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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이사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시마 계장이 어느덧 55세로 시마 이사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감원이나 조기퇴직의 칼바람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며
납짝 엎드려 사는 것과는 달리, 안 되는 일도 그 특유의 낙관과 유능과 매력으로
되게 하며 승승장구, 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가 활약할 무대는 이제 중국 상하이다.
시마 과장이 너무 재밌어서 전부 사모으고, 시마 부장도 두 권인가까지 읽다가
어느 순간 그의 유능과 매력과 여자관계에 질려서 내팽개쳤다.
처음에는 어떤 어려운 일도 모두 헤쳐나가는 그의 씩씩한 모습에 반했다면,
나중엔 그 모습에 싫증이 났다.
객관적인 체하면서 교묘하게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는 자세도 그렇고,
술집의 여인이든 비서든 재벌 딸이든 그를 만나는 여성들은 첫날 전부 그의 포로가 되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유혹하는 장면도 다소 역겨웠다.
그런데 역시나, 오랜만에 읽어도 재밌다.
여자들이 모조리 그에게 반하는 것, 그리고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날카로운 현실 인식 위에서, 어디까지나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풀어나가고 '어렵사리'(이게 중요하다!) 승리하는 장면은 여전하지만.
어제 모 방송 뉴스에서 얼핏 들은 바로는 중국 정부에서 한류 바람을 막기 위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수입과 방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역시 중국,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상하이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다.
그런데 시마 이사는 상하이 진출 직전, 대단히 드라마틱한 사건을 겪는다.
그의 입사동기이자 연수 때 같은 조였다가 시마와의 토론에서 28 : 0으로 패하고
원치 않는 부에 배속되어 근근이 지내다 얼마 전 정리해고 당한 하마사카가
고위급의 회의가 열리고 있는 본사의 로비에서 할복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다
시마 이사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35년 전, 동기 연수생들이 토론 내용을 듣고 전부 시마의 손을 들어준 것이
잊을 수 없는 치명적인 굴욕이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삐그러지기 시작한 인생, 일도 가족도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그게 모두 너때문이기도 하니 같이 죽자고 거품을 무는데.
그 장면에서 마치 내가 하마사카의 누이라도 되는양 가슴이 아팠다.
시마 이사, 너는 뭐가 그리 잘났지?
어이하여 당신은, 어쩌다 겪는 마음의 낭패나 그 고독이란 놈마저도
감미롭게만 느껴지냐고!
새로 부임해온 일본인 상사를 상하이의 뒷골목에 안내하여
서민층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하고, 싸구려 음식을 맛보고,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밥값을 따로 칼같이 계산하는 똘똘한 중국 여비서는
제발 시마에게 반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2권을 보니 다 글렀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중에 컴 앞으로 달려와 몇 마디 끄적이게 만드는 힘이라니.
(히로카네 켄시 양반, 독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
연애에 대한 자신의 로망을 꼭 그렇게 시마에게 대입시켜야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