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지음 / 이학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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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하고 아내랑 동네 곱창집엘 갔어요.

강신주를 읽고 곱창집에 간 게 잘못이지. ㅎㅎ

곱창집엔 곱창도, 소주도, 아내도, 시래기국도 있었고,

그 곱창집은 강신주를 타고,

국가와 자본과, 결혼과 세계화의 모순들이 지글거리는 장소로 확장되어 있었지요.

 

곱창을 구으면서, 이 곱창을 제공한 동물을 사육한 인간의 제도적 살상을,

소주를 나누면서, 소주 업계를 장악하고 있을 조폭들의 세계를,

아내를 쳐다보면서, 결혼이란 제도의 모습을,

겉저리의 향긋한 참기름 내음에서, 농업과 세계화를,

시락국과 겉저리를 배달해다주는 주인 아주머니를 보면서, 자본에 봉사하는 삶을,

그리고 한가롭게 곱창을 굽고 있는 것도, 국가라는 괴물과 연관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철학은 '낯설게 하기'라고 해요.

삶의 모든 국면들은, '세계내존재'로 당연한 듯 여기며 살고 있지만, 사르트르 말로는 '즉자적' 으로 대응하며 생각없이 살게 되지만,

철학은 그 국면들을 '세계밖존재'로, '대자적'으로 대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지요.

 

사랑의 아픔을 타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은,

관조하기 힘든 마음을, 방향없이 튀어대는 짬뽕공같은 마음을

말끄러미 바라볼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 줘요.

 

요즘 '스탠스'란 말을 많이 쓰더라구요.

자기가 선 자리의 시점에 따라,

다양한 것을 보게도 만들고,

못 보게도 만드는 게 바로 스탠스 인 거 같아요.

 

독서 역시 다양한 스탠스를 경험하고 사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이 되겠지요.

 

혼자서 읽는 독서에 비하면,

타인의 독서를 바라보면서 함게 읽는 일도

사유의 대위법을 구사하는 확장된 철학적 사건을 만들 수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니체가 말했대요.

 

네가 무엇을 의지하든 그것의 영원회귀를 의지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의지하라.

 

수천 년 뒤에도 지금같은 상황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상상의 지평을 넓혀 보래요.

지금 내가 비겁하게 살면, 수천, 수만 년 뒤까지 이 비굴함을 반복해서 맛보고 살아야 한대요.

당당하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하겠구요.

미적거리다가 좋아하는 것을 놓치는 일도 만들지 말아야 하겠지요.

 

영원히 후회하는 삶을 살 거라고 겁을 주는 니체 형님의 말은 곱씹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영원회귀라... 무서운 말이네요. ^^

 

세계 상류층 20%가 세계 GDP의 86%를 얻고,

       하위 20%는                 고작 1%를 얻으며,

       중간 60%는                 겨우 13%만을 얻는다.

전세계 200대 부자들의 수입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수조 달러나 늘어 두 배가 되었다.

세계 3대 부자의 자산은 가난한 48개국의 모든 소득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아졌다.(윌리엄 탭, 부도덕한 코끼리)

 

이런 통계자료들은 무섭죠? 무서워요. 세상은...

그렇지만, 아는 것은 힘이 돼요. 싸워야 얻잖아요.

 

동양의 '덕'은 서양의 'virtue'와는 별로 상관없는 개념이래요.

한자 德은 '얻을 득 得'과 '마음 심 心'의 합자인데,

타인의 마음을 얻는다는 의미가 된다네요.

 

단하 스님 이야기는 자주 인용되는 것이죠.

 

추운 겨울날, 단하스님이 혜림사를 갑니다.

그 절의 스님은 단하스님을 차가운 마룻바닥에 자게 해요.

밤에 본당이 환해져 스님이 가보니, 단하스님이 불상을 쪼개 태우고 있다죠.

"아니 어떻게 스님이란 사람이 불상을 태울 수 있소?"

"불상에서 사리가 나오는가 보려고 태웠습니다."

"아니, 나무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다는 거요?"

하고는 혜림사의 스님이 크게 깨달았다는 이야기.

 

원효 이야기랑 비슷하죠.

해골물이나 불상의 사리나...

중요한 것은 마음먹기라는데...

 

오늘 아침,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알라딘의 기능이 어느 날 마비되어, 모든 글이 한 순간 삭제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런 끔찍한 생각을...

 

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한 순간의 회로 마비로 모든 것이 날아가듯,

한 순간의 심장 마비나 뇌 구조의 마비로 삶은 끝날 수 있잖아요.

 

오늘을 마지막 날을 살듯이 살아야하겠단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오늘 '우발적'으로 내게 닥쳐온 일들을,

오늘 '우연히' 나에게 쇄도한 당신이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당신도,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구요!

 

----------------- 오타 한 자

270.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처럼 환 알고 있다고... ㅋㅋ 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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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3-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 좋요....하지만 소주에 곱창이 더 좋죠? ^^

글샘 2012-03-14 21:2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철학 에세이' 수준이라서 재미는 없더라구요.
그래도 이 책을 읽은 후유증으로, 세상만사가 무지하게 얽혀있단 생각을 잠시 하면서 곱창을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