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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논 이야기 ㅣ 봄나무 자연책 2
임종길 글 그림 / 봄나무 / 2005년 8월
평점 :
이 책을 쓰고 그린 임종길님은 수원시에서 도토리교실을 열어 친환경생태체험의 기회를 나누고 환생교(환경과 자연을 살리는 전국교사모임)의 일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녹색손'은 여기서 저자를 함께 부르는 친환경이름이다. 개망초, 계수나무, 쇠비름 그리고 큰그늘 같은 이름도 있었다. 한결같이 녹색내음이 묻어나는 이름들이어서 듣기만 해도 정겹고 신선하다.
<두꺼비 논 이야기>는 실제로 두꺼비와 논을 살린 이야기를 진솔하고 실감나게 들려준다. 체험을 바탕으로 읽는 이를 함께 체험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조도 참 겸손하고 담백하다. 듣는 이를 배려하여 어려운 말이나 거드름을 피우는 문구는 전혀 없이 친근하게 들려서 어떤 환경표어보다도 설득력이 있다.
노란연두빛의 속지를 비롯해 밝고 재미나게 그려낸 삽화들이 내용의 이해를 돕고 읽는 맛을 더한다. 식물이나 동물의 세밀화는 책을 읽다가 잠깐 작은 식물/동물 도감을 펼친 것 같아 기분이 전환된다. 모판을 만드는 과정이라든지 음식찌꺼기로 비료를 만드는 방법, 두꺼비와 논과 벼의 한살이 같은 것들은 따로 꼭지를 마련하여 중간중간에 넣어두었다. 물론 상세하게 그린 삽화로 내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배려하였다.
차례를 보면 다소 두서 없어 보인다. 이른 봄, 논둑길에서 두꺼비 논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날 두꺼비의 알을 발견한 화가이자, 환경지킴이이자 미술선생님인 저자는 개구리알도 아닌 두꺼비알에 관심을 갖게 된다. 모내기 후 불어나는 풀들을 없애기 위해 농부가 뿌리는 제초제 때문에 두꺼비들이 배를 하얗게 뒤집고 죽어간다. 그 모습을 보며 작은 생명을 살려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두꺼비논 만들기 작업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손이 들어가고, 그만큼 많은 소득이 있다. 제초제 대신 논바닥을 밟고 들어가 직접 피사리(벼를 제외한 풀을 뽑아내는 일)를 하고 두꺼비새끼를 옮겨주어 새들의 밥이 되지 않게 그물을 쳐주기도 하면서 몸소 깨닫게 된 많은 것들을 쉽고 간결하게 적어두었다. 이야기의 내용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지만 그만큼 저자의 경험담을 소박하게 술술 풀어적은 글이라 편안하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들려주고 있어 친숙하게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벼를 키우는 것들은 농부일까? 아니 논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라는 점.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란 말은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논의 주인은 누구일까? '를 생각해보는 대목이라든지 '벼를 키우는 귀한 것들'에 대한 대목이 눈에 뜨인다. 친환경농법으로 쌀을 재배하겠다고 조그만 땅뙈기에서 온갖 생물들과 함께 키워낸 두꺼비쌀을 거두어 냄으로써 더디더라도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다. 그런 염원을 담아 논에 솟대를 세우고 도토리교실 일요장터(책에선 선데이 마켓이라고 하는데 난 일요장터라고 부르고싶다)를 마련하는 등 환경을 살리고자하는 소망이 또다른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꺼비논 옆에는 두꺼비 텃밭을 두어 자연을 벗삼아 노니는 장면들이 덤으로 나와 신난다. 진달래로 화전을 부쳐 먹고 비통을 만들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무로 잠자리도 만들어본다. 이런 이야기들이 삽화와 함께 만드는 과정까지 자세히 나와있어 체험해보기에 좋은 안내가 된다. 새먹이통을 만드는 방법도 흥미롭다.
논이 주는 귀한 선물은 두꺼비알에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크고 값지다. 논은 홍수 조절 능력이 댐보다 크고,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줄뿐더러 풍부한 산소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하지만 논의 진면목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들이 마치 엄마 품인 것처럼 기대 살아가는 곳이라는 데 있다 (68쪽)
중간중간에 숲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숲에 사는 새와 거위벌레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것은 숲의 이야기는 논으로 이어지고 논의 이야기는 숲의 이야기까지 품고 있다는 말이다. 즉 환경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태계의 원리처럼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점이다. 두꺼비를 살리기 위하여 시작한, 어쩌면 무모해보이는 작은 노력이 결코 헛되거나 불가능한 일이 아니란 것을 이 책을 보며 알 수 있다. 환경에 대한 어린이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 책도 꼭 권하고 싶어진다. 4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