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지음 / 이학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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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하고 아내랑 동네 곱창집엘 갔어요.

강신주를 읽고 곱창집에 간 게 잘못이지. ㅎㅎ

곱창집엔 곱창도, 소주도, 아내도, 시래기국도 있었고,

그 곱창집은 강신주를 타고,

국가와 자본과, 결혼과 세계화의 모순들이 지글거리는 장소로 확장되어 있었지요.

 

곱창을 구으면서, 이 곱창을 제공한 동물을 사육한 인간의 제도적 살상을,

소주를 나누면서, 소주 업계를 장악하고 있을 조폭들의 세계를,

아내를 쳐다보면서, 결혼이란 제도의 모습을,

겉저리의 향긋한 참기름 내음에서, 농업과 세계화를,

시락국과 겉저리를 배달해다주는 주인 아주머니를 보면서, 자본에 봉사하는 삶을,

그리고 한가롭게 곱창을 굽고 있는 것도, 국가라는 괴물과 연관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철학은 '낯설게 하기'라고 해요.

삶의 모든 국면들은, '세계내존재'로 당연한 듯 여기며 살고 있지만, 사르트르 말로는 '즉자적' 으로 대응하며 생각없이 살게 되지만,

철학은 그 국면들을 '세계밖존재'로, '대자적'으로 대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지요.

 

사랑의 아픔을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은,

관조하기 힘든 마음을, 방향없이 튀어대는 짬뽕공같은 마음을

말끄러미 바라볼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 줘요.

 

요즘 '스탠스'란 말을 많이 쓰더라구요.

자기가 선 자리의 시점에 따라,

다양한 것을 보게도 만들고,

못 보게도 만드는 게 바로 스탠스 인 거 같아요.

 

독서 역시 다양한 스탠스를 경험하고 사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 되겠지요.

 

혼자서 읽는 독서에 비하면,

타인의 독서를 바라보면서 함게 읽는 일도

사유의 대위법을 구사하는 확장된 철학적 사건을 만들 수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니체가 말했대요.

 

네가 무엇을 의지하든 그것의 영원회귀를 의지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의지하라.

 

수천 년 뒤에도 지금같은 상황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상상의 지평을 넓혀 보래요.

지금 내가 비겁하게 살면, 수천, 수만 년 뒤까지 이 비굴함을 반복해서 맛보고 살아야 한대요.

당당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하겠구요.

미적거리다가 좋아하는 것을 놓치는 일도 만들지 말아야 하겠지요.

 

영원히 후회하는 삶을 살 거라고 겁을 주는 니체 형님의 말은 곱씹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영원회귀라... 무서운 말이네요. ^^

 

세계 상류층 20%가 세계 GDP의 86%를 얻고,

       하위 20%는                 고작 1%를 얻으며,

       중간 60%는                 겨우 13%만을 얻는다.

전세계 200대 부자들의 수입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수조 달러나 늘어 두 배가 되었다.

세계 3대 부자의 자산은 가난한 48개국의 모든 소득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아졌다.(윌리엄 탭, 부도덕한 코끼리)

 

이런 통계자료들은 무섭죠? 무서워요. 세상은...

그렇지만, 아는 것은 힘이 돼요. 싸워야 얻잖아요.

 

동양의 '덕'은 서양의 'virtue'와는 별로 상관없는 개념이래요.

한자 德은 '얻을 득 得'과 '마음 심 心'의 합자인데,

타인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가 된다네요.

 

단하 스님 이야기는 자주 인용되는 것이죠.

 

추운 겨울날, 단하스님이 혜림사를 갑니다.

그 절의 스님은 단하스님을 차가운 마룻바닥에 자게 해요.

밤에 본당이 환해져 스님이 가보니, 단하스님이 불상을 쪼개 태우고 있다죠.

"아니 어떻게 스님이란 사람이 불상을 태울 수 있소?"

"불상에서 사리가 나오는가 보려고 태웠습니다."

"아니, 나무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다는 거요?"

하고는 혜림사의 스님이 크게 깨달았다는 이야기.

 

원효 이야기랑 비슷하죠.

해골물이나 불상의 사리나...

중요한 것은 마음먹기라는데...

 

오늘 아침,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알라딘의 기능이 어느 날 마비되어, 모든 글이 한 순간 삭제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런 끔찍한 생각을...

 

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한 순간의 회로 마비로 모든 것이 날아가듯,

한 순간의 심장 마비나 뇌 구조의 마비로 삶은 끝날 수 있잖아요.

 

오늘을 마지막 날을 살듯이 살아야하겠단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오늘 '우발적'으로 내게 닥쳐온 일들을,

오늘 '우연히' 나에게 쇄도한 당신이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당신도,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구요!

 

----------------- 오타 한 자

270.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처럼 환 알고 있다고... ㅋㅋ 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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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3-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 좋요....하지만 소주에 곱창이 더 좋죠? ^^

글샘 2012-03-14 21:2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철학 에세이' 수준이라서 재미는 없더라구요.
그래도 이 책을 읽은 후유증으로, 세상만사가 무지하게 얽혀있단 생각을 잠시 하면서 곱창을 먹었습니다.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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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오래 읽었다.

괴로웠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일이 괴롭고,

시를 읽는 일도 괴롭다.

 

특히 철학적 담론을 읽는 일은 더 힘들었다.

강신주의 철학적 담론 서술이 늘 쉬운 것만은 아니었지만,

시를 꼭지로 달았다 뿐이지,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시를 꼭지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음으로 해서,

독자를 철학적 세계의 바닷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들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일 수 있겠다.

 

이성복 시를 통해 라캉의 욕망을 보여주기도 하고,

문정희 시를 통해 이리가레이의 여성적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채호기를 말하면서 맥루한의 미디어론에 대하여 늘어놓기도 하는데,

한용운과 바르트의 사랑의 담론은 무척이나 실감나게 적어 두었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두 번이나 읽은 부분이 한용운과 바르트 이야기다.

 

백석의 시와 나카무라 유지로의 촉각 또는 체감의 심상은 짜릿하며,

황병승과 보드리야르의 해체, 배척 이야기는 머리를 싸쥐게 만든다.

 

허연의 시를 읽으면서 카뮈의 반항, 저항을 나란히 놓는 것도 멋진데,

허연의 시를 그저 읽었더라면, 푸른 유리 조각의 의미가 좀 멀리서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직 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저항하지 않는 '착한 아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강신주는 에필로그에서

<시는 항상 너무 빨리 찾아들고,

항상 너무 늦게 읽히는 법>이라고 한다.

<시는 항상 미래에 읽힐 운명을 타고난 글>이라고 말이다.

<다른 글들이 지금 읽고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다면,

시는 우리 내면을 엄습하여 그 이미지를 각인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처처럼 남은 시는 아주 끈덕지게 기다립니다.

우리가 그 이미지를 다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삶을 살아내기를 말입니다.
그래서 시를 빈 그릇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채워야만 하는 빈 그릇 말입니다.>

 

시는 읽는 즉시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시는 읽히는 사이사이 pause를 누르게 하고,

행을 거칠게 바꾸어 주면서 독자의 이해를 방해한다.

낯선 사물을 낯선 환경에서 들이밂으로써 시는 독자에게 각인된다.

그것도 이미지로 말이다.

독자가 그 이미지로 남은 상처를 감싸안고서 나름의 체액으로 진주를 만들어갈 때,

시는 비로소 읽혀지게 되는 화학적 변화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 편의 책과 연관지어 '~ 즐거움'을 '~괴로움'으로 바꿨을 뿐이어서 제목이 맘에 들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시에 대한 담론은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82. 이리가레이가... 이리가라이로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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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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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이란 딱딱한 것을 충분히 물에 불린다음 독자에게 슬며시 내민다.
독자는 그 말랑한 것이 원래 책받침처럼 딱딱하던 악어 등딱지인줄도 모르고,
그 졸깃한 맛을 즐기며 씹는맛을 즐기곤 한다. 

오죽하면 '철학'은 인문대학 '금속공학과'라고 할 만큼 딱딱하단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 책은 전혀 딱딱한 느낌을 받지 않게 한다.
그리고 읽고 나면 알게 되지만, 이 책은 <서평집> 내지는 <독서 가이드>로 기획된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나는 계속 바둑의 <묘수풀이집>을 떠올리고 있었다.
바둑을 배운다는 일은 끝없는 반복과 망각의 과정을 온몸으로 거쳐가는 일과 동의어이다.
그런데 바둑의 '정석'은 너무도 변화무쌍한 '변주'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바둑을 배우면서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가는 것보다 먼저 들어왔던 것이 튕겨져 나가는 속도가 빠를 때도 있다.
그래서 간혹 접하는 퀴즈 타임이 바로 '묘수 풀이'란 것이다.
바둑의 '묘수 풀이'는 전체적인 바둑의 행마나 계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어 일단은 마음이 홀가분하다.
전체를 볼 필요 없이, 그저 이 순간의 '사활'만이 문제가 된다.
어떤 곳이 사는 점이고 어떤 곳이 죽는 점인지를 콕 집어 내는 일만이 중요하다.
중앙에서 벌어진 일이 변에서나 귀퉁이에서 벌어진 일과 맞물려 울려퍼지게 하는
환희의 합창이나 비극의 곡성을 떠올릴 필요 없다. 
그저 가볍게 주어진 몇 칸의 가능성들을 머릿속에서 반복해 진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통쾌한 해법이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신영복의 <나의 동양 고전 독법 - 강의>를 동양 고전 입문서로,
강유원의 <인문 고전 강의>를 서양 고전 입문서로 소개하곤 했다.
그렇지만 철학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론서나 입문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학생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철학 통조림'이나 고딩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철학, 역사를 만나다' 같은 책도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는 쉽지 않았다.  

아니, 쉽기는 한데, 과연 그것이 전체적 그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인지,
더 깊은 독서를 이끌어줄 가이드로서 도무지 맥락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며칠간 쉬면서 그간 있었던 복잡한 학교 문제와 새학기 준비의 짜증에서 나를 빼냈다.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얄팍한 해법으로 풀어내려는 다양한 시도의 틈바구니에서 나는 늘 허우적거렸다.
일을 떠맡아 허우적거렸고, 남들이 '너는 잘 하잖아~' 이런 칭찬 사이에서 발로 뛰어 다녔다.
그런 일들과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고, 텔레비전도 만나지 않고 그저 즐겁게 며칠을 보냈다.
그저 바보가 되어 산 것 같다. 한 이틀 남짓인데도... 

그런 내 곁에서, 히히덕거리며 내 마음을 만져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묘수풀이처럼 통쾌하면서도 간단하게,
또 복잡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한 논리로 다 설명이 가능하게,
아무리 두꺼운 책이거나 난해한 이론이라도 비유적 이야기 한 편으로 알기 쉽게 들려주는 책이다. 

물론, 철학에 다이제스트란 있을 수 없다.
초등학생용 철학이 있고 철학가용 전문 철학이 있을 수 없다.
삶이 있다면 영아용이나 노인용이나 모두 <인생>에 대하여 공손한 태도를 갖춰야 함과 같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이순재가 "호상은 무슨 호상, 니미럴~" 이런 대사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은 모두 나름의 아픔을 가지듯,
삶은 모두 나름의 의미를 가지겠다. 그게 철학이 선 자리다. 

제목은 중요하지 않았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목의 한 글자만한 크기에 들어간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도 문제가 아니었다.
카운슬링은 문제가 있는 내담자가 카운슬러의 안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인데,
이 책에서 강신주는 카운슬러가 되어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타자>와
인생의 봄에 만나게 되는 <자아>와,
이 둘이 겪게 되는 <우리>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특별한 구도 없이 이야기를 풀고 있다. 

화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이야기들이 독자를 향한 <유리병 편지>였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밝혔다.
결국 <유리병 편지>는 존재하지만, 그 병을 발견하고 그 편지를 읽는 이의 마음에 그 편지의 존재 의미는 달려있다.
발견하고도 무시하는 독자이거나,
편지를 읽고도 웃어 넘기는 독자라면,
유리병 편지는 참 바보같은 짓거리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 유리병을 발견한 사실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에게,
그 편지의 내용과 편지를 쓴 사람의 처지를 곰곰이 씹어보는 이에게는 그 편지가 특별한 효용을 발휘할는지도 모른다. 

고전을 만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내게 이 편지는 단비와도 같았다.
밤새 운전을 할 때 그 단비는 자동차의 제동 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조심 운전을 하거나 자신의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이에겐 봄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지금 인생은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는 니체의 말을 인용할 것도 없이,
삶 앞에 놓인 철학은 '참을 수 없이 가벼움'으로 다가온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부터 시작되는 철학의 그럴싸함에 비하면,
밥벌이 앞에 놓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철학'을 <개똥 철학>으로 명명하면서부터
철학은 늘 삶 앞에 무릎꿇곤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개똥이 민들레 꽃의 생명력의 근원이 되듯,
그 가벼움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는 '일체유심조'를 개똥철학이라면 어쩔 수 없다.
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마라는 말도 개똥철학이라고 폄하하면 할 수 없다.
철학이란 배고픔 앞에서 늘 굴복하는 우스개에 불과하니깐. 

그렇지만, 조금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면, 인간은 개똥 철학이 필요하다.
이지보다 니체보다 김수영보다 우리는 배가 부르지만, <솔직하지> 못하다.
그 솔직함 안에 철학이 담겼다면, 배가 고프고 부르고를 따지기 이전에 '예민한 촉수'를 가진 이들의 생각에 그들의 개똥 철학에 관심을 가질 법 하다. 

주희의 성리학이 내세운 기본 원리, 인과법칙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렇게 의문부호를 던진 정약용 이야기를 듣는 나는 행복했다.
무엇보다 강신주가 나보다 젊다는 이유로 행복했다.
그의 앞날이 멀고 멀기에, 그의 책들을 얼마든지 더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새학기를 앞두고 복잡한 머리를 잠시 정지하고 있던 나에게,
한나 아렌트처럼 "지금 당신은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이를 만나는 일은,
괴로우면서도 반가운 일이었다.
아이히만처럼 관료제 아래서 수백만을 죽이는 일을 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교사인 나의 판단에 따라서 천여 명의 학생과 육십 여 명의 교사가 이렇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음을 고려하면,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죄악임을 툭, 알려주곤 한다. 

교사로서 해야할 일을 하고,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는 자세.
아무 생각없이 타성에 의하여 그저 밥벌이의 지겨움 속에서 살아가는 자세.
이런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헤엄치며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이런 독서>라면 반갑기 그지없다. 

물론 강신주의 이 책은 깊지 않다.
철학을 공부하고자하는 초심자에게 기본적인 개념조차 제대로 설명하기엔 지나치게 한 꼭지에 배당된 면수가 적다.
그렇지만, 철학이 필요한 시대,
앎과 실천, 아무 생각없이 소나 돼지를 파묻다 과로로 죽어가는,
생각없는 공무원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죽음이나 애도하는 또다른 나에게,
생각하는 삶과 소통과 관계의 역학을 곱씹게하는 책으로 이 책은 재미있게 다가왔다.
묘수풀이집은 역시 짧은 시간 머리를 식히는 데는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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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3-01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상대로 좋군요.
님의 서재에서 오랫만에 만나는 별 다섯개예요.^^

글샘 2011-03-01 12:59   좋아요 0 | URL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ㅎㅎ
제가 요즘 별에 인색했나요? 옛날엔 너무 후하단 소리도 들었는데...

잘잘라 2011-03-0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브르의 식물 이야기』를 읽고 사계절출판사에 반했어요.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책 검색하다가보니 또 글샘님 서재예요 ^ ^
알라딘에서 책구경하다보면 글샘님 닉네임을 자연스럽게 만나게되요.
'글샘'이라는 닉네임에 갖게되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시는 리뷰,
님의 서재 글들..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읽습니다.


글샘 2011-03-08 21:56   좋아요 0 | URL
저는 '임꺽정'때부터 좋아했던 출판사랍니다.
멋진 출판사죠.

제 서재 글을 좋게 보아 주셔 고맙습니다.
제 글에 대한 기대감보다 책이 나을 때가 많겠지요. 속았을 경우도 있을 거구요. ㅎㅎ
아무래도 취향은 사람 수만큼 많으니 말입니다.

2011-04-08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4-10 11: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어쩌다 당선이 되었군요.
철학, 좋아하면 이 책을 좋아할 겁니다. ^^
저도 주변 분들께 막 홍보할 만큼 좋은 책이니까요.

드팀전 2011-04-08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잘 지내시지요.

글샘 2011-04-10 11:1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영 소식이 뜸하시군요. ㅎㅎ
예찬이도 잘 자라죠? 곧 학교갈 나이가 됐겠는데...

세실 2011-04-10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홋 축하드려요^*^ 아 읽어야지, 읽어야지....
묘수풀이집이라~~~ 리뷰가 참 맛깔스러워요.

글샘 2011-04-11 13:03   좋아요 1 | URL
리뷰가 맛깔스럽다니... 칭찬이 과하시네요. ㅎㅎ
이 책은 어렵지도 않습니다. 한번 읽어 보세요.

이프리트 2011-04-22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삶에서 철학을 자주 적용해보아야 겠습니다. 철학이 아니더라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며 살아야겠네요.

글샘 2011-04-23 19:26   좋아요 1 | URL
오로지 경쟁뿐인, 철학적 사고는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 사는 사람의 하나로서,
철학은 인간이 되기 위한 몸부림이 될 것입니다.
 
옥탑방으로 올라간 칸트
가브리엘레 뮈닉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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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버지의 수술을 당하여 두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으로 간다.
할아버지는 철학자이며, 할머니는 맨날 맛있는 음식이나 하는 평범녀다. 

근데 다락방(제목만 옥탑방이다. ㅋ)에 올라가서 놀던 남매는 특이한 책을 한 권 만난다.
철학 우화 속에는 서른 가지 정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이야기들은 다양한 철학적 문제제기가 가능한 열린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그 우화를 읽어나가면서 철학적 사고력을 배운다. 

다행히 아버지의 병은 별것이 아닌 것으로 수술이 잘 되었는데,
놀랍게도 철학 우화를 지은 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라는 반전이 숨어 있다.
누구나 철학은 손쉽게 생활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담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쇼펜하우어가 말한 <사색>이다. 쉽게 말하면 '생각'이다.
그 <사색>의 궤적을 학문적으로 말하면 <철학>이 되는 것이다.
모든 생각의 틀이나 흐름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철학 우화들은 충실하게 담고 있다. 

이 우화의 맨 앞장에 칸트의 <네 자신의 오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는 주문이 걸려 있다.
살면서 얼마나 남의 생각대로 살고 있는지, 자신의 사색의 결과를 말할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
또는 그 사색의 결과를 말하면 얼마나 비웃음을 사게 될는지... 세상은 평탄하진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가 쇼펜하우어를 아주 좋아하는 대목에서 마음이 기뻐졌다.
뭔가를 읽어나갈 때,
여러 권의 책에서 관통되는 하나의 목소리를 자꾸 만나게 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행동으로 옮기고 법처럼 지켜야 하는 이성적 원칙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감정을 이입하고 동정을 느껴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아버지는 쇼펜하우어의 이런 점을 좋아했는데, 읽을수록 매력적인 인간이다.
인간은 고슴도치처럼 상처를 주는 존재라고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를 치부하기도 하고,
니체에게 압도당해버린 면도 없지 않지만,
마르틴 부버의 명언처럼, <나는 너에게서 비로소 내가 된다>는 관계론은 쇼펜하우어의 감정 교육과도 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담긴 우화들을 워드로 작업해 두었다가 학생들에게 철학적 사고의 기본을 다룰 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줄 무언가를 건지는 독서는 자못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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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역사를 만나다 -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중동고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안광복 선생님의 이 책은,
일단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이끄는 책이다. 

윤리 시간에 배우는 서양 철학, 동양 철학은 암기하자니 너무 많고,
이해하자니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는 종목이다. 

인간의 숱한 생각들은 흩어져 있어 정리가 되지 않는데,
그걸 조목조목 모으는 일이 '철학'이라면,
인간의 삶의 편린들은 또 날마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인데,
그걸 의미있는 것으로 갈라서 모으는 일이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라는 씨실을 밑천삼아, 철학적 날실을 엮어가노라면,
이렇게 멋진 이야기책이 탄생하기도 한다. 

9.11 테러 이후로도 반성하지 못하는 강대국에게는 철학이 없다.
역사적인 반성 없는 '힘'은 결국 무철학의 결과일 뿐이다.
스파르타가 지혜롭지 못한 국가였음을 플라톤이 발견했을 때,
결국 강대국이 철학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몰락으로서 보여주는 이야기라든가,
조선의 권력과 성리학이 어떻게 국가를 형성하였으며,
임란때의 임금의 도망과 호란때의 불필요한 논쟁들이 어떻게 국가를 몰락시켜가는지를
쉬우면서도 분석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고등학생 정도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인문반 학생들이라면 역사와 철학을 모두 정리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읽을 거리.  

도판도 깔끔하고 설명이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고 풍부해서 좋다.

155쪽에 오타가 하나 있다. 사적 유물론은 유물사관인데, 한자로 '역사 사' 史자를 써야 한다.
거기다가 '사사로울 사' 私를 썼으니 개인적 유물론??? 이런 용어가 탄생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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