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각시와 주락시
김기정 지음, 장경혜 그림 / 사계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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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각시 오는 저녁 / 백석

 

당콩밥에 가지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 옆에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김기정 작가는 백석의 이 한 편의 시를 씹고 또 씹은 후 <<박각시와 주락시>>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박각시는 박각시 나방을, 주락시는 줄각시 나방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이름이 예쁘다.)

아파트 속에 남아 있는 집 한 채!

그 집을 지키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 아빠는 집을 팔기로 결정을 하신다.

아빠를 따라간 고마는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다.

할머니와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이웃들을 만나게 된 것.

새 터전을 찾아 희생을 견뎌가며 먼 길을 가야 하는 그 이웃들의 모습이 짠하다.

고마는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아빠 구만 씨에게 들려 드렸고,

구만씨는 고마의 말을 정말 믿었는지 알 수 없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앞으로 이 집과 거기 살던 이들(박각시와 주락시를 포함하여!)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마무리는

어린 독자들의 간절함을 이끈다.

아이들 마음 속에 제발~~~ 이라는 말의 싹이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어린 아이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이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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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6-2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의 시에서 출발하였군요. 급관심이 가네요.

희망찬샘 2014-06-24 23:14   좋아요 0 | URL
학교 도서관에 백석 시집도 있던데, 그것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감자 이웃 모두가 친구 26
김윤이 글.그림 / 고래이야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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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는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

누군가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으면 엘리베이터를 잡아 드리고...

그 덕에 우리 집 아이들은 어른들의 칭찬을 듣는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기특한 아이들을 보고 난 후였다.

인사 받들 때 기분 좋았고, 누군가 나의 엘리베이터를 잡아줄 때 기분이 좋았기에,

내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 덕에 아빠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른 척 하던 어른들께 인사를 할 수 있고, 엄마도 덩달아 인사를 한다.

어느 날, 통장 아주머니께서

"나이도 어린 저이가 한 번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한 적이 없다."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내게 푸념을 하신다.

쑥스러워서 인사를 못 하겠지만, 성격적인 면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때가 되면 서명도 받으러 다니고, 명절 날 종량제 봉투도 챙겨주러 다니는 같은 라안에 사는 통장 아주머니를 모른 척 하는 것은 무척 섭섭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으니 이런 생각들이 떠 오르게 되었다.

이웃의 정이 그리운 때다.

아파트에서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지내는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의 감자가 이웃들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되는 것은 무척 가슴이 따뜻하게 차 오르는 일이다.

바쁜 이웃들은 아파트 앞 화단을 가꾸는 103호 할아버지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으며 지나친다.

남보다 먼저 인사하시는 할아버지는

"요즘 젊은 것들이란~"대신에

직접 키우신 감자를 수확하셔서 봉지봉지 담아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신다.

그 감자를 받은 이웃들은 닭볶음탕, 감자전, 감자구이, 생선조림, 감자 샐러드, 카레...를 만든다.

집집마다 놓인 맛있는 감자는 할아버지 집 앞에 다시 모였다.

할아버지의 저녁 식탁은 어느새 푸짐해졌고, 할아버지는 눈이 안 보일만큼 환하게 미소 지으신다.

할아버지 집에서 나온 사람들은 고소한 기름 냄새, 카레 냄새, 간장 냄새가 가득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쑥스럽게 인사를 나눈다.

모른 척 하기가 없어지고 쑥스러운 인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이웃이 되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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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4-20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 남매는 예의가 참 바른 아이들이군요.
인사만 잘해도 이웃 간의 정이 훈훈해질 텐데....

희망찬샘 2014-04-20 09:12   좋아요 0 | URL
인사만 하고 끝이긴 해도, 그래도 아이들이 인사를 잘 해주니까 제가 칭찬을 듣게 되더라고요. 저희 앞집 형아가 엄청 인사를 잘 하거든요. 그래서 아가 때부터 보고 배웠어요.
 
뻐꾸기 엄마 느림보 그림책 23
이형진 글.그림 / 느림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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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뭔지 표현 못할 묘한 느낌이 들었다.

뻐꾸기의 특성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뻐꾸기를 품고 키워낸 뻐꾸기 엄마의 불편하고 복잡한 심정을 쫓아가느라 그런 것 같다.

다른 알이 둥지에 와 있어서 가련한 마음에 품어 주었는데,

먹이를 구하고 돌아와 보니 자기 알이 떨어져 있었다.

뱀이나 여우가 그런거려니 생각했는데,

먼저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새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자기 알을 땅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뻐꾸기 엄마는

"내가 힘껏 밀 거야! 나도 밀어서 떨어뜨릴 거야!"라고 말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아기 새에게 다가가니

아기 새는 날카로운 부리에 가슴을 비비대며 운다.

어서어서 밥 달라고 앙앙 운다.

엄마 새는 눈물을 흘리며 아기 새를 내려다 보며 말한다.

"모르고 한 짓이지? 모르고? 그렇지?"

자기 새끼 다 잃고 그 아기 새에게 먹이를 날라다주는 뻐꾸기 엄마의 모습이 한없이 짠하다.

 

도서관에서 가족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으라고 미션을 주었더니

책을 읽고 깊이 공감할 줄 아는 *우가 이 책을 내게 주면서 말한다.

"선생님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감동적이에요." 한다.

낳은 정 보다도 더 클 기른 정이 가슴을 에인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고 다시 꽂아 두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읽혀 보고 싶어서 대출을 해서 가지고 왔다.

엄마 새를 표현해 둔 방법이 참으로 멋지고 근사했다.

나뭇가지와 감꼭지(?)눈과 한지 등으로 꾸며 둔 뻐꾸기 엄마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싶다.

뻐꾸기 엄마의 마음을 따라가면서 이 책을 읽다보면 복잡미묘할 그 마음이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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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1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뻐꾸기알을 품는 작은 새는 뻐꾸기알인 줄 모른다고 해요.
새는 따로 숫자를 세거나 제가 낳은 알인지 아닌지를 살피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 생각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될 텐데,
어미가 새끼를 사랑하는 따순 품을
새를 빌어 그리려 했겠지요.

사람 생각으로 바라보자면,
뻐꾸기 어미가 스스로 새끼를 품지 못하는 모습이
외려 딱하거나 안쓰럽구나 싶기도 해요.

희망찬샘 2013-12-18 05: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람 마음. 전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짠합니다.

수퍼남매맘 2013-12-2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찬샘! 잘 지내시죠?

이번에 제가 서재의 달인이 처음 됐답니다. 모두 님 덕분이에요.
님이 서재 댓글 2위 하셨어요.짝짝짝!!!!
자주 방문해주시고, 댓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 한 권 선물하고 싶으니 책 골라주세요.

희망찬샘 2013-12-25 07:40   좋아요 0 | URL
저도 짝짝짝~ 축하드려요.
제 서재 댓글 1위신데, 제가 더 크게 쏘아야 할 것 같아요.
 
밥 안 먹는 색시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
김효숙 지음, 권사우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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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침 독서 학교에서 최은희 선생님의 강의에서 처음 만났다.

괴이한 이야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리고 잊었다.

그런데, 최은희 선생님께서는 이 이야기에서 아주 큰 철학을 읽으신다고 한다. 

이 책에 대해서 크게 인정하고 이야기 하시는 것을 책을 통해 또 읽고 보니,

그리고 책벌레 선생님들의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책을 다시 깊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전설화이다 보니 이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게 전개되어 여러 책으로 나와 있다.

한 선생님은 일반적인 이야기와

이 책(호러 버전이라고 표현했다.)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아이들의 손이 많이 닿는 책은 바로 이 책이더라고 이야기 했다.

나도 평범한 옛 이야기 책을 먼저 읽어주고 이 책을 소개해 주려고 책을 주문해 둔 상태다.

배를 푹 찔렀더니 그만 죽어버렸다는 것도 참 어이없고,

밥 알 세 알도 아깝다고 좀 더 적게 먹으라고 이야기한 욕심많은 남편도 참 어이없다.

이야기 자체로는 어이없음의 연속인데,

이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하니

깊이있게 생각하며 읽어보아야겠다. (그런데 그래도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접하게 되는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요즘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옛이야기의 의미는 말로 분명하게 옮길 수 없고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든 정답은 없으니 마음을 열고 느껴지는대로 재미있게 읽으라는 설명글을 읽고서야 조금 안심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뭐야~ 이 책 너무 이상해~ 라고 이야기해도 된다는 뜻이니까.

정답 없는 책읽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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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의 스카프 희망을 만드는 법 8
임경섭 글.그림 / 고래이야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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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막에 살고 있는 미어캣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다.

먹이가 많고 평화로운 그곳에 먼 곳에 여행을 다녀온 미어캣 하나가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나타난다.

아주 먼 곳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사냥을 잘하는 미어캣들만이 이런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며

자신에게 먹이를 많이 가져오는 미어캣들에게 스카프를 주겠다고 한다.

하나 둘 스카프를 얻게 되고,

그 스카프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모두가 붉은 태양빛 스카프를 갖게 된 날,

똑똑하고 사냥을 잘한다는 미어캣들들의 스카프 색깔이

가을하늘빛 스카프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름과 색깔을 바꾼 스카프들이 미어캣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은 먹이를 잡았던 미어캣 나라는

굶주림에 견디지 못해 자신의 터전을 떠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먹이는 줄고, 동료들은 떠나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힘겹게 먹이를 찾다가 미어캣들은 버려진 스카프들을 발견한다.

그 때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는 모두 함께 스카프 실을 하나둘 풀어 실타래를 감기 시작한다.

새로운 스카프를 짜야 한다.

누가 더 잘나서 다른 스카프를 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른 개성으로 다른 빛깔을 내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사는 나라가 미어캣 나라와 닮아 있는 듯하여 씁쓸하다.

더 큰 행복은 같은 스카프를 두르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넓게 생각할 줄 아는 힘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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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0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오순도순 사랑하는 모습으로 '같아지'면 이때에는 평화롭고 즐거우리라 느껴요.
'다 같아진다'는 모습이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틀에 맞추어야 한다'면 괴롭고 전쟁만 감돌 테지요.

스스로 우러나오는 사랑은 언제나 누구나 똑같이 만나기 마련이에요.

희망찬샘 2013-12-12 17:26   좋아요 0 | URL
오순도순 사랑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교실에서 애를 쓰니 많이 나아지더라고요.
지금 그 자리에서 노력하는 일, 게속 열심히 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