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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봄날
박상률 글,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11년 5월
평점 :
나, 아주 어렸을 적! 아빠의 친척분이 우리 집에 오셔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시는 것을 얼핏 들은 기억이 난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고등학교 시절, 혹은 대학 때, 광주 항쟁에 대한 사진전이 열리면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냥 귀동냥으로 전해 들었다. 참 무서웠구나 생각하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사실 미안하다.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너무했다. 정말 너무했다.
젊은 아빠는 밭에 일하러 나갔다 오는 길이었고, 손에는 연장으로 삽을 들었을 뿐이었는데, 군인들은 그걸 무기로 보고 아무 이유없이 총질을 해 댄다. 나이 어린 아이는 아빠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는데,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며 아빠의 영정을 끌어 안았다. 아이의 눈물은 누가 닦아 주어야 하나? 그 때 그 아빠처럼 나이 든 소년은 다시 아이를 데리고 젊고 고운 할아버지의 산소를 찾는다.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자기만큼 어리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말이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들의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우리가 그 날의 일을 기억하는 것이 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빠의 잊혀진 봄날이 그의 아들에게 또, 그의 손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