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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사과하는 로봇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0
코스타스 하랄라스 지음, 리다 초우니카 그림,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학년 아이들이랑 생활하다 보니 하루종일 귀가 따갑다.
"선생님, 쟤가요...어쩌고 저쩌고..."
내용인즉슨, 친구 때문에 속상하다는 거다.
모르고 한 일도 친구가 속상해 하면 "미안해."라고 이야기 하라고 했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마음을 달래주면 그 친구가 선생님에게 오지는 않을 거라고. 친구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어떤 경우는 아무리 미안하다고 해도 쪼르르 달려와서 일러주는 아이도 있는데, 그럴 경우는 친구들이 사건의 전후를 내게 설명해 준다. 충분히 사과했다고 그러니 용서를 해 주는 게 맞겠다고 말이다.
일단 속상해 하면 두 아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듣고 잘못한 것이 조금 더 많은 친구(먼저 시작했거나, 친구를 많이 속상하게 만든 친구)에게 사과를 하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나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구누구도 했다거나 쟤도 내게 똑같이 했다거나 하는 식의 변명을 듣느라 또 한 번 귀가 따가워야 한다. (그 변명도 확실히 들어는 줘야 하지만...) 그 보다 더 우선 내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물론 친구도 잘못했겠지만, 내 잘못도 회피하려고만 해서는 교정이 되지 않기에!
그리고 진심어린 사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주고 싶어서 욜랜다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사과할 줄 모르는 아이 욜랜다(고양이에게 공을 던져 고양이가 맞았어도 공을 던진 자기 잘못이 아니라 공을 피하지 않은 고양이 잘못이라고 하는 욜랜다!)가 걱정인 부모는 욜랜다를 대신하여 사과할 '대신 사과하는 로봇'을 선물한다. 욜랜다를 가르치고 싶었던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욜랜다는 더더욱 잘못에 대해 무신경이다. 자기 뒷처리를 대신 해 주는 로봇이 생겼으니 말이다.
보통의 아이들이 진심어린 사과를 할 줄 모르고,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형식적인 "미안~"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로봇은 감정없이 "미안"이라고 할 뿐이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로봇과 같은 사과를 하는지... 진심으로 사과하면 친구들은 다 이해해 줄 건데 말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욜랜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 대신 사과하는 로봇 덕분에 말이다.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기대하지 않고 읽었던 책인데, 너무 마음에 든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잔소리를 이런 동화 속에 숨겨 둘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 일인가 말이다.
얘들아, 욜랜다가 대신 사과하는 로봇을 데리고 목욕을 했대. 로봇이 어떻게 되었을까? 고장 났다고? 왜 고장 났을까? 욜랜다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지? 궁금하면 책을 읽어 보자.
아아아아~~~~(싫어요, 선생님! 끝까지 이야기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