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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있는 처녀 ㅣ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21
이수진 그림, 김향금 글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판화기법의 그림은 강렬한 느낌을 준다.
재주 있는 처녀의 재주란?
베틀에 앉기만 하면 하루 아침에 뚝딱, 베를 세 필씩 짜는 것.
그래서 자신에게 걸맞는 신랑감은 큰 재주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처녀의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가니 부모의 마음은 초조하다.
그래서 큰 재주 있는 신랑감을 구한다는 방을 내 거는데...
첫 번째 신랑감 후보의 재주는 하루 아침에 집 한 채를 거뜬히 짓는 것.
그런데 재주 있는 처녀가 살펴보니 문기둥이 거꾸로 달려 있다. "내 신랑감으로는 어림없어요."
두 번째 신랑감 후보의 재주는 하루 아침에 벼룩 석 섬을 잡는 재주란다.
벼룩 석 섬을 잡아다 코를 뚫어 말뚝에다 한 줄로 쭉 매달아 놓은 걸 검사하는 재주 있는 처녀의 눈에 맨 끝에서 두 번째 벼룩이 코 대신 모가지가 꿰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고 만다. "내 신랑감으로는 어림없어요."
이런 조그마한 것 트집을 잡으니 재주 있는 처녀, 시집 가기는 다 틀렸다.
그렇게 또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이제는 재주 있는 신랑감을 구하기를 포기한 처녀.
차라리 죽어야겠다 맘 먹고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치마를 뒤집어 쓰고 뛰어 내린다.
그 때 정말정말 재주 있는 총각이 있었으니...
후딱 대나무를 베어다가 소쿠리를 짜서 처녀를 그 소쿠리에 턱 하니 받았더란다.
처녀는 어떻게 되었냐고? 음... 결론은 다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부모가 정해주는 혼인을 하던 옛 사람들에게 있어 재주 있는 처녀처럼 스스로 신랑감을 구해보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지만
신랑감을 구하지 못하자 자포자기 하고 죽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이렇게 분석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해설을 읽다보니 이런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재주 '많은' 처녀가 아닌 재주 '있는' 처녀라는 제목을 보면서 또 조금 생각해 본다. 나는 어떤 재주가 있는지를 말이다.
재주 있는 처녀의 가장 큰 재주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제 짝으로 삼은 거란다.
소극적이지 않은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여성상을 만난 것이 반가운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