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6.29 녹음완료 총14파일

신형철 님은 윤상 덕후^^
그를 닮고자 하는 자신이 “내가 가장 덜 싫어하는 나”라고 쓴다.
가치 있는 인식, 정확한 문장, 공학적 배치.

다음 도서는
하루 한 장 고전 수업 / 조윤제 지음
녹음시작 2023.6.29
1,2,3번 파일(59쪽)

을,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머리말에서 글쓰기의 단계별 준칙을 이렇게 정리해본 적이 있다. (물론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설정한기준에 언제나 미달한다.) 첫째, 가치 있는 인식을 생산할 것. 좋은글이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뜻한 바를 백 퍼센트 담아낼 수 있는 문장이 써질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모든 문장이 제자리에 놓이도록 만들어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가지 요건은 내가 윤상의 음악에서 경탄하며 발견하곤 하는 것들이다.
첫째, 글에서의 인식은 음악에서의 주제theme와 같다. 존재할 가치가 있는 독창적인 주제 라인을 거의 모든 음악에서 생산해내는 작곡가는 흔하지 않다. 이례적인 코드 워크를 구사할 때조차도멜로디의 대중적 설득력을 잃지 않는 것이 대중음악가 윤상의 자의식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에 대응되는 것은 정확한 사운드다.
윤상덕후들은 사운드에 대한 그의 집착이 거의 괴담 수준의 것임을 잘 안다. 《인센서블》 3부작에서 각 트랙에 프로그래밍된 드럼비트는 너무도 적절해서 다른 버전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배반>에서부터 <소심한 물고기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사운드 소스는 마치 처음부터 이 음악에 쓰이기 위해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곳에 있다. 셋째, 구조적 완결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자. 모든것이 정확히 선택돼서 최상의 방식으로 조합돼 있을 때 그것에 변경을 가하는 일은 불필요하고 불가능하다. - P253

지금껏 윤상의 음악을 재편곡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은 사람은 단 하나뿐인데, 그것은 바로 윤상 자신이다.

나는 그를 닮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는 내가 가장 덜 싫어하는 ‘나‘들 중 하나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가 자신의전부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보들레르의 시나 모리 오가이의 소설을 읽을 때의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었고, 그것이 자기라는 존재를 긍정하는 입구였다고 고백한다. "사랑이란 상대의 존재가 당신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는 것이다."(『나란 무엇인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 덕질은 우리에게 그런 덕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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