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 중국철학 해석과 비판
강신주 지음 / 태학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노자나 장자는 참으로 많은 책들이 있다.

글자 하나하나 구절을 풀이하는 것부터,

인생의 처세를 늘어놓는 잡담까지 책은 가득하다.

 

그런데 막상 노자나 장자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는 책은 만나기 어렵다.

'노자'를 제대로 '제후에게 바치는 정치 철학서'로 안내하거나,

'장자'를 '양생의 기술 - 생각하지 말고, 보기'로 읽어주는 책을 만나기는 어렵다.

 

강신주의 장자 이야기는 '이야기 책' 장자를 '철학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그의 박사 학위 <장자의 철학 : 꿈, 깨어남, 그리고 삶>으로 건너가는 꼭지들에 대한 사유를 기록한 책이다.

 

 

 

새로운 체계, 새로운 의미, 나아가 새로운 주체를 우리의 힘으로 구성하라는 것!

 

이것을 장자의 교훈이라고 정리한다.

 

장자에 나오는 숱한 우화들을

독자가 편한대로 '제멋대로 살아라'하고 평한 책은 많지만,

'조삼모사'와 '양행', 대대와 무대의 삶을 이렇게 끝까지 밀어붙인 철학자는 만나기 어렵다.

그리고 독자가 알아듣는 말로, 독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자신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어서,

그가 믿음직스럽다.

 

포정이 조우한

살덩이와 뼈

그 안의 길을 발견한 혜안은

걸어가면 길이 됨을 알았던

삶의 결.

 

포정이 매번

살과 뼈가 뒤엉킨 곳을 만나듯

나는 매순간 만나는

타자 앞에서

걸어가야 하는 존재임을 본다.

 

養生은 良生과 다르다.

良生은 삶의 목표일 따름이지만,

養生은 삶의 도정, 길이다.

삶을 기르는 길.

걸어가면 길이 된다.

道行之而成

 

 

세상은 혼자서 사는 곳이 아니다.

늘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 아닌 '자기'를 의식하며 살게 되어있다.

그 '待對의식'은 '통념'이고 '관습'이고 '문화'로 작용한다.

이것을 깨뜨리는 힘이 '無對'다.

 

이해와 교감은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소통'은 통념과 관습을 뛰어넘은 '새로운 주체로 거듭나기'를 추구한다.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인간은 통념, 관습, 문화에 매여서 '맹목'적으로 살기 쉽다.

그러나, 골똘히 생각해 보면, 삶은 허무하고 '공허'하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의 표어처럼 '생각하지 말고, 보아라(165)'고 했던 모양이다.

 

본다는 것은

'사유 현재'로부터 깨어나서 '존재 현재'에 살라는 장자의 말이다.(192)

 

강신주는 공자의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던 의견을 뒤집는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시키지 말라'고 해야 한단다.

내가 하기 싫다고, 내가 육식이 싫다고 남에게 채식을 시키는 일은 폭력이다.

그건 절대적 '선'이 있다고 금긋는 일이다.

 

금을 그어두고, 그 안에만 갇혀 사는 사람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삶은 참으로 많은 '금' 안에 갇혀 있다.

그래. '존재 현재'에 살라는 그의 말은 <네가 하기 싫으면 시키지 않는> 사유라야 한다.

'금'의 안과 '금을 넘는 행위'는 '사유'와 '존재'의 양식 차이다.

 

노나라 임금의 새 이야기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자기와 같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은 것이다.(74)

 

새를 기르려면, 내가 가진 '금'을 해체해야한다.

 

나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이 충돌할 때, 철저하게 뚫어 나가노라면,

길을 걷는 나를 볼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철학 콘서트
홍승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플라톤이 '철인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시인추방'을 동시에 주장한 이유는 뭘까?

철학은 '이데아'의 이상을 추구하지만, 시인은 '현실 세계'의 삶을 그것도 잔인한 용어로 읊조렸던 시기였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플라톤의 '시'는 요즘의 서정시가 아니라, '서사시'나 '비극'을 일컫는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로 가득한 그리스 비극은 가르칠 만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었을 게다.

 

왕조 국가엔 적어도 철학이 있다.

한국 지폐의 이황, 이이의 존재 가치는 조선 왕조의 철학 수립에 막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철학은 조선의 철학을 이어받는다는... 애매한 상황인데,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도 50년이 없어져서 사라진 '국민학교'란 이름처럼,

민주공화국이 수립된 것이 60년이 넘었는데도, 봉건적 성리학자들의 면면이 지폐를 장식함은 통탄할 노릇이다.

 

지금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ㅋㅋ 그때맹키로 철학?

 

물론 서양의 자연철학과 그리스 철학, 근대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철학사'의 핵심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동양의 철학 역시 '태극'과 '오행' 그리고 '팔괘'로 시작하는 주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온갖 제자백가의 사상이 가득하다.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전통 철학 역시 불교 철학, 성리학, 그리고 근대의 개화기 운동 들이 그득하다.

 

예수믿고 천국가자~?

 

유일신이 모든 철학을 휩쓴다면 예수만 믿으면 되겠지만, 그럼 책도 성경만 두면 될 것이지만,

세상은 복잡다기함을 인정하는 쪽으로 진작부터 방향을 바꿨다.

 

이 책의 장점은,

한국사 속의 유명한 사람들을 콕 집어서,

그 사람들의 철학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리고 쉽게 대립항이 드러난다.

원효와 의상은,

대각국사 의천과 보조국사 지눌은 어떤 점에서 달랐는지,

과연 그들의 철학적 기반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어휘가 어렵지 않고 길이도 길지 않아서,

읽고 싶은 꼭지만 찾아 읽을 수도 있다.

 

현대사에서 가려진 동학의 최제우나 조소앙의 삼균주의 같은 것도 소개되어 의미가 크다.

 

허자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30년동안 은거하며 공부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달았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알아듣지 못했고,

중국으로 가서 수많은 선비들을 만나 이야기했으나,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홍대용, 의산문답)

 

세상에 통하지 않는 공자의 후예들, 성리학의 이름으로 백성을 도륙한 이씨 왕조.

그 왕조의 헛됨을 '허자'라는 선비를 등장시켜 비판한다.

 

하늘에서 봐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 중화와 오랑캐가 똑같지 않은가.(328)

 

그래. 이 땅에도 이렇게 사람이 살고 있었다.

 

실학자 최한기는

일본이 조선의 개항을 압박하던 때, 외세를 믿고 방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상소를 올렸다가

탄핵을 받고 유배를 갈 때 이렇게 말했다.

 

너는 말 때문에 죄를 받을 수 있으니 영광이라 할 만하다.

화와 복은 근심할 바가 못 된다.

말 한 마디 할 수 없는 백성의 처지는 더욱 비참하다.

그들의 처지와 비교하면 한 개인의 불운과 행운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425)

 

언론의 자유가 5공 정부때처럼 뚝 떨어졌다고 한다.

'백성의 처지는 정말 비참하다.'

개그콘서트에서조차 정치를 풍자할 수 없다.

개그맨을 고소하는 등,

그런 분위기를 조장한 미친놈이 텔레비전에 나와 웃기는 소리를 한다.

속이 뒤집어진다.

 

시대의 움직임이 뜻한 바와 다르면 학문을 갈고 닦을 일이다.

생각한 바와 어긋나는 사물을 만나면 학문을 고치고 바꿀 일이다.

근심과 즐거움에 요란을 떨고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운동과 변화가 차차 이루어짐에 유념하라.

그래야 때를 만나든 만나지 못하든 잃는 바가 없고,

평화로운 때든 어려운 때든 언제든 얻음이 있다.(425)

 

이 책의 작가는 철학 박사 출신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글이 난삽하지 않고 읽기 좋게 되어 있다.

원전도 같이 실어두고 있어 관심있는 고교생 정도라도 너끈히 읽을 수 있는 정도다.

깊이가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깊어서 빠져죽을까 두려워 뛰어들지 못하느니보다는,

만만하게 즐길 수 있는 물이 좋은 물이렷다.

 

-----------------

323. 오륜... 바퀴 륜 輪으로 쓴 것은 오타다. 인륜 륜 倫으로 써야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씨모마씨모 2014-12-2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녕하세요 :-)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철학에서 ˝애매하다˝라는 말을 저렇게 쓰시면 안 됩니다 :-)
어떤 술어가 적용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는 기준이 부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

참고: http://textexture.tistory.com/21
 
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에서 농담으로 '인문대 금속 공학과'라고 부르는 철학과.

사주 운명 이사 취업... 포렴을 늘어뜨리고 관상과 운명을 읽어주는 철학관.

정신병자 내지 또라이와 실업자 사이의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등장하는 소설 속 인물 유형, 철학자.

 

이리 보아도 뜬구름, 저리 보아도 헛손질이다.

철학을 사전에서 의미발견하는 것만큼 황당한 일도 없다.

사물의 진리를 탐구한다거나 궁리하는 일이라고 아무리 적어 놔도,

그건 철학의 정의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철학을 나는 엉뚱하게 배웠다.

대학 들어가서 처음 배우는 커리큘럼은 (수업 말고, 언더 서클의 세미나에서)

철학 에세이라는 책이었는데, 그게 변증법인지도 제대로 모르겠는데, 암튼 공부를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고, 상태가 변하고 있으며,

양이 쌓이고 쌓이면 질적 변환을 일으키는 법이고,

부정된 것 역시 부정되도록 생겨먹은 것이 이 세상이라는 것.

그래서, 세상은 변혁의 대상이기도 하고, 인간 역시 변혁의 대상이라는 것.

그 다음엔,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모순에 대하여 공부하고,

멀리 세계사적 모순에 대하여도 공부했다.

러시아, 프랑스 혁명에서부터, 베트남 전쟁, 중국 혁명, 쿠바 혁명,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같은 책들...

그리고 리영희 선생의 저작들과 경제학 서적들...

 

이런 공부를 조금 하고 나면, 세상은 이전에 인식하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데모하는 빨갱이들은 나쁜 놈들'이었는데,

그들이 데모하는 이유를 알게 되니, 그들이 변혁의 주체라고 이해하게 되고,

변혁의 주체인 목동 아줌마, 사당동 아줌마들의 도시빈민 투쟁을 이해하게 되고,

곧 이어 노동자 투쟁, 농민 상경 시위, 교사의 교육 민주화 운동의 의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전투적으로 변해버린 내 철학은,

시방도 뉴스를 보면 뒷골이 당기게 굳어져 버렸고,

종일 세상을 향해 시빗거리를 천만 가지도 더 뇌까릴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도대체 철학은 뭘까?

철학은 '인간이 있는 시간, 장소,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오묘한 일을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도대체 우리 나라는 왜 이런가.

도대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고 말하는가.

도대체 지금 일어나는 일은 왜 저럴까.

이런 생각을 스스로 하는 일.

 

천안함이 북괴 도당의 폭격으로 침몰하였습니다.

--- 바보의 반응 : 저런 죽일 놈들...

--- 철학적 반응 : 북한이 폭격했으면 전쟁이 일어나야 하는데, 남한은 뭘 하고 있으며, 전쟁때 죽은 사람은 다 영웅인가?

 

국정원이 모 직원이 대선 관련 댓글을 졸라 달았습니다.

--- 바보의 반응 : 저런 바보같은 넘을 봤나.

--- 철학적 반응 : 국가 기관이 대선에 개입하고도 개인적 문제로 넘기려 하는군.

 

그래서, 철학이란 것은 하나의 학문이 아니라,

모든 공부의 기저에 깔린 '공동의 사고'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에게 철학이 없는 이유는 단답형을 외워서가 아니다.

철학을 가지지 못하도록, 단답형 주입식 교육만을 하며,

교사는 중립이란 이름으로 가치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학생들은 이유도 없는 무한 경쟁으로 체제에 순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세상을 낯설게 보는 방식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어 봄으로써,

흔히 우리가 현실, 정상적 생활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는 얇은 껍질 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한다.

(62)

 

진짜 나가 무엇인지를 계속 찾아다님으로써, 정확한 나를 생활 속에서 절대 발견할 수 없음을 사고하게 한다.(28)

 

버스가 정상적으로 나를 목표지점까지 태워줄 것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가해본다.

버스가 사고가 나거나, 납치를 당하고, 또는 기사가 외계인이거나 특이한 세계로 가는 등,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일상에는 언제든 미세한 균열과 틈이 생길 수 있음이 사실이다.(90)

 

톱가수 수지가 엄마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올해부터 동지에는 낮과 밤이 길이가 같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나라당의 반성으로 내년 초 새로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답니다.

이런 말도 아닌 기사를 떠올리노라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이 사실은

얼마나 똑같은 소리의 반복인지를 실감해보게 한다.(186)

 

철학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또라이가 되는 길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워낙 자주 접해서 '자동화된 기제'를 조금만 벗어나도,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

해외 여행만 가도, 내가 가진 돈, 내 언어, 내 지위, 내 지식이나 상식은 아무 쓸모없는 것들이 되고 말지 않는가.

 

나와 다른 인생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도 그래서 중요하다.

독서 자체가 철학의 하나인 셈.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3-12-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을 하면서 너무 멀리, 자세히 보고,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이상과 현실과 괴리감, 고독감, 무기력감 등, 본인 당사자는 감정적으로 너무 힙듭니다.

글샘 2013-12-02 09:3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분노하게 되고, 하지만 독재 국가에서 사는 현실에선,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고,
쉽게 좌절하는 무기력을 학습하게 돼서, 정신 건강에 무척 해롭습니다.

그렇다고 정신 건강에 좋자고... 바보가 될 순 없잖아요. ㅋㅋ
이건 불가역반응이걸랑요.

turk182s 2013-12-10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 에세이를 지금도 공부들 하려나요?ㅎ
저도 그걸로 스터디하긴 했는데,,
당시에는 선배들 스터디가 뜬구름같고
답답해 혼자 '독일이데올로기' 보는게 더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

'모든 공부의 기저에 깔린 '공동의 사고'가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저도 격하게 동감합니다.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 지식인마을 6
강신주 지음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사 또는 국민윤리(ㅋㅋ 국민의 윤리라니... 근대국가에 봉건적 잔재가...) 시간에

노장사상... 그러면 '무위자연',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런 말을 아무 생각없이 외운 기억이 난다.

 

그리고 틈틈이 노자와 장자를 풀이한 책을 읽었는데,

이 두 책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쉽게

'알아 먹는 말'로 설명한 책을 만나긴 드물었다.

 

강신주가 '정치철학'으로서의 노자와, '소통'으로서의 장자를 풀이하면서,

이제까지 통용되던 닫힌 체제 내의 논의와 다른, 해체적 독법을 제시한다.

강신주를 읽으면서, 노자의 말들이 가진 함의가 구체적으로 다가서고,

장자의 우화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민중성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강신주에게 질투마저 느껴진다.

고전을 읽으면, 그 고전이 어떤 맥락에서 쓰여진 것이며,

그리하여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할 것인지를 그는 발견하는 혜안을 갖고 있는데,

틈틈이 시간을 내서 읽는 무지한 나로서는 언감생심, 질투를 느껴도... ㅋㅋ

질투는 나의 힘이 되진 못하니, 그저 샘만 낼 뿐이다.

 

장자의 이야기는 '대대 待對'의 관계를 보여준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서 들은 말일 게다.

 

사르트르가 세계대전 시기의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를 통찰하면서,

<우리> 민족... 같은 '개념'이 '인간 존재'를 압살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비장하게 뱉은 말일 것이다.

 

한 인간의 존재는 어떤 '이념'이나 '주의'보다도 신성하다.

그러나 정치는... 인간의 실존을 이념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40년 넘게 감옥에서 사람을 풀어주지 않던 비극적 공간이 이 땅임을 생각하면,

노자나 장자가 살아가던 춘추전국시대의 피비린내는 아직도 여전하다.

 

그 '이념' 속에는 '터놓고 통하는(소통)' 동양의 개념보다는 '공동체에 속박하는(커뮤니케이션)' 서양의 개념이 짙다.

자기네 이념 외의 존재를 '엑스커뮤니케이션(파문)'하는 폭력적 방식.

존재의 상대성.

그 폭력적 상황은 수천 년을 거쳐 나아졌달 것도 없다.

 

노자는 '권력자'의 정치 철학에 대한 권유다.

 

빼앗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먼저 주어야만 한다.

이것을 '미묘한 밝음이라고 한다.(101)

 

남음이 있는 사람(권력자)로서 지속될 수 있는 방도를 밝힌 것이다.

 

이 책에서는 초대, 만남, 대화, 이슈... 등으로 편집의 틀을 짰으나,

그 형식보다는,

강신주가 '노자'와 '장자'라는 텍스트가 오해받고 있는 현실을 밝히고,

두 텍스트가 가진 특성을 노골적으로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는 데서 독서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노자가 탁월한 지점은,

국가가 신비한 무엇이기보다 경제적 메커니즘으로 바라보았다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제가 중시하는 사람은 통치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찮게 여겨지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저는 통치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소중한 삶을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비천하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생각이야말로

통치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꿈과 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그런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144)

 

노자와 장자를 '도가'로 묶어서 무위자연...으로 외운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떤 맥락에서 그 텍스트들이 생겼으며,

지금의 시점에서 그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해야 유용한 것인지를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강신주가 활발하게 저술활동과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그가 부디 건강하게 열심히 써주기를... 진심으로 건필을 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3-09-1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강신주 님이 명성을 날리는 것 같아요. ^^

글샘 2013-09-19 22:25   좋아요 0 | URL
명성을 날리는지는 잘 모르겠구요. ㅋ~
좀 다작이긴 하네요.
넘 활발해서 오히려... 걱정이라는... 코피쏟아가면서 강연한다는데...ㅠㅜ
 
강신주의 다상담 2 - 일, 정치, 쫄지마 편 강신주의 다상담 2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나이가 들면서,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았다.

소위 모범생이었던 나는, '윤리' 의식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것 같다.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책 속에서 외치는 '자유'에 대해서

지식으로 자꾸 곱씹으려 했다.

 

강신주의 두번째 상담 이야기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그의 상담은 돌직구다.

불현듯 말도 안 되는 답을 던진다.

 

직장이 스트레슨데요... 고만둬!

결혼이 어쩌고~ 이혼해!

 

왜 삶이 이렇게 구차한지...

'무리 륜' 倫 자를 '인륜 륜'으로 외운다.

그것은 둥글게 사는 무리(侖, 둥글륜) 속에서 사람의 구실을 규정한 것이다.

결국 타인이 지옥인 셈.

 

과연 자신의 찌질한 점을 극복해 내면, 당당해질 수 있을까?

말로는 쉽다.

1권처럼, ㅋㅋ

그러면, 니는 그래 살 수 있나? 묻는다면, ㅋ~

강신주는 노~ 라고 말할 것이다.

 

속은 시원하다.

다만, 노~하는 훈련이 필요함을 강변하는 것만으로 현실이 해결되진 않는다는 건데,

삶의 답답함을 풀어내는 쾌도난마는 정답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안이건 밖이건 만나는 것은 무엇이든지 바로 죽여 버려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277)

 

임제 선사의 이 말이 주는 함의를 생각한다.

부처나 조사나 부모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바로 '무리'의 '도덕', '륜 倫'이다.

슈퍼 에고인 것이다.

대낮에 사람들 모인 광장에서 자위를 하면 안 되지...

이런 것.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집은 한 채 있어야지... 이런 것.

 

디오게네스처럼, 알렉산더, 너 하나도 안 부러워~

좀 비켜봐~ 그늘져~ 이런 것.

 

알렉산더가 비켜주면서 부러워했던 그 사내처럼...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은 '착한 사람' 신드롬에 걸리게 하고,

결국 스스로 쪼그라들게 만든다.

 

불교의 오랜 가르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결국 무리의 윤리에 좌우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자신이 흔들흔들 건들건들 움켜쥐고 가라는 이야기다.

너무 잘 하려고 하니까, 맘이 무거운 것이다.

 

노~라고 하셔야 돼요.

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예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예스의 배경은 항상 '노'여야 해요.(237)

 

착한 사람은 속으로 욕하면서 '예스' 한다.

도덕적인 사람은 무자비한 칼날에 저항하면서 쓰러진다.

남은 자들은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착한 남은 자들은...

 

착한 사람으로 살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나쁜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카게 살자>는 수직 질서, 조폭 문화, 독재 시대의 유산이기 때문에,

우리는 착하게 살자는 <무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거짓말 하고', '기꺼이 욕을 먹고' 나면 쫄지 마~!의 강령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삶의 행복은 노동하는 시간보다 향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커진다.'(57)

 

이 공식은 진리다.

노동이 향유일 때 삶의 행복은 완전한 것이고,

향유하는 시간을 최대화할 때 행복은 극대화되는 것이다.

 

놀 줄 알아야 한다.

일 잘 하는 사람... 으로 인정받는 나...는 결국 '무리'의 시선에 갇힌 허깨비였던 셈이다.

요즘 절실히 깨닫는다.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공부하면서,

내 사주를 보니.. 헐~

'수'의 기운인 내게 상생이 될 '금'은 하나도 없고,

'일 덩어리'인 '화'의 기운은 가득했다.

 

결국 스스로 '무리' 속에서 인정받고자 힘썼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꼭 해야할 일은 당연히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은 한다.

그렇지만, 그 선을 잘 정해야 한다.

줄일 수 있는 일은 줄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쉽게 한다.

그리고... 향유한다.

 

올해 이 학교에서 플루트를 배우고 있다.

4월에 산 플루트가 이제 초보 단계는 겨우 넘어가려 하고 있다.

플루트를 연주할 때, 잘 나지 않던 소리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행복하다.

플루트를 부는 시간은, 일하느라 소비하는 시간이 결코 아니다.

노는 것이다.

향유하는 것이다.

내 숨소리가 부딪치는 금속의 마찰이 그렇게 이쁜 소리를 내는 것이 참 즐겁다.

 

더 놀러 다니고,

더 음악을 많이 듣고,

더 플루트를 자주 불고 살아야 한다.

꼭 가야하는 자리나 꼭 해야하는 일도,

진짜 가야하고 해야하는지 돌아볼 일이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레사 2013-08-2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선생님...

테레사 2013-08-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선생님, 고미숙 님의 나의 인생 사용 설명서...제가 봐도 도움이 될까요?

글샘 2013-08-28 20:57   좋아요 0 | URL
제가 직업이 그냥 선생님인 건데요... ㅋ~
저한테 선생님이라고 하실 거까지야...
고미숙의 책은 '누드 글쓰기'랑 같이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주팔자 보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