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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 ㅣ 천국의 아이들 2
마지드 마지디 지음 / 효리원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감동의 영화가 동화로 재탄생되었다.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자신의 유년시절, 가난했지만 꿈과 선함을 잃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다시 동화로 써 그 감동을 살려냈다. 이 동화는 표지에서부터 삽화 모두가 그림이 아니라 영상이다. 영화의 스틸컷을 삽화로 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생동감있는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 들어있는 영상만으로도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천국의 아이들 2>도 나왔다. 이 책도 영화를 동화로 쓴 것이지만 1편동화의 번역을 맡았던 김병규님이 썼다. 영화 감독은 마지드 마지디가 아닌 신예감독인데 이 영화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전에 동화를 먼저 보는 게 좋지 않을까싶다.
<천국의 아이들>은 말 그대로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씨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허리가 아파 꼼짝 못하는 어머니, 변변한 일거리가 없는 아버지, 분유도 넉넉히 못 먹는 어린 동생 그리고 서로 아끼고 위해주는 소년과 소녀, 알리와 자라가 나온다. 알리가 자라의 분홍구두를 잃어버린 사건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서로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부모님의 어려운 처치를 잊지 않고 마음 아프게 하지 않으려는 이 아이들의 마음이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상이 아닌 천국의 심성이다. 유일한 신발을 오빠의 실수로 잃어버린 자라는 오빠의 헌 운동화를 돌아가며 신기로 한다. 오전반을 마치고 나면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와 오빠 앞에 운동화를 벗어놓는 자라. 운동화 갈아신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슬리퍼 위에 발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알리. 알리는 또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가지만 지각을 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렇게 뛴 덕분에 마라톤대회도 나갈 수 있게 된지도 모른다.
3등을 하여 상품으로 탄 운동화를 동생에게 주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알리는 "3등이 제일 어려워"라고 말한다. 1등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실망하여 연못에 발을 담그고 앉는다. 금붕어들이 몰려와 알리의 상처투성이 냄새나는 발을 핥는다. 이 때의 영화장면이 참 아름답다. 초록 연못물 안에서 하늘거리며 꼬리짓을 하는 붉은빛 금붕어들이 알리에게는 더없이 위로가 된다. 자라는 오빠가 더욱 슬퍼할까봐 실망의 빛을 내지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아직 모르고 있는 게 있다. 지금 문밖에는 아버지가 양손에 잔뜩 선물을 사들고 와있다는 사실이다. 감자봉지, 전기다리미, 아기분유 그리고 운동화 두 켤레. 아버지는 아마 새로 시작한 정원사일이 잘 된 모양이다. 삐죽이 보이는 운동화 두 켤레가 마치 아이들의 마음처럼 순백이다.
자신의 잃어버린 구두를 어떤 아이가 신고 있는 걸 보고 따라가보니 그 아이의 아버지는 장님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게도 그 구두는 잘 어울려보인다. 여기서 알리와 자라는 그 구두를 달라고 말하지 않고 "쟤한테도 잘 어울리네. 그냥 갈까." 라며 돌아선다. 자기것이라면 똑 부러지게 주장하고 움켜쥐려는 아이들이 대부분일텐데, 하물며 자기도 맨발이면서 이런 마음을 쓰는 아이들에게 '천국의 아이들'이란 제목은 더할 수 없이 어울린다. 천국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단어에는 행복, 기쁨, 빛, 선함, 아름다움.. 이런 것일 테다. 제목처럼 이 아이들에게는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고 이런 마음의 보석들을 품고 나누며 사는 아이들이다. 결국 천국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것이란 평범한 진리를 제목이 뜻하고 있다.
5학년아이들과 이 책을 읽었는데, 한 아이가 이 대목에서 "나라면 당장 내놓으라고 다그쳤을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한 말, "그러니까 우린 지옥의 아이들인거지." 하하하 웃으면서도 아이들은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은 넉넉한 마음이 되어 돌아간 것 같았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활자 크기에 영화의 장면들이 적절히 들어가 있어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처럼 풋풋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