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 산하어린이 127
이영옥 지음, 박재동 그림 / 산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만화가 백재동 이야기이다. 산하어린이에서 '나도 따라갈래요'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뒷책날개를 보니, 연극인 박정자와 최일도 목사 편도 나와있다. 이미 세상을 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책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 박재동 만화가의 이야기를 4학년 남자아이들과 함께 보며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우선 만화가 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졌다.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로서는 꽤 호기심이 가는 눈치였다.

책표지에는 박재동의 얼굴이 사진으로 나와있고 그가 그린 만화 한 장과 몇몇의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져있다. 그 캐릭터들은 영화필름 안에 들어있는 걸로 보아 영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책을 읽어보니, 박재동 만화가는 요즘 '오돌또기' 라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업에 빠져있다고 한다.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하는 작품인데 시나리오와 캐릭터 등 준비가 거의 다 되었는데도 내용상의 몇몇 문제와 제작비 문제로 인해 아직 완성을 못 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이 책은 한 인물이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살려나가고 어릴 적 가슴에 심었던 꿈을 어떻게 이루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박재동은 어릴 때부터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상당한 열정과 고집이 보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묻어나면서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재능을 보고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믿고 밀어준 부모님들, 그의 재능을 높이 사서 회비를 받지 않고 그림지도를 해준 신창호 화백, 그리고 어려운 고비에서 좋은 길로 인도해준 친구들과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준 아내에 이르기까지 만화가 박재동은 재능만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라는 복까지 얻은 사람 같아 보였다.

인물의 그릇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고교미술교사로 재직 중일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제자가 "선생님의 그림은 독특하긴 한데 뭔가 빠져있습니다. 인간의 삶과 역사가 빠져있습니다." 이런 내용의 말을 한다. 여기서 박재동은 "내가 너의 스승이 아니라 네가 나의 스승이다. 그려도 그려도 뭔가 허전한 게 있었는데 이제야 그걸 알겠다." 라고 대답하며 침체기에 빠져든다. 제자의 말에 이렇게 수용의 자세를 보이며 거듭날 수 있는 회초리로 삼은, 인물됨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일을 계기로 박재동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 것 같다.

이후 박재동은 한겨례신문의 시사만화가로 활동하며 만평을 쓰고 그린다. 가로세로 9센티미터 크기의 네모 안에 강한 인상의 이야기를 그려내야하는 일이 피를 말리는 작업이었다고 간접적으로 술회한다. 이 책에는 그 때 인기있었던 시사만평도 몇 실어놓았고  환경문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 여러 곳 소수자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있다. 아이들에게<십시일반>에 나와 있는 박재동의 그림도 덤으로 보여주었더니,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만화가 그 책에 나와있는 걸 보고 흥분하며 좋아했다.  당장 그 만화책을 사겠다고 책 제목을 적고 책값을 물어보고 야단이다. 빌려주겠다고 해도 살 거라고 우긴다.^^

박재동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릴 적 '요술소년'과 '피노키오' 만화영화를 보면서 '움직이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작업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재능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 그리고 한 길로 가는 고집스러움외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할 것이 있다면 노력, 열정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함을 느낄 수 있다.  어릴 적부터도 박재동은 그림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스크랩을 해두어 훗날 만화를 그릴 때 그것들이 상당히 도움된다고 한다. 열정이라면 대표적으로, 밥도 안 먹고 잠도 아껴가며 다락방에서 장편만화를 그리는 일에 푹 빠졌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들 수 있다. 그 스케치북을 아버지가 다 쓴 것인 줄 알고 버렸을 때 얼마나 아까웠을까.  제자의 일침으로 깨닫게 된, 인간에 대한 사랑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귀였다. 

이 책은 박재동이 담당한 삽화와 함께,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그렸던 여러가지 그림과 만화, 서양화, 최근에 그린 인권만화들과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 중  오돌또기 식구들과 함께 만든 '사람이 되어라' 의 필름 컷 몇 장면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책의 뒷편에는 간이 '만화박물관'을 만들어 만화에 대한 짧은 정보를 보기좋게 실어놓았다. 행간도 넓고 읽기에 좋은 쉬운 문체로 초등 4학년 이상이면 읽기를 권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품절로 되어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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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8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제가 봐도 될까요?
보고 싶어지네요..

내이름은김삼순 2006-07-08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은 좋은 책들을 많이 알고 계신것 같아요, 저두 좀 많이 추천해 주세요^^
조카들이 읽을만한 동화책, 제가 읽어도 좋은책들,,헤헤~^^

프레이야 2006-07-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님, 보셔도 되지요. 재미나요.. 근데 알라딘에는 품절이던데요..
삼순님 조카들 나이는요??

소나무집 2006-07-09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박재동 님을 좋아하는데 한번 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6-07-3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누릅니다.^^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한상남 지음, 김동성 그림, 최완수 감수 / 샘터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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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런 책은 무척 반갑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처음엔 간송 선생님이 누구인지부터 모르는 눈치였는데 다 읽고 나더니 상당히 감동을 받아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런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수업을 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이 7만 4천 점이상 해외에 나가 있는 실정이란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다. 그리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들과 재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 그리고 우리 것에 대한 인식과 사랑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대영박물관 이야기도 나와 문화유산이 있어야할 곳에 대한 짧은 토론시간을 가졌다. 간송이 한 일과 그 의미를 생각하며 아이들이 이런 문제에 대하여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개는 우리의 얼과 정신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을 가장 잘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우리라는 쪽이었는데, 그런 것을 지킬 수 있는 확고한 인식과 믿음 그리고 경제적인 힘까지 갖출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하는 모 방송프로그램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에 가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프로젝트였는데 우리쪽에서도 모른 채 넘어가있는 경우도 있어서 문화재관리 면에서 각성해야할 점이 많았다. 조금 늦은 시각에 하긴 해도 아이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말에 간송미술전에 갔다왔다. 그곳은 일제강점기에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어 지금껏 그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 옛모습 그대로 나무냄새를 간직하고 있었다. 정원이 보이는 입구에서 30분 넘게 입장을 기다리고 서 있으면서 손질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움을 보이고 있는 나무들과 그 사이로 보이던 부도도 생각난다. 입장이 시작되고 서서히 건물로 들어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침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붐비고 일부 사람들은 너무 떠들기도 해서 감상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여러 부류가 보였는데 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는 우리 문화유산들이 비록 일부이지만 한 점 한 점 대단히 돋보였다. 오래된 유리장식장 안에서 말없이 수더분한 모양새로 앉은 그것들, 그동안 책에서만 보았던 그것들을 보며 오래된 벗을 만난 것처럼 기뻤다.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 차례만 개방이 되는 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뭐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보였다. 먼저, 국보급만도 1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산만하고 진지하지 못한 면이 보여 좀 난감하고 씁쓸했다. 물론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놓지 않은 전시태도가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사전에 조사를 하고 공부를 좀 하고 오는 자세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나오며 도록을 사서 오긴 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친근하게 보기에는 옆에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안내원이 있어야할 것도 같았다. 어떤 엄마는 너무 떠들며 설명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옆사람에게 방해가 되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간송미술관의 문화유산을 보게되기까지 험난했던 시대에 전 재산을 털어 그것을 되찾고 지켜낸 사람들의 노력과 공헌을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은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 물론 중요성이나 가치에 있어서는 다른 문화유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간송미술관의 유산들은 남다르다. 개인의 노력과 재산으로  지켰고 개인이 설립한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다는 점을 잠시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문화유산은 공동의 자산이라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그것을 되찾아 지킨 인물의 감식안과 노력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아무리 큰 재산이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노력 앞에 조금은 숙연해지고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간송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는 바로 이런 점에 촛점을 맞춘 '샘터솔방울'의 인물이야기 책이다. 우선 하드커버의 표지가 하나의 작품 같다. 은은하게 그려져있는 바탕무늬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랫쪽에는 훈민정음의 낱자들이 그려져있다. 편집도 읽기에 좋게 잘 되어있다. 간송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그의 의식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그의 담대함과 사람됨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을 함께 알 수 있다.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그런 시절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간송의 정신을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호사취미가 아니었냐고 한다면 그가 훈민정음 원본을 살 때 일천원을 부르는 값을 무시하고 일만원을 선뜻 내어주며 샀던 일화를 말하라. 그는 문화재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제대로 값을 매길 수 있는 안목이라 생각했다. 빼앗긴 문화재를 구할 때 값을 깎거나 야비한 방법을 택하는 일도 없이 담대했지만,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몸을 사렸다. 

간송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인맥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시절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위창 오세창 선생이 있다. 그를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며 정신적인 지주로 여겼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있고 한국전쟁이후로는 최순우 등과도 호를 친히 지어주며 친형제같은 사이로 지냈다. 인민군의 손에 넘어가 평양으로 옮겨졌을지도 모를 문화재들이 지금 간송미술관에 있는 문화재들이다. 일본인을 상대로 강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며 감동적이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구한 것들이라 가슴 졸이게 한다. 간송미술관에 현재 전시되어있는 문화재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다음에 간송미술관에 가서 실물을 본다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이 책의 삽화는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성님이 맡았다. 여기서도 역시 동양화풍의 사실적인 그림이 깨끗하고 멋스럽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도 되도록 많이 실어놓아 은은한 멋을 풍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도 얻는다. 뒷장에는 '간송전형필(1906~1962)'와 '간송미술관' 그리고 '찾아보기'를 두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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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0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퍼 갈께요..~~~ 추천도 ....

씩씩하니 2006-07-0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했어요,,근대...참 요즘은 책을 뒤적이기 넘 힘들어서,,,,언제 읽을 자유가 내게 올 것인가...
 
배탈고개 미네르바의 올빼미 11
김지용 글, 이영일 그림 / 푸른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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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6월이면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책을 학년별로 한 권씩은 읽게한다. 이 책도 그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동화이다. 배탈고개라는 이름에는 별다른 뜻은 없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시절의 가난에 목이 울컥 매인다. 이 책은 우선 표지에서부터 약간 어두운 느낌을 준다. 삽화가 마치 목판화 같은 인상을 주면서 어둡고 깊으며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의 내용도 그런 분위기를 시종 끌고 간다. 윗말과 아랫말은 남한과 북한을 빗대어 지은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소작농이 주민의 대부분인 아랫말과 지주들이 사는 윗말. 그 사이에는 배탈고개가 있어 그곳의 너른바위에 올라앉으면 양쪽이 모두 시야에 훤히 드러난다. 해발로는 아랫말이 위쪽에 있는데 왜 이름은 아랫말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화자는 이야기한다.

이 동화의 화자는 아직은 어리다할 수 있는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남자아이다. 이 아이는 아랫말 봉구를 마냥 좋아하며 따라다니는 순수하고 정이 많은 성격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나중에는 어른스럽다 싶을 정도로 생각을 잘 해내는 부분이 조금은 과장된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시종 이 아이의 눈과 입으로 전해지는 인물들의 행동과 말 그리고 마음이 진한 여운을 준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윗말의 최부자로, 아랫말 사람들이 모두 어르신이라 부르며 공대하는 사람이다. 땅을 소중히 여기고 소작인을 부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고지식하지만 연륜에서 묻어나는 생각의 품이 넓은 사람이다. 처음엔 소작인이 가난한 건 게을러서라고 단정짓는 사람이었지만 점점 변화의 조짐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마음의 고리를 푸는 인상을 준다. 아버지의 이런 마음은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조금씩 느껴진다. 결말에서는 넓고 묵직한 아버지의 사랑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아버지가 가장 애틋한 마음을 품는 대상은 딸이다. 딸은 '나'의 하나뿐인 누이다. 누이는 아랫말의 봉필이를 사랑하지만 전쟁은 이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나'의 누나는 전쟁 통에 목숨을 잃은 어머니를 빼다박은 말과 행동으로 아버지와 할머니를 놀라게 한다. 누나가 노심초사 속을 태우며 봉필이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는 것을 아버지는 모른 척하고 있었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끝내 딸의 행복을 위해 땅을 내어놓는 대목이 감동을 준다.

5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읽었는데 하나같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느니 좀 지루했다느니 재미없다고 반응했다. 역사적 사건을 먼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이야기를 잘 맛보려면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읽어내야한다.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고 에둘러서 간곡하게 나오므로 그 심정을 헤아려가며 행동을 추론하지 않으면 이 책의 사건 전개가 뭐가뭔지 모르겠다는 식이 될 수 있다.

전쟁 전과 전쟁 중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난 뒤의 인물들의 마음과 행동을 섬세하게 비교해보며 읽어야겠다. 이 책에서는 보통의 다른 전쟁동화처럼 전쟁의 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 직접 나오지는 않는다. 그보다 할머니와 아버지, 누나와 '나' 그리고 봉필이와 봉구의 행동에서 전해지는 마음의 상처들을 느끼고 이해해보려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휴전이 된 지 53년이 흐른 지금, 배탈고개는 아직도 넘지 못하는 선으로 남아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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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7-0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집니다.
 
똥침대장과 방귀쟁이 선생님 - 개구쟁이 창작동화 2 꿈소담이 저학년 창작동화 17
김영아 지음, 이경희 그림 / 꿈소담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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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부 교사들 중에 학생들에게 심한 체벌을 하여 문제가 된 경우가 잦다. 얼마 전 1학년 교실에 벌어진 50대 여교사의 체벌은 동영상으로 나돌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누가 봐도 교육적인 체벌이 아니라 감정이 담긴 폭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 교사와 동료교사는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린 아이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까 보는 사람까지 모욕감이 들었다. 

하지만 훌륭한 선생님들이 훨씬 많다. 2학년 작은딸의 담임선생님은 정년을 앞두고 계신 남자선생님이다. 늘 칭찬을 아끼지 않고 아이들에게 존대말을 쓰고 언제나 온화한 표정이시다. 아이는 학교가기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이가 2학년일 때 내게 고민이 되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담임선생님이 50대 여교사인데 아이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고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고..  쉬는 시간에도 화장실 가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꼼짝않고 앉아있게 한다고.. 날마다 수학문제 풀어오기와 독후감쓰기를 숙제로 내주며 안 해 오면 머리를 때린다고.. 그래서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 안 가면 안 되냐고 떼를 쓴다고.. 그때 찾아가 상담조로 이야기를 좀 해보라는 말밖에 도움되는 말을 해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똥침대장과 방귀쟁이 선생님>을 3학년 아이들과 읽었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참 복스러운 책이다. 이런 선생님 때문에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강철뿡 선생님의 방귀는 종류도 많다. 그 이름도 하나같이 얼마나 재미난지... 아이들이 어려운 공부를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생활과 수업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선생님만의 깜찍한(아니 끔찍한?)무기다. 주인공 정호는 심한 방귀의 공격을 받고 복수의 계획을 세운다. 흠, 복수를 위해 갈고 닦는 필살기는 과연?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복수극이 벌어지고 작전을 성공한 것 같지만 선생님의 방귀에 담긴 사연을 알게되면서부터 아이들은 두번 놀란다. 그리고 선생님의 넓고 깊은 마음에 사랑을 느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와 똥침을 소재로 이야기를 참 재미나게 끌고 간다. 게다가 가슴 훈훈해지는 이야기를 전혀 가르치려는 의도 없이 하고 있다. 삽화도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아이들의 웃는 입이 완전 귀에 걸린 것처럼 밝다.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 벌어진 이 이야기 안에서 옛이야기 두편을 듣게 되는 것도 신난다. 노란색 별지에 적힌 <단방귀 사려~>와 <선비와 도깨비>인데 하나는 선생님이 다른 하나는 정호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입담이 구수하다. 선생님 못지않게 아버지도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방귀 잘 나오는 음식이 뭐냐고 묻는 아들의 질문에 이것 저것 골고루 먹어야 되며, 특히 고구마와 무를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한다. 편식을 안 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여 슬쩍 웃음이 나기도 했다. 방귀의 성분 중 인돌이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는 제법 학술적인 부분까지도 삽화가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험실에서 향긋한 하트모양의 냄새들이 풍기는 삽화인데 아주 귀엽다^^

이 책은 어찌보면 너무 쉽게 보여서 아이들이 웃기만 하고 대충 읽어버리려는 경향이 있었다. 어렵지 않은 구조이지만 이야기전개의 흐름과 군데군데 주인공과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보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제의 선생님을 떠올리며 편지 쓰기도 해 보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대개 너그럽고 잘 가르쳐주시고 숙제를 안 내주는 선생님이었다. 특이하게도 한 명은 숙제를 많이 내주실 때 선생님의 사랑을 느꼈다고 대답해서 함께 웃었다. 열심히 공부하게 하려고 그러시는 것이라는 그 아이의 대답... 엄마에게 세뇌당한 걸까? ^^

이 책의 특징은 여자어른보다 남자어른의 역할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옆반의 어여쁜 여선생님이 담임이 안 되어 처음엔 실망했지만 듬직하고 마음 깊은 배불뚝이 선생님의 사랑에 감동하고, 엄마보다는 아빠와의 대화가 유쾌하게 나온다. 아이들다운 순수함이 남자어른의 목소리와 함께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강철봉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선생님, 참 유쾌하고 흐뭇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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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7-0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고마워요. 전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주는거 별로 못하는 거 같아요.

비자림 2006-07-03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씩씩하니 2006-07-0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나 그런 선생님을 그리워하는데 왜 그런 선생님들을 찾기가 힘든지 모르겠어요,,그쵸?
재미있을꺼 같애요,,,얼른 읽어봐야되는대....

또또유스또 2006-07-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똥, 방귀, 똥침....
아이가 좀 더 크면 같이 읽어 볼께요... 그때까지 추천만..

프레이야 2006-07-0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2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을거에요^^
 
평화는... - 동산 어린이 첫번째
캐서린 스콜즈 지음, 로버트 잉펜 그림, 송성희 옮김 / 동산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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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난 건 2년 전 12월이다. 동산사의 '동산 어린이 첫번째' 라는 시리즈 제목을 달고 '세상과 처음 만나는 나, 세상과의 교감을 위한 생각 깊은 책'이라는 간명한 목표를 걸고 나온 책이다. 이번에 4학년 남학생들과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원제는 이다.

<평화는...>은 우선 글과 그림이 눈길을 잡아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의 독특함에 대해 물어보니 주인공이 없고 그림이 이상하고 글이 시처럼 적혀있다고 반응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코드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평화'다. 평화는 추상적인 단어이지만 여기서 평화는 살아서 움직이고 자라고 널리 퍼져나가고 보살펴주어야 하는 것, 생명이 있는 것으로 구상화된다. 이런 글 옆에 어떤 삽화가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가. 역시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색 깃털의 비둘기 한 마리가 땅으로 날아내려오는 그림이 클로즈업되어 그려져있다. 평화는 도처에 있지만 찾을 때에만 보이고 지키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언제나 나와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성격을 지닌 제법 까다롭고 귀한 친구다.

이 책의 삽화는 시적이며 철학적인 글 못지 않게 강한 흡입력이 있다. 아이들 눈에 그림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글과 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그림만 다시 보며 무엇을 말하고 있는 그림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내 주었다. 예를 들자면 물통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는 아프리카 여인네들의 뒷모습 같은 것이다. 그에 해당하는 글은 "평화란 필요한 것들을 갖는 것입니다" 이다. 물부족 국가가 많고 생명에 필요한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워 고통 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지구의 다른 편에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아이들의 눈에 낯설어 보인 삽화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의 일러스트레이터, 로버트 잉펜의 작품이다. 그 그림책에서 전율적으로 전해지던 생명력과 섬세함이 이 책에서는 좀더 부드러운 색조로 전해온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책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추상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글들을 사실적이며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평화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미덕을 발휘한다. 글과 그림이 똑같은 비중으로, 전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평화란 긍정적인 조건과 환경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뒤집어주는 글귀도 깊은 감동을 준다.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특별한 평화를 언급하는 부분이다. "어떤 이들은 커다란 고통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 또는 위험한 순간을 마주했을 때에도 평화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철학이나 신앙이 필요하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 뿐만 아니라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일러주고 있다.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긴 하지만 개인의 마음속에만 평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평화는 우선 개인에게, 사람과 사람 간에, 나라와 나라 간에, 나아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 있어야하는 것이다. 개인의 평화와 사회의 평화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적이며 공존하여야 하는 필요충분조건같은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사람간의 평화 이외에 사람과 자연과의 평화를 이야기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일들로 사람과 자연 사이에는 평화가 깨어지고 있음을 언급하는 글귀가 퍽 마음에 든다. 우리의 생각을 확장하게하고 눈과 마음을 크고 넓게 만들어주는 글이다. 감상으로 흐르지 않으면서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짚어주는 글귀들은 실천과 행동의 중요함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은 아이들의 사유를 폭넓게 한다. 평소 생각하기를 어려워하고 피하려하는 아이들과 때로는 추상적이며 본질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얻는 게 많을 것 같다. 즉물적이고 표피적인 것으로만 이해하려드는 아이들에게 진지한 생각을 끌어내려는 이런 책들이 '입에 쓴 약'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실제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몸 바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끌어내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에 대하여도 말해보았다. 작게는 자신의 내면에서의 평화로 시작하여 가족의 평화, 친구간의 평화는 물론 불우이웃돕기나 쓰레기줍기 같은 실천을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 개구쟁이들이지만 그들의 착한 눈을 믿는다.

나는 지금 먼저 '나의 평화'를 실천하고 있나.. 마음에 평화가 깨어지며 시비를 걸고 싶어질 때면 이 책을 조용히 펼쳐볼 것이다. 짙은 갈색의 속지와 전체적으로 채도를 낮춘 갈색톤의 삽화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마치 평화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에 있다고, 아니 있어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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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2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는 리뷰네요!
저랑 비슷한 일을 하시지만 더 매력적인 일을 하시는 것 같네요. 잉, 부러워요!

또또유스또 2006-06-24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즉물적이고 표피적인 것만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지라 이 책은 저를 위하여 읽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요즘 시비가 걸고 싶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