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중고샵에서 귀한 걸 건질 때가 있다.
책을 보내오는 분이 정성 가득 느껴지는 메모를 동봉할 때라든가 책이 유난히 정갈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요히 느껴질 때이다.
영화 `투 마더즈`를 꽤 인상적으로 두 번 보았는데 도리스 레싱의 원작을 읽어봐야겠다 싶어 뒤졌더니 의외로 번역서보다 원서가 눈에 띈다. 4편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그리고 시인 박목월의 수필집을 좀 검색하다가 중고샵에서 세 권을 담았다.
M으로 시작되는 이름에게(문학과비평사)
그대와 차 한 잔을 나누며(자유문학사)
아버지와 아들(대산출판사).
일만삼천 원 가량 하는 요즘의 세련된 책들보다 턱없이 낮은 정가(3000 내지 3500원)하며 누렇게 변한 책장의 냄새가 왠지 정겹다.
그런데 `그대와 차 한 잔을 나누며`에 책 한 권이 더 딸려나오는 거다. 가만히 보니 표지 상단에 ˝서비스북입니다˝라고 메모가 붙어있다.
가을에 만난 사람 /박완서 외.
제목 위에는 외로울 때 보는 책이라고 쓰여 있다.
더 놀라운 건 두 권 모두 비닐 책커버를 야무지게 해두었고 철심을 단단히 박아둔 거다.
(전면에 두 군데 동그란 자국 보이죠)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 받으면 이렇게 표지커버는 해봤지만 에세이집에 철심까지!!
책을 이렇게 다루는 사람은 어떤 분이실까,
몹시 궁금하다 그리고 정성에 감사드린다.
잘 읽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