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겨울에 강유원 선생의 책읽기 강의를 들었다.
네 번의 강좌일 뿐이지만, 선생의 강의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
우선... 강의하는 방식에 대한 것.
처음엔 농담에서 시작한다.
한참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다가, 한 꼭지의 주제어를 들이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시간 중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이 주제어를 각인시키기 위한 시간으로 할애된다.
그 이후에... 이 주제어와 관련된 책들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단테의 신곡이란 서사시가 르네상스 초기의 대작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
대학다닐 때 세계문학전집에서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읽어본 적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신곡은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의 이야기를 읊은 것...이라고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신곡에 대해서 왜 공부해야 하는지, 도대체 신곡을 왜 고전이라 하는지...
이런 마인드가 전혀 없었기에 신곡을 읽어야겠단 생각을 전혀 할 필요가 없이 마흔을 넘게 살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것도 가슴을 쿵쿵 뛰게하는 생각들이 대뇌 피질만이 아니라, 온 몸의 세포들을 일깨우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온 몸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게 된 것이나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저자가 1997년부터 1998년까지, 1년 반 정도를 한 달에 한 번씩 15회에 걸친 강의를 한 것이 이 책의 모태가 되었다.
우선, 강의 형태가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강의 말미의 토론이 짧게 덧붙어있는데, 강의를 하는 이 못지않게 듣는 이들의 이야기도 전율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아, 만약에... 한국에서 단테를 40년 연구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서, 그가 한 달에 한 번 강의를 한다고 치면... 거기 가서 이런 수준의 토의를 벌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 건지... 두려움에 싸여 토론을 읽곤 했다. 
신곡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고전을 읽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정리가 참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과 '클래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는 로쟈님의 페이퍼로 대신한다. ^^ (1장을 잘 요약해 주셨음)

http://www.dambee.net/news/read.php?section=MAIN&rsec=MAIN&idxno=9210 

강의를 읽어나가면서... 이탈리아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처럼 일어났다.
전혀 모르던 것처럼, 단테의 신곡은 한 행이 11음절로 이뤄진 정형시란다.
그리고 신곡은 총 100개의 장으로 되어있는데, 지옥이 34장(처음의 서장 1편), 연옥과 천국이 33장씩으로 되어있다고... 10의 제곱인 100이란 완전수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란...
그리고 3행이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있다고 하는데...
그 3행들의 각운이 aba bcb cdc... 등으로 반복된다니... 그걸 읽지 못하고 넘어가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이태리어를 전혀 모르는 지금으로선 그 재미를 놓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정형시가 없는 한국에서... 소네트라든지 하이쿠같은 정형시의 맛을 느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인의 강의인 만큼, 하이쿠 같은 것과 빗댄 구절이 많은데... 솔직히 부럽다.

13세기-14세기 초에 살았던 단테와 그가 살았던 시기인 중세 말기의 서구 문화,
이런 것들을 살펴보게 되는데,
당시의 공용 국제어인 라틴어를 버리고 자기네 이탈리아의 지방어로 작품을 쓴 것은 대단한 시도였다고 한다.
영국의 세익스피어, 독일의 괴테가 있다면, 이탈리아는 단테가 있겠다.
그리고, 중세의 영향을 많이 알아야 하니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세계사의 그늘에 가리운 부분이지만 십자군 전쟁 이후의 아랍 문명의 전파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등장한다. 

말 그대로 강의이기 때문에 분량이 심하게 많지 않고,
상세하게 설명해 주며,
무엇보다 지난 달의 강의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한 후에 강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나처럼 기억력에 자신이 없는 독자라면 정말 쏙 빠져서 읽기 좋은 책일 수밖에 없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체
아직 오지 않은 것의 확증...
이것이 신앙의 본질... 같은 구절이나 

소망은 미래의 영광을
확고한 마음으로 기대하는 것... 같은 구절은 재미있는 생각이다. 

단테 알리기에리라는 탁월한 정신을, 이마미치 도모노부라는 성실한 학자의 강의로 듣는 일,
그리고 토요일 저녁 3시간을 수십 년간 단테의 신곡 연구에 바쳤다는 학자의 말은... 일본한테 아무리 축구 이겨도 일본이란 나라를 뛰어넘을 수 없음을... 일본의 200년 역사에 빛나는 번역과 서구 문화 공부의 내공을 실감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일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망상이 아닐까? 

일본은 지금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더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삽질만 하고 있는데...
정작, 고전은 교과서에서 빠져버린 것이 아닐까?
정말 고전이라면, 교과서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세계사나 윤리 교과서에서 단편적으로 암기하는 독서가 아니라, 제법 맛을 볼 수 있는 고전에 대한 독서 교육을 반드시 시켜야 미래를 준비하는 무기로서 <클래식>의 힘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복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고전을 그저 '옛날 책'으로 치부하는 일은 무서운 일이다.
고전은 한때,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의 틀로 작용했던 책들이다.
그 당시엔 왜 그런 책들을 쓰고 읽었던지를 생각하는 일은, 곧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일과 유비관계에 놓여있다.
단테의 신곡이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든 당대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을 갖고있음을 배우는 것이다.
세상이 '예'를 잃으면, 의인이 등장한다고 했던가...
고전을 통하여 문제해결하는 읽기에 도전하는 삶도 가치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스승이 드문 이 나라가 안쓰럽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열린책들'에서 나온 '신곡'을 함께 읽다가... 뒤로 미뤄두었다.
강유원 선생 말대로 천천히... 읽도록...
그러나,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읽을 수 있는 힘을 이 책을 통하여 얻은 것이 큰 수확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인 2009-02-03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 문학 전공한 선생님들이 한국에 별로 없다는 것도 참 아쉬운 일이네요.
아, 그리고 한국의 정형시는 시조가 있지요 ^^

드팀전 2009-02-0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페이퍼에서 낭송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http://blog.aladdin.co.kr/apple21/2249799
더 관심있으시면 유투브에 가서 보시면 좋을 듯.

marine 2009-02-24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글샘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하고요 강유원씨의 강의 저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들어 보고 싶네요.
 
인문학 스터디 -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과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
마크 C. 헨리 지음, 강유원 외 편역 / 라티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강유원의 책을 사보는 이들이라면... 무식한 내 생각에는... 나름대로 고전 공부에 취향이 맞는 사람이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은,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하면... 하긴, 내가 그의 저서만 읽었지, 그의 번역서는 별로 읽은 적이 없으니... 허섭하단 생각이 많이 든다. 

미국의 대학에서 '교양교육'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서구 문명사 학습이나 고전 읽기에 대한 개략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각 장의 말미에 있는 참고도서가 조금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같은 제목의 일리아스 또는 일리아드라도 번역자가 믿을만 해야 하니깐...) 너무 광범위하고 방대하단 느낌이다. 

그러나...
강의실 안팎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기꺼이 환영하는 스승을 찾았다면,
그 스승의 모든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29)
음, 역시 강유원 선생의 홈피를 모조리 뒤져야 한다는 말인지... ^^ 

그런데... 책을 어설프게 읽다 보면...
공부를 통해 훨씬 더 깊은 통찰력을 얻기 위한 개념적 렌즈를 연마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무척 유용했던 렌즈라고 간주했던 것이 사실은 눈가리개였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117)는 말도 들어볼 만 하다. 

모든 거대 관념에도 부분적 진리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비판적인 태도도 지녀야 하며,(122)
최신의 사유라고 해서 최선의 것은 아니다.
또 솜씨 좋아보이는 이론은 지혜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123) 

그래서, 열병처럼 앓고 지난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는 다시 눈뜨곤 하는 것인 게다. 

중세의 정신이 독단적이거나 편협한 것이라는 일반인의 상식이 거짓임을 드러내 보인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같은 이야기를 읽으면... 아, 세상은 넓고 읽을 것은 얼마나 많은지... 실감한다. 올 겨울, 강유원 선생과 함께 강의 들으면서, 많은 부추김을 얻는다. (얼마나 읽어낼지는 ... 글쎄... ^^)

이 책을 인문학 스터디의 입문서라고 너무 기대하면 실망이 클 것이다.
그저 인문학을 사랑한다 생각하고 사 주자. ㅎㅎㅎ
(이렇게 말하면 강 선생이 가오가 안 선다고 하겠지만 ... ㅎㅎㅎ)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55078116 2009-01-29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인문학을 사랑한다 생각하고 사 주자. ㅎㅎㅎ"
강유원입니다. 안 주셔도 됩니다.
작성하신 내용에 관하여 드리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저도 'ㅎㅎㅎ'로 대신합니다.

순오기 2009-01-2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샘이 '가오'라니요~ㅎㅎㅎ
번역자가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아이디 따라 구경가볼랍니다.^^

순오기 2009-01-29 15:08   좋아요 0 | URL
앗~ 가봤더니 아무것도 없습니다요.ㅜㅜ

turk182s 2009-01-2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강유원샘이네..반갑습니다. 비록 파일로 강의듣지만..강의잘듣고 있습니다.
근데 전교조강의는 그렇게 재밌게 하시는데 다른강의는 왜이리 빡세요..?

755078116 2009-01-30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 저는 알라딘 서재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turk182s/ 강의는 목적과 수강자들에 따라 방식이 다릅니다.
 
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로 이 책은 시작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인간이란 '종'이 동물이란 '유개념'의 다른 종들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종차'로서 인간을 정의할 수 있는 특성이기도 한데... 그럼... 읽지 않는 인간은 무엇인가... 

한국이란 나라에서 사는 일도 피곤하지만,
한국이란 나라에서 팔리는 책들이란... 우스울 때도 많다.
어쩌면, 성경(이건 미친 일이다. 교회쟁이들은 툭하면 성경을 몇 권씩 사서 선물하고 하더라. 헐~)이 많이 팔린다고 하지만, 그건 편집광들이 벌이는 일종의 돌려막기니 그렇다 치고, 운전면허를 위한 크라운 출판사의 문제집이 2등을 차지하며... 그 외의 가장 큰 시장은 아마도... 고등학교 입시 문제집이 아닐까 싶다. 그 뒤로 만화책이나 어린아이들의 책, 교육청 지정 독서 경시대회 대상도서 같은 것... 

이번 겨울에 강유원과 책읽기란 강좌를 들으면서, 나처럼 닥치는 대로 독서하기가 좋지 못한 습관임을 많이 생각한다.
독서를 통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창>의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이 제공하는 세계관으로 세상을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독서의 존재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나의 책읽기는 그닥 목적적이진 않았다. 우선,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들...(그것이 서양 편향적이든 아니든 간에)에 대해서 겁이 많았고, 사실 그런 것들을 읽으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노력에 비해서 결실이 없었던 비극적 과거가 고전을 쉽게 손에 들어오게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번 연수를 통하여 고전에 대해 조금이라도 만만한 마음을 가졌으니 그건 좋은 일이다.
엊그제 부산시민도서관의 e-book을 검색하다가... 제법 쓸만한 책들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
전에 남구 도서관과 부전 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별로 볼 것이 없었는데 말이다.
전자책이 비주얼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손쉽게 볼 수 있고, 여러 번 찾아볼 수 있단 점에서 좋은 점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종이책을 넘기는 맛, 그리고 책꽂이에 꽂아두고 뿌듯해하는 맛은 떨어진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보기엔 좀 아쉬운... 그러나 한번 읽는 책이지, 사기까지는 좀 그런... 책이다. 가치가 없단 얘긴 아니다. 연수도 듣고 했으니 한번 읽고 더 넓은 지평으로 독서의 눈을 넓혀야 하리란 이야기다. 

'작품 work'이란 용어가 'text'란 용어로 대체되어 쓰인 것이 제법 오래 되었다.
작품이라고 하면... 작가가 공들여 창작한 '물 자체'의 것이란 의미가 담겨있는데,
텍스트는 놓인 상황에 따라... 곧, context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선 책을 컨텍스트에 따라 읽기...라는 강유원의 시점을 따라 여행하는 것이다.
좀 내용이 튼실해서 고전 읽기 특강 형식으로 300페이지 정도 되었으면 좋았겠는데, 93페이지로 끝나는... 용두사미 격의 책이어서 조금은 실망스럽다.  

길가메시서사시나 모세5경, 일리아스와 플라톤의 국가론 읽기는 고전을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읽어주는 글이다. 이런 글들을 좀더 세밀하게 적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시대의 매체, 곧 진흙판과 파피루스 등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그리고 중세의 신국, 신학대전, 미켈란젤로를 그야말로 간결하게 살피고 다시 중세의 출판 문화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다룬다. 

리바이어던과 국부론, 종의 기원으로 책은 마무리되는데... 마리앙투와네트와 결합된 포르노그라피를 읽으면서... 글자로 나타내어진 것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를 제대로 읽는 일의 중요함과 어려움을 다시 생각한다.  

읽는 일은, 제대로 읽는 일을 배운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누군가는 자기 입장을 강변하려 거짓을 과장하여 적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일은 독서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용산 참사를 두고, 용역의 잘못이 있는지 조사한다는 둥, 다시 군포 살인 용의자를 엄청 강조하는 등 하면서 얄궂은 경찰청장 사퇴의 물타기를 조장하는 작금의 글자들을 보면... 읽지 않는 자 망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열심히 읽으라고 해 놓고는... 고전 속을 헤엄친다고 올바른 눈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 아니라는 마지막 말들은... 그만큼 책읽기 작업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겠다. 

이 척박한 땅에서 자기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른 방향으로 지어 나갈 수 있도록, 철학적 바탕을 가진 독서를 강조하는 강유원 선생의 작업이 더욱 탄탄한 대중적 기반을 닦아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9-01-26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글샘님 강샘에게 단단히 빠지셨군요. 저도 한번 뵙고 싶네요.

순오기 2009-01-2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고전읽기~~~~ 어렵고 겁나지만 매력있는 독서!
내가 제대로 읽어내고 있다곤 생각되진 않지만 열심히 읽어내려고 노력은 한답니다.^^

marine 2009-02-2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글샘님 서재에서 만나보니 반갑네요.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한글세대가 본 논어 1
배병삼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구간이 불탔다.
선생님(공자) 퇴청하여 말씀하시길, 사람이 상하였느냐?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10 : 12)
 

사람이 여섯이나 죽었고 많이 상했다.
뉴스에서는 전문 시위꾼 탓이라 한다.
경찰특공대 탓이라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과잉 진압해 미안하단 놈 한 없다.
사람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어질지 못한, 몹쓸 세상이다. 

배병삼의 '한글 세대가 본 논어' 1에서는 10편 향당까지가 풀이되어있다.
논어는 워낙 많은 판본이 존재하는지라, 그 진위를 가리기 어렵지만, 10편까지가 논어의 정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주로 공자님의 말씀과 제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공자님의 안회 사랑이 지극하고, 자로는 옆에서 늘 한템포 못맞춰서 구박을 받는다.
나는 논어를 읽노라니, 자로가 되어 공자님이 좀 얄밉고 원망스러웠다. 
자로는 이렇게 순박하다.
공자왈, 해진 솜두루마기 입고서, 여우나 담비 갖옷을 입은 사람과 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자로야. 해치지 않고 탐내지도 않으면, 어찌 착하지 않으랴.
자로가, 죽을 때까지 그 말을 외워 지니겠습니다. 하니,
자왈... 이 말 정도를 갖고 어찌 넉넉히 착하다고 하랴!
 

아이고, 그냥 그 정도면 충분히 칭찬해줄 만 하구만.
콕 찍어서, 야, 너는 착하긴 하지만, 지극한 선(에이 플러스)까지는 안돼! 해야 맛인가.
야속하기도...  

자왈,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떼를 엮어 바다로 뜰까보다. 날 따를 이는 자로뿐이겠지?
자로, 좋아했더니,
저 녀석 용기를 좋아함은 나보다 나으나...(요기까지면 좋았으련만...)
재료를 취할 게 없다니깐
.(ㅠㅜ 자로, 아임 쏘뤼)(5:06)
공자 선생님, 너무하셔요... 편애의 경지가... 

실로 배우려는 자가 조급해하지 않으면 열어주지 않고,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채지 못하면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7:08)

정말 냉정한 교육 철학이다.
자공도 마찬가지로 불쌍하다.(그래도 그는 돈이나 많이 벌었지.)
자왈, 너와 자공이 누가 낫냐?
자공왈, 회는 문일지십이고 저는 문일지이...정도. 헤~(저 잘했죠?)
자왈, 그래. 알긴 아네. 네가 같지 않음을 아니 됐다.

자공 : ㅠㅜ

고기는 비록 많이 먹을지라도 밥기운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오직 술만큼은 정한 양이 없었으나, 휘둘리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不及亂)(10:08)
너무 먹어대면 안 된다는 교훈이다. 술도 어지러움에 미칠 정도로 마시면 안 된다. ㅠㅜ 

공자의 이야기의 핵심은 인(仁)이다.
어짊...으로 풀이되는 이 말은 '둘 + 사람'의 회의문자다.
두 사람이란 곧, 사람 간의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간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단언하기 어려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허물이란 각기 그 유형이 있더구나. 허물을 헤아려보면 그 '사람다움'을 알 수 있느니. (4:07)
장점을 모를 때는, 허물을 찾게 된다.
허물이 적다면, 인에 가깝다고 읽을 수 있다. 

인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好學'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런데, 공자가 취하는 학문은 단지 인문학 뿐만 아니다. 르네상스 형의 만능인으로서의 호학이다.
그리고 배부름과 편안함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배부름과 편안함 사이의 경계를 부릅뜨고 지켜보기,
또는 그 사이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 과정이 바로 '도'를 닦는 길이다.
이 두 진영 사이의 좁은 길, 좁은 문은 "오로지 한 길 뿐인데..." 이것이 '중용'이다.(59쪽)
아, 어렵고 어렵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좁고 좁은 가운뎃길을 가리키는 그 손가락이여...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거듭하지 않는 것.(不遷怒 不二過)(6:02)
중용의 길은 멀고 험하다.
이런 중용을 알았으니 회를 그리 사랑했지. 잘난 동기를 둔 자로와 자공은 안쓰럽다. ^^

선생님은 네 가지가 없었다. 사사로운 뜻, 반드시, 꼭, 그리고 나도 없었다.(9:04) 

이런 것이 인에 가까운 것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사사로운 뜻과, 반드시, 꼭, 나를 집어 넣으면... 이것은 '부조리'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공평무사한 관계. 이런 것이 인인데...
한국 공무원 사회가 정말 공평무사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수사적인 말놀음에나 있을 뿐...
오죽하면, 선공후사(공적인 것 앞세우고 개인적인 것 나중에 한다.)의 좋은 뜻이 이 땅에 와선,
공적인 돈 먼저 빼 먹고, 내 몫은 천천히 먹어도 된다는 비아냥이 되었으랴. 

그 자리에 있지 아니하면, 그 업무를 논단하지 말아야 하느니(8:14) 

남의 일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다. 옳다.
내가 해 보면 정말 어려운 것도 남이 하면 뒷담화가 무성하니... 입조심 할 일이다. 

논어 안에선, 어디서 들어본 말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오는데...
안회를 칭찬하는 말에
어질구나.
회는 한 그릇의 밥과 한 모금의 물로 누항에 사는구나.
사람들은 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는데 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는구나.(6:09)
'일단사 일표음'과 '누항'이 이런 데서 나온다. 

자왈, 묵묵히 마음에 새기고, 배우며 싫증내지 않으며,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것.
이중에 내게 능한 건 무엇일까?(7:02)
덕이 닦이지 않고, 배움이 몸에 익지 않고, 의를 들어도 실천에 옮기지 않고,
불선을 고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이 다 내 근심이려니...

아, 늘 이렇게 자기 반성에 익숙한 이라야, '인'에 가깝겠거니... 

조선조에서 지나치게 떠받들렸던 공자의 권위가
근대화의 시대에 모든 인습의 주범으로 몰려 쫓겨나 버렸으나,
이제 다시 인간이 중심에 서는 시대를 만들려면, 
무릇... 논어를 조근조근 읽을 일이다.
공자님 말씀대로... 옛것을 익혀 새 것을 알아내는 경지에 다다르려면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09-01-2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은 논어가 대세군요.
한살한살 먹으면서 딱 사람노릇만 하고 살기도 쉽지 않다는 걸 배웁니다.

글샘 2009-01-22 01:3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쩌다 그리 됐는지 몰겠지만...
돌 선생도 논어를 내는 판국이라. ^^
저는 작년에 촛불집회와 위정자들을 보면서, 도대체 인의가 제대로 서지 못한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것이 참으로 피곤하단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방학이면 꼭 논어를 읽어보리라 생각했거든요. ^^
살기 참 어렵지요. ^^
 
HOW TO READ 라캉 How To Read 시리즈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정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80년대말, 문학이론을 공부하면서 라캉의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요즘 속된말로 좀 뜨는 것 같아서, 이유가 뭘까? 하고 관심을 가졌는데, 뜻밖에 하우투리드 시리즈에 있길래, 하하 요놈은 좀 만만해 보이는군...하면서 빌려왔는데... 

한마디로 슬라예보 지젝은 라캉을 어떻게 읽을까...를 말해주기는 하지만...
(내가 바란 것은 라캉을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었는데... 줸좡, 이 책은 안 그래도 골 빠개지는 라캉을 더 골때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었던 것이다. 미로는 내 취미라고 들어갔는데... 이거 황당하게도 나가는 길은 안 보이고... 그렇다고 살려주세요~ 하긴 그렇고... 어찌어찌 읽긴 했지만, 영 찜찜하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책 제목을 잘못 이해한 것이었다. 라캉 읽어주는 남자... 뭐 이런 게 아니잖은가. 라캉을 어떻게 읽을까?니깐, 지 쪼대로 읽었다고 뭐라고 하면 안 된다. 내 능력 밖의 일이었던 셈이다. 

라캉의 책은 두 종류다. 요즘 한창 나오고 있던데...(이 책을 보고는 스톱!이다. ^^)
그의 세미나는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적은 것들이고, 에크리는 그것을 정리한 책이다.
에크리는 엄청 어렵다고도 하는데... ^^ 뭐, 어차피 그건 안 볼 거니깐... 

라캉은 정신의학자다. 그런데, 그는 대부의 이드, 에고, 수퍼에고가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좀 다른 측면에서 그것들에 접근하려 한다. 거기는 언어학적 모형의 역할이 가장 크다. 

아이들은 툭하면 '첫날밤' 이야기 해 주세요~하는 소릴 잘 한다.
짜식들, 책임질 수도 없을 거면서... ㅎㅎ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들이 첫날밤 이야기를 못해주는 이유가 뭘까?
아이들이 상상하는 첫날밤은 '포르노그라피'일 것이다. 멋진 화면 속에 구도잡힌 몸매의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런 것.
그렇지만, 첫날밤의 '실재'는 겪어본 이는 알겠지만, 포르노그라피와는 전혀다른 경험이다.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는, 그리고 거짓말로 포르노그라피를 상상하기만 할 수는 없는...
그런데, 이야기를 만약에 지어내서 꾸민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는 '상징'이 될 수 있다. 언어란 그런 특징을 가진 것이다. 

드라마에서 여자아이가 '바보'하고 우는 체 하면, 그건 '사랑해'의 동의어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녀가 '바보'하면서 돌을 던지는 것은... '관심'이다.
실재계를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 상상하는 것이 거울 단계라면, 언어가 상징하는 것은 그것과 전혀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의 이런 측면은 사고의 비합리적 요소들과 많이 얽혀 있다.
심리학에서 합리적행동정서치료나 교류분석 같은 것들이 관련이 있겠다.
인간의 심리가 비합리적인 상상과 끊임없이 연결되는 것은 인간의 해골 속에는 늘 '타인'의 눈,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할 욕망들이 삶의 국면들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이런 것들이 라캉의 이론에 나온 개념들의 초보적 용어인데...
내가 보지도 않은 영화나 소설들을 들이대면서, 한국어 문장인데 해석하기도 어려운... ㅠㅜ(서너 번을 읽어도 도통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가는...) 말들을 읽고는 지젝이나, 라캉이나... 당분간 힘들것 같단 생각은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9-01-16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진 않지만 보다 보면 좀 낫습니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것도 지젝의 책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지젝과 관련해서 이게 5권째인데요...정확히 잘은 모르지만 예전보다 훨씬 어떤 그림이 그려지긴 합니다. 읽었던 책을 재독할 기회가 생기면 더 많이 그려질 듯해요. 지금까지 제 결론은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를 많이 준다입니다.특히 세계를 해석하는 다른 틀을 제공해준다고 해야할까요... 이 책은 라캉이나 지젝의 입문서로는 별로인것 같습니다. 상상계,상징계,실재계같은 개념정리도 안된 상황에서 그걸 바깥에서 이야기하니까 뭐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같은 경우에는 잠깐 봤던 권택영선생의 책을 참고 했더랬습니다.

글샘 2009-01-17 10:52   좋아요 0 | URL
저는 소쉬르 언어학은 참 좋아합니다. 근데... 거기서 더 나가니깐... 감당이 ㅎㅎㅎ 지젝도 때가 되면 만나 지겠지요. 지금은 논어를 만나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