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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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시민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따라서 그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 알지 못한다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가 글을 잘 쓴다는 걸 알게 됐다특히나 공산당 선언의 번역문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공산당 선언>의 강유원 번역은 이렇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옛 유럽의 모든 세력들즉 교황과 차르메테르니히와 기조프랑스 급진파와 독일의 경찰관은 이 유령에 대항하는 신성한 몰이사냥을 위해 동맹하였다.

 

유시민의 번역은 이렇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이낡은 유럽의 모든 권력이교황과 차르메테르니히와 기조프랑스 급진파와 독일 비밀경찰이이 유령을 사냥하기 위한 신성동명을 체결했다.

 

유시민은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글 역시 말하듯 써야한다고 주장한다나는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다이러니 글이 제대로 써질 리가 없다유시민은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 중 세 권의 책을 먼저 소개한다두 세 번이 아니라 열 번을 읽어도 좋다고세 권의 책은 <토지>, <자유론>, <코스모스>이런다 안 읽어본 책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유시민에 따르면 훌륭한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못난 글을 쓰지 않으면 된다.

 

글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바르고 정확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제 나름의 멋진 스타일을 입힐 수 있다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음을 정확하게 듣지 못하면 바이올린을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이 없으면 훌륭한 문장을 쓰지 못한다.

 

유시민에 따르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쉽고 간단한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내 경험으론 어떤 책들은 마치 톱밥을 삼키는 것처럼 꺼끌꺼끌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그런 책은 분명히 어딘가 잘못된 글이다이 책은 작년에 읽었던 고종석의 <문장>과 비슷한 글쓰기 가르침을 전한다중국말 남용일본식 조사의 남용( ‘에로의’ ‘의로부터의’) 서양말의 오남용(완료시제와 피동형 문장)만 경계해도 못난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또한 복문보다 단문 쓸 것을 권유한다.


 

롤랑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마지막 강의>를 읽다가 그처럼 사토리(순간적인 깨달음)를 일으키는 문장을 만났다.

 

"즉 어떤 관점에서 삶 프로그램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다시 말해 글쓰기의 쾌락글쓰기의 행복을 경험한 사람에게는(거의 첫 번째 쾌락처럼새로운 글쓰기의 발견 말고는 다른 새로운 삶이 없을 것입니다. "

 

나는 글쓰기의 쾌락을 이미 맛본 사람이다죽을 만큼 괴로울 때면 글 쓰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어쩌면 죽지 않기 위해살아남기 위해 글을 썼던 걸까그런 경험은 완성의 순간을 꿈꾸게 한다.

 

한 인간의 삶에서 – 그러므로 모든 인간의 삶에서 – 모든 것이 완성되는 순간이 있다책이 쓰이고우주가 조용해지고존재들이 휴식을 취하는 그런 순간 말이다남은 일이라고는 그 순간을 알리는 일뿐이다.”

 

모리스 블랑쇼.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유시민의 추천 책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르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김영사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리처드 파인만 강의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스티븐 핑커 외 지음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와이즈베리

슈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바오

신영복, <강의돌베개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한국경제신문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이 아르답다>, 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홍신문화사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 문학사상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어크로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책세상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홍신문화사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이후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서해문집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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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책의 목록을 보니 유시민님 글쓰기 수업은 스타일 만들기에 그치지는 않겠네요.

시이소오 2016-07-06 20: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올바른 사유로 이끌어주는 책들이 많네용 ^^

희망찬샘 2016-07-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제게 도서관에서 토지를 빌리게 만든 분이 바로 이 분이셨군요! 실패하긴 했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 ^^

시이소오 2016-07-06 20:48   좋아요 0 | URL
저도 토지를 읽겠다고 마음 먹은지가 꽤 됐네요. 책이 너무 많아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시가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시란 일종의 진부한 표현을 거부하는 장르이지 않습니까.
시의 장점 중 하나는 표현의 다양성이 아닐까 싶습니디ㅏ.

시이소오 2016-07-06 21:27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많은 소설가들이 작품을 쓰기전에 하루 일과를 시 읽기로 시작한다는군요. 저도 따라해보다 게을러 요즘은 안 하는데 곰발님이 자극을 주시네요.
다시한번 시를 읽어야겠어요^^

samadhi(眞我) 2016-07-0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지가 그렇게 재미없더라구요.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 꾹 참고 끝까지 읽긴 했는데, 오직 ˝재미˝를 찾는 성미여서
지루하기 짝이 없던 토지 속에서 정작 글에는 집중하지 못 했어요. 빨리 읽어치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다시 읽지는 못 할 듯합니다. 조정래 역사 3부작은 다시 읽을 수 있지만요.

시이소오 2016-07-06 22:5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재밌는 줄
로만 알았는데요. 재미도 없는데 그걸 다 읽으시다니, 대단하세요 ^^

samadhi(眞我) 2016-07-06 22:58   좋아요 0 | URL
토지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서 제가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근데 21권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무료했답니다.

시이소오 2016-07-06 22:59   좋아요 0 | URL
ㅋ 지나님 핑계로 토지 건너뛸까봐요 ㅎ ㅎ

samadhi(眞我) 2016-07-06 23:0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에겐 맞을지도 몰라요. 저는 차라리 전형적이고 신파(?) 가득한(?) 김약국의 딸들은 좋았어요. 그때만 해도 박경리 소설이 재밌다고 생각했지요. 김약국... 이 극적이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지만요.

시이소오 2016-07-06 23:05   좋아요 0 | URL
저도 김약국의 딸들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 박경리 선생님 소설은 대체로 재밌지 않나요?
^^

samadhi(眞我) 2016-07-06 23:09   좋아요 0 | URL
토지는 죽기 전에 읽어야 하는 소설인 줄 알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있어질 거라고 조금 더 읽어보면 재밌겠지 하다가 나중엔 모든 헛된 마음을 버리고 그저 마지막 장만을 향해 글을 흘려 읽었어요. 제가 쾌락주의라 그런 걸 테고 토지를 좋아하는 분들 많을 거예요. 제게는 밋밋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박경리가 2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 해 쓴 글이라 저도 참고 읽었어요.

시이소오 2016-07-06 23:19   좋아요 0 | URL
일단 1권을 읽어보고 결정해야 겠습니다 ^^

samadhi(眞我) 2016-07-06 23:25   좋아요 0 | URL
그러셔야지요. 시이소님은 워낙 무섭게(?) 읽으시는 분이니 후딱 해치우실(?)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몇 권 보시라고 말씀드리려 했어요.

시이소오 2016-07-06 23:35   좋아요 0 | URL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이네요^^

2016-07-06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잘쓰셔요. 그누가 만권을 읽어가며 쓰는 사람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답니까? 매일 써주세요. 잘쓰려면 읽어야 한다며 거의 외서를 권하는 게 뭔가 핀트가 두 개로 갈라진 듯한 느낌이라 쫌 그렇습니다마는 저자의 갖춘 덕이야 충분히 미더우니 그렇구나 하고마는 저에게는 시이소오님께서 읽으시고난 이야기 계속 이렇게 써주시는 그게 바로 최고의 글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만 납니다. 흐~ ^^

시이소오 2016-07-07 00:40   좋아요 0 | URL
아, 힌님 격려의 말씀, 감사드려요 ^^ 매일 쓸께요 ^^

2016-07-0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나 복문이죠? 사람의 일상적인 말이 진정 단문인가 하는 의심을 하는 중이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 복문은 진정 일상에는 없는 말인가 자꾸 해본다니까요 헤헤

시이소오 2016-07-07 00:59   좋아요 0 | URL
사실 복문은 쓰기가 굉장히 어렵죠.
사유가 깊어야만 가능하다고 봐요. ^^

qualia 2016-07-07 0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윗글에서 《일본식 조사의 남용(‘에로의’ ‘의로부터의’)》이라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혹시 “의로부터의”는 “으로부터의”를 잘못 적은 것은 아닌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로의”, “~으로부터의” 따위는 일본식 조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것들이 일본식 조사라는 주장은 이오덕 선생님이나 이수열 선생님한테서 처음 나왔을 겁니다. 그 뒤로 많은 글쓰기 책 저자들이 두 분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정설 아닌 정설로 굳어졌고, 이제는 글쓰기 책 저자들의 ‘습관적인’ 주장/레퍼토리가 돼버린 듯합니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말해 옳은 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걸 논증하려면 아주 긴 글을 써야 하는데 사정상 여기선 생략하고, 간략히 두어 가지만 적겠습니다. “~에로의”, “~으로부터의” 따위가 일본식 조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말의 교착어적 특징을 망각했거나 인식하지 못한 오류라 할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우리말은 언어 유형학적으로 교착어에 해당하는데요. 이 교착어는 실질 형태소인 어근에 형식 형태소인 접사/조사를 붙여서 ⑴ 파생어를 만들거나 ⑵ 문장 성분 간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중심적 특징입니다.

예컨대 “그의 완벽한 성공에로의 집념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와 같은 예에서 “성공에로의”는 [성공+에+로+의]나 [성공+에로+의]로 분석할 수 있는데요. 이것은 [명사 어간+조사+(보)조사+관형격 조사]나 [명사 어간+복합조사+관형격 조사]와 같은 형태소 결합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식의 형태소 결합은 교착어로 분류되는 우리말의 중심적/근본적 특징입니다. “암흑으로부터의 탈출”과 같은 사례도 똑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암흑+으로+부터+의]는 [명사 어간+조사+(보)조사+관형격 조사]와 같은 형태소 결합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말은 아주 대표적인 교착어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교착어적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나는 “~에로의”, “~으로부터의”와 같은 2중/3중의 복합조사를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말 말법/문법에 비춰볼 때 아무런 잘못이 없는 표현이고 용법이라는 것이죠. 도대체 뭣 때문에 쓸 수 없다는/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까. 사실이 이러한데 저런 용례들을 모두 일본식 조사로 규정하고 일본어 번역투로 폄하하는 것은 억견이자 오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로의”, “~으로부터의”와 같은 유형의 2중/3중 복합조사는 축약 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우리말글을 풍부하게 하고 우리말 문법의 새로운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역을 열어줍니다. 이런 기능적 장점과 풍부함, 가능성이 깃들어 있는데 저런 유형의 알짜 성분들을 일본식 말글로 잘못 규정하고 퇴출시킨다면 그것처럼 어리석고 애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무엇무엇의 무엇무엇의 무엇무엇”과 같이 관형격 조사 “~의”가 두 번, 세 번, 심지어 네 번까지 반복되는 구절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의”라는 조사는 현대 우리말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성분/요소가 되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젠 완전한 우리말 조사입니다. “무엇무엇의 무엇무엇의 무엇무엇”과 같은 표현 유형이 문맥에 비춰볼 때 의미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고, 문법상 오류가 없고, 좀 더 축약적인 표현을 가능케 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얘깁니다. 구체적 분석과 논증 없이 습관적으로 습관적인 주장을 하는 글쓰기 책들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댓글을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시이소오 2016-07-07 04:27   좋아요 0 | URL
허걱, 퀼리아님 대단하시네요.

저는 아직 문법에 문외한이라서요.

그렇군요. 모르던 걸 또 배우네요. 감사합니다.^^

qualia 2016-07-07 11:39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 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비판적으로 읽어주세요.

그런데 제 댓글 중 밑에서 둘째 단락 둘째 문장 뒤에 덧붙일 문장이 하나 더 있어요. 해서 여기에 적어둡니다.

“섬세하고도 미묘한 의미 분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7 12:55   좋아요 0 | URL
뭘 알아야 비판적으로읽을텐데요.
맞춤법 공부할 때 염두해
두겠습니다 ^^

이야기꾼 2016-07-0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최근에 유시민님의 책을 한권 읽고 맘에 들었기에 그 다음책을 물색 중이었는데 이렇게 추천이~~ ㅎㅎ 급 땡기네요;^^

시이소오 2016-07-08 16:1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이야기꾼님,
실망하지 않으실 책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