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눈동자 1939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
한 놀란 지음, 하정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속눈썹이 아래위로 유난히 허옇고 풍성한 소녀의, 커다랗고 슬픈 동공에 비치는 나치스의 표시가 섬뜩하다. 지금 소녀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돌멩이문고라는 이름의 첫번째 책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옹골찬 시리즈로 보이는데 우선 독특한 플롯이 흥미롭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서술된다. 청소년소설로 가져온 소재와 주제 면에서도 의미 있다.

 

이 책에서 소녀가 보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 즉 영적인 것이다. 그 눈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혜안이자 진실에 대한 인식의 눈이다. 주인공의 영적체험(전생 혹은 빙의)을 읽어가다 오래 전 읽었던 <안네의 일기>가 떠올랐다. 이 책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지만 십대 유대인 소녀 샤나와 실제인물 안네 프랑크가 연신 겹쳐왔다. 혼돈의 시기를 거쳤으며, 자의식이 강하고 따뜻한 품성을 깊이 간직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만약 안네가 전쟁이 끝나기 직전에 수용소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지 않고 샤나처럼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과 운명을 이겨냈더라면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 안네의 죽음이 정신력이 약해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안네는 죽음을 맞았지만 그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순정한 글들로 살아있다. 그와 같이 샤나는 힐러리로 부활하여 21세기에 영생의 기억으로 남았다. '기억하라,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책표지의 이 글귀는 우리에게 무서운 경구로 들린다. 놀라운 매력을 보여준 한 놀란이라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도 샤나와 힐러리의 기억이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세상을 바꾸는 빛이자 힘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쉽사리 잊히지 않을 이 책을 읽으며 힐러리의 증오와 분노가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였다. 신나치주의 단체에 들어가 잔인한 행동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행하는 그 아이의 증오심은 개인적인, 엄마와의 불화와 심적 괴리감에 의한 불안정한 정서에 있었다. 힐러리의 악마성은 광기 어린 보복의 형태로 유대인 친구들에게 마구잡이로 자행되었고 그런 행동으로 그들 폐쇄적인 집단은 근거없는 쾌감을 맛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다니며 미친듯 광포한 괴성을 질러댄다. 힐러리의 증오는 나치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보이는 성질을 지닌다. 작가는 나치스의 광적인 증오심을 독자에게 어떻게 전해야할까 고심하였을 것이다. 힐러리라는 신나치주의 여학생을 내세워 십대에 있을 수 있는 갈등, 특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의 부조화를 실마리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갈등을 스스로 인식하게 하고 이해하게 하며 폭넓은 화해로 선도하였다는 점은, 청소년들의 정신적 성장이라는 광의의 주제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시대의 증언자 프리모 레비가 유대인에 대한 나치스의 광적인 증오를 설명한 부분을 살펴보면 힐러리의 증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그에 의하면 ‘반유대주의는 전형적인 불관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1960년 초 신나치즘을 낳았고 백인우월주의로 이어졌으며 같은 민족끼리도 지역적인 악감정을 낳았다. 남북부 이탈리아 사람들의 예만 그런 게 아니다. 하지만 반유대주의가 거부의 특별한 예라고 단언한 해석에 그의 동의는 전적으로 쏠리지 않는다. 그는 나치즘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통제되지 않는 광적인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혹은 히틀러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아리안들의 집단 두려움에서 그 원인을 캐려는 해석에도 흡족해하지 않는다. 그가 신의하는 유일한 것은 나치즘의 증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뿐이라 했다. 나치즘의 증오 속에는 이유가 없고, 인간의 밖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좀 더 인용하자면 이렇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해야 하며 경계해야만 한다. 그것을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인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며 의식이 또다시 유혹을 당해 명료한 상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까지도.’ (이것이 인간인가 ; 302쪽)  -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식이라는 말이다.


유대인의 핍박을 소재로 한 청소년소설이나 고학년동화 중 내가 읽은 것에는 <별을 헤아리며>가 있다. 사춘기를 겪고 있거나 지나고 있는 소녀가 주인공인 것도 닮았다. 다윗의 별이 그 책에도 나오는데 유대인의 정신적 빛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녀의 눈동자>처럼 게토와 아우슈비츠에서의 죽음과 같은 생활을 끔찍할 정도로 상세히 묘사하는 내용이 아니라 또다른 이야기(충분히 있음직한)로 인간성의 숭고함을 일깨워주는 정도로 그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흥미진진한 구도로 그리고 있어 중학생 이상의 학생에게 특별한 감동과 함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에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힐러리의 정신으로 열여덟 살 유대인 소녀 샤나의 힘겨운 삶이 전이되면서 우리의 현재는 과거의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힐러리가 3일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오면서 결정적인 깨달음을 하게 되는 감격적인 장면에서는 우리의 미래 또한 현재의 명징한 의식에 달려있음을 말하려 한다. 작가는 아우슈비츠 증언 기록자료를 숱하게 점검하였을 것이며 그 사실이 잊혀져서는 안 되며 진실을 ‘인식’하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깨어나기 전에 죽었더라면... 원제가 말하듯, 우리는 죽기 전에 '깨어나야함(awakening)'을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가 뇌사상태로 있었던 3일은 죽음의 허허벌판에서 자신과 또 운명과의 처참한 싸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시간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학대하였던 유대사람, 엄마를 포함하여 막연한 증오의 대상이었던 사람들과 서서히 화해하며 사랑으로 관계맺기를 소망했다. 아니 또 다른 자아(쉬베스터)를 늘 마주하며 상충하는 자아와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이는 죽음의 언저리에 있었던 사흘이 자신의 역사적 위치를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뜻이다.


게토에서의 생활과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 샤나와 할머니가 아우슈비츠의 짐승 같은 생활을 견뎌내는 장면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생각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수용소 생활도 실감나게 그려져있다. 특히 여자수용소의 생활과 그들의 생존다툼이 눈물 겹다. 샤나의 가족들은 제각각 미덕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힐러리와 샤나가 가장 의지하며 정신적 지주로 삼는 사람은 할머니다. 지혜롭고 덕망 깊은 이 노인은 구약을 외며 늘 기도의 말을 하고 처절한 상황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푼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을 아끼는데,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다. 알면서도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달을 수밖에 없을 때에는 그 선물이 저주스럽기도 하지만 언제나 신의 선물을 믿고 담대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이 선물은 샤나에게도, 이전엔 깨닫지 못했지만, 힐러리에게도 주어진 능력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아직 포장을 뜯지 않았거나 뜯다 만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구약의 묵직한 구절들이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 혹독한 시련을 겪는 샤나는 신을 부정하지만 나중에는 어떤 처지에서도 신이 내리는 빛을 찾게된다. 그런 눈으로 동료들을 모아 비밀스럽게 여는 촛불예배장면이 감동적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예레미야 1장 4절에서 10절을 인용하며 맺는다. 그중 끝부분은 이렇다. ‘보라 내가 오늘 너를 여러 나라와 여러 왕국 위에 세워 네가 그것들을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였느니라 하시니라.’  이 구절에서 유대왕국을 재건설하고 팔레스타인과 분쟁을 일삼고 있는 이스라엘이 떠올라, 멈칫 놀랐다. 창세기 32장 28절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밑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그들의 선민의식이라는 게 자칫 또다른 우월주의를 나은 것은 아닌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어디를 향하여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샤나의 할머니가 한 말이 가장 마음에 닿는다.

 

- 원제 : If I Should Die Before I Wake

문장이 몇 군데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소개나 작가의 말, 번역자의 번역의도 같은 것을 수록하지 않은 점도 그렇다. 청소년들이 좀 더 찾아 읽어볼 만한 책이나 자료(사진자료 포함) 같은 것도 부록으로 실어 주었더라면 더 가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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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3-0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되풀이된다.
진실입니다.
보관함으로 넣습니다.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은 책이군요.

프레이야 2007-03-02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저도 우리집 큰딸 중2에게 권하고 있어요.^^
섬사이님/ 표지, 정말 그렇더군요.^^ 강렬한 인상을 주었어요. 가혹한 시련을 겪은
민족으로 유대민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서구중심, 기독교 중심의
눈이 아닐까요...

마노아 2007-03-02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예배 드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배혜경님은 깊게 독서하시는 듯 합니다^^

바람돌이 2007-03-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대민족의 수난보다는 나찌즘의 광기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게 더 흥미가 갑니다. 일고싶어지는 책이네요.

짱꿀라 2007-03-0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너무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역시 글쓰는 분답게 너무 서평을 잘 써주십니다.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08-03-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여러번 멈칫 하며 읽었어요. 이상하게 술술 읽히지 않더군요.
촛불예배장면에서 샤나의 정신적 성숙이 절정에 달했어요. 뭉클했어요^^
그래도 그 장면을 늘어지지 않게 조금은 여운이 남는 듯 묘사해주어 더 좋더군요.

바람돌이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중반 이후로 계속이에요.
그러니 수난을 다룬 것 맞는데, 나치즘의 광기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아요.
신나치주의 소녀의 개인적인 분노를 통해 그들의 집단광기를 읽고 싶었던 건 제 해석일지 몰라요.
좀 다른 점은, 여자수용소 내의 이야기들이 주로 나오는 거에요. 주인공이 여자니까.
절멸의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아찔했어요. 그 안에서도
계급이 있어서 특혜 받은 유대여자와 그들로 인해 더 고통받는 사람들, 그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인간애가 눈물겨워요.

산타님/ 늘 관심에 감사드려요. 더 쓰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줄였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게다예요님 서재에서 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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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우리 옆지기 보면 좋아할 시 같습니다.

뽀송이 2007-02-2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
님~~ 호호^^ 잘 읽고 가요.^^

해적오리 2007-02-27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네요. ^^

프레이야 2007-02-2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그럼, 살내음이 피존 두 방울 때문에 묻혀버리면 안 되겠네요...^^
 

산샘

 

- 이호우

 

가을 산빛이
고이도 잠긴 산샘

나뭇잎 잔을 지어
한 모금 마시고는

무언가 범한 듯하여
다시 하지 못하다.

---------

 
이호우[李鎬雨]

1912. 3. 1 경북 청도~1970. 1. 6.

시조시인.

한때 시조시인들의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평론을 발표해 한국시조시단에 경종을 울렸다. 호는 이호우(爾豪愚). 누이동생이 시조시인 영도(永道)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명학당을 거쳐 밀양보통학교를 마쳤으며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다가 신경쇠약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1929년 일본 도쿄예술대학[東京藝術大學]에 입학했으나 신경쇠약에다 위장병까지 겹쳐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8·15해방 후에는 잠시 대구일보사를 경영했으며, 〈대구매일신문〉 문화부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다. 1946년 〈죽순〉 동인으로 참여했고, 1968년 〈영남문학회〉를 조직했다. 1940년 이병기의 추천을 받아 시조 〈달밤〉이 〈문장〉에 발표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어 발표한 〈개화〉·〈휴화산〉·〈바위〉 등은 감상적 서정세계를 넘어서 객관적 관조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노래하고 영탄하던 종래의 시조와는 달리 평범한 제재를 평이하게 노래했으며 후기에는 인간의 욕정을 승화시켜 편안함을 추구하는 시조를 썼다. 작품집으로 1955년에 펴낸 〈이호우시조집〉 외에 누이동생 영도와 함께 1968년에 펴낸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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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2-2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또 한편의 시와 시인의 소개까지 오늘 처음 들어서 좋은 시를 연거푸 만나고 갑니다.

프레이야 2007-02-2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이호우 시인의 호를 한자로 보고 무릎을 치게 되었네요.
자신에게 한 말이겠지요. 우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구요.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 보내시기 바래요^^
 

 

                                                       달무리

 

                                       우러르면 내 어머님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아아 우주(宇宙)이던 가슴

 

                                       그 자락 학(鶴)같이 여기고,

                                       이 밤 너울너울 아지랭이.

 

 

             

 

                                             황혼에 서서

 

                                         산이여,  목메인 듯

                                         지긋이 숨죽이고

 

                                         바다를 굽어보는

                                         먼 침묵은

 

                                         어쩌지 못할 너 목숨의

                                         아픈 견딤이랴

 

                                         너는 가고

                                         애모는 바다처럼 저무는데

 

                                         그 달래임 같은

                                         물결 같은 내 소리

 

                                         세월은 덧이 없어도

                                         한결 같은 나의 정. 

 

 

 

 

                                                 단풍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 

 

                                                        -------------------

 

                 이영도(李永道 :  1916~1976 )  호(號)는 정운(丁芸),  1946년 <죽순>에 시조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민족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잊혀져 가는 고유한 가락을 시조에서

                          재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시조집으로 <청저집(靑苧集)>(1954),  <석류>(1968)가

                          있고,  수필집으로는 <청근집(靑芹集)>(1958)과,  <비둘기 내리는 뜨락>(1969) 및

                         <머나먼 사념(思念)의 길목>(197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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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2-2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도 시인이라면 유치환 시인의 정인? ^^;;
그들의 그런 사랑이란...
이영도 시인의 오빠 이호우(李鎬雨)도 시인이지요...^^
그러고보니... 유유상종 입니다그려...^^;;
"너도 타라, 여기
황홀한 불길 속에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어라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좋아요...^^;;

프레이야 2007-02-2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그 유명한 플라토닉 러브의 여인이에요. 68년에 오누이가 같이 낸 시집도 있지요. 오늘 청도에 있는 그분 생가에 문우들과 갔어요. 오누이의 비가 소박하니 나란히 있더군요. 이호우의 '이'자를 '爾'로 써놓았길래 집에 와 찾아보니 이호우 시인의 호가 이호우(爾豪愚)더군요.흥미로웠어요.
복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교과서에도 나왔던 이 시는 시비에 있더군요. 그 아래로 유천이 평화로이 흐르고 있었어요. 다른 곳도 들리고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짱꿀라 2007-02-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도 시인님의 시를 혜경님 서재에서 만나네요. 어머님과 아버님이 즐겨 읽으시던 시들이었는데요. 아마 제 서재실에도 찾아 보면 책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너무 아름다운 시를 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말 잘보내시고요.

프레이야 2007-02-2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제 어머니도 이영도시인의 시를 읊곤 하셨는데 요즘은 그런 걸 못 듣네요.
제가 귀를 기울여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정운의 '달무리'가 감동입니다.
청마와의 로맨스는 두고두고 애절한 낭만의 이야기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달팽이 2007-02-2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에 청마문학관에서 얼핏 보았던 사진이 떠오르는군요.
통영인가 어딘가서 교사시절 유치환 선생과 같이 찍었던 사진에..
이미 유부녀였던 단아한 그녀의 모습..
그리고 오늘 혜경님의 시..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군요..

프레이야 2007-02-2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그집, 정운과 이호우의 생가는 근대문화유산이란 명패가 달려있더군요. 집은 그저 소박했고, 뒤란으로 돌아들어가보니 켜켜이 먼지 앉은 툇마루가 보이고 초라한 석류나무줄기들만이 돌담에 기대어 있더군요. 지나간 것들의 애상이 청마선생과의 사랑과 함께 떠올랐어요. 그집 맞은 편에 오래 되어 보이는 정미소가 있더군요. 처음 봤거든요. 천장을 올려다보고 놀랐어요. 날씨도 포근하니 조용한 마을이었어요. 편안한 휴일 보내셨겠지요?^^
 

엄마... 저 희령이에요.

저 설날 용돈... 너무 빨리 다 써버렸어요...

죄송해요.자꾸만 돈을 낭비해서...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그래도 지금은 아직 필요할때 없으니까 다음에 아주 중요하게 필요할때 말씀드릴게요.

항상 엄마께 착하고 성실하고 알뜰한 딸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제 생일때는 제 마음을 담아서 직접 선물을 만들어 드릴 예정이에요.

선물이 엄마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꼭 고맙게 받아주세요.

이제 3학년인데 왜 자꾸만 철이 안 드는지 모르겟어요.

엄마,저도 이제 3학년이니까 아주 착하고, 성실하고, 알뜰한 딸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저는 항상 엄마께 고마워하고 있어요!!♥

 

 

2007년 2월 24일 희령 올림...

 

P.S.참고로 답장은 말로 하지 말고 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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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설날 아침, 할머니집 아파트입구에서... 이날 햇볕이 참 따스했지? 눈이 부셨어. 언니가 잘 찍어줬네.^^ 언니가 입던 두루마기도 다홍 치마랑 잘 어울려.

요 통통한 여우같으니라고 ㅎㅎ

3월에 자기 생일 때 낳느라고 고생하신 엄마한테 선물 사줄 거라더니

용돈 다 써버려서 무얼 손수 만들어주겠답니다.

무얼 만들어줄지 ㅋㅋ

야단 맞을까봐 방패막 치며 선수치는 여우~

추신이 더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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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잘코군 2007-02-2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 초등학교 3학년이요, 중학교 3학년이요? ㅋㅋㅋ 아 귀여워요.

미설 2007-02-2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만 철이 안드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3학년 아니라 삼십이 중반을 넘겨도 그렇던데요^^;;; 희령이 너무 귀엽네요.

2007-02-24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24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초등3학년이에요. 완전 착한 여우에요^^
미설님/ 그러게요. 저도 아직 철 안 드는데요 ㅎㅎ

뽀송이 2007-02-2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아니 초등학교 3학년이 이런 편지를...@@;;
저~~~ 기절했어요...^^;;;
희령이 멋져요!!! 추~~천~~ 쾅쾅!!!

행복희망꿈 2007-02-2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편지를 받으셨네요. 물론 애교로 봐 주셨죠?
설날을 한복 이쁘게 차려입고 잘 보낸것 같네요.
희령이가 3학년이라고 하기에는 생각이 깊네요. 이뻐요. ^*^

프레이야 2007-02-2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희령인 종종 이렇게 메일을 보내주어요. 여우짓하느라고^^
행복희망꿈님/ 네, 애교로 봐 줘야죠.^^ 어떨 땐 귀여운 능구렁이 같아요 ㅎ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BRINY 2007-02-2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이렇게 여우같은 면도 좀 있어야지요~

마노아 2007-02-2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랑스러워요. 멋져요^^

2007-02-25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2-2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전통차와 떡, 그리고 희령이, 라니까 일전에 서울에서 **님을 만나 세명이서 앉았던 그 시간이 떠올라요. 대추차와 떡을 두고 앉았었죠. 님과 꿈에서도 그런 시간을 나누었다니, 너무 좋아요. 전 실제로 만나면 그닥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가지 못하는 말주변이지만 님이랑 함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희령이도...
일요일은 즐겁게 보내셨지요?

마노아님/ 행복하게 해 주는 여우에요^^
브리니님/ 그러게요. 곰인 것보단 낫겠지요.^^

라주미힌 2007-02-2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해요.. :-)

2007-02-25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7-02-2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같은 3학년인데 우리 혜영이는 아직도 얼라~래요.. ㅡㅜ(엄마, 업어주세요. 뽀뽀해주세요.. -.-) 한복이랑 머리 위에 배씨댕기(맞나?)가 잘 어울리네요. 작아지면-물려줄 아이없으면- 혜영이 물려주세요~~ ^^

프레이야 2007-02-2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달콤하단 말이 더 달콤해요.^^
아영엄마님/ 그게 배씨댕기에요? 몰랐어요.^^ 배씨는 난데 ㅎㅎ
그러지 않아도 희령이 아래로는 여형제가 (사촌들 다 해도) 없어서 물려줄 사람이
없는데.. 혜영이가 있었네요. 나이는 같아도 혜영이는 호리호리한 체격일거라 생각되어서리~~

2007-02-26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7-02-2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그댁 따님들 야무진 것은 알아줘야해요.
아주아주 이쁩니다.

무스탕 2007-02-2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게 딸 키우는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심하게 부럽습니다.

프레이야 2007-02-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 ㅎ님/ 캄사합니다.^^
반딧불님/ 야무져서 들면 돌덩이에요.ㅎㅎ
무스탕님/ 두 딸이 성격이 좀 다르지요. 큰애는 좀 뻣뻣하답니다.^^

치유 2007-02-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키우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시는군요..ㅋㅋ너무 귀여워요..방패막부터 치고..역시 엄마닮아서 똑소리 납니다..사진 슬쩍 해갑니다.

바람돌이 2007-02-27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키우는 재미가 정말 쏠쏠....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그려... ^^

프레이야 2007-02-2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그집 딸 아들도 만만치 않지요.^^ 사실 작은 애만 그러네요.
바람돌이님/ 요즘 좀 쉬고 계신지요? 멋진 새학교에서 보낼 날 기다리면서요.^^
그집의 예쁜이 두딸이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