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은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데리고 오는 것이라 한다.
그의 일생이 함께 오는 것이라 한다.

 

사람에게 가는 길 또한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을 한번 더 걷는다는 건 그 사람의 생을 한번 더 사는 일, 그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에 버금간다.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은 오래 흠모해왔던 한 사람을 두 발로 찾아가는 행복한 여정이다.

저자가 썼듯 누구나 마음 속에 오래 간직한 `그리움의 뿌리`를 더듬어가는 길이다.
헤세의 흔적들 - 그가 남긴 시, 소설, 서간문, 수필, 수채화, 헤세박물관과 그가 걸은 산책로 그리고

그의 집 카사 카무치 - 을 찾아 가는 길에서 사진과 더불어 저자의 감성을 함께 길어올린 단상들이 가지런하다.

`헤세의 눈부신 분신`을 작품 넷에서 만나는 2장에는 일찌기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헤세의 작 중 인물의 상처와 치유를 융 심리학의 측면에서 사유한다.

-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데미안, 싯다르타.

헤세가 태어난 독일의 칼브에서 취리히를 거쳐 세번째 아내 니논과 조용히 말년을 보내고 잠든

스위스 몬타뇰라까지 헤세로 가는 첫번째 자신만의 길을 간 저자는

헤세로 가는 또 다른 길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길에 또 동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은 무겁지 않게 여장을 꾸리고 따라가면서 천천히 쉬엄쉬엄 그 길에 동행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헤세의 수채화와 명문장들을 사이사이 배치해두어 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표지의 그림에서 끌린다.
노란 작업복을 입고 물뿌리개를 들고 기우뚱하게 서 있는 정원사 헤세의 자화상인데

풍경에 사람을 그려 넣지 않았던 헤세가 유일하게 사람을 그린 그림이다.

 - 나는 이 그림을 보면 늘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지금 전쟁기념관에서 전시 중인 밝고 행복한 분위기의 `헤세와 그림전`에도 이 그림이 걸려 있다.

그 앞에 서면 헤세가 눈앞에서 살아움직인다. 미디어아트의 힘.
노년의 시인이자 화가이며 훌륭한 정원사였던 헤세의 혜안이 엿보이는 주옥같은 문장들과 함께

그윽한 그의 육성을 직접 귀로 듣고 마음으로 담을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도 구매할 수 있도록 `헤세로 가는 길`이 꽂혀 있다.


헤세가 술을 즐겼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허물없는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고 신장을 염려하면서도 와인을 마시며
터키의 고관대작이 된 듯 행복한 착각을 했다니 의외의 귀여운 면이 있다.

그 많은 열정과 광기를 다스리느라 평생 고독했던 헤세에게로, 그 길에 아무 때나 불쑥 들어서도 좋을 편안한 책이다.


누구든 제대로 말할 기회를 얻어
진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들에 관한 메모」
(116쪽)


덧. 헤세로부터의 편지,는 구입 목록에 넣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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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만 봐도 `헤세`스러운 느낌이 확 나는군요. ^^

프레이야 2015-09-08 21:04   좋아요 0 | URL
그죠. 헤세스러운 수채화들 너무좋아요. ^^

세실 2015-09-0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세와 그림전 언제까지예요? 보고싶어요^^
저도 어린왕자가 생각나는 그림입니다~~

프레이야 2015-09-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1일까지에요 세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