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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선생님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0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에 보면 흑인 얼굴을 한 콧수염 난 사람좋게 생긴 선생님이 아이들과 손을 잡고 웃고 있다. 이 분이 이 책의 우리 선생님인가 보다. 책을 펼치니 이 선생님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교장선생님이란다. 링컨 선생님은 너무 멋지고 근사하신 분이다.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줄 줄도 아시고,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줄도 아시고.
아이들의 문제행동에는 다 그 원인이 있다. 그걸 잘 알면서도 아이의 무례한 행동, 나쁜 언동을 보면 그 아이의 마음으로 들어가기가 무척 힘이 든다.
어제는 반 아이에게 한 대 맞았다. 뭐~ 맞았다는 표현이 좀 그런가 몰라도 하여튼 무지 불쾌했다.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자면, 전담 수업을 마치고 아이 하나가 씩씩 거리면서 와서는 아무개가 자기가 교실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교실 문을 잠그고 또 자기를 때렸다는 거다. 그래서 참았는데, 또 때려서 자기도 한 대 때렸다고 이야기 한다. 말을 들어보니 아무개 잘못이 크다. 그래서 아이의 팔을 힘껏 잡았다. 눈을 위로 치켜뜨고 화를 막 내고 한 번 더 싸우려고 해서 꾸짖었더니 나를 한 대 치는 거다. 아주 살짝이긴 했지만.
아무개는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작은 아이다. 5학년 선생님이 그 아이 때문에 속을 많이 끓였다는 소문을 듣고 첫 날 아이 손을 잡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싸우지 않기, 울지 않기, 밥 안 먹고 사물함에 들어가지 않기(사물함은 제법 크고, 아이는 1, 2학년 정도의 체구라 사물함에 쏙 들어간다.)... 약속을 지켜주면 선생님이 너를 확실하게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아이는 지금까지 아주 잘 해 주었다. 너무나도 착한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아이랑 너무 잘 지내 주었다. 아이의 얼굴에 언제나 함박 웃음이 가득한 걸 보고 나는 내가 참 좋은 선생이구나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으니.
그런데, 이 아이가 요즘 들어 말을 안 듣는 거다. 알림장을 쓰라고 해도 뻗대고 안 쓰고, 친구들에게 화 내고 때리고 씩씩 거리고. 사실 너무 작아서 한주먹감도 안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아이 하나쯤이야 해결(?)수 있다. 복도에 두 아이를 불러내서 잘못했으니 사과하라고 해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 아이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워서 니가 잘못했는데, 왜 사과를 안 하냐고 말하는데 감정이 북받쳐서 목소리에 울음이 섞인다. 그러니 옆에 선 아이가 자기가 잘못 했단다. 그게 더 속상하다. 분명히 잘못하지 않았는데, 니가 왜 사과를 하냐고 또 화를 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이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하니까 맞으면서도 같이 때리면 또 화를 낼까봐 몇 번을 참았다는 거다. 참다참다 저도 화가 나서 끝까지 참지 못하고 한 대를 때려 준 것이 미안하다는 거다. 내가 미쳐~ 하면서도 이렇게 고운 아이들 데리고 사는 것도 복이고, 이 아이도 이렇게 좋은 친구 만난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제 안 해 와서 아침부터 혼 난 것이 맘에 걸려서 친구에게 더 고약하게 했나... 싶다가... 1교시에 숙제 매일 안 한 거 반성문 써 오라고 했더니 2교시에 자존심 상한다고 미안하다 말 못한 거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다 적어와서 또 한 번 맘이 놓였다.
이 책은 우리 반의 아무개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싸움대장 유진의 마음을 잘 다스려 주고 유진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 준 링컨 선생님. 모든 선생님이 다 포기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아이의 마음을 다스려주시는 분. 그래, 아이는 아이라는 것. 그것을 한 번 더 일러 주신다.
맘씨 고운 아이들 덕에 맘 고생하지 않고 잘 살고 있는 나는 매일매일 감사를 드린다. 우리 반 아이들의 이런 고운 마음씨는 그 본성도 본성이지만, 행복한 책읽기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선물받고, 선생은 아이들의 책을 읽으며 아이들을 이해할 눈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내게 참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