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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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모두 안녕하신가요~
우리 모두 건너기 쉽지 않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전당에서 시네마낭독극장 2차시 수업에 참여한 후,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압도적인 영화 “Beau is Afraid”를 보고 늦게 집에 왔어요. 179분짜리 영화입니다.
오늘 이곳은 비가 잦아들었지만 수해 피해를 입은 분들과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마음이 더욱 답답한 와중에 큰딸이 번역한 세번째 도서 <무법의 바다>가 다음달 말에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네요. 환경 인권 노동을 다룬 생생한 해양 로포르타쥬입니다. 알라딘에서는 8월 17일까지 북펀딩을 하고 8월 29일 출간 예정입니다.
젊은 번역가 박희원의 바이닐, 에이스,에 이어 “무법의 바다”에 많은 관심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
@ 책 속에서(알라딘 북펀딩에서 가져옴)
공간 낭비와 다른 값비싼 어획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느러미를 절단하고 남은 상어 몸통을 도로 물속에 던진다. 몸통 고기보다 지느러미가 백 배는 더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죽음은 느리게 진행된다. 살아는 있으나 지느러미가 없어 헤엄을 칠 수 없는 상어는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굶거나 질식해서, 또는 다른 물고기에게 뜯어 먹혀 죽는다. 과학계는 해마다 지느러미 때문에 학살당하는 상어가 9,000만 마리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2장 외로운 파수꾼
불 보듯 뻔했던 결과를 이제는 피할 수 없었다. 오양70호는 침몰할 것이었다. 배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신씨는 선교에서 초단파 무전으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선원들은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구명조끼는 한국인 사관들만 입고 있었다. 오양70호의 구명정이 물에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배 역시 진즉 파도에 전복된 상황이었다.
그날 아침 동트기 전의 수온은 약 섭씨 6.6도였다. 배에는 한기를 차단하도록 제작된 구명 슈트가 68벌 있었다. 승선자는 51명이었으니 수량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슈트를 입은 선원은 아무도 없었다. 입는 법을 아는 사람이 있기나 했을지 의문이다.
오양70호를 침몰시킨 것은 물이 아니라 탐욕이었다. 배가 물고기를 과하게 집어삼키려 하자 바다가 역으로 배를 집어삼킨 것이다.
—4장 상습 범죄 선단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년에 2,0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시술을 받고 그 결과 해마다 약 4만 7,000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중략) 홈퍼르츠는 정박지와 멀지 않은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파도위의여성들이 전날 임신중지 시술을 위해 여성들을 공해로 데려갔으며 다음 날에도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건 사회 정의의 문제입니다.” 홈퍼르츠는 그 자리에 모인 50명쯤 되는 기자와 여성운동가에게 말했다.
—5장 애들레이드의 항해
루이의 술집에서 파는 맥주 가격은 1달러 정도였고 ‘인기 있는’ 여자아이와 하는 성관계는 12달러였다. 며칠만 지나도 이런 계산서가 차곡차곡 쌓여 가난한 미얀마인과 캄보디아인 남자들에게는 위압적인 액수가 되었다. 이들 다수는 일자리를 찾으러 무일푼으로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온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공짜로 제공되는 줄 알았던 식사와 마약, 숙소가 나중에 미납 요금이 되어 나타났다. 돈을 갚아야 하는 이주민은 그렇게 바다로 팔려갔다.
—10장 해상 노예
20세기에 접어들고도 한참이 지나서까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오염은 희석으로 녹여 해결한다”는 주문이 통했다. 그 결과 독성이 강한 폐기물일수록 바다에서 최후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영국, 소비에트연방을 포함한 10여 개 이상의 국가가 일부에 방사성 연료가 여전히 들어 있으나 쓸모가 없어진 원자로와 핵 슬러지를 북극해와 북대서양, 태평양에 버렸다. 이런 행위는 1993년에야 금지되었고, 그 시점까지 남아 있던 업자는 지하 세계로 자리를 옮겨 지중해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연안에서 활동하는 세계 폐기물 거래업자가 되었다.
—11장 쓰레기를 흘려보내다
나는 한 발 더 나가고 싶다. 바다가 무법 상태인 것은 바다의 본질이 선하거나 악해서가 아니라, 소리에 반해 침묵이 그렇고 활동에 반해 권태가 그렇듯 이곳이 공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세기에 걸쳐 바다에서 솟아나는 생명을 수용하고 상찬해오면서도 타락을 숨겨주는 이곳의 역할에는 대체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그랬듯 무법의 바다는 실재한다. 이 사실을 마주 대하기 전에는 이 프런티어를 길들이거나 보호하는 일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에필로그: 공백
갖은 색이 섞였기에 간단히 말하면 회색이라는 단어가 나오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회색을 이루는 여러 색을 알알이 뜯어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야 탁해 보이기만 하는 세상에 막막해 하다가도 어떤 색을 더하고 지키고 덜어내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까.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사람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장막 아래 색색의 바다를 부디 많은 분이 보게 되면 좋겠다.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