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입는 피부 머리에서 발끝까지 7
조은수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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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머리에서 발끝까지, 라는 시리즈로 아이세움에서 나온 이 책의 시리즈는 '재주많은 손'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3-4년 전 인걸로 기억된다. 처음 보았을때부터 어지간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후로 나온 것들 중 '떠들썩한 성'이 가장 최근 것인 것 같다. 조은수님의 재치있는 글과 개성있는 그림이 내용 못지않게 돋보이는 책이다.

<갈아입는 피부>는 이 책의 다른 시리즈물과 다르지 않게 설정부터 흥미롭다. 우리들 피부를 요술옷에 비유하여 우리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여러가지 피부옷을 갈아입고 산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제로 피부 탐험을 시작하게 하니까 3학년 정도의 아이들의 보기에 신기하게 느껴진다.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쉽고 귀에 쏙 들어오는 용어로 바꾸어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눈으로 보기에도 한눈에 이해되도록 재미난 삽화를 곁들인다.

우리의 피부는 매끈한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삼겹살'이고 온도와 상황에 따라 '안성맞춤 요술옷'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알록달록 피부 전시장'에서는 사람의 피부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동물의 갖가지 특이한 피부를 소개한다. '왁자지껄 피부 동물원'에서는 생각하면 징그럽기도 한, 각종 피부병을 일으키는 벌레들을 익살스럽게 전시했다. 뜀뛰기의 명수 벼룩을 비롯하여 아빠 발에 잘 일어나는 무좀균까지 소개하며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보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한다. '깨금발 돋움발' 이라는 꼭지에서는 피부와 관련하여 품을 수 있는 궁금증들에 간략히 대답해 놓았다. 손톱, 발톱, 머리카락 그리고 솜털 같은 것들도 피부가 변형된 것이며 유일하게 털이 나지 않은 피부는 손바닥, 발바닥 그리고 입술이라는 점도 알지만 다시 짚어주니 재미있다. 

이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굵은 붓으로 거친듯 힘있게 채색되어있다. 마치 회벽에 마구 붓질을 해둔 것 같은 장도 있고 아이가 마음대로 그어놓은 것 같기도 하다. 특이한 삽화로 내용을 더욱 흥미롭게 한 점이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조은수님은 실제로 아토피 피부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런 경험으로 피부에 대해 더욱 흥미로운 정보를 담을 수 있었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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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2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괜찮긴 하던데..
님 설명 들으니 더욱 궁금한걸요??

프레이야 2006-03-2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모두 재미나고 유용해요. 3학년 정도에서 보면 좋을 듯해요.

반딧불,, 2006-03-2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과학의 원리를 사고 파는 과학상점 - 물리.지구과학편 과학의 원리를 사고 파는 과학상점 2
전민희 지음, 심창국 그림 / 예림당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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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원리를 가르치는 어린이 책들이 요즘은 다양하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다.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은 과학을 쉽게 접근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쓰기도 하는데, 이 책은 사고 파는 행위를 이용했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이상이면 읽기에 적합하겠다.

여기 나오는 과학 상점의 주인들은 모두 과학사에서 일획을 그은 유명한 과학자들이다. 아르키메데스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이 상점을 주인으로 등장하여 그들의 과학원리를 팔고 하루일에 끝나면 상점일지를 써서 그 원리에 대한 간단한 요약을 한다. 과학 원리를 파는 일은 독자에게 그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시대를 살짝 뛰어 다른 과학자가 넘나들며 등장하기도 하여 어떤 원리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역설한다. 근거를 대며 원리에 대한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과학의 원리가 어느 순간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 여러 과학자들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나오게 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위대한 과학자 뒤에는 그 이론에 뒷받침이 되는 이전 시대의 과학자들이 있었다는 점도 알게 된다. 과학은 이렇게 발전을 거듭하며 진리에 가까워진다.

이 책의 다른 장점은 실생활 속에 숨어있는 과학의 원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이 생활과 동떨어진 이론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로서 그 원리를 좀더 알고 생활하면 더욱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학은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사건이나 사고, 기술발달은 물론 우리의 사고까지도 폭 넓고 건전한 방식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모두 16명의 과학자가 갖가지 상점의 주인으로 등장하여 자신이 발견한 과학원리를 파는 과정을 따라가며  각 장의 옆에는 '장바구니'라는 작은 코너에 중요한 과학용어나 법칙 같은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3개의 가게는 주인의 이름이 실명이 아닌데, 지오, 레이니, 오조니 같은 것이다.  아이들은 이 이름도 실제 과학자의 이름으로 착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각각 그 상점의 특성을 잘 살려서 지은 이름이다. 지오는 지구를 뜻하고 레이니는 산성비와 연관한 것이며, 오조니는 오존층을 설명하면서 지은 이름이다. 삽화는 심창국님의 그림으로 만화처럼 재미나면서도 핵심을 찔러 보기에도 유쾌하다. 깊이 알기보다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평소 알고 있었던 과학원리에서 조금더 알고 싶은 정도라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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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은 상장 내친구 작은거인 9
이상교 지음, 허구 그림 / 국민서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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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감나무과 낙엽교목인 고욤나무와 고욤나무 열매다.

<처음 받은 상장>에는 주인공 시우가 쓴 멋진 시가 여러 편 등장하는데 '고욤나무'를 제목으로 쓴 시를 보자.

고욤나무

고욤나무는 감나무 동생/꽃도 감꽃보다 조그맣고/잎도 조그맣고/매달리는 고욤도 조그맣다.

고욤나무 가지에 고욤이 다닥다닥/살보다 씨가 더 많은 고욤이 다닥다닥/멀리서 보아도 다닥다닥/싸우지 않고 사이좋게도 다닥다닥.

이 시는 아빠가 4남매를 위해 고욤나무에 매달아준 그네 때문에 시우가 동생이랑 티격태격하다가 부모님께 혼나고 혼자 고욤나무 꼭대기에 걸터앉아 몸을 출렁이며 흥얼거리는 싯구다. 시우는 2학년 여자아이인데 4남매중 세째로 아래 위로 치여서 눈에 띄지도 않고, 별달리 칭찬이나 사랑을 못 받고 사는 아이다. 외모도 그렇고 특기할 만한 자랑거리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시우는 '어린 시인'이다. 언제나 일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엉뚱한 아이지만, 구구단 숙제를 안 해와서 두 손을 들고 벌을 서 있는 상황에서도 머릿속으론 싯구를 흥얼거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손을 들고 창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는 저를 닮아 키만 멀대같이 크다. 벌을 서고 있는 자기를 보는 게 창피해 칠판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우를 보면 씩씩하고 덜렁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 있는 여리고 착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2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스스로에게 주는 상장을 만들어보게 했다. 왜 스스로에게 상장을 주라고 할까?, 라고 질문을 하니까, 앞으로 더 잘하라고요, 라는 대답들을 했다. 나는 아니, 너희들은 지금으로도 충분히 상장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 너무나 착한 언니이며 뭐든 잘 하고 지금 그 자체로 아주 소중하단다. 나는 이런 말을 해 주며 사실은 아이들이 아닌, 나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의외로 글쓰기와 피아노치기 그리고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였다. 잘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어른들의 채근에 자신감을 잃은 상태가 아닌가하여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맏이인 아이들은 동생 때문에 속상하고 억울한 일들을 털어놓으며 눈물이 잠시 고이기도 했다. 형이 있는 아이는 동생으로서 또 슬프게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일상에서 얻는 마음속의 상과 벌들을 시우처럼 시로 풀어쓰게 했더니 진솔한 마음이 드러나 쉽게 동시를 썼다.

작가가 창조한 시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다. 또한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가 아이에게 최고의 힘이 된다는 미덕도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이다. 하지만 작가는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시우라는 아이에게 최고의 상장을 수여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처럼 놀기를 좋아하고 엉뚱한 생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시우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생각의 집'을 지을 줄 안다. 그것을 시로 풀어내며 영글어가는 아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받는 마음의 상처를 오래 담아두지 않고 시로 승화시키며 자신을 키워가는 아이가 대견하다. 결국 시우는 가족들의 사랑을 깨닫고 마음의 병이 불러온 열병을 씻은듯이 턴다. 그런 힘은 밖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조금씩 태동하고 있었던 것이라 믿는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시우의 동시만 골라 읽어보아도 마음이 따듯해진다. 삽화 또한 율동적이며 시우의 다양한 심리와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데 또렷한 몫을 한다. 갯벌에서 넘어질 때는 수채물감이 튀어오를 듯 바닷물을 찍어올리고 고욤나무에 매단 그네를 타고 있는 시우는 정말 '구름나라로 놀러 가는 것 같'다. 

시우가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상을 받은 동시는 '그네'라는 제목이다.

그네

손으로 줄을 단단히 잡고 위로/휙- / 하늘나라, 구름나라로 놀러 가는 것 같다.

고욤나무 비밀 나무에 맨 내 그네/나는 혼자 그네를 탄다.

그네에 앉아 하늘로 휙 올라가면/고욤나무 이파리는 손뼉을 쳐 준다./혼자서 잘 탄다며 팔랑팔랑 손뼉을 쳐 준다.

단지 유감이라면, 작가가 '글짓기'라고 쓴 부분을 '글쓰기'라고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본문 중에 시우의 장점을 알아보고 있었던 선생님이 글쓰기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말의 뜻에도 '글쓰기'가 더 어울리겠다.

- "글짓기라는 것은 하루마다 일기를 적는 것처럼 자기의 생각을 긴 글이나 짧은 시로 적는 걸 말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아, 정말 그렇겠구나!', '나도 이 글을 쓴 사람과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 바로 좋은 글이란다. 그러니까, 생각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면 되는 거란다. 알겠니? 선생님이 보기에는 우리반에도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글짓기'보다는 '글쓰기'가,  좀더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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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3-2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며 퍼갑니다..
 
사람을 길들이는 개 쭈구리
소중애 지음, 심창국 그림 / 예림당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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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애 님의 동화는 정말로 재미나다. 아이들을 위해 곱고 바른 언어를 골라 써야지, 아이들에게 반듯한 생각을 심어줘야지, 뭐 이런 딱딱하고 부담되는 생각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가르치려고도 들지 않고 잔소리도 없다. 그러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읽게 된 <사람을 길들이는 개 쭈구리>는 2년 전 초판되었던 책이니 쭈구리도 그동안 나이를 먹었겠다.

이 책의 매력을 찾아보자면 여러가지다. 먼저, 작가가 자신의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을 여과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쭈구리랑 살게 되는 과정부터 한달간 떨어져있어야 하는 사정까지 알콩달콩, 엎치락뒤치락 펼쳐진다. 실제 쭈구리의 사진을 곁들여놓고 그 아래 쭈구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해놓은 글은 생각해볼 만할 진지함이 묻어있다. 빨간 옷을 입고 눈망울을 굴리며 뭔가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쭈구리가 귀엽다. 이 책을 보고 애완견을 기르자고 부모를 조르는 아이들이 늘어날 것 같기도 하다.

쭈구리는 잔뜩 경계심을 놓치 않고 이쁜이를 골탕먹이지만 '작가의 동생'이라는 말을 듣고부터 마음을 푼다. 쭈구리와 이쁜이의 관계는 누이동생사이로 발전한다. 쭈구리라는 이름은 이쁜이(작가의 별칭)가 붙여준 이름이다. 성은 '앗'이다. 주름이 위엄있는 귀족처럼 느껴지는 쭈구리는 그래서 할머니 팬이 많다. 쭈구리의 못생긴(?) 얼굴을 갖고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쭈구리가 하는 말은 남에 대해 말이 많은 사람들을 찌른다. 이렇게, 쭈구리가 내뱉는 말과 거침없는 행동이 연이어 웃음을 자아낸다.

쭈구리의 눈과 입을 통해 보여지는 이쁜이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바로 우리들의 행동이기 때문에 가식이 없다. 한여름날, 팬티와 브래지어만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이쁜이, 방귀냄새 소동, 공원에서 쭈구리가 눈 똥을 휴지로 치우지 않고 민들레를 피우도록 흙으로 덮어두는 이쁜이, 새해첫날 무작정 바다로 가는 이들 남매. 에피소드마다 장난기 가득하며 정이 담뿍 흐른다.

쭈구리는 이쁜이를 애완사람으로 안다. 어떻게 하면 내 말을 잘 들을 수 있을까, 하며 이쁜이를 길들이려한다. 하지만 번번이 성공하지 못하고 이들간의 긴장감이 또 어떤 사건을 물고 올까, 흥미진진하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에 갖는 생각을 역으로 그리고 있어서, 사람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3일동안 혼자 두고, 성대수술을 해버리고, 전지한 나무처럼 털을 다 깎아버리고,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수의사와 질이 좋지 않은 사료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나무란다.

편지가 네 통 등장한다. 처음의 두 통은 서로에게 잘못한 것을 고백하는 식으로 알고보면 오히려 상대의 약을 올리는 셈이다. 이걸 읽으면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끝부분에 이쁜이가 쭈구리에게 쓴 편지는 '닭살에 유치의 극치'다. 그런데 우리의 쭈구리는 이런 편지에 바로 무너져버린다. 얼마나 순수하고 착하냐.^^  작가가 진짜 쭈구리에게 쓴 편지는 가장 마지막에 있는데 가족에게 담긴 사랑이 가득하다. 그래도 이쁜이에게 오기 전의 주인, 황선생님 집에서 진돗개 가족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역시 작가는 우리 혈통의 개를 치켜세워주고 있는 것 같다. 퍼그가 아무리 귀족견이라해도 말이다.

이쁜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쭈구리. 역시 사랑은 상대를 길들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 알게 모르게 길들여지는 게 아닐까. 쭈구리의 깊은 생각이 또르르 말려올라간 꼬리에 힘있게 매달려있는 것 같아보인다. 쭈구리는 꼬리로 생각을 전한다고 하지. 심창국님의 만화같은 삽화는 이쁜이와 쭈구리의 실물을 퍽이나 닮게 그렸다.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둘의 얼굴도 닮아있다. 이 동화는 유쾌발랄함 중에  진지한 생각이 담겨 흐뭇한 웃음을 불러낸다. 3,4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보면 재미있어할 것 같다. 참고로, 쭈구리는 사람이라면 별로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 물불 가릴 줄 모르는 애들을 제일 무서워한다.~

문득 다니엘 페나크가 쓴 <까보 까보슈>가 생각난다. 이 책의 뒷면에 다니엘 페나크는 이렇게 써 놓았다.

- 개를 길들이려고 하지 말고 개에게 길들여지지도 말라는 거다...... 하지만 최소한의 훈련은 필요하다. 하지만 훈련이란 서로의 자존심을 존중할 것을 가르치는 일이다. "개의 자존심이란?" - 개답게 살아가는 일.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대로 된 훈련사는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가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며 행동하고자 한다면 자기 곁에 사는 개의 자존심을 존중해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일, 그것이 바로 우정의 규칙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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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없던 어느 날 - 저학년을 위한 들꽃동화 01
케테 레하이스 지음, 수잔 오펠-괴츠 그림, 김완균 옮김 / 해와나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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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1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삽화가 눈길을 끄는 책이다. 연필 스케치를 한 것 같은 삽화에 심리와 동작의 움직임이 살아있다. 특히 형 토미와 동생 부츠의 표정은 퍽이나 재미나다. 예기치 못한 일들 앞에서 난처해하면서도 책임감을 느끼는 형 토미와 그저 철없이 신나기만 한 동생 부츠의 얼굴이 대조적이며, 귀염성스럽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래?' 라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이 책을 함께 보는 부모님에게도 같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셈이다. 우리는 늘 어떤 일도 거의 예기치 못한다. 예상하고 계획하여 일을 해나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그저 어떠한 것도 내 생각과는 다르게 벌어지기 십상이다. 단지 그 일들의 물밑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었나를 살펴볼 수밖에 없다.

행동의 기저에 있는 동기가 중요하다.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데 있어 아이들에게 솔깃한 동기를 부여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사실 엄마 아빠가 잠시 없는 동안 토미에게 벌어진 일들은 그때 갑자기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되짚어보면 그 이전부터 그런 일들이 벌어질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상황으로 먼저 보여준다.

문제는 그놈의 '여섯마리 부엉이 접시'였다. 토미가 가장 좋아하는 이 접시를 토미는 부주의하게도 여러번 깨고 만다. 그 때마다 아빠는 새 것으로 사다 주었지만 어느 날부터는 다시 이 접시를 갖지 못하게 된다. 마트에 더 이상 그 접시는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미는 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고 싶어 병이 날 지경이다. 어떻게 하면 토미는 그 접시를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아니, 토미는 기회를 늘 엿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토미의 작은 소망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엄마 아빠를 감동하게 만들어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아이다운(?)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아이들의 발칙한 심리를 잘 포착하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동기가 그리 불순한 건 아니다. 그것 때문에 토미의 형다운 생각과 선한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드러나게 된다. 아빠를 대신하여 쓰레기봉투를 치우려 하고, 동생이 깨진 병조각에 발을 다칠까 노심초사하고, 우는 아기동생을 위해 우윳병을 찾고, 벽에 묻은 잼을 닦아내기 위해 걸레를 빨아야했던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일은 토미가 의도한 것과는 달리 점점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물난리가 난 집안에 성큼 들어서지도 못하고 입구에 서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엄마 아빠를 보라. 작가는 이제 어른들의 심리를 그대로 그려낸다.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맏이에게 야단만 실컷 하고, 아이를 이 모양으로 키웠다고 서로 탓을 하며 싸우고, 토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 엄마 아빠 때문에 속이 상해 흐느낀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희미하게 듣고 아이방으로 가려는 엄마와 아빠간의 대화, 그리고 이들의 갈등이 간단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결국 아빠도 엄마도 마음은 한 가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토미를 침실로 데려와 가운데 눕히고 위로하고 사랑의 뽀뽀를 해준다.

토미의 흐뭇해하는 표정과 그 다음날 얻은 '일곱마리 부엉이 접시'를 상상해보는 것으로도 독자에게 행복이 전염된다. 마지막 문장은 더욱 재치있다. 이제 '여섯마리'가 아니라 '일곱마리' 부엉이 접시를 더 좋아하게 된 토미. 이런 보상으로 토미는 동생을 돌볼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멋진 형이 완벽하게 된 것 같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을 동생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다. 이런 덤을 얻기 위해 '여섯마리 부엉이 접시'는 잃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일곱마리 부엉이 접시' 로 더욱 마음밭이 자란 토미는, 아직은 그 접시를 깨지 않고 있지만, 다음에 또 이것을 잃고 다른 보상으로 쑥 커질 것이다. 

삽화 곳곳에 토미가 좋아하는 부엉이와 부츠가 좋아하는 생쥐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엄마 아빠가 없던 어느 날>은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유쾌하게 읽으며 가슴 따뜻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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