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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 세인트존스 대학의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공부
조한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평점 :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은 처음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컬럼비아 대와 보스턴 대가 ‘코어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학이 고전 독서를 위주로 한 커리큘럼을 받아들였지만 아마도 시카고 대학이 가장 유명한 사례로 뽑히지 않을까. 망해가던 시카고 대학은 서양고전 100여권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시카고 대학은 현재까지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 대학의 산실이 되었다. 역시나 재정난에 빠졌던 세인트 존스 대학교도 1937년에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을 토대로 ‘더 뉴 프로그램(The New Program)’을 도입한다. 오늘날 세인트 존스 대학교 역시 작지만 실속있는 명문대로 부상하고 있다.
프린스턴리뷰는 '교수의 도움을 받기 용이한 대학교'에 세인트 존스 대학을 1위로 선정했다. 또 '최고 수업 토론' 1위, 삶의 질' 4위, '공부의 질' 4위, '최고 교수진'과 '기숙사'가 6위에 올랐다. 또 뉴욕 타임스는 미국 대학 중 최고 학사과정에 세인트 존스와 리드 칼리지를 꼽았다. 유니버시티가 아닌 칼리지만으로 평가하자면 가히 세계 1위의 칼리지라 하겠다. (세인트 존스의 전교생은 불과 450명 정도다.)
이 대학의 한국인 졸업자 중 한명이 이 책의 저자인 조한별 씨다. ‘세인트 존스 대학 체험기’라고 할까.
시카고 대학에 비교하자면 세인트 존스 대학은 전공이나 강의, 교수가 없다. 오로지 토론, 토론, 토론이다. 교수대신 학생들의 토론을 이끄는 ‘튜터’가 있을 뿐이다. 시험도 없다. 그 대신 에세이를 써내야 하고 세인트 존스 대학교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돈 래그’가 있다. ‘돈 래그’란 학생을 앞에 두고 튜더들끼리 그 학생의 장, 단점을 토론하는 평가 시스템이다.
세인트 존스에선 문학, 철학과 같은 고전들 뿐만 아니라 수학, 과학, 음악, 희랍어, 프랑스어 등을 배워야한다. 예를 들어 음악 수업에선 요제프 푹스의 <고전 대위법>이란 작곡 기법을 배운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 및 수학, 과학의 고전들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4년 동안 고전 100권을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수박 겉핥기다. 그러나, 저자는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즉 친구에게 “너 <국가> 읽어봤어?”라고 질문하는 게 아니라, “너, <국가> 생각해봤어?”라고 물어야 한다.
저자는 그렇다면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저자는 ‘무언가를 배웠다’거나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냥 포기해 버린 것이다. 즉,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허무한 결론일까?
“위대한 천재들의 고전을 읽으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들여다봤고 생각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결국 내가 배운 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아닌 나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해 학교에 오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나를 알아가기 위한 스스로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에 대해 알게 됐지만 그렇다면 과연 ‘이 세상 속의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답에 감동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아직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만고의 진리다. 독서란 결국 나의 한계를 비추는 내면의 거울이 아닐까.
자크 아탈리는 그의 책 <언제나 당신이 옳다>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5단계의 길’을 제시한다. 제일 첫 번째 단계가 ‘자기 소외를 인식하기’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이다. 그리고 그럴 때에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감을 가지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세인트 존스 유학이나 장학금에 대해서도 자세히 쓰여 있으니 유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에겐 도움이 될 듯하다.
10년만 젊었어도 세인트 존스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을텐데.
내 한계를 인식하고, 이곳에서나마 고전을 다시 읽어야겠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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