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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이웃 ㅣ 모두가 친구 26
김윤이 글.그림 / 고래이야기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엘리베이터를 타는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
누군가 저 멀리서 걸어오고 있으면 엘리베이터를 잡아 드리고...
그 덕에 우리 집 아이들은 어른들의 칭찬을 듣는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기특한 아이들을 보고 난 후였다.
인사 받들 때 기분 좋았고, 누군가 나의 엘리베이터를 잡아줄 때 기분이 좋았기에,
내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아이들 덕에 아빠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모른 척 하던 어른들께 인사를 할 수 있고, 엄마도 덩달아 인사를 한다.
어느 날, 통장 아주머니께서
"나이도 어린 저이가 한 번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한 적이 없다."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내게 푸념을 하신다.
쑥스러워서 인사를 못 하겠지만, 성격적인 면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때가 되면 서명도 받으러 다니고, 명절 날 종량제 봉투도 챙겨주러 다니는 같은 라안에 사는 통장 아주머니를 모른 척 하는 것은 무척 섭섭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으니 이런 생각들이 떠 오르게 되었다.
이웃의 정이 그리운 때다.
아파트에서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지내는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의 감자가 이웃들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되는 것은 무척 가슴이 따뜻하게 차 오르는 일이다.
바쁜 이웃들은 아파트 앞 화단을 가꾸는 103호 할아버지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으며 지나친다.
남보다 먼저 인사하시는 할아버지는
"요즘 젊은 것들이란~"대신에
직접 키우신 감자를 수확하셔서 봉지봉지 담아서 이웃에게 나누어 주신다.
그 감자를 받은 이웃들은 닭볶음탕, 감자전, 감자구이, 생선조림, 감자 샐러드, 카레...를 만든다.
집집마다 놓인 맛있는 감자는 할아버지 집 앞에 다시 모였다.
할아버지의 저녁 식탁은 어느새 푸짐해졌고, 할아버지는 눈이 안 보일만큼 환하게 미소 지으신다.
할아버지 집에서 나온 사람들은 고소한 기름 냄새, 카레 냄새, 간장 냄새가 가득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쑥스럽게 인사를 나눈다.
모른 척 하기가 없어지고 쑥스러운 인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이웃이 되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