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중고샵에서 귀한 걸 건질 때가 있다.
책을 보내오는 분이 정성 가득 느껴지는 메모를 동봉할 때라든가 책이 유난히 정갈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요히 느껴질 때이다.

영화 `투 마더즈`를 꽤 인상적으로 두 번 보았는데 도리스 레싱의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싶어 뒤졌더니 의외로 번역서보다 원서가 눈에 띈다. 4편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그리고 시인 박목월의 수필집을 좀 검색하다가 중고샵에서 세 권을 담았다.

M으로 시작되는 이름에게(문학과비평사)
그대와 차 한 잔을 나누며(자유문학사)
아버지와 아들(대산출판사).

일만삼천 원 가량 하는 요즘의 세련된 책들보다 턱없이 낮은 정가(3000 내지 3500원)하며 누렇게 변한 책장의 냄새가 왠지 정겹다.

그런데 `그대와 차 한 잔을 나누며`에 책 한 권이 더 딸려나오는 거다. 가만히 보니 표지 상단에 ˝서비스북입니다˝라고 메모가 붙어있다.
가을에 만난 사람 /박완서 외.
제목 위에는 외로울 때 보는 책이라고 쓰여 있다.
더 놀라운 건 두 권 모두 비닐 책커버를 야무지게 해두었고 철심을 단단히 박아둔 거다.
(전면에 두 군데 동그란 자국 보이죠)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 받으면 이렇게 표지커버는 해봤지만 에세이집에 철심까지!!
책을 이렇게 다루는 사람은 어떤 분이실까,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정성에 감사드린다.
잘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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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분이에요. 저도 딱 한 번 알라딘 중고샵을 이용하다가 서비스 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께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제가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한 권 줬어요. 그 책의 내용이 경영술에 관한 것이었어요. 굳이 가질 이유가 없어서 알라딘 매장에 팔려고 했는데, 매입 불가능한 책이었어요. 처리하지 못하고 그냥 보관하고 있습니다. 젠장! ^^

프레이야 2015-08-29 11:16   좋아요 0 | URL
ㅎㅎ 젠장. 그러게요ㅎㅎ
그에 비하면 저 분은 얼마나 사려깊고 배려심이 있는지요. 계절이나 독서취향까지 짐작 고려한‥ 저 책 집필진도 다 괜찮더라구요. 박완서를 포함해서. 여름 끝자락에 참 곱고 수수한 선물입니다.

치유 2015-08-2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하게 여기는 걸 아시는 분에게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오히려 더 감사할 듯하네요.

프레이야 2015-08-29 11:17   좋아요 0 | URL
배꽃님 너무오랜만이에요^^ 안녕하시지요.

초록장미 2015-08-2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네요. ^^

프레이야 2015-08-29 16:16   좋아요 0 | URL
네, 훈훈해요^^

yamoo 2015-08-3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런 분도 있군요! 저도 그렇게 끼워서 한 권 서비스로 주는 걸 해 봐야 겠습니다..ㅎㅎ

프레이야 2015-08-30 19:18   좋아요 0 | URL
네, 야무님도요ㅎㅎ 훈훈함이 돌고돌겠어요~

순오기 2015-09-01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책을 사랑하는 분인가 봐요~ 그 마음 알아주는 프레님도 책을 사랑하고요!
훈훈하네요~ ^^

프레이야 2015-09-01 09:10   좋아요 0 | URL
글쵸ㅎㅎ우리는 북공주

처음처럼 2015-09-0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에서 이런 감동을 얻게 되는군요..
저는 관심을 둔 책이 절판되어 중고샵에서 찾아보았는데 정가의 두배를 붙여두었더군요...

프레이야 2015-09-01 09:12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인데 꼭 필요한 겨우 그렇게라도 구입하게 되어요. 전 정가의 몇배더라? 35000냥에도 구입한 적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