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사진)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호두나무 잎에 어둠이 뭉쳐 있을 때 그 끝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외로운 산까치처럼 나는 살아왔다

거친 꽃을 내뱉으며 늙은 영혼의 속을 꺼내 보이는 할미꽃처럼

나는 살아왔다

그러나,

허물을 벗어놓고 여름을 우는 매미처럼

하나의 열망으로 노래하리니

꾹꾹 허공에다 지문을 눌러찍으며 물결쳐가는 노래여

절절 끓는 아랫목으로 불 들어가듯 가는 노래여

더 슬픈 노래여

나는 이제 심장을 바치러 온다

 

 문태준 시집 <맨발> 중,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

*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는 스페인 여가수 마리나 로쎌의 노래, "가난한 이들의 달은 항상 열려 있다.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바꿀 수 없는 문서처럼 나는 내 심장을 바치러 온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水巖 2008-05-2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너무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더 슬픈 노래여 나는 이제 심장을 바치러 온다.....'

사진의 음영처리가 멋있군요. 역시 ........

프레이야 2008-05-25 12:31   좋아요 0 | URL
수암님, 오월도 이리 가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전호인 2008-05-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폭 빠졌던 관계로 글은 읽지 못했습니다.
컴터 그래픽 처리가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대단한 영상입니다.

프레이야 2008-05-25 12:31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안녕하시죠? ^^
요즘 이래저래 글도 안 읽히고 안 쓰이고 그렇습니다.

2008-05-20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urnleft 2008-05-21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배경 처리가 굉장히 좋네요 +_+

무스탕 2008-05-2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심장 멈추는줄 알았어요..

2008-05-2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5-2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 정말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