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명상] 서평단 알림
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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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진부하게 들리는 이 문장은 중학교 교실 뒤 게시판에 걸려있었다. 99%의 노력이 중요할까 1%의 영감이 중요할까.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못하고 나머지 1이 있어 100도에 이르러야 물이 끓을 수 있듯이, 1%의 소중함을 뒤집어 보이는 말이다. 에디슨의 천재적 자부심이 담긴, 이 오만하지만 결정적인 말이 좋다. 그것은 1%의 무엇이 없으면 우리가 지향하는 점에 이르기엔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식탁 위의 명상>의 부제는 ‘내안의 1%를 바꾼다’이다. 먹을거리의 양적 풍요가 빚은 재앙을 우리 앞에 두고 사는 요즘 대안스님은 먹을거리 앞에서 명상을 하라고 나직이 권한다. 하나의 음식이 내게 오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넓게 읽으라한다. 그것은 공감적인 명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진정한 식도락가가 되라 한다. 혀의 지배자가 되어 “맛있다, 부드럽다”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릇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지각을 하라고 말한다. - 새로운 인류는 그릇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합니다. 그 요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어떻게 운반되어 왔는가, 음식의 산지는 어떠한 상황인가, 이런 것을 당연한 것처럼 알고 있는 세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71쪽)

 주변에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저자는 60년대 먹을거리의 풍요가 가져온 결과라고 말한다. 특히 통칭하여 흰 설탕의 지나친 섭취를 드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음식섭취에 걸림돌이 되는 일례이다. ‘자연스러운 모든 것은 항상 만족을 준다(71쪽)’는 오쇼 라즈니쉬의 인용문처럼 우리의 혀를 유혹하는 모든 종류의 음식은 몸이 원해서라기보다는 혀가 원해서, 즉 마음이 미혹해진 결과로 본다. - 예전에는 탐욕과 굶주림과 늙음의 세 가지 병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가축들을 살해한 까닭에 아흔여덟 가지나 되는 병이 생긴 것입니다.(60쪽)

 저자는 산야초 건강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행하여 우주의 섭리를 인생에서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행공간을 운영하며 자기 수정을 원하는 이들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회복의 기쁨을 주고 있다고 한다. (금수암 홈페이지 www.guemsuam.or.kr) 나는 사찰음식에 크게 관심이 있다거나 명상음식이란 이름에 낯설어하지 않을 정도로 수양된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은 결국 절밥의 느림과 여유의 철학을 말하지만 굳이 절밥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네 식탁 전반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소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까지 그런 미덕으로 읽힌다. 내 마음을 읽고 정갈히 할 수 있기를 돕는 글귀들이 가득하다.

 1부 ‘음식이 맛있는 명상’의 첫 장 ‘자연과 오행밥상’은 이런 독자를 위해 오행원리를 음식과 사람과 우주의 원리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오행의 기운이 고루 든 음식을 먹어야 몸도 생각도 성한 기운과 균형 잡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다섯가지 색깔이 든 소박한 우리네 밥상과 잔치국수 한 그릇에도 담겨있는 기운이다. 불교용어들이 많이 나와 좀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대목이 좀 있지만 새겨들어둘 구절들이 많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닿은 게 있다. ‘먹는 것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분별심만 기르게 된다. 좋은 건 너무 좋아하고 싫은 건 너무 싫어하는 습관에 익숙해진다. 오행을 갖추어 밥상을 차려야 평등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28쪽) 평등심! 분별심은 충분한 미덕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평등심을 앞질러 갈 때 초래되는 죄악은 적지 않다. 오행밥상이란 오행의 색깔을 다 함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골고루 차린 건강한 밥상을 말하며 식감을 돋우기 위한 ‘컬러푸드’와는 구별된다. 즉 내몸의 기운을 평등하게 키우는 밥상이 오행밥상이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자연의 식재료와 소박한 음식을 소개하고 이들을 소울푸드라고 이름하며 집에서 만드는 법도 간단히 제시한다. 어려운 레시피의 요리는 아니지만 나같이 부엌에서 서성대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으른 주부는 손이 많이 가야할 것만 같아 머뭇거려진다. 저자는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은 제 손으로 만들어 먹어야 좋은 기운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식, 절식, 단식으로 마음의 살도 덜어내라고 한다. 또한 계절별로 좋은 자연의 음식재료를 상세히 소개하여 우리몸이 상생의 기운으로 조화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음식으로 낫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처럼 자연의 먹을거리는 모두 우리 몸과 기운을 같이 할 때 약이 된다. 많은 가축을 살해한 끝에 생긴 아흔여덟 가지나 되는 병을 끊는 길은 우리의 태도, 음식에 대한 총체적인 태도에 있다 하겠다. 1%의 느린 개혁이 나로부터 일어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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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식사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07-04 10:09 
    * 혜경님의 2008년 7월 3일자 <식탁위에 명상> 리뷰에서 발췌 '부엌에서 서성대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으른 주부는 손이 많이 가야할 것만 같아 머뭇거려진다.'
 
 
순오기 2008-07-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안녕?
이책 서평단 신청했다 미역국 먹었어요~ 아흐~ 님 리뷰 덕에 궁금증을 풀고 가요.]
그런데 3문단에 아토피를 60년대 먹을거리의 풍요로움이 가져온 결과라고 했는데...60년대 먹을거리의 풍요로움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돼요. 60년대가 아니고 80년대나 90년대가 아닌가요?

프레이야 2008-07-04 08:17   좋아요 0 | URL
그게요.. 질보다 양적인 풍요를 아이러니하게 말한 걸로 들렸어요.
우리세대가 그렇잖아요. 잘 먹었죠. 뭐든 몸에 좋다 나쁘다 가리지
않구요. 60년대면 저 어릴 적인데요, 70년대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웰빙이니 뭐니 몸에 좋은 것 따지게 된 건 그 이후지요.
그 세대가 자라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에게 병이 나타난 거죠.
전에 이 부분은 부산 번개에서 드팀전님도 잠시 꺼냈던 기억이 나요.
열정 넘치는 오기 언니, 잘 지내시죠? ^^ 늘 응원합니다.
일본 여행도 잘 다녀오세요. 후기 기대할게요^^

turnleft 2008-07-0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오랜만의 혜경님 리뷰군요!!

아 정말, 요즘 같은 때는 가족들 먹거리 챙기시는 분들 고민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먹고 사는 문제로 이렇게 고민을 해야 한다니, 시간이 지나도 세상살이는 별로 발전하는 것 같지 않단 말이죠..

영화 '월리'에 보면 기계에 모든 것을 의존한 인간의 비참한(?) 미래가 나오거든요. 단지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물'이 살아가는 패턴의 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콘크리트 벽 속에 갖혀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결국 인간은 병약해질 수 밖에 없겠죠. 먹는 것 포함,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하나 고민이 많은 요즘이랍니다.(총각이 왜 이런 고민을.. -_-)

프레이야 2008-07-05 17:11   좋아요 0 | URL
턴님, 반가워요.^^
월리,는 못 봤어요. 먹을거리를 통해 우리 삶의 작은 부분까지
근본적으로 통찰하게 하는 요즘이네요. 총각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죠. 요즘같으면 애 안 낳고 싶단 생각이 자연스러운 것 같을
지경이에요.

마립간 2008-07-0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내용을 저의 서재에 옮깁니다.

프레이야 2008-07-05 17:11   좋아요 0 | URL
^^ 마립간님, 그 구절이 가장 와닿던가요.
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8-07-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꼼꼼한 내용 설명...
저는 부처님 말씀이 많아서 1부에서는 책이 잘 안 읽히던 걸요.

프레이야 2008-07-05 17:12   좋아요 0 | URL
님의 리뷰도 잘 읽었어요. 1부에 부처님 말씀이 좀 많긴 하더군요.
실천의 문제인 것 같아요.^^
 

  7월 2일까지 서평

 

 




흔히 '절밥'이라 불리는 우리 사찰음식의 철학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왜곡된 음식문화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해 음식을 살피고 만들고 먹는 일이 곧 삶을 올바로 이끄는 첫걸음임을 일깨워준다. '내 안의 1%를 바꾼다'라는 부제에서 말해주듯, 매일 해오던 일이기에 되돌아 살피지 않고 익숙한 대로 해온 먹는 일, 그 일상의 1%를 근본에서부터 점검해보고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음식에 대한 애착을 버리라'고 잘라말한다. 그리고 '소식, 절식, 단식'을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밥을 덜어냄과 동시에, 마음을 비우고 삶을 간결하게 가꾸려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 2부에서는 전통적인 사찰음식뿐만 아니라 전통에 바탕을 두고 맛과 공정에 현대에 맞게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미하여 모든 이들이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레시피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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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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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2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서평단도서는 먼댓글로 연결해야 되던데... 확인해보세요~ 난, 요거 신청했다가 미역국 먹었어요.ㅋㅋ

프레이야 2008-06-24 18:57   좋아요 0 | URL
네, 알고있어요. 아직 읽지도 않았네요.ㅜ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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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 메리 올리버, '기러기'-서문쪽

완전한 해방은 두려울 정도로 요염한 쾌감과 연결돼 있었다. 중년 남자의 말은 옳았다. 완전한 해방이란 사적인 쾌감과 관계된 것이므로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56쪽

폭력의 반대말은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고 한나 아렌트는 말한 바 있다. 권력이 훼손될 때, 그러니까 권력이 다른 곳으로 이양될 때, 폭력은 일어난다. 권력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정권 아래에서 폭력이 빈번한 까닭은 그 때문이다. 그런 정권은 대리 감시자들에게 그 불안한 권력을 나눠주는 것으로권력 유지의 한 방편을 삼는다.-104쪽

반석 위에 집을 지어라. 그 반석이란 네가 스스로 말살시킨 고유의 천성이며, 자식에 대한 사랑이고, 아내의 사랑에 대한 꿈이며, 네가 열여섯 살 때 가졌던 인생에 대한 꿈이다. 너의 환상들을 약간의 진실과 바꾸어라. 너의 정치인과 외교관들을 짐을 꾸려 떠나보내라. 이웃은 잊어버리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올바르게 생각하고 주의를 부드럽게 환기시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인생은 자기 자신이 지배하는 것이다. 너의 인생을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맡기지 말라. 무엇보다도 네가 선출한 지도자에게는 맡기지 말라. 자기 자신이 되어라.-123쪽

칼 세이건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전제를 통해 이 우주가 이처럼 광활한 까닭은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인류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무의미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세상은 온통 읽혀지기를, 들려지기를, 보여지기를 기다리는 것들 천지였다.-143쪽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무한한 삶,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일생, 즉 하나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미쳐버렸을 것이다. -150쪽

"밤이면 인간의 마음속에서 날개를 폈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는 환상, 매일 밤 태어났다가 매일 아침 소멸하는 것."
"결국 만지면 부서지는 나비의 날개 같은 것이지. 현실이 잔혹할 때, 희망이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장난감 같은 거야. 그래서 나는 모든 희망을 버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야. 희망과 함께 자신의 모든 과거를 부정하는 사람들을."-167쪽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의 세계란? 패배하는 것은 언제나 인간일 뿐, 운명은 결코 패배하지 않으니 꿈처럼 지나가는 비극의 삶에서 살아남겠다면 먼저 웃으라는, 쓸쓸한 목관과 유머러스한 현악의 전언.(중략) 모든 것은 폐허가 됐고 베를린에는 물도, 가스도, 전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삶은 계속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음악은 본질적으로 역설이었다. 왜냐하면 삶이 본질적으로 역설이니까.-220쪽

"하루에 시십이해일천이백만 경 번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는 인간들로 가득 찬 이 지구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이 180이라는 숫자 때문이다. 인간만이 같은 종을 죽이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만이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중략) 그러니 네가 유명한 작가가 된다면 우리 인간이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겨우 한 번 울 수 있게 만들어진 동물이라는 사실에 대해 써야만 하는 거야."-283-284쪽

문제는 그게 우연한 폭행이었다는 점이었어요. 폭력에 관한 한 제비뽑기를 하는 사회인 거죠. 단군의 자손으로 태어난 한민족으로서 태극기를 향해서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던 사람도 그 다음 순간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거나 감옥에 갇히게 되고, 심지어는 사형까지 당해요. 놀라운 반전이죠. 그런 일을 당하면 한민족이니 대한민국이니 유신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거예요. 그런 걸 깨닫고 나면 단 하루도 버틸 수가 없어요. 구역질이 나죠. 필연을 가장하는 그 모든 언사를, 그 모든 상징을, 그 모든 행위를 부정할 수밖에 없어요. 우연의 사회. (중략) 그건 필연을 가장한 체제에서 자발적으로 우연한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기도 해요. -329-330쪽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슬프게, 그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384쪽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결점들', 한 여인의 변덕과 연약함에도 애착을 갖는다. 그녀의 얼굴에 있는 주름살과 기미, 오래 입어 해진 옷과 삐딱한 걸음걸이 등이 모든 아름다움보다 더 지속적이고 가차없이 그를 묶어놓는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 그런가? 감각들이 머릿속에 둥지를 틀고 있지 않다는, 다시 말해 창문과 구름, 나무가 우리 두뇌 속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바로 그 장소에 깃들고 있는 것이라는 학설이 옳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우린 우리 자신의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고통스럽게 긴장되고 구속되어 있다.-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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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2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6-22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셨지요?
위에 있는 눈사람을 보니 저는 비밀로 글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지금,비오네요.
조용해서 아침에 살짝 일어나 밖으로 나왔더니 남편이 출근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온세상이 잠든 시각에 깨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일어났는데 누군가 먼저 세상을 시작했다는것을 알았을 때처럼 조금 서운했어요.
공유하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것을 들킨것처럼요.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혼자예요.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깨어나고 저는 요란한 시간을 보내겠지요.

즐거운 휴일되세요.
그리고,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2008-06-25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4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5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23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옆지기 사진)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호두나무 잎에 어둠이 뭉쳐 있을 때 그 끝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외로운 산까치처럼 나는 살아왔다

거친 꽃을 내뱉으며 늙은 영혼의 속을 꺼내 보이는 할미꽃처럼

나는 살아왔다

그러나,

허물을 벗어놓고 여름을 우는 매미처럼

하나의 열망으로 노래하리니

꾹꾹 허공에다 지문을 눌러찍으며 물결쳐가는 노래여

절절 끓는 아랫목으로 불 들어가듯 가는 노래여

더 슬픈 노래여

나는 이제 심장을 바치러 온다

 

 문태준 시집 <맨발> 중,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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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는 스페인 여가수 마리나 로쎌의 노래, "가난한 이들의 달은 항상 열려 있다.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바꿀 수 없는 문서처럼 나는 내 심장을 바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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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8-05-2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더 슬픈 노래여 나는 이제 심장을 바치러 온다.....'

사진의 음영처리가 멋있군요. 역시 ........

프레이야 2008-05-25 12:31   좋아요 0 | URL
수암님, 오월도 이리 가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전호인 2008-05-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폭 빠졌던 관계로 글은 읽지 못했습니다.
컴터 그래픽 처리가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대단한 영상입니다.

프레이야 2008-05-25 12:31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안녕하시죠? ^^
요즘 이래저래 글도 안 읽히고 안 쓰이고 그렇습니다.

2008-05-20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8-05-2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배경 처리가 굉장히 좋네요 +_+

무스탕 2008-05-2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심장 멈추는줄 알았어요..

2008-05-2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5-2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 정말 좋은데요!!
 
심청이 무슨 효녀야? 돌개바람 14
이경혜 글,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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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에 시비를 걸어 재창조한 패러디 동화는 이미 여럿 있다. ‘아기돼지 세 자매’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이야기’는 내가 읽은 옛이야기 패러디 동화 중 가장 먼저 만났던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동화다.

  

 이런 책은 독서활동에서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각의 층위가 다양할 수 있다는 말은 옛이야기가 시대에 따른 가치관을 담고 있다해도 그 가치관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가치관은 아이들의 '자람'에 여러 측면으로 영향력을 줄 수 있다. 옛이야기는 아이들로 하여금 여러가지 생각을 유도하여 적극적으로 텍스트에 가담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옛이야기는 더 이상 화석처럼 굳어져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의 (구전되는) 옛이야기는 그래서  말랑말랑하고, 또 말랑말랑해야 한다. 독후활동으로는 뒷이야기 바꿔쓰기, 중간이야기(특정 상황) 바꿔쓰기, 내가 어느 등장인물이라면?, 가장 마음에 드는(들지않는) 인물은?, 등이 있다.  

 

 옛이야기는 유연하여 힘이 세다. 입말로 전해지는 특성 때문에 이야기의 요모조모가 상당히 확장될 수 있다. 시대적 가치관이나 생활상은 물론 용기나 선함 같은 삶의 기본적인 미덕을 재미난 이야기 속에 녹여 놓은 것도 옛이야기의 힘이다. 이야기를 통해, 낮게 사는 읽는 이 아니 듣는 이는 상상과 모험의 세계로 여행할 수도 있고 힘겨운 현실을 이기며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한다. 그렇다면 옛이야기 패러디는 오늘날의 독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틀에 매인 생각 밖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 옛이야기 패러디의 힘이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는 잘 알려진 우리 옛이야기 다섯 가지를 '다시쓰기' 한 동화집이다. 각 이야기마다 길지 않은 길이로 읽기에 지루함이 없고 이야기가 집약되어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 가치관을 본래의 이야기 속에 무리 없이 녹여놓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작가가 주목한 부분은 인물들의 성격이다. 특히 아이, 여성이라는 약한 자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성격과 행동을 바꿔 놓았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역할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렇게 이야기는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의 삶과 선택, 생명을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심성,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참된 마음과 진실한 행동에 눈길을 보내는 이야기들이다.

 이 동화집으로 재탄생한 옛이야기는 선녀와 나무꾼, 심청전, 우렁각시, 콩쥐팥쥐, 춘향전이다. 옛이야기 속의 가치관이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힐 수는 없다. 읽어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진부한 선입견의 틀 속에 아이들을 묶어두는 것은 위험하다. 더해지고 빼지면서 구전되어 오던 옛이야기가 문자 속에 갇히면서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이야기의 틀이 고정되어 온 까닭에 옛이야기의 미덕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성격으로 각인된 옛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은 우리의 오래된 친구들이다. 만약 그 친구들이 아직도 살아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이 책의 시리즈(옛이야기 딴지걸기1, 2)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문자의 틀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꿈틀거리게 한다. 불변의 미덕은 살리면서 오늘날의 바람직한 가치관을 이야기속에 풀어놓았다. 예상을 뒤엎는 사건 전개와 결말 그리고 매력적인 인물들의 생생한 묘사가 미더운 주제의식과 더불어 흥미롭게 읽힌다. 간소한 흑백 삽화는 이야기의 수수한 미덕을 살려주어 좋다.

초등 중학년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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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01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경혜님의 글이군요. 발상의 전환을 맛볼수 있는 책~ 이런 시도가 참 좋아요.^^

프레이야 2008-05-01 17:27   좋아요 0 | URL
기발하면서도 뿌듯한 전환이었어요.
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그 작가요^^

짱꿀라 2008-05-0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녀 심청이, 참 오랜만에 듣습니다. 옛이야기가 실린 이런 동화집이 많이 아이들에게 읽어야 할텐데......

프레이야 2008-05-01 17:28   좋아요 0 | URL
심청전에선 뺑덕어미의 역할과 성격을 확 빠꿔놓았는데
참 좋다싶었어요. 재미있어요.

글샘 2008-05-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경혜 님 글 좋아하는데요...

프레이야 2008-05-01 17:28   좋아요 0 | URL
그죠 글샘님^^

네꼬 2008-05-01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혜경님께 별 다섯 개를 받다니. 믿음을 가지고 읽어 보겠어요. 고맙습니다. : )

프레이야 2008-05-01 17:30   좋아요 0 | URL
믿음에 제가 배신을 때리게 되면 안 되는데용 ㅎㅎ
작가가 두딸을 생각해서인지 특히 여성인물들의 재창조 부분이 많고, 또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뺑덕어멈과 춘향이 그리고 우렁각시의 역할이요.

사마천 2008-05-0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무리 효도라지만 이건 마치 열녀문 세워주다보니 며느리에게 죽으로 강요하게 되는 사이비 종교(성리학)와 같은 병폐를 만들어냅니다. 재고가 필요하죠 ^^

프레이야 2008-05-02 09:52   좋아요 0 | URL
가치관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지만 그래도 기본은 잊지 않고 전개된
기발한 이야기였어요. 효도나 결혼의 의미,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재고해볼 수 있었어요. 사마천님 봄날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