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점방 느림보 청소년 1
선안나 글, 고광삼 그림 / 느림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에 끌려 찜했다.
'느림보'라는 출판사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
순전히 느낌에 끌려 책을 사고 영화를 보러 가고
마음속에 친구로 점찍기도 한다.
대부분 기대를 배반하는 법이 없다.

삼거리 점방 앞에는 낡은 나무 평상이 하나 있다.
가족도 직업도 없고 팔도 하나밖에 없는 을수 아재가
점방 주인 아지매의 구박을 받아가며
동네 온갖 일에 참견하고 나서며 낮이고 밤이고 술을 마시는 곳이다.

그 평상에는 또 가수 현철이 골목을 쓸러 나왔다가 눈 마주친 동네 사람이랑
궁둥이를 걸치고 멸치와 새우깡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어느 프로그램에 가수 현철이 나와 일 없는 날은 골목을 직접 쓸고 동네사람들이랑
가게 평상에서 술을 마신다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았다.)

태어날 때부터 무릎 아래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아 기어다니는 붙들이를 보고
"뿔뿔이"라고 부르는 을수 아재가 붙들이는 영 밥맛이다.

"엄마, 내 다리는 와 이렇노? 와 딴 아들하고 다르노?"

"그런 사람도 있는 기제.(...)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딨노?
큰 사람이 있으머 작은 사람도 있고, 기운 센 사람이 있으머 약한 사람도 있제.
그거맨치로, 걸어 댕기는 사람이 있으머 못 걷는 사람도 있는 기라.
그래도 니는 걷지는 몬해도, 맘대로 돌아댕길 수 안 있나."(8~9쪽)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손재주가 좋은 붙들이는 도장 기술도 배우고
새로 생긴 오복만물수리점에 가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운다.
"벌어묵어야제, 빌어묵으머 되나."라는 말이 입에 붙은 엄마의 교육 덕분에
자립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소년으로 자랐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는 삼거리 점방 앞의 평상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조금씩 낡고 거무튀튀해지는 사람들.
그 정경이 눈에 선하고 붙들이가 세상 한 구석에 간신히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켠이 뻐근하지만 그것은 동정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이책으로는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한 <삼거리 점방>.
그 평상에 잠시 앉아보실 생각이 없으신지?



**뒤늦게 생각난 건데 내가 찜한 이책을 산사춘님이 선물해 주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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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2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꺼이 그 평상에 앉겠습니다.^^

mong 2006-06-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딩2학년부터 5학년까지 살았던 바로 그 집이
삼거리 점방이었지요, 평상도 물론 있구요
버드나무 한 그루도 서 있는 집
갑자기 그집이 그리워 지네요 ^^

치니 2006-06-2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기꺼이.

로드무비 2006-06-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뭐 좀 드실래요?^-^

mong님, 님의 정서가 우짠지 좋더라니!
점방 집 아이가 어릴 땐 그렇게 부러웠어요.
중국집 딸도 되고 싶었고.;^^;

건우와 연우님, 요즘 자주 와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평상에 앉기 전에 님, 가볼게요. 후다닥.^^

검둥개 2006-06-25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평상 한 구석에 엉뎅이를 붙여볼려유. ^^

로드무비 2006-06-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처음처럼' 한 병 깔까요?
두부찌개 한 냄비 끓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