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우울증을 앓는 남성 (상대적으로 남성답지 않은 남성) 인물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내세웠다는 점, 당시 사회의 인물상, 계급, 종교, 교육, 산업혁명의 양상과 관련된 작가의 견해를 '직접적으로' 강하게 표현했다는 점,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하고 사회활동에 대한 열정을 갖고있는 여성을 그려냈다는 점 등이 파격적이다. 


예전에 한 번 읽다가 관둔 적이 있는데,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롭지는 않아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아니었으면 읽다가 관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별을 한 개 뺄까 하다가 급진적이라는 부분에 가산점을 주기로 하고 별 다섯 개. <교수>에 비하면 <제인 에어>는 확실히 재미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제인 에어>를 다시 읽을 것인가 <빌레뜨>로 넘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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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09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는 덜 해도 뭔가 시사하는 바는 큰 것 같네요!!!
어쨌든 <교수>도 지금 아니면 못 읽을 것 같아 일단 찜해 두고 읽어야 할 책입니다.^^

건수하 2022-11-09 10:49   좋아요 1 | URL
네 중요한 작품인 것 같긴 합니다 :) 샬롯 브론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거리의화가 2022-11-09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물 설정이 흥미롭네요^^ 저도 일단 이북으로 구매는 해두었습니다. 그래도 5점을 주셨다는게!ㅎㅎㅎ

건수하 2022-11-09 10:50   좋아요 1 | URL
재미는 좀 떨어져도 읽는 보람은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샬롯 브론테의 급진적인 점에 5점을! :)

바람돌이 2022-11-0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아니면 이 작품을 읽지 않을듯하니 저도 찜합니다.

건수하 2022-11-09 19:49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보다 더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래요 ^^

베터라이프 2022-11-09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수하님~ 우연히 수하님의 이 글을 읽었다가 어느새 알라딘에서 결제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ㅜㅜ 감사합니다.. 지갑이 더 얇아졌어요 ㅜㅜ

건수하 2022-11-09 19:50   좋아요 1 | URL
베터라이프님 안녕하세요~ 지갑이 얇아졌… 감사한 거 맞나요? ㅎㅎ 구입하셨다니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

단발머리 2022-11-10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분의 1 지점에서 헤매고 있는 1인입니다. 저만 어려운 거 아니었군요.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11-10 17:35   좋아요 0 | URL
조금 장황하고 지루하지 않나요?
저는 사실 <제인 에어>도 좀 그랬던 기억인데 (20년도 더 전에 읽었지만).. 제인 오스틴 한참 읽다가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제인 오스틴이 참 재미있게 쓰는 재능은 탁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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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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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