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사조약 체결에 반대한 대신은 한규설(참정), 민영기 (탁지부) 두 사람뿐이었다.
찬성한 자는 박제순(외부), 이지용(내부), 이근택(군부), 이완용(학부), 권중현(농상부)이었다.
이 다섯 사람이 그 유명한 을사오적이다.
--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 박영호 지음, 두레 刊, 116쪽
내가 많이 부실한 인간이어선지,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을사오적'은 달달 외웠던 생각이 나는데
을사조약 체결에 반대한 의로운 두 대신의 이름은 시험용으로 잠시 외우고
무심히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한규설, 민영기라는 이름이 호감이 가는 쪽 인물로 희미하게 머리에 입력은 돼 있는데,
그들이 을사조약 체결에 반대한 두 대신인 것은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알게 되었으니.
얼굴이 붉어지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하는 궁금증이 밀려든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확인으로 위로를 구하자는 속셈인가?
생각해 보면 이렇게 구멍 숭숭 뚫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을사오적'이 누군지 달달 외우기 전에 두 의로운 대신의 이름을 먼저 외우고 칭송하는 것이 옳았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그러고 보면 눈 뻔히 뜨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그의 글을 어디서 한 편 읽고 감동한 나머지 김교신 전집을 구하고 싶어서 출판사에 전화를 해대던
때가 있었는데 십몇 년의 세월 후에 이 책에서 그 이름을 다시 만난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1890년생인 다석 류영모,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하나도 낡거나 버릴 생각이 없다.
'아무리 그라도 시대가 시대인만큼 여성에 대한, 혹은 가부장적인 생각은 어쩔 수 없었겠지!',
하고 마음 한구석 비틀린 기대와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읽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