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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속에 숨은 과학 ㅣ 봄나무 과학교실 4
정창훈 지음, 이상권 그림 / 봄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 정창훈님은 '해리포터 사이언스'로 처음 알게 되었다. 과학을 쉽고 친근한 학문으로 접근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묻어나는 책이라 마음에 든다. 이 책에는 우리 조상들의 속담을 푸는데 그 뜻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숨은 과학적 원리들을 설명하는 게 목적이다.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말들 중에 알고 보면 이런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게 흥미롭다. 물론 조상들이 여기서 설명하는 과학적 원리들을 알고 말을 한 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모르고 한 말 속에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자연을 이용한 지혜가 숨어있다.
모두 16개의 속담을 제시하며 각각의 이야기기에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든다. 가벼운 삽화와 함께 필요한 곳에서는 사진 자료도 보여주고 설명에 필요한 그림도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과학원리는 기체와 액체의 흐름, 후각, 열전도 방식, 자외선, 착시현상 등 주위에서 흔히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속담과 연관하여 설명해 놓아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 읽듯이 술술 읽을 수 있어서 초등 고학년 정도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물 위에 뜬 기름'이라는 속담과 그 원리이다. 흔히 무리 속에 잘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가리켜 물위에 뜬 기름 같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나름의 고민이 있을 것이지만 사람들은 쉬운 말로 그 사람을 특이한 부류로 묶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왕따, 따돌림의 경우도 이런 아이들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기름이 물에 뜨는 까닭은 두가지이다. 기름의 비중이 물보다 작기 때문이 그 하나요, 애초에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기 때문이 두번째 이유다. 즉 기름과 물이 잘 섞이지 않는 까닭은 기름 분자와 물 분자의 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물과 기름처럼 한데 어울리기 어려운 운명이다. 유난히 유화작용을 잘 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성질이 다른 사람들이 잘 섞여 지내려면 서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저자는 비누의 원리를 설명한다. 빨래의 비밀을 설명하면서 물과 기름은 서로 극성분자를 가지고 있어 잘 섞이지 않지만 비누의 한쪽은 비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기름분자와 잘 결합하여 물과 섞이게 한다는 원리다. 물에 잘 녹지 않는 기름때를 비누 분자가 둘러싸고, 그 덩어리가 물에 녹으면서 빨래의 기름때가 빠지는 것이다.
"물과 기름 같은 친구를 위해 비누 노릇을 해 볼 생각은 없나요?" 비누 노릇을 잘 하며 주위를 밝고 경쾌하게 하는 친구는 누구든 가까이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말 못할 성격상의 사정으로 이런 역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이 비누 노릇을 해보라는 저자의 말이 참 사려깊게 들린다. 이 책은, 이렇게 과학원리 안에서도 인간적이며 따뜻한 마음작용을 풀어 주어 과학이 딱딱하고 건조하게만 들리지 않는 장점을 보여준다. <속담 속에 숨은 과학>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욱 밀착시켜주는 '생활 속의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