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 사진)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호두나무 잎에 어둠이 뭉쳐 있을 때 그 끝에서 새벽을
기다리는 외로운 산까치처럼 나는 살아왔다
거친 꽃을 내뱉으며 늙은 영혼의 속을 꺼내 보이는 할미꽃처럼
나는 살아왔다
그러나,
허물을 벗어놓고 여름을 우는 매미처럼
하나의 열망으로 노래하리니
꾹꾹 허공에다 지문을 눌러찍으며 물결쳐가는 노래여
절절 끓는 아랫목으로 불 들어가듯 가는 노래여
더 슬픈 노래여
나는 이제 심장을 바치러 온다
문태준 시집 <맨발> 중,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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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는 스페인 여가수 마리나 로쎌의 노래, "가난한 이들의 달은 항상 열려 있다. 나는 심장을 바치러 온다. 바꿀 수 없는 문서처럼 나는 내 심장을 바치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