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것들 사전 - 요즘것들의 말로 들여다본 요즘 세상 우리학교 생활밀착교양 시리즈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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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북에서 많이 만난 단어는 '솔크'다.

솔로로 보내는 크리스마스...의 약자.

페이스북을 페북, 페북 메시지를 페메, 페북 친구를 페친이라 부른다.

타임 라인을 탐라라 부르고...

 

요즘 아이들만이 아니다.

언제나 그 시대에 통용되는 은어가 있어 왔다.

베트남전에서 베트남 사람들을 'gook'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 '국으로 있어라'같은 말처럼,

일반적인 언어생활에서 벗어난 말은 늘 있어 왔다.

우리 시절에도 스트가 있었고, 세미를 통해 학습을 했고, 집(언더 서클) 사람들을 점조직으로 모아 공부를 했다.

 

이 책은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어 몇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도 그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쓰기 쉬워서 재미있게 읽어볼 만 하고,

어른들도 아이들의 이해를 위해 읽어봄 직 하다.

 

개~라는 접두어가 개맛있다, 개좋다로 쓰이던 시대를 넘어서 꿀잼, 핵잼, 개노답 등의 말로 발전했다.

오타쿠가 덕후가 되고 덕질까지 파생된다.

답은 정해져있어. 너는 그냥 따르면 된다는 비민주적 사회를 비꼬는 답정너나

복잡하게 설명하는 걸 싫어하는 풍조를 빗댄 듯, 세줄 요약 같은 말.

열등감 폭발의 열폭, 관심 종자의 관종 등,

아이들은 심각하지 않게 쓰는 말들인데 상황에 딱 맞춰 쓰기 힘든 말들도 많다.

 

아무리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라도

임금이 연루된 상황을 판단해줄 제삼자가 없다면,

즉 임금이 자기 사건을 판단하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정치가 무너진다.

그런데 만약 임금이 연루된 상황에서 임금을 피고로 다룰 수 있는 그런 재판관이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더이상 군주국이 아닐 것이다.(164)

 

우리 나라는 민주국이 아닌 군주국에 가까웠다.

지금의 친박이나 박사모를 보면 도저히 민주국가는 아니다.

이번에 박근혜를 구속수사하고 무기징역을 때려야만,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이제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인실이란 말을 설명하다가 나온 말이다.

인생은 실전이다. 그래서 선배나 윗사람도 잘못하면 본때를 뵈줘야 한다는 말이 인실이란 말이란다.

 

좀 잘못된 설명도 있다.

서울대 입시에서 '일반전형' 학생들이 '기회 균형', '지역 균형'을 기균충, 지균충으로 비하하여 논란이 된 일이 있다.

이 책에서는 '농어충'(235)으로 부른다고 적었다.

 

언어는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며 변한다.

'헬-조선'이 지금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 말이다.

헬조선의 현실을,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이라 바라보는 아이들이,

엠창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찬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세상이 좀 환해졌으면 좋겠다.

 

청문회에 나왔던 그 우중충한 인간들을 좀 감옥에 확 집어 처넣고,

권력의 무상함을 씻어 내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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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뭐 하니? - 구자행 샘 시간에는 내 이야기가 글이 되고 시가 되지
구자행 지음 / 양철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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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문가가 개입하면 훌륭한 결과를 맺는다.

나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 데리고 글도 쓰고 문집도 내고 하지만,

글쓰기를 애써 실천하는 분이어서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글을 쓰게 하신다.

 

본받을 점이 많다.

아이들이 글은 '슬프다, 행복하다, 힘들다'는 막연한 글들이 나오기 쉬운데,

구체적으로 쓰도록 상황을 집어 넣으니,

이러이러하다는 글이 되어 '텔링'이 없이도 '쇼윙'만으로도 주제가 전달된다.

 

처음부터 이래야 한다는 틀을 짜놓고 맞춰 넣으려 하거나,

거기에 미리 무슨 의미를 붙이고 해야할까.

조금 모자라면 모자란채로 조화를 이루고 지내면 안 될까.(20)

 

평화로운 학급회의 장면들도 아름답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는 자습을 하겠지만,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예쁘다.

 

나도 28년차 교사로써, 이제 틀에 아이들을 욱여 넣는 게 더 익숙하다.

아이들의 개성이나 자유를 들어줄 귀를 닫아버렸는지 모른다.

 

무엇이든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교실, 내가 꿈꾸는 교실이다.(44)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 앞에서 울기도 하고 투덜도 댄다.

아~ 옆반 선생님의 투덜댐도 들리는 듯 하다.

저렇게 풀어주면 다른 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둥,

저렇게 하면 내년에 아이들이 빡센 담임 만나 힘들 거라는 둥...

다 힘들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가슴이 뛰나요?(327)

 

교사에게는 참 고단한 질문이다.

가슴이 짓눌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나도 가슴 뛰던 시절이 있었다.

철없이 멋모르던 시절이었다.

어느 정도 알게 되면서는 가슴이 짓눌린다.

현장은 더 슬퍼져서 더 하다.

나라 전체도 더 슬퍼졌다.

 

부손의 하이쿠가 있다.

 

도끼질하다

향기에 놀랐다네

겨울 나무 숲.

 

아이들도 그런 것 같다.

매번 향기를 찾아도 무리다.

아이들은 매일 피곤하고 고단하다.

엎어져 잔다.

그렇지만,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아이들의 향기에.

그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나는 한 일이 없다.

그저 오랫동안 기다려 준 것밖에 없다.

옆에 선생님들이 뭐라고 하건 믿고 기다렸다.(70)

 

그래. 나이든 선생님의 장점이 이런 것이다.

아이들 곁에서 든든하게 기다려주는 호흡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 것.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화를 내고 불평하지 말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슬퍼해야 한다고 말한다.(56)

 

그래서 교사는 슬프다.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것이 그런 의미다.

 

슬픈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은

어떠하든 슬프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으로 나이들어 가야겠다.

 

교사라면,

가끔 이런 책을 읽어주어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

그래야 며칠이라도 착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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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6-06-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찡~!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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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일이 백여 년 전만 해도 드물었다.

1919년의 기미독립선언서를 배운 사람이라면,

국한문 혼용체의 말도 안되는 문체에 깜놀했을 것이다.

 

그 백년간, 일제가 조선어 말살을 기도했고,

미제가 남한의 혼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혼란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말의 현실이다.

이오덕 선생님이 아마도 우리글 바로 쓰기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셨던 듯 하다.

나도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일본어 공부까지 하게 되었으니까.

 

이 책은 글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자기도 모르게 많이 쓰는 '-적, -의, 것, -들'과 같은 어휘의 쓰임에 대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종류를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는 재미있는 '업계'의 말로 정리하고 있다.

 

'국수집'이라 적은 국숫집 이야기나

저자의 아내와 메일을 주고받은 이야기는 재미로 넣은 것이기도 한데

그 메일 내용은 좀 말장난이 지나치다.

 

김훈의 말투를 흉내내는 부분도 재미있기는 한데,

문체라는 것은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그저 흘러나오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문장에서 '있다'라는 말이나 '시키가' 같은 말도 교정의 대상이 된다.

 

이오덕 선생님의 책이 가진 단점이

작정하고 공부하듯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다 읽어내기 힘들 수도 있는 것인데,

이 책은 일반인들도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문장을 잘 골라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적으로 교정의 숙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랑을 하든', '사랑하든'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한 게 세상일 테고,

아무리 교정자가 붉은 펜으로 교정을 해도

고집스런 작가는 '틀린 곳'조차도 고치기 싫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테니,

이런 책을 읽는다고 나도 내 잡문을 퇴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좋은 문장의 조건이나

일본어투, 영어투의 문장을 얼마나 자신이 쓰고있는지를 깨닫고 싶은 사람은

술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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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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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란 어떤 경우에도

침묵해선 안 되는 사람을 가리킨다.

요컨대 이것은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 효율적인지 아닌지,

유효한지 어떤지 하는 이야기와는 다르다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상처입고 소외된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된 것인가 하는 것이 시인에게 부과된 커다란 과제다.

1980년대 같은 피투성이 잔치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인은 지금 눈앞에 있는 현실을 노래할 방법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155)

 

이 책은 단행본으로 집필한 책은 아니다.

이곳 저곳에서 강연한 것들을 모은 책인데,

내용이 썩 좋다.

 

무엇보다, 시라는 것이 서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

왜 김지하나 박노해의 변절이 나쁜 것인지를 말하고 있어서 좋다.

그들의 변절에 대하여 애써 변호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시답잖기는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시답잖다'는 말은 '시답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주일 전에 교실에 '바비'와 '밥충이'를 퍼다 두었더랬다.

같은 날 떠놓은 밥인데도,

칭찬을 퍼부은 밥은 이쁜 그대로인 반면, 욕을 한 밥은 곰팡이가 피고 아주 못쓰게 생겼다.

언어의 힘은 이렇게 큰 것이다.

귀가 없는 밥조차, 언어의 힘에 휘달리는 것인데,

인간으로 태어나서 해서는 안 될 소리를 지껄이는 인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윤동주의 '서시'의 한 구절,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를

일본의 '이부키 고' 번역판에서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이라고 번역했다 한다.

지난 봄, 도시샤 대학에 가서 시비를 보면서도 미처 그것까지는 읽지 못했다.

그 죽어가는 것들...에는 안중근과 윤봉길, 그리고 그 자신의 목숨도 있었다.

그러나 '그저 살아있는 것들'은 다르다.

 

루쉰의 '고향'의 마지막 구절을 흔히 애송한다.

 

생각해보니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걷는 이가 많아지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을 '명랑한 언설로 앞길의 광명을 생각하며 걷기 시작하는 자들의 구령처럼 인용'하는 예가 많다고 나카노 시게하루는 지적한다.

하지만 이 것은 읽는 이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희망은 업지만 걷는 수밖에 없다.

걸어야만 한다.

그것이야말로 희망이라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루쉰은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암흑을 이야기한다.(108)

 

서정시로 된 '정치적 태도 결정'이야말로 시의 힘이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과 위치는 크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태평양 전쟁 이후, 미국의 지배 이후 더 심해졌다.

지난 9월 일본은 이제 다시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바뀌었다.

 

동아시아는

근현대 역사에서 일본이 침략전쟁 혹은 식민지 지배를 했던 지역이다.

미얀마를 경계로 동쪽에 위치하는 아시아 국가중 일본 침략이나 식민 지배 흔적이 없는 곳은 없다.

따라서 역사에 등돌리는 것은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기본 전제를 잃어버린 태도다.

센가쿠 제도는 청일전쟁 과정에서 일본에 편입되었고,

독도는 러일전쟁 와중에 편입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총체적 근대사를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와 궤를 같이한다.

근대의 부(負)의 유산을 총체로서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그러한 성찰적 시점이 사라지고 있다.(91)

 

일본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한국 역시 역사에 등돌린 지배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과거의 짐진 자들이 과거를 날조하는 한,

성찰적 시점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 진다.

그것이 시의 죽음이기도 한 것.

잔치가 끝나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길은 계속 될 것이다.

 

꾸며낸 혓바닥으로

상냥하게, 희망을 노래하지 마라

거짓된 목소리로, 소리 높여, 사랑을 부리지지마라(목숨의 빛줄기가)

 

시인은 끝없는 의문형으로 현재에 질문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시인이 침묵하면 현재는 암울한 시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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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징검다리 역사책 3
정창권 지음, 김도연 그림 / 사계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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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는 '전할 전, 기이할 기, 노인 수 傳奇叟)'라고 쓴다.

종로를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람이라는 기록이 남아있고,

조선 후기 많은 스토리텔링의 구연자라고 보여진다.

 

이야기하다 스톱하고 '인서트 코인' 타임을 일컫는 요전법이란 말도 얽혀 있고,

전기수 이야기를 듣다가 현실과 혼동하여 살인도 저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역사 속의 전기수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쓴

일종의 팩션이다.

짧으면서도 인기가 좋았을

임경업전, 소대성전 같은 것들과 어울려서 재미도 있다.

 

조선 후기의 스토리텔링의 문화가

요즘 한국 영화의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진 듯 하다.

 

스토리텔링의 기반은 다채로운 사상의 융합인데,

시대가 하수상하니,

이순신 장군 울궈먹기나

전쟁 영화 되돌리기 시절로 돌아가는 거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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