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으로 올라간 칸트
가브리엘레 뮈닉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의 수술을 당하여 두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댁으로 간다.
할아버지는 철학자이며, 할머니는 맨날 맛있는 음식이나 하는 평범녀다. 

근데 다락방(제목만 옥탑방이다. ㅋ)에 올라가서 놀던 남매는 특이한 책을 한 권 만난다.
철학 우화 속에는 서른 가지 정도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이야기들은 다양한 철학적 문제제기가 가능한 열린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그 우화를 읽어나가면서 철학적 사고력을 배운다. 

다행히 아버지의 병은 별것이 아닌 것으로 수술이 잘 되었는데,
놀랍게도 철학 우화를 지은 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할머니라는 반전이 숨어 있다.
누구나 철학은 손쉽게 생활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담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쇼펜하우어가 말한 <사색>이다. 쉽게 말하면 '생각'이다.
그 <사색>의 궤적을 학문적으로 말하면 <철학>이 되는 것이다.
모든 생각의 틀이나 흐름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철학 우화들은 충실하게 담고 있다. 

이 우화의 맨 앞장에 칸트의 <네 자신의 오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는 주문이 걸려 있다.
살면서 얼마나 남의 생각대로 살고 있는지, 자신의 사색의 결과를 말할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
또는 그 사색의 결과를 말하면 얼마나 비웃음을 사게 될는지... 세상은 평탄하진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가 쇼펜하우어를 아주 좋아하는 대목에서 마음이 기뻐졌다.
뭔가를 읽어나갈 때,
여러 권의 책에서 관통되는 하나의 목소리를 자꾸 만나게 되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행동으로 옮기고 법처럼 지켜야 하는 이성적 원칙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감정을 이입하고 동정을 느껴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아버지는 쇼펜하우어의 이런 점을 좋아했는데, 읽을수록 매력적인 인간이다.
인간은 고슴도치처럼 상처를 주는 존재라고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를 치부하기도 하고,
니체에게 압도당해버린 면도 없지 않지만,
마르틴 부버의 명언처럼, <나는 너에게서 비로소 내가 된다>는 관계론은 쇼펜하우어의 감정 교육과도 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 담긴 우화들을 워드로 작업해 두었다가 학생들에게 철학적 사고의 기본을 다룰 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줄 무언가를 건지는 독서는 자못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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