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가정사에서 시작하여 사회와 종교, 도덕을 끌어들여 비추고 궁극에는 인간내면의 순수성에 의문을 던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11-20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셨군요! 저는 계속 벼르다가 아직까지 못보고 있는데 아마도 놓쳐버리고 말 것 같아요. 하아- 이 영화 예고편만 보고도 좋을것 같았어요. 그런데 프레이야님의 별다섯이라니. 아, 진짜 그럴줄 알았는데..

프레이야 2011-11-21 00:01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좋았어요.^^ (각기 다른 집) 두 명의 딸이 나오는데 그 아이들은 어른들을 다 보고
읽고 느끼고 괴로워해요. 영리하지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참 더욱 슬펐어요.

맥거핀 2011-11-2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면서 아 이런 게 내공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작은 이야기를 큰 부분까지 어떻게 이렇게 깔끔하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말그대로 '웰메이드'했습니다. 2시간안에 정말 많은 것을 배운 느낌이었어요.

프레이야 2011-11-22 08:52   좋아요 0 | URL
그랬어요. 대단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거리를 잡고 가는데
한 순간도 긴장하지 않은 때가 없었으니까요. 많은 생각을 던져주더군요.
 

                                                    

 

 

 

 

 

 

 

김사인 시인의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을 글자 그대로 곱씹어보면
누군가를 무언가를 가만히 좋아하는 일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조용하고도 깊이, 좋아하고 고마워하고 감정의 선율을 더듬어보는 일은 참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만가지 격정을 참아내고 안으로 삭이는 일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아래의 시는 조근조근 다가오는 말투가 진솔해서 더 곱살스럽다.
천생 곱살맞지 못한 나는 내 안에 그런 천성이 엄연히 있고 자주 나타내지 못함에, 또 한 번 욕심을 버리는 일만 남았다.
순연한 가을바람소리에 귀를 세우고 먼산바라기 하며 앉은 내 가슴팍에
빛바래고 구멍 난 나뭇잎 하나 스스럼없이 안긴다.
문득 나는 겁에 질려 있는 또다른 나를 보고 왈칵 참았던 눈앞이 흐려진다.
누군들 깊이 묻고 사는 것 한두 개 없을까마는. 그저 감사할 일만 남았다고 되뇌어본다.

 

조용한 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깊이 묻다 

 

사람들 가슴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길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사람들 가슴에
겁에 질린 얼굴 있다
충혈된 눈들 있다

사람들 가슴에
막다른 골목 날선 조선낫 하나씩 숨어있다
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후두둑 가을비 뿌리는 대숲 하나씩 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1-11-0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어울리는 시를 님 덕분에 읽어요.
사람들 가슴에 길게 사무친 노래.
아~

프레이야 2011-11-02 07:4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시월도 가고 이제 십일월의 둘쨋날을 맞이해요.
춥지도 덥지도 않고 상쾌한 바람이 너무 좋은 날들, 하시는 일 즐겁고 보람되기 바래요.^^

sslmo 2011-11-0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조용한 일' 저 짧은 시의 첫 구절을 제 맘대로 '마뜩잖다'라고 외웠었네요.
암튼...
저도...님이 그냥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0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 선물해주실 기회 있으면, 꼭 이 책 해주세요...
아하하... 뻔뻔스러운. 시가 너무 좋아요.

텅빈 바다, 겁에 질린 얼굴, 가을비 뿌리는 대숲... 아, 어쩜 좋을까요.

[그장소] 2016-02-08 09:38   좋아요 0 | URL
가만히 좋아하는?

세실 2011-11-06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 시집 읽고 페이퍼에 '조용한 일' 적었는데 통했네요.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가끔은 이런 쉼이 필요하지요.
이시 참 좋아요. 그쵸?

자하(紫霞) 2011-11-0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를 읽으면 마음이 시리다 못해서 뚫려버릴 것 같아요.
이와중에 돌배나무에 달린 돌배는 맛있겠다라는 어이없는 생각을...ㅋ
 

 

 

 

 

 

 

 

  

 

 

붕어빵 안에 붕어가 없듯, 시 '정말'은 이정록 시인의 시집 <정말> 안에 없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정' '말'이다.
말말말... 실존도 형체도 없는 그놈의 말이 사람을 수시로 희롱하고 배신하는 시간,
그의 '정말'이 한 사발 막걸리 같다. 참말로 '정'하고 또 '정'많다.
그의 시는 하나같이 걸쭉한 언어로 녹슬고 얼어붙은 가슴을 때리고 산발한 머리를 친다.
가령, 아래의 시 '아버지의 욕'은 내 아버지의 그 옛날 잊히지 않는 욕을 떠올린다.
아침잠 많던 무결한 착한 딸에게 던졌던 해서는 안 되었을 욕을 떠올려주고,
세상에서 제일로 부지런하게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일만 하고 살아오신 듬직했던 당신의 등을 떠올려주고, 
세월의 강물을 따라 정처없는 나, 마흔여섯의 나에게 그 욕의 예언성을 확인해준다.
뭐한거야, 뭐하고 산거야, 라고. 

 

 

아버지의 욕  

 

- 이정록 

 

"운동화나 물어뜯을 놈" 
어릴 적에 들은 아버지의 욕
새벽에 깨어 애들 운동화 빨다가
아하, 욕실 바닥을 치며 웃는다.


사내애들 키우다보면
막말하고 싶을 때 한두 번일까마는
아버지처럼, 문지방도 넘지 못할 낮은 목소리로
하지만, 삼십년은 너끈히 건너갈 매운 눈빛으로
'개자식'이라고 단도리칠 수 있을까


아이들도 훗날 마흔 넘어
조금은 쓸쓸하고 설운 화장실에 쪼그려 제 새끼들 신발이나 빨 때
그제야 눈물방울 내비칠 욕 한마다, 어디 없을까
"운동화나 물어뜯을 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나는
"광천 쪽다리 밑에서 주워온" 고아인 듯 서글퍼진다


"어른이라서 부지런한 게 아녀
노심초새한테 새벽잠을 다 빼앗긴 거여"
두 번이나 읽은 조간신문 밀쳐놓고 베란다 창문을 연다
술빵처럼 부푼 수국의 흰 머리칼과 운동화 끈을
비눗물방울이 잇대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caru 2011-10-3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아삼삼해지네요 ㅎ 꼭 이정록 시인이 고등학교 때 한문선생님이셨기 때문은 아니구요 ㅎㅎ

프레이야 2011-10-31 17:38   좋아요 0 | URL
이카님, 아삼삼해진다는 말씀, 어떤 느낌이 옵니다.ㅎㅎ
고등학교 때 한문샘이요? 멋진 인연이네요. 이런 멋진 시인을 스승으로^^

하늘바람 2011-10-3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문선생님이셨군요. 이정록시인이. 또 다른 느낌이네요.
이정록 시인 참 좋아요

프레이야 2011-10-31 19:32   좋아요 0 | URL
정말 좋더군요. 충청도 방언을 실감나게 쓴 싯구들도 너무 좋아요.
다른 시집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 시인이에요.
 

정보의 바다를 잠시 돌아다니다 내 글을 발견하는 건,
밖에서 가족의 얼굴을 난데없이 보게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큐 <쿠바의 연인>의 감독이자 주인공 정호현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내 글을 찾았다.
신문에 실렸던 글을 옮겨놓으셨네. 야릇, 반갑다.
"연애는 혁명이다"를 노래한 자유분방한 그녀, 호현!  
지금도 쿠바 청년 오리엘비스와 재미나게 살고 있겠지. ^^

http://blog.naver.com/cubanboy/30101394092  호현님 블로그의 원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10-3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기사 기억나요. 예전에 한번 소개해주시지 않았나요?
연애는 혁명이라고요, 흠...
혁명같은 연애를 했나보네요 ^^

프레이야 2011-10-30 23:54   좋아요 0 | URL
그랬죠 잠시 후 제가 내렸는데 그글이 이렇게 타인의 블로그에 이사가 있네요.
주인공 정호현님의 블로그라 나쁘진 않아요.
네, 그 분 정말 혁명같은 연애를 했더군요.
재미난 다큐였어요.^^
 
비우티풀 - Biutifu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속물이고 동시에 영적인, 과격하고 동시에 부드러운, 냉정하고 동시에 온화한, 살아있고 동시에 죽어가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 인간 그리고 아버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시스 2011-10-1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별 다섯 개. 저도저도 기대돼요.^^

프레이야 2011-10-20 18:47   좋아요 0 | URL
너무 아프고 슬퍼서 아름다운 영화에요.
하비에르 바르뎀이 아니면 누가 적격이었을까 상상이 안 될 정도로요.

VERTIGO 2011-10-2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은 신인 멕시코 감독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질투가 담긴 냉소적인 답을 하더군요. 그만큼 역량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이야 2011-10-20 18:48   좋아요 0 | URL
질투는 재능있는 사람들에게 더 있군요. 살리에르처럼요.
그 한계를 넘어서야 거장이 되겠지요.

VERTIGO 2011-10-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난과 영혼의 존재를 미적으로 표현한게 좋았던 영화입니다. 중국인 비하한 장면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