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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책의 독서법에 대한 제안
이 책을 서문부터 읽은 나는 이 책을 바로 집어 던질 뻔 했다.
'리딩', 그것도 '인문 고전 리딩'이 고작 '리더'가 되는 길,
그것도 출세하거나 돈 많이 버는 길로 가는 길잡이일 뿐이란 말인가 싶어서...
그리고, 그가 예로 든 사람들과 반대의 길로 간 인물들에 대하여는 너무도 세속적인 판단중지의 상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만, 설렁거리며 넘기다가, 어느 순간, 그의 말에 담긴 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을 5장부터 읽을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이 천재의 두뇌 그 자체이고,
인문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천재와 대화하는 행위임을 마음으로 깨닫는 일"임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전부다.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를 변화시키는 힘이 존재한다.
누구든지 인문고전을 단 한 권이라도 뗀다면 그 사람의 두뇌는 반드시 변화한다."
이런 신념이 작가로 하여금 이런 책을 쓰게 했으리라.
작가의 시행착오에서 배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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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아무 책이나 골라서 읽다가 불현듯 얻게 된,
앞선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깨달음. 그것이 나에게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208)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미친듯이 지독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깨달음이 온다. (215)
어느 날, 친구가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읽어주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구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팔을 휘휘 저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내 능력으로서는 그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 마하트마 간디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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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전을 읽는 데 역시, 왕도는 없다.
그렇지만, 집중과 반복은 하나의 길이다.
천재 배우 찰리 채플린 역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동안 반복해서 읽었다(251)고 하니 말이다.
2. 비판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
-인문고전을 읽는 일은 '출세나 이재'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젊은 저자가 섣부른 판단을 한 부분이 많다.
저자의 의욕은 충분히 뜨겁다. 그리고 그의 인문고전에 대한 사랑도 이해가 가는 바이다.
그렇지만, 저자의 한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근데,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ㅠㅜ)
IMF는 어린 시절부터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던 한 천재 경제학자의 머릿속에서 태어났다.
만일 우리나라에 그 천재 경제학자 이상의 두뇌를 가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경제학자 이상으로 인문고전 독서에 미쳐있던 경제학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IMF 위기때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었고, 수십 년간 쌓아온 국가의 부를 한 순간에 강탈당하고 말았다.(115)
이런 맥락은 좀 한심하다.
조선의 성리학은 엄청난 인문고전의 향연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지나치게 인문학 내부로 침잠했기에 세계의 흐름에 뒤처진 국가가 되고 말았던 것도 사실이다.
인문고전의 힘을 곧바로 '돈과 힘'에 연결시키는 일은 쫌! 섣부르다.
이병철, 정주영이 정말 인문고전을 공부해서 훌륭한 경영인이 된 줄 아는 것은 그의 착각이다.
이병철, 정주영의 행적을 적은 <자서전 - 얼추 소설에 가까운>은 분명 소설가가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 '인문고전'을 가장 뜨겁게 읽은 곳은 '형무소'였을 것이기 때문에...
또한, '인문고전'으로 의식화된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이 80년대의 시공간이었고,
그들은 출세나 이재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그러나, 문제제기로는 충분하다.
한국 학교 교육은 직업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 목적의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65)
그렇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제대로 된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 학교 - 독일이나 스위스 같이 공업 선진국인 - 들의 교육은 충분히 수준높은 것이고,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숱한 아이들은 고작 몇만 원 가치밖에 없는 백과사전이 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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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대학의 인문고전 학습을 부러워 하다가...
이런 주장이 이상주의에 치우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의 비웃음만 듣게 될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침묵하고 싶지는 않다.
내 부족하기 이를 데 없는 말들이 누군가의 심장에는 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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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열정은 근거가 좀 희박하여 아쉽긴 하지만, 그리하여 인문고전 독서에 불을 지피기엔 역부족으로 보이지만,
무식한 박정희식 '고전읽기 열풍' 역시 제대로 된 지도가 없이는 훌륭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이고,
저자의 이야기가 문제제기로는 충분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4. 돈 없으면 집에 가서 -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돈없고, 능력없고, 배경 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인문고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천만 원이 넘는 수강료를 지불하고,
해외로 독서 여행을 떠나고, 새벽마다 조찬 특강을 듣는 사장님들보다
더 열심히 인문 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183)
대학마다 '최고 경영 전문가 과정'이라고 해서 천여만원씩 들여 등록하는 곳이 생기고 있다.
'학벌'에서 밀리는 사장님들은 이곳에서 '학벌을 충분히 만회할'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딩때 전교 1등해서 서울법대 나온 판검사 나으리들의 독서 수준이,
고딩때 공부 안하고 가족의 사업을 이어받거나,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독서 수준에 충분히 미달할 수 있다.
184쪽에 신동아에 고승철 기자가 쓴 'CEO들이 열하로 간 까닭은?'이란 꼭지에서 그들의 학습 내용을 적었다.
고딩때 전교 1등하고, 서울법대 나온 나으리보다 훨씬 영양가있는 학습을 대학 입학도 못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코스가 거기 있었다.
한국의 교육은 고딩때 영양가없는 공부를 많이만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대학 진학 자체도 영양가 없는 식단을 계속 이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대학을 마치고 나면 공부에 혐오를 느낄 수밖에...
취업 공부 역시 영양가는커녕 구역질나도록 닭가슴살만 꾸역꾸역 밀어넣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경영가 과정처럼,
인문고전을 읽고,
관련 서적을 읽고,
전문가의 특강을 듣고,
역사적 배경도 듣고,
배경과 관련된 여행을 하며 또 이야기를 듣고, 강의를 듣고,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다시 모여서 독서 토론도 하고,
새로운 독서 여행을 계획하는...
이런 훌륭한 과정은,
한국이 그렇게 내세우는 '학벌 사회'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5. Leading하지 못하더라도 Reading하자!
굳이 인생에서 '리더'가 되어야 성공하는 것일까?
물론 인간은, 특히 남자는 남들보다 난놈이 되는 데서 우월감을 느끼는 유전자를 타고 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처럼 줄반장조차도 하기 귀찮아 하는 인간도 세상엔 많지 않을까?
또 줄반장조차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세상엔 더 많을 것이다.
그저 지하철에서 뾰족한 근거도 없이 '통념'과 '관습'에 따라 구석진 자리는 노약자석으로 지정한다~는 정도의 통념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며,
"내가 내리면 앉아~ 그리고 인간 봐 가면서 말해~ 괜히 나같은 사람 건드렸다가 욕먹지 말고~"
이런 용감한 '지하철 반말녀'처럼 세상에 불만 많은 사람들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렇지만...
'리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인간'을 무시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성'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
'인문고전'을 읽는 일은 충분한 의미를 가질 것 같다.
학교도 단편적 지식이나 순발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글쎄, 한국적 상황이란 <요지경> 속에 들어가면,
아무리 좋은 귤도 탱자가 되어버릴 지경이니...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아무튼, 인문 고전을 읽는 일은 '수능'이나 '논술' 준비와도 엄청 굵직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는 노릇이므로, 나도 올해는 인문고전에 푹 빠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새해 첫날 독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