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은 알겠지만 숨은 고수들이 많은
알라딘 마을의 둥지지기 ***님이 이 책의 저자다.
구매한 게 일 년 전이구나. 그러니까 내가 정확히 책에 적어둔 날짜가 2014, 8, 14.
가을비 부르는 새벽 빗소리, 라고 덧붙여 놓았다. 비오는 새벽에 읽었던 모양이다.

다정하고 나긋한 이 책을 다시 뒤적이고 싶었다.
상실감...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싶다.

 초가을바람처럼 물기 없이 그저 이대로 괜찮다 말하는 것 같다. 힘내고 나에게 집중하자.

이 책은 다른 책들보다 크기부터 아담하다.
쥐면 손에 꼬옥 쥐어지는 게 손을 잡으면 착 달라붙어 편안한 사람같다.
펼치면 곱고 정갈한 마음자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름을 붙이자면 마음치유 독서에세이.

저자는 상실감으로 몸부림치고 그리움으로 목이
메는 사람에게 김소연의 `그리워하면 안 되나요`를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올해 또 한가지 더한 상실감을 이겨내고 있는 그분에게 이 시를 돌려드리고 싶다.


🍁
젖가슴에는 젖꼭지 대신 꽃봉오리
발가락에는 발톱대신 자갈들이

이럴 때는
그리워하면 안 되나요
이럴 때는
딱 한 잔, 딱 두 잔, 딱 넉 잔
이럴 때는
달빛에 녹아내리는 벚꽃잎처럼
흩날려 사라지면 안 되나요

풍짝풍짝 풍짝짝
사람들이 춤을 덩실덩실 출 때에
그 앞에서 음악이 되어 사라지면 안 되나요

목덜미에는 입술
허리에는 두 팔
머리카락에는 태엽 풀린 인형들
등 뒤에는 매미처럼 당신이
(`눈물이라는 뼈`, 58쪽)

(중략)
언젠가 닥칠 상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일부러 이렇게 영원을 노래하는지도 모른다.

- 치유하는 책읽기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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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0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서재질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있는게요~~알라디너님들의 책 출간소식을 뒤늦게 알아차려 놀랐습니다
안그려도 그분이 책을 낸다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오래전에 출간했었군요!

프레이야 2015-09-06 20:38   좋아요 0 | URL
아시군요. 작년에 저도 뒤늦게 알았어요 ^^ 이 분 글 참 좋지요. 서재에서도.

마녀고양이 2015-09-0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게 필요한 책이군요.

프레이야 2015-09-06 20:39   좋아요 0 | URL
마고님 왜‥ 마음 안 좋군요. 위로 드리고파라. 무조건.

antibaal 2015-09-0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저자 배경 소개도 해주시고^^

프레이야 2015-09-08 21:05   좋아요 0 | URL
읽으시면 마음에 드실겁니다. ^^ 책소개도 받게되는 셈이고요

2015-09-16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6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끔 중고샵에서 귀한 걸 건질 때가 있다.
책을 보내오는 분이 정성 가득 느껴지는 메모를 동봉할 때라든가 책이 유난히 정갈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요히 느껴질 때이다.

영화 `투 마더즈`를 꽤 인상적으로 두 번 보았는데 도리스 레싱의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싶어 뒤졌더니 의외로 번역서보다 원서가 눈에 띈다. 4편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그리고 시인 박목월의 수필집을 좀 검색하다가 중고샵에서 세 권을 담았다.

M으로 시작되는 이름에게(문학과비평사)
그대와 차 한 잔을 나누며(자유문학사)
아버지와 아들(대산출판사).

일만삼천 원 가량 하는 요즘의 세련된 책들보다 턱없이 낮은 정가(3000 내지 3500원)하며 누렇게 변한 책장의 냄새가 왠지 정겹다.

그런데 `그대와 차 한 잔을 나누며`에 책 한 권이 더 딸려나오는 거다. 가만히 보니 표지 상단에 ˝서비스북입니다˝라고 메모가 붙어있다.
가을에 만난 사람 /박완서 외.
제목 위에는 외로울 때 보는 책이라고 쓰여 있다.
더 놀라운 건 두 권 모두 비닐 책커버를 야무지게 해두었고 철심을 단단히 박아둔 거다.
(전면에 두 군데 동그란 자국 보이죠)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 받으면 이렇게 표지커버는 해봤지만 에세이집에 철심까지!!
책을 이렇게 다루는 사람은 어떤 분이실까,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정성에 감사드린다.
잘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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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분이에요. 저도 딱 한 번 알라딘 중고샵을 이용하다가 서비스 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께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제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한 권 줬어요. 그 책의 내용이 경영술에 관한 것이었어요. 굳이 가질 이유가 없어서 알라딘 매장에 팔려고 했는데, 매입 불가능한 책이었어요. 처리하지 못하고 그냥 보관하고 있습니다. 젠장! ^^

프레이야 2015-08-29 11:16   좋아요 0 | URL
ㅎㅎ 젠장. 그러게요ㅎㅎ
그에 비하면 저 분은 얼마나 사려깊고 배려심이 있는지요. 계절이나 독서취향까지 짐작 고려한‥ 저 책 집필진도 다 괜찮더라구요. 박완서를 포함해서. 여름 끝자락에 참 곱고 수수한 선물입니다.

치유 2015-08-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하게 여기는 걸 아시는 분에게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히려 더 감사할 듯하네요.

프레이야 2015-08-29 11:17   좋아요 0 | URL
배꽃님 너무오랜만이에요^^ 안녕하시지요.

초록장미 2015-08-2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네요. ^^

프레이야 2015-08-29 16:16   좋아요 0 | URL
네, 훈훈해요^^

yamoo 2015-08-3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런 분도 있군요! 저도 그렇게 끼워서 한 권 서비스로 주는 걸 해 봐야 겠습니다..ㅎㅎ

프레이야 2015-08-30 19:18   좋아요 0 | URL
네, 야무님도요ㅎㅎ 훈훈함이 돌고돌겠어요~

순오기 2015-09-01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책을 사랑하는 분인가 봐요~ 그 마음 알아주는 프레님도 책을 사랑하고요!
훈훈하네요~ ^^

프레이야 2015-09-01 09:10   좋아요 0 | URL
글쵸ㅎㅎ우리는 북공주

처음처럼 2015-09-0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서 이런 감동을 얻게 되는군요..
저는 관심을 둔 책이 절판되어 중고샵에서 찾아보았는데 정가의 두배를 붙여두었더군요...

프레이야 2015-09-01 09:12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인데 꼭 필요한 겨우 그렇게라도 구입하게 되어요. 전 정가의 몇배더라? 35000냥에도 구입한 적 있어요 ^^
 

총 639쪽 길리언 플린의 장편소설
녹음시작 2015, 4, 15
현재 457쪽까지 완료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로 섬뜩했던 이 원작,
현재 에이미의 소시오패스 성향이 서서히 드러나는 지점을 읽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로 빠지는 날이 많았더니 아직 좀 남았다. 편집작업하는 도서(아주 사적인 독서, 이현우 저)와 병행하니 그렇기도 하지만‥
예전같았으면 벌써 끝났을 건데.

소설은 에이미와 닉으로 화자가 교차하며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영화를 봤기에 결말과 반전을 알고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솟는다. 특히 에이미의 일기 대목에서는 속으로 감탄사가 마구 나온다. 지독하게 호된 벌주기의 여왕이랄까.

당신의 페르소나는 잘 있는지 묻는 이 작품은 결혼이란 이름의 허상과 진실, 방송의 조작된 이미지와 헛소리들, 도시민의 실업과 고용문제도 꼬집는다. 대사와 나레이션에 속어와 욕설, 문장 중 지독한(센) 단어와 묘사도 잦아 낭독하는 사람으로서도 읽는 재미가 있다. 이런 야릇한 대리만족이라니ㅎㅎ

영화 중 여주인공이 후반부에 자르고 나오는 단발머리가 예쁘다. 사진 속 저 길이보다 짧고 밝은 금발인데 뒤는 살짝 쳐올린 긴 단발.

▷ 하지만 이것은 정말이지 꼭 필요한 일이다. 닉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는 한 번도 교훈을 얻은 적이 없다. 그는 사는 내내 그 `매력적인 닉`의 웃음으로 사랑받는 아이의 권리로 자신의 거짓말과 회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고 누구도 그의 결점과 이기심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 경험이 그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최소한 더 불쌍한 사람으로. 개새끼.

- 3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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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5-08-27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걱~!
전혀 예상치 못한...
이 느닷없는...
흐음 흐음(←갑자기 사레걸려 목기침하는 소리임)

프레이야 2015-08-28 08:30   좋아요 1 | URL
왜요? ㅎㅎ 개새끼에 놀라셨어요? 저건 약과에요 켁! 어찌나 통쾌한지‥ 주변에 딱 저런 사람들 있지요.

[그장소] 2015-08-2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시는 군요?! 화이팅 놓고 갑니다! 비가 와서 오늘은 좀 쌀쌀했어요.
감기 조심하시길!!^^

프레이야 2015-08-28 08:10   좋아요 1 | URL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네요. 가을맞이 넉넉히 해야겠어요. 그저 좋은 즐거운 일에 다정한 화이팅까지요 ㅎㅎ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5-08-28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니, 환절기라서 목감기 조심하셔요.
˝나를 찾아줘˝가 이번달 케이블 영화로 올라와서, 저는 이제야 보려고 맘 먹고 있어요.

마지막 ˝개새끼˝ 아주 좋은데요? 저 문구 하나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있겠어요.

프레이야 2015-08-29 07:41   좋아요 1 | URL
마고님 안녕? ^^
목감기 조심!
영화 즐감할거에요. 확 놀라운 장면도 나오니 중무장하시고 보세요.

[그장소] 2015-08-3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저도 화끈해서 좋아요!

프레이야 2015-08-30 23:58   좋아요 1 | URL
에이미는 진짜 어메이징해요. 머리도 어찌 좋은지요ㅎㅎ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소설 중의 한 권이다. 자신의 추리소설 애독자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오십 년간 비밀에 부쳤다고 한다.
단순한 서사에 인물의 심리에 집중해 생과 사랑과 관계의 지리멸렬한 진실과 포장의 간극을 서늘하게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인용해 로드니가 이 책의 주인공이자 아내 조앤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독자로서 예감했지만, 조앤이 아닌 다른 대상을 향한 진심)이라든가 로드니가 자신이 그리는 천국을 묘사한 구절 그리고 결말의 마지막 문장에서 로드니가 조앤에게 속으로 하는 말에서 소름이 돋는다.

사람을 사는 일은 이토록 어렵고 냉혹한 것이구나. 사랑이란 그 사람의 생을 다시 한번 사는 것이라는 말,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흔한 말에 동의하는 한 말이다.
나 또한 조앤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뒤통수가 뻐근하다.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조앤, 내가 바라는 천국은 말이야. 무슨 공상 같지만 난 가끔 이런 상상을 해. 출근하려고 하이 스트리트를 내려 가다가 좁은 골목에서 벨 워크로 꺾어 들어가는데 어느날 눈앞에 계곡이 있는 거야. 초록 풀밭과 양 옆으로 나무가 우거진 야트막한 언덕들도 보여. 그 계곡은 죽 거기 있었어. 마을 한가운데에 비밀스럽게. 복잡한 하이 스트리트에서 그 계곡으로 들어간 나는 어리둥절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하겠지. 그 때 사람들이 다가와 아주 가만히 말해 주는 거야. 당신은 죽었다고‥‥‥"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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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26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밑바닥까지 떨어진 사람 마음을 알고 쓴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같이 아프고,같이 상처나고,같이 외면하고 그렇게 여자(女,者)아닌 여성 (如,性)이 되는 과정.. 결혼 하고 아이낳고 저 정도 되면 여인은 다른 또하나의 성을 갖는 듯! 싶어요. 슬프고도 대견한, ㅡ말 안되는 말 장난 같기도 하고. 죄송^^ ㅡ 참 우물이 깊은 소설예요!

프레이야 2015-08-26 19:28   좋아요 0 | URL
긴 댓글 고맙습니다. 우물,이라고 하시니 또 요즘 잡고있는 키워드라 단상들이 떠오릅니다. 정리해야하는데요. 우물 깊은 소설이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페크pek0501 2015-08-2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 멋집니다.
조곤조곤 말해 주시고 한 문단 뽑아 주시고.
만약 제가 이런 스타일로 페이퍼 쓴다면 프레이야 님한테서 배운 것이야요.

프레이야 2015-08-27 19:03   좋아요 0 | URL
ㅎㅎ조곤조곤 했나요? 그리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주인공 여자가 딱 우리나이대에요. 페크님보다는 좀 연하일지도요~
 

일하는 것도 좋지만 만일 일을 한다면 단지 생활만을 위한 일이어서야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없지. 모든 신성한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한 법이야.
‥‥‥
그것 봐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고 일하는 것이 방편이라면 먹고 살기 쉽게 일하는 방법을 맞추어갈 것이 뻔하지 않겠나? 그러면 무슨 일을 하든 개의치 않고 그저 빵을 얻을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노동의 내용이나 방향 내지는 순서가 다른 것의 간섭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노동은 타락한 노동이라 할 수 있지.
‥‥‥
그러니 말일세. 말하자면 의식주에 곤란을 겪지 않는 사람이 흥미가 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고서야 진실되게 일을 할 수 없는 거지.

107,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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