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 주니어 클래식 5
장영란 지음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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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 페이지짜리 서광사의 <플라톤의 국가, 政體>를 빌렸다.
지난 번에 가서 허탕을 쳐서 이번엔 갔더니 두툼한 것이 제법 자리를 잡았다.
플라톤의 대화편의 몇 꼭지를 읽었는데, 그건 대학때 조금씩 접했던 것들이고,
짧은 것들이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국가, 정체>는 일단 책이 하드커버로 된 <전공서적> 삘이 확 난다.
그래서... 식전에 <오르되브르>를 먹는 기분으로 빌린 책이 <주니어 클래식>이다. 

읽노라니, 이 책이 내 수준에 좀 맞다. 아니 내 수준보다 좀 높다.
과연 767페이지짜리 책을 읽어낼 수나 있으려나 미리 걱정이다.
도서관 대출은 기한이 2주니깐... 열심히 읽어볼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설도 끼고, 개학도 있고... 어둡다. ^^ 

무지한 나는 플라톤의 <대화편>이 따로 있고 그의 <국가>란 책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하긴, 뭐 읽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대화편은 소크라테스 이야기고, 국가는 플라톤의 논설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그거란다.
플라톤은 모든 책을 대화체로 쓰고 있다.
그 대화편의 상당한 부분에 할애된 것이 '국가'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국가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나오던 시절의 국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리스가 혼란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시절.
소피스트들이 '진리'를 알고 있는 양, 혼란기를 틈타 돈을 벌고 명예를 얻던 그 시기,
플라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를 이야기한다.
물론 인류가 살았던 모든 시기는 <과도기>로서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욕망이 가장 강하고, 그 다음은 기개, 그리고 이성이 가장 약했던 시기(255)로 당시를 정리한 플라톤은 <다른 무엇보다도 어떠한 삶이 최선의 삶인지를 배울 수 있는 학문을 추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단다(276) 

이런 구절을 읽노라니, 뭐 홍세화 씨나 강유원 선생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기가 그리스인지, 미국인지 분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고전의 힘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진리란 꿰뚫어지는 것. 그 진리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는 것이 고전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다.
그래서 철인 정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는 플라톤.
간혹, 도식적이기도 하고, 히틀러스러운 괴기론을 펼치기도 하는 것이 귀여울 지경이다.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 계층은 각각 이성과 기개와 욕망이란 개인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혜, 용기, 절제란 덕목을 추구해야 하며, <정의>는 이들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이렇게 노트 필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는 강사가 바로 '플'선생인데,
역시 정리의 제왕 '기하'를 모르면 학원에 오지도 말라고 했다는 명언이 남는다. 

호메르스의 '일리아스'나 '오딧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 등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차용하면서 설명하다가,
그래도 안 되면 '우화'를 지어내서 설명을 한다.
역시 설명에는 '유추'를 활용한 <비유>로서 하는 것이 최고다.
예수님도 비유로서 말할지니 귀가 있는 자는 알아 들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 것인가? 가 이 글의 주제일 것인데,
남녀평등도 그 당시엔 거부감을 불렀겠지만,
처자공유, 사유재산 금지, 철인 왕의 통치, 민주제에 대한 불신의 의혹 등은 현대에 생각할 때 지나치게 좁은 세상에 살았던 플라톤의 경험부족을 읽을 수도 있고, 역사 기록이 남지 않았던 시대의 해석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게스의 반지'라는 '절대 권력'에 대한 비유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반지를 돌리면 보이지 않게 되는 상황일 때, 곧 권력자가 되면 무소불위의 힘을 얻게 될 때,
인간은 얼마나 포악해질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어떤 꾀를 생각할 수 있는가.
결국 이 책에서 요약한 플라톤의 <국가>는 '정의'가 되겠다.
인간은 어떻게 살면 <잘 살 수> 있는가, 이것이 '정의'다. '옳음'의 이데아를 좇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
올바른 사람은 <이성과 기개와 욕망>이 조화를 이룰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잘 살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당시의 소피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잘살기>에만 골몰하는 인간들에게 이 주제는 영원한 과제가 아닐는지...
그리고, 그리스 신화 속의 온갖 불륜과 부정을 저지르는 신들의 모습을 '시'로 표현한 <문학>은 가르치기 어렵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예술에 대한 검열> 까지 불거지는 플라톤에 대한 오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네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라.'고 가르쳤던 방식 그대로,
대화를 통하여 아이가 저절로 순산되도록 도와주는 산파처럼,
플라톤의 이야기도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를 들려주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의 장광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아니 길을 잃었는지 어쨌는지 모르더라도 그의 이야기 속에 노정된 오솔길들에서 <올바름>, <정의>를 만나게 될 일은 <두려움>과 <설렘> 사이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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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3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번 <향연>이 수록된 서광사에서 나온 플라톤의 책을 읽으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준 하향하여 쉬운 개설서를 읽고 다시 번역 원전에 도전하려고 해요.
글샘님이 읽으신 이 책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국가>와 관련되어 읽으면 좋은 책 알게 되었네요. ^^

글샘 2011-02-01 21:53   좋아요 0 | URL
아마도 플라톤의 국가를 읽으시려면 이 책을 먼저 보시는 게 좋겠네요.
<국가, 정체>도 전혀 어렵지 않은 책이더군요. 아마도 이 책으로 제대로 오리엔테이션을 받아 그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