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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인문학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이지성 지음 / 차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체적으로 수긍할만 하다. 그러나, 믿을 수가 없다. 왜?
젊은이들을 일본 군대의 총알받이로 내몰던 친일파 작가들이 해방이후 “대한 독립만세”라고 아무리 목청껏 부르짖는다 한들 당신이라면 그 사람 말을 믿겠는가? 비슷한 이유다.
이지성, 황광우의 <고전 혁명>을 읽고서 나는 이지성 작가를 대단히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책을 읽자마자 다음 폴레폴레에도 가입했었으니까. 그런데 그가 <27살 이건희처럼>이란 책을 썼다는 걸 몰랐었다. 동명이인이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 사람이었다. 그때의 배신감이라니!! 선호하던 작가들, 예를 들면 김동인, 모윤숙, 채만식, 서정주 등이 친일파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만큼의 충격이었다.
이 책에서도 이지성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타락한 지배계층’의 아이를 가르치는 것 보다는 저소등측 아이들을 위해 교육 봉사를 했었음을 자랑하고 있다. <27살 이건희처럼>을 쓴 사람이?? 스스로 생각해도 역겹지 않은가.
이지성과 같은 지배계급에 기생하는 작가들 – 김난도, 공병호, 안상헌, 김병완 기타등등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든 책임을 ‘개인’으로 환원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알려져있다시피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어딘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심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사회의 문제는 외면한다. 왜? 밥벌이가 안되기 때문이다. 방송, 언론사가 재벌들 나팔수로 전락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아마 이들은 일제 강점기였다면 언제든지 일본 제국주의 나팔수가 됐을 것이다. 오늘날 기득권층의 나팔수이듯.
이지성은 지엽적으론 돈을 벌기위한 인문학을 비판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인문학을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떠들어댄다. 모순임을 깨닫지 못하는가. 심지어 ‘거부가 된 사람들은 모두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자들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지성의 논리에 따르면 오늘날의 대기업 총수들은 전부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자들이다. (기업 총수들 입이 쫙쫙 찢어지는 게 눈에 그려진다. 얼마나 좋을까? 비서에게 당장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이번 강연에 몇천만원이 들어도 좋으니까 이지성 작가를 불러들여”)
그리고는 삼성 이건희와 LG 구자경의 사례를 든다. 그들이 ‘격물치지’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고. 그들이 말하는 ‘격물치지’는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라’는 원래의 의미라고는 볼 수 없다.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라’로 봐야하지 않을까. ‘노조같은 거 만들생각하지 말고 물건이나 만들어라’의 뜻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이지성은 금융공학의 기초가 되는 수학,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키코 사태를 예로 든다. 파생금융상품인 키코로 인해 한국은 약 10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파생금융상품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파생금융 상품의 거래 규모는 한 해 3경이라고 한다. 거래 규모는 세계1위라고 한다. 월스트리트의 퀀트들은 수학의 ‘편미분 방정식’과 물리학의 ‘열전도 방정식’을 활용해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해 우리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고 있음으로 우리 역시 수학과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게 이지성의 주장이다.
곧장 의문이 떠오른다. “파생 금융상품은 도박과 같은 건데, 안 하면 되잖아요?”
이지성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투자니 재테크니 도박이니 하는 것들은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 이것들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니 재테크니 도박이니 하는 것들은 엄연히 인간사회의
커다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나는 이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 싶다. 인문학을 핑계로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바보는 되고 싶지 않다.“
즉 그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강원랜드에 가서 빠찡코를 하지 않거나, 인터넷 포커를 하지 않거나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바보’에 불과하다.
“나는 투자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서......” 같은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감히 말하고 싶다. 다름 아닌 이런 태도 탓에 인생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다시 정리하자면 이지성에 따르면 강원랜드에 가서 빠찡코를 하지 않거나, 인터넷 포커를 하지 않거나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보’이자 ‘인생을 망치는’ 사람이다.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일반인들이 알아야할 최소한의 수학과 과학을 나열해보자.
“물론 일반인들이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이것들의 기초가 되는 수학적, 과학적 발견을 한 제논, 아폴로니오스, 슈피텔, 네이피어, 데카르트, 페르마, 파스칼, 뉴턴, 라이프니츠, 가우스, 해밀턴, 드모르간, 실베스터, 바이어슈트라스, 케일리, 리만, 칸토어, 소피야 코발렙스카야, 칼 피어슨, 화이트헤드, 러셀, 힐베르트, 바일, 괴델, 토머스 영, 맥스웰, 볼츠만,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등의 삶과 사상과 업적 정도는 알아야 한다. ”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그는 아마도 최근에 금융 공학을 공부했던 것 같다. 왜?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해 돈을 벌려고 했을 것이다. 돈을 잃기위해 투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제 한번 거들떠 볼까. 첫 번째로 일반 서민은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돈이 없다. 두 번째로 일반인들은 그 정도로 수학과 과학에 공부할 시간도 없다. 세 번째로 파생금융상품이 고스톱이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공부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만든 사람들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왜 이지성은 파생금융상품에 투자를 종용하는 걸까.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아닐까. 혼자만 투자하면 무슨 수로 돈을 버나? 혹시 이지성의 다음 책은 ‘파생 금융 상품’에 관한 책이 될까? 혹은 조만간 ‘파생금융상품’ 강연을 하려할까.
후반부에서 이지성은 인문고전을 원어로 읽을 것을 주장한다. 일면 수긍한다. 그런데 과연 생계에 내몰린 서민들이 원어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장은 일반 서민들이 실천하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지성도 생각이라는 걸 한다면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걸까. 첫 번째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은 자기과시의 욕망 때문이다. 두 번째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은폐하기 위해서다.
‘네가 불행한 것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드모르간, 실베스터, 바이어슈트라스, 케일리를 읽지 않았을뿐더러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지도 않았고 성경을 히브리어로 읽지도 않았기 때문이야!’
셋째로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책을 써놓고는 자신의 지식을 과대포장하여 강연료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돈 벌려고 저런 개수작을 하는 거다.
이 책은 허섭한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생명’인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위해 씌여진 것이 아니다. 사랑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노예화하기 위해 씌여졌다. 신자유주의의 노예, 지배계급의 노예, 삼성의 노예, 금융자본주의의 노예. 이지성의 노예.
“우리는 자유 자체가 강제를 생성하는 특수한 역사적 시기를 살고 있다. 할 수 있음의 자유는 심지어 명령과 금지를 만들어내는 해야 함의 규율보다 더 큰 강제를 낳는다. 해야 함에는 제한이 있지만, 할 수 있음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 수 있음에서 유래하는 강제는 한계가 없다......스스로 자유롭다고 여기는 성과주체는 실제로는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성과주체는 주인에 묶여 있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한다는 점에서 절대적 노예라고 할 수 있다. ”
한병철, <심리 정치>
그는 성공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가 20억의 빚을 졌었다는 것, 교사 시절에도 하루 세 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 포토그래픽 메모리 능력을 지니고 있어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 등등은 거짓말일 공산이 크다. 이 책에서 언급한 책들을 과연 읽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왜 저러는 걸까. 드라미틱한 성공담으로 비춰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만일 <27살 이건희처럼>처럼 교언영색으로 기득권에 꼬리를 살랑거리는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의 말을 무턱대고 신뢰했을 지도 모른다.
이지성은 시도 때도 없이 “인문학은 사랑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하는게 사랑인가.
이지성씨는 인문학 운운하기 이전에 위선과 기만과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
먼저 사람이 되야 할 것이다.
인간되자고 인문학하는 거다.
만권의 책을 읽으면 뭐하나.
배부른 돼지에 불과하다면.
- 2015. 6. 11 작성
인문학 사기꾼들 공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