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명상] 서평단 알림
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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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진부하게 들리는 이 문장은 중학교 교실 뒤 게시판에 걸려있었다. 99%의 노력이 중요할까 1%의 영감이 중요할까.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못하고 나머지 1이 있어 100도에 이르러야 물이 끓을 수 있듯이, 1%의 소중함을 뒤집어 보이는 말이다. 에디슨의 천재적 자부심이 담긴, 이 오만하지만 결정적인 말이 좋다. 그것은 1%의 무엇이 없으면 우리가 지향하는 점에 이르기엔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식탁 위의 명상>의 부제는 ‘내안의 1%를 바꾼다’이다. 먹을거리의 양적 풍요가 빚은 재앙을 우리 앞에 두고 사는 요즘 대안스님은 먹을거리 앞에서 명상을 하라고 나직이 권한다. 하나의 음식이 내게 오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넓게 읽으라한다. 그것은 공감적인 명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진정한 식도락가가 되라 한다. 혀의 지배자가 되어 “맛있다, 부드럽다”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릇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지각을 하라고 말한다. - 새로운 인류는 그릇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합니다. 그 요리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어떻게 운반되어 왔는가, 음식의 산지는 어떠한 상황인가, 이런 것을 당연한 것처럼 알고 있는 세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71쪽)

 주변에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저자는 60년대 먹을거리의 풍요가 가져온 결과라고 말한다. 특히 통칭하여 흰 설탕의 지나친 섭취를 드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음식섭취에 걸림돌이 되는 일례이다. ‘자연스러운 모든 것은 항상 만족을 준다(71쪽)’는 오쇼 라즈니쉬의 인용문처럼 우리의 혀를 유혹하는 모든 종류의 음식은 몸이 원해서라기보다는 혀가 원해서, 즉 마음이 미혹해진 결과로 본다. - 예전에는 탐욕과 굶주림과 늙음의 세 가지 병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가축들을 살해한 까닭에 아흔여덟 가지나 되는 병이 생긴 것입니다.(60쪽)

 저자는 산야초 건강법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행하여 우주의 섭리를 인생에서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행공간을 운영하며 자기 수정을 원하는 이들에게 정신적인 안정과 회복의 기쁨을 주고 있다고 한다. (금수암 홈페이지 www.guemsuam.or.kr) 나는 사찰음식에 크게 관심이 있다거나 명상음식이란 이름에 낯설어하지 않을 정도로 수양된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은 결국 절밥의 느림과 여유의 철학을 말하지만 굳이 절밥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네 식탁 전반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소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까지 그런 미덕으로 읽힌다. 내 마음을 읽고 정갈히 할 수 있기를 돕는 글귀들이 가득하다.

 1부 ‘음식이 맛있는 명상’의 첫 장 ‘자연과 오행밥상’은 이런 독자를 위해 오행원리를 음식과 사람과 우주의 원리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오행의 기운이 고루 든 음식을 먹어야 몸도 생각도 성한 기운과 균형 잡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다섯가지 색깔이 든 소박한 우리네 밥상과 잔치국수 한 그릇에도 담겨있는 기운이다. 불교용어들이 많이 나와 좀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대목이 좀 있지만 새겨들어둘 구절들이 많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닿은 게 있다. ‘먹는 것을 골고루 먹지 않으면 분별심만 기르게 된다. 좋은 건 너무 좋아하고 싫은 건 너무 싫어하는 습관에 익숙해진다. 오행을 갖추어 밥상을 차려야 평등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28쪽) 평등심! 분별심은 충분한 미덕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평등심을 앞질러 갈 때 초래되는 죄악은 적지 않다. 오행밥상이란 오행의 색깔을 다 함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골고루 차린 건강한 밥상을 말하며 식감을 돋우기 위한 ‘컬러푸드’와는 구별된다. 즉 내몸의 기운을 평등하게 키우는 밥상이 오행밥상이다.

 2부에서는 구체적인 자연의 식재료와 소박한 음식을 소개하고 이들을 소울푸드라고 이름하며 집에서 만드는 법도 간단히 제시한다. 어려운 레시피의 요리는 아니지만 나같이 부엌에서 서성대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으른 주부는 손이 많이 가야할 것만 같아 머뭇거려진다. 저자는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은 제 손으로 만들어 먹어야 좋은 기운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식, 절식, 단식으로 마음의 살도 덜어내라고 한다. 또한 계절별로 좋은 자연의 음식재료를 상세히 소개하여 우리몸이 상생의 기운으로 조화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음식으로 낫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처럼 자연의 먹을거리는 모두 우리 몸과 기운을 같이 할 때 약이 된다. 많은 가축을 살해한 끝에 생긴 아흔여덟 가지나 되는 병을 끊는 길은 우리의 태도, 음식에 대한 총체적인 태도에 있다 하겠다. 1%의 느린 개혁이 나로부터 일어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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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식사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07-04 10:09 
    * 혜경님의 2008년 7월 3일자 <식탁위에 명상> 리뷰에서 발췌 '부엌에서 서성대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으른 주부는 손이 많이 가야할 것만 같아 머뭇거려진다.'
 
 
순오기 2008-07-0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안녕?
이책 서평단 신청했다 미역국 먹었어요~ 아흐~ 님 리뷰 덕에 궁금증을 풀고 가요.]
그런데 3문단에 아토피를 60년대 먹을거리의 풍요로움이 가져온 결과라고 했는데...60년대 먹을거리의 풍요로움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돼요. 60년대가 아니고 80년대나 90년대가 아닌가요?

프레이야 2008-07-04 08:17   좋아요 0 | URL
그게요.. 질보다 양적인 풍요를 아이러니하게 말한 걸로 들렸어요.
우리세대가 그렇잖아요. 잘 먹었죠. 뭐든 몸에 좋다 나쁘다 가리지
않구요. 60년대면 저 어릴 적인데요, 70년대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웰빙이니 뭐니 몸에 좋은 것 따지게 된 건 그 이후지요.
그 세대가 자라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에게 병이 나타난 거죠.
전에 이 부분은 부산 번개에서 드팀전님도 잠시 꺼냈던 기억이 나요.
열정 넘치는 오기 언니, 잘 지내시죠? ^^ 늘 응원합니다.
일본 여행도 잘 다녀오세요. 후기 기대할게요^^

turnleft 2008-07-0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썩!! 오랜만의 혜경님 리뷰군요!!

아 정말, 요즘 같은 때는 가족들 먹거리 챙기시는 분들 고민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먹고 사는 문제로 이렇게 고민을 해야 한다니, 시간이 지나도 세상살이는 별로 발전하는 것 같지 않단 말이죠..

영화 '월리'에 보면 기계에 모든 것을 의존한 인간의 비참한(?) 미래가 나오거든요. 단지 먹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물'이 살아가는 패턴의 변화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콘크리트 벽 속에 갖혀서 온실 속 화초처럼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결국 인간은 병약해질 수 밖에 없겠죠. 먹는 것 포함,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하나 고민이 많은 요즘이랍니다.(총각이 왜 이런 고민을.. -_-)

프레이야 2008-07-05 17:11   좋아요 0 | URL
턴님, 반가워요.^^
월리,는 못 봤어요. 먹을거리를 통해 우리 삶의 작은 부분까지
근본적으로 통찰하게 하는 요즘이네요. 총각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죠. 요즘같으면 애 안 낳고 싶단 생각이 자연스러운 것 같을
지경이에요.

마립간 2008-07-0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 내용을 저의 서재에 옮깁니다.

프레이야 2008-07-05 17:11   좋아요 0 | URL
^^ 마립간님, 그 구절이 가장 와닿던가요.
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소나무집 2008-07-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꼼꼼한 내용 설명...
저는 부처님 말씀이 많아서 1부에서는 책이 잘 안 읽히던 걸요.

프레이야 2008-07-05 17:12   좋아요 0 | URL
님의 리뷰도 잘 읽었어요. 1부에 부처님 말씀이 좀 많긴 하더군요.
실천의 문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